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60
59. 피라미드? >
피라미드 원정대, 아니 희의 탐험대는 설레는 마음으로 피라미드에 들어왔다. 태주가 걱정을 많이 했지만, 그는 원래 걱정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조심조심 다치지 않고 보고 돌아가면 괜찮을 것이다.
“냥냐냥.”
“좋아. 그럼 그쪽 길로 가자.”
태산이 자신이 다녀온 길로 안내를 자청했다. 이미 어제 해골 병사를 잡았기 때문에 안전한 길이었다.
“히히잉.”
“응, 제피르. 보호막 부탁해.”
탐험을 나서기 전에 제피르의 보호막을 받았다. 제피르의 보호막은 아주 단단해서 이런 모험에는 크게 도움이 된다.
“희는 재밌어. 제피르는?”
“히히힝.”
“히히. 희도.”
“냐아앙.”
탐험대 셋은 다시 한 번 파이팅을 외치고 천천히 통로를 지나갔다. 모퉁이를 돌기 전, 희가 천장에 닿을 정도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모퉁이 끝에 붙어 빼꼼 모퉁이 너머를 훔쳐봤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희가 머리 위로 두 손을 들었다. 동그라미를 만들어 탐험대에 안전하다고 알려줬다. 포르르 날아온 희가 발그레한 얼굴로 탐색 임무 완료를 보고했다.
“희가 보고 왔어. 아무도 없어.”
“히히힝.”
제피르가 희에게 다가가 머리로 가볍게 건드렸다. 제피르 나름의 칭찬이었다.
“히히.”
“냐앙!”
“응. 출발이야.”
통로를 다시 통과하기 시작하고 얼마 후, 사각사각하는 소리가 들렸다. 태산이 귀를 쫑긋 세우고 어느 방향에서 소리가 나는지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태산이보다 희가 빨랐다. 희가 벽의 한쪽을 가리키며 큰소리로 외쳤다.
“초코 풍뎅이.”
풍뎅이 모양의 초콜릿으로 요정 숲에서 자주 보던 것이다. 제피르가 빠르게 날아 풍뎅이 한 마리를 밟았다. 태산이도 뛰어올라 앞발로 몇 마릴 쳐서 떨궜다.
“냠냠. 맛있어.”
“히히힝.”
제피르와 희는 초코 풍뎅이를 먹고 있었다. 요정 숲에 놀러 갈 때마다 항상 몇 마리씩 먹고 오는 둘이었다. 피라미드에서 만나니 무척 반가웠다.
태산이는 몇 번 뛰어올라 풍뎅이를 잡다 금세 그만뒀다. 살아있는 생물이 아닌 초콜릿 덩어리라 그런지 움직임이 단순해 잡는 재미가 없었다. 대신 태산인 초코 풍뎅이가 지나온 길의 냄새를 맡았다.
“냐아앙.”
“응. 출발이야.”
희의 탐험대는 배부르게 초콜릿을 먹고 다시 출발했다.
태산이는 자신의 영역 안에 자신이 모르는 곳이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의 영역을 모두 알아두고 싶었다. 정원의 다른 곳들은 다 돌아봤지만, 피라미드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태주가 들어가는 걸 기다렸지만, 몇 달이 지나도 피라미드에 들어가지 않았다. 덕분에 덩달아 태산이도 들어가지 못하고 애만 태웠다.
사실 태주는 피라미드가 너무 어려운 난이도라 아예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정원의 커다란 장식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걸 모르는 태산에겐 답답한 일이었다. 몰래 들어가서 염탐을 할 정도로.
“우와! 말랑말랑 버섯이야.”
피라미드 통로 중간에 난 작은 샛길로 들어가자 버섯이 가득 핀 방이 나왔다. 방 안을 연한 색의 커다란 버섯이 바닥부터 천장까지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그 버섯 갓 안쪽엔 손가락만 한 마시멜로가 잔뜩 매달려 있었다.
“냠냠. 피라미드, 맛있는 곳이야.”
“히이힝.”
말랑말랑 버섯 역시 요정 숲에서 자주 보던 것이었다. 사막 왕의 피라미드 탐험을 왔는데, 요정 숲에서 봤던 것들을 발견하고 있었다.
희와 제피르 둘은 이 점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피라미드가 뭔지 잘 모르는 둘은 원래 이렇구나, 하고 생각했다. 태산이만이 어제와 다른 피라미드의 환경에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태산이도 피라미드를 깊이 들어가 본 게 아니라서 곧 이런 피라미드의 상태를 받아들였다.
*
태주는 오두막에 돌아온 후 바로 제약 공방에 들어갔다. 바닥난 DP를 보충하려 피부 크림과 허브 티를 만들 생각이었다. 펫 전용 약은 사둔 것이 있지만, 혹시 부족할지 모르니 DP를 더 모아야 했다.
“열심이네, 정원사 씨.”
“펫 용 연고는 생각보다 만들기 쉽네요.”
“호호호. 걱정이 과하다고. 그 연고 쓸 일 없을 테니, 점심이나 먹자.”
“아아. 애들이 밥이나 제대로 먹었는지 모르겠어요.”
끝 모르는 태주의 걱정에 해나가 고개를 젓고 그를 강제로 일으켜 주방으로 데려갔다. 그냥 두면 애들이 돌아올 때까지 그대로일 것 같았다.
*
셋이 말랑말랑 버섯 방을 지나 도착한 곳은 거대한 콩 나무가 자라는 곳이었다. 동화책에 자주 등장하는 거인이 사는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콩 나무였다.
희와 일행은 콩 나무를 발견하고 나무를 타고 올라갈지, 피라미드의 통로를 따라 탐험을 계속할지 고민했다.
일행의 의견이 두 가지로 갈렸다. 희와 제피르는 위로 올라가길 바랐고 태산인 피라미드 통로를 지나, 어제 가보지 못한 곳을 둘러보고 싶어 했다. 그러나 곧 반대하던 태산도 콩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것에 찬성했다. 거인이 처음 집에 방문하는 손님에게 선물을 준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히이힝.”
“선물? 좋아. 태주에게 선물 하자!”
“냐앙.”
희는 거인의 선물을 태주에게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말에 태산이도 동의했다. 태주에게 선물을 주고 싶은 건 희뿐이 아니었다.
피라미드 탐험대의 목적지가 바뀌었다. 거인의 집을 목표로 셋은 콩 나무를 오르기 시작했다. 콩 나무를 오르는 것은 날 수 있는 둘에겐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네발로 나무를 타야 하는 태산이에겐 쉽지 않았다. 만약 1차 성장을 하지 못한 채였다면 반도 오르지 못하고 지쳐 쓰러졌을지도 몰랐다.
셋이 콩 나무를 타고 올라간 곳엔 넝쿨에 감긴 집이 있었다. 거인이 살 법한 아주 큰 집이었다.
태산이 코를 씰룩이며 새로운 장소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희가 콩콩할게.”
희가 커다란 문에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작은 주먹으로 콩콩 소리가 나게 문을 노크하자 쿵쿵 소리가 나더니 문이 열렸다.
“안녕. 나는 희야.”
“으응? 작은 손님들이군. 롭이라고 한다네.”
“히히힝.”
“나도 반갑네. 자아 안으로 돌아오게나. 마침 식사 시간이니 점심을 대접하지.”
셋은 거인 롭의 안내를 받아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은 태주의 오두막과 비슷했다. 단지 태주보다 훨씬 큰 거인이 쓰는 물건답게 모두 크기가 아주 컸다.
“피라미드에서 콩 나무를 타고 올라왔다고? 요정 숲이 아니라?”
“히히힝.”
“정원에 설치된 피라미드에 콩 나무가 연결되다니. 요정 숲에 일이 생긴 것 같군.”
“요정 숲? 일?”
콩 나무는 요정 숲에서 자라는 것이었다. 꿈의 정원에 설치된 피라미드와는 전혀 관계없었다. 만약 개인 소유인 꿈의 정원에 설치된 게 사실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바로 잡아야 했다.
롭은 콩 나무를 타고 오르는 데 성공한 방문자에게 선물을 줘야 했다. 그런데 개인 정원, 그것도 그 안에 설치된 구조물 안에 콩 나무의 뿌리가 있다면 아무도 콩 나무를 타고 오를 수 없었다.
“우선 식사를 하지. 무슨 일이든 든든하게 먹고 시작해야 잘할 수 있다네.”
“롭, 잘 먹을게.”
“냐앙.”
롭은 셋에게 푸짐한 식사를 내줬다. 태산이에겐 그의 몸보다 더 큰 그릇에 고기를 담아 줬는데, 그게 이 집에 있는 가장 작은 그릇이었다. 희와 제피르에겐 찻잔에 음식을 담아 줬다. 이 찻잔도 롭에겐 가장 작은 것이었는데, 희와 제피르 둘이 들어가도 여유로웠다.
“히히. 재밌어.”
“히힝.”
식사를 마치고 롭은 셋에게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물었다.
셋은 롭에게 그가 주는 선물을 태주에게 전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선물을 꿈의 정원의 정원사에게 주고 싶다고? 허허. 사랑받는 정원사로군.”
“희, 태주 좋아.”
“그럼 정원사가 좋아할 만한 거로 선물하지. 인간이라고?”
“히히힝.”
“음악을 좋아하고?”
제피르가 본 태주는 항상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다. 최근엔 덜 했지만, 매일 빼놓지 않고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정원의 식구들이 모여서 파티를 할 때는 기타도 연주했고, 노래도 많이 불렀다. 악기를 선물하면 좋아할 것 같았다.
제피르의 설명을 들은 롭이 좋은 물건이 있다며 가지러 갔다. 돌아온 그의 손에 곱게 포장된 상자가 하나 들려있었다.
“이것이라면 인간 정원사도 마음에 들어 할 것이네.”
희 일행이 환호를 지르며 좋아하자, 거인 롭도 ‘허허허.’하고 웃었다.
거인의 콩 나무를 올라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처음 한 번뿐이다. 반신인 롭은 세상에 파란을 일으킬 정도로 강한 무구(武具)도 가지고 있고, 웅장한 성(城)한 채 값이 나가는 보석도 여럿 가지고 있었다. 또 펫이나 요정이 먹으면 능력이 강해지는 비약도 가지고 있었다.
선물을 주기 전에 그런 설명을 모두 해주었지만, 이 셋은 의견을 바꾸지 않고 정원사의 선물을 바랐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었다.
그는 이 작고 사랑스러운 세 손님에게 축복을 내려 주었다. 장인을 담당하는 반신인 그가 내리는 축복이 셋에게 그다지 효용은 없을 테지만, 축복을 받는 것만으로 튼튼한 신체를 얻을 수 있으니, 아직 어린 그들에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콩 나무뿌리로 보내 주지. 잘 가게나.”
“응, 고마워 롭.”
“히히잉.”
롭의 마법으로 단번에 콩 나무뿌리에 도착한 일행은 선물 상자를 챙겨서 피라미드를 나왔다. 피라미드를 나선 그들을 태주가 반겨주었다.
불안감을 이기지 못한 태주는 점심을 먹자마자 피라미드 입구에 다시 가서 기다렸다. 혹시 다치지는 않았을까 걱정돼서, 펫 용 약을 손에 쥐고 기다리고 있었다.
“무사했구나. 다행이다.”
“태주, 재밌었어.”
“그래.”
“이거 선물.”
“응?”
셋을 데리고 따뜻한 오두막으로 돌아오기 무섭게 희가 상자를 내밀었다. 곱게 포장된 상자엔 붉은색 리본까지 묶여있었다.
‘피라미드에 선물 가게가 있나?’
“고마워.”
“히히. 우리가 받았어. 태주 거야.”
누구에게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무사히 피라미드에서 나온 것만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셋은 달랐는지, 어서 열어 보라는 재촉이 담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스르륵.
“헉! 과르네리? 과르네리 델 제수? 이런 미친.”
너무 뜻밖의 물건이 상자에서 나오자 험한 말이 나오고 말았다. 어린 펫과 희와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항상 조심하는 편이었는데, 실수했다.
“태주, 맘에 들어?”
“세상에. 희, 맘에 드냐고? 과르네리를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어.”
“히히.”
“세상에, 너희들 정말….”
과르네리. 바이올린의 거장들이 모두 사랑하는 악기이다. 아니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누구나 사랑하는 악기다. 전 세계에 140여 개 정도만 남은 희소성 높은 명기. 꿈의 악기라고 불리는 그런 악기가 제 눈앞에 놓여있었다.
*
희와 제피르는 태주를 앉혀놓고 모험 얘기를 들려주었다.
태주는 초콜릿 풍뎅이를 먹고 마시멜로가 자라는 버섯을 먹은 얘기에 피라미드에 간 것이 맞나 의심스러웠지만, 얌전히 얘기를 들었다. 해골 병사와 싸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모험이 아닌, 달콤한 간식을 먹는 모험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콩 나무를 타고 올라가 거인을 만나고, 그 거인에게 단 한 번뿐인 선물 받을 기회를 자신을 위해 썼다는 얘기를 듣고 감동하고 말았다.
“태주, 울어?”
“조금. 너무 감동해서.”
“태주, 연주해줘.”
희가 태주에게 바이올린을 연주해 달라고 부탁했다. 눈이 내린 뒤로 바이올린을 연주한 적이 없었다. 아니, 선율 촬영이 끝난 후론 거의 연주하지 않았었다.
오랜만에 하는 연주를 이렇게 귀한 바이올린으로 하게 되다니. 태주는 기대하는 희와 일행에게 최고의 연주를 들려주고 싶었다. 다시 말해 잠시 연습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희 저녁에 들려줄게. 조금 기다려줄래?”
“으응. 알았어.”
*
그날 저녁 태주는 해나에게 부탁해 맛있는 요리들을 준비했다. 희가 좋아하는 호박파이와 크림 뷔렐레를 준비하고, 홍차 와인 분수에서 와인도 한 병 담아왔다. 태산이와 단단을 위한 고기도 준비해두고 작은 연주회에 초대했다.
시간이 되어 소형 공연장에 불이 밝혀졌다. 정원 등불들이 날아와 공연장의 좌석을 밝혀주었다.
태주는 불꽃 열매 화로를 발치에 놓아두고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했다. 눈이 내리는 정원의 저녁에 아름다운 연주 소리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해나는 태주가 부탁한 대로 훌륭하게 접대를 했다. 작은 희가 먹기 편하게 숟가락으로 크림 뷔렐레를 깨뜨려 주기도 하고, 제피르가 마시기 편하게 입구가 넓은 칵테일 잔에 와인을 따라줬다.
“희, 제피르, 태산아. 고마워.”
태주는 잠시 연주를 멈추고, 테이블 위에 앉은 셋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다시 작은 청중을 위한 연주를 시작했다.
반신 롭의 배려인지 바이올린에는 마법이 걸려있었다. 관리하고 보관하기 힘든 점을 보완할수 있는 보존마법과 귀속 마법이었다. 덕분에 눈이 내리는 소형 공연장에서 걱정 없이 연주할 수 있었다.
그는 단 한 번의 기회를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사용한 셋의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그런 그의 마음이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에 녹아 있었다.
희와 제피르, 태산은 태주가 자신들이 선물한 악기로 연주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맛있는 음식, 듣기 좋은 음악 그리고 좋아하는 태주가 기뻐하는 모습. 눈 내리는 정원의 작은 연주회는 셋에게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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