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second life of the soldier RAW novel - Chapter (238)
238화
– 이름 : 종장(終章) – 2
– 설명 : 당신은 혼돈으로 물든 협곡에서 도망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악을 상대하기 위해 준비하십시오.
눈앞에 떠오른 퀘스트 메시지.
나는 그 메시지를 읽어 내려가며 이렇게 느꼈다.
대비하라고. 방법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고.
‘마치 시스템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나는 다시 고개를 들어서 눈앞의 범선을 바라보았다.
퀘스트의 원인. 저것이 퀘스트 발생의 트리거다.
나는 그것을 자세히 살폈다.
날개처럼 생긴 돛이 달린 기이한 생김새의 범선. 그건 분명히······
‘······떠 있어. 공중에 떠 있어.’
마치 자기부상 열차처럼, 마치 내 주변을 부유하는 모노리스처럼 말이다.
기이하고도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바다가 아닌 지상에서 움직이려면 말 수백 마리를 동원해야 할 크기의 물체가 떠 있다니.
그리고 양측의 날개처럼 생긴 돛 아래에 달린, 두 개의 거대한 보석.
웅─
그것들이 이따금 푸른 빛을 낼 때마다 바위에선 짙은 마력이 뿜어져 나왔고, 그럴 때마다 배가 위로 살짝 오르는 게 눈에 띄었다.
커다란 닻이 근처 바위 무더기에 내리박혀서 고정되어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면 범선은 하늘 위로 날아가 버렸을지도 몰랐다.
전반적인 외양을 보건대, 이게 무엇인지 확신할 수 있었다.
‘비행선?’
그 단어가 머리에 떠올랐을 때, 내 옆으로 카웰이 다가왔다.
“신기하지 않소? 무려 악마 사냥꾼 제이드가 놀라는 모습을 보니까, 내가 다 뿌듯하군! 하하!”
“날 수 있는 겁니까? 저 거대한 범선이?”
“저기 저 보석이 보이오? 저게 배를 띄울 수 있는 장치이지!”
로터 같은 건 아니다. 그렇다면 공기의 반작용을 이용하는 건 아닐 테고······.
‘······설마, 중력을 거스를 수 있는 건가?’
이에 카웰이 이어서 설명했다.
“제국의 시조가 세 마리의 드래곤을 처치하고 이 땅에 깃발을 꽂았을 때, 놈들의 몸에서 특수한 보석, 비행석을 얻었소.”
“비행석이라······.”
“말 그대로요. 거대한 드래곤이 날 수 있는 비밀! 비행석은 마나를 주입하면 몸을 떠오르게 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소.”
하긴, 거대한 드래곤이 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겠는가?
물리학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다만,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인 만큼, 그저 어떤 강력한 마법이 있겠거니 생각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그게 ‘역중력’을 이용한 것이었을 줄이야?
“그걸로 우리는 하늘을 나는 배를 만들었소. 바로 ‘알바트리온’을 말이오.”
카웰은 팔짱을 낀 채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언뜻 들어본 적은 있어.’
제국에는 하늘을 나는 배가 있다고 말이다.
다만, 당연히 제국에 대한 환상이 지어낸 허구라 생각했는데······.
‘······근데 이름이 알바트리온이라고?’
시조가 처형했던 용의 이름을 그대로 넣는다니······.
‘이 정도면 고인, 아니 고룡(故龍) 모독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이걸로 확신할 수 있었다.
카웰 가문. 그들이 드래곤 슬레이어의 후예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 비행석이란 것에 마력을 제대로 주입하기 위해서, 대륙에서 가장 큰 마정석을 구했소. 그게 바로 저 두 동력석이고.”
날개돛 아래에 달린 채 마력을 뿜어내고 있는 거대한 보석이 ‘동력석’인 듯했다.
물론 온갖 마법공학 장치를 보았고, 오토마톤 형태의 골렘도 보았지만, 이건 좀 확실히 신기하다. 실로 하이테크놀로지 같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면 선원들 대다수가 마법사겠군요? 마력석에 동력을 공급해야 하니 말입니다.”
“오, 역시 통찰력이 있으시군. 마법사만 서른 명이 타고 있지. 그것도 3서클 이상들만!”
제국이라서 가능한 수준이다.
이걸 또 마이어스의 눈에 안 띄게 운용하고 있었다는 것도 대단하다.
······아니, 안 띈 거 맞겠지?
“저걸 타고, 마계를 갔다 오셨단 말입니까?”
마계는 위험하다.
아마 이들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그곳에 가보지 못했겠으나, 마계가 위험한 곳이란 것은 당연한 상식이고 당연한 추론이다.
마계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어느 방향인지는 추론되고 있었다.
뱃사람들이 어느 먼바다로만 가면, 무시무시한 바다 괴수들을 맞닥뜨리곤 했기 때문이다.
일명 괴물의 해협.
그 너머로는 배가 갈 수 없다는 전설이.
아니, 사실이 뱃사람들의 입을 타고 대륙 전역으로 퍼졌다.
그렇기에 아마 그 너머엔 마계가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그렇소. 갔다 왔지. 그것도 3번이나.”
카웰이 빙그레 웃으며 손가락 3개를 펼쳤고, 이윽고 두 개를 접더니 하늘을 가리켰다.
“경이 무슨 생각하는지 알고 있소. 마계로의 접근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싶으시겠지. 하지만 하늘은 비교적 안전하지.”
“비교적이라고 하면······?”
“하늘에도 마수는 존재하오. 하지만 고도를 최대한 높이면 안전하게 피해 갈 수 있소. 그 악마 놈들도 구름 위까지 올라가는 건 싫어하기 때문이오. 아마도 햇빛에 너무 오래 노출되는 걸 꺼리는 듯한데······ 어쨌든, 알바트리온의 힘은 그렇게 높이까지 올라갈 수 있소.”
카웰은 끌끌 웃으며 알바트리온 아래에 설치된 ‘동력석’을 가리켰다.
“우리는 총 세 번의 원정을 떠났었소. 그리고 그 목적은······”
잠시 뜸을 들인 카웰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악마들의 숨통을 끊을 방법을 찾기 위해서.”
숨통을 끊는다니······ 혹시 악마들을 몰살할 방법이라도 찾았단 말인가?
나는 기대감과 의아함이 섞인 시선을 카웰에게 보냈다.
그러자 카웰은 헛기침하더니 턱을 긁으며 내 눈치를 보았다.
“큼, 내가 너무 신이 나서 떠들었나? 생각해보니, 이런 말을 감히 제이드 경 앞에서 하는 것도 우습군. 현재 제이드 경은 대륙에서 유일무이하게 인정받는 악마 사냥꾼이니까.”
“그 정도까진 아닙니다만······.”
나를 치켜세우는 카웰의 말에 과찬이라 평가했다.
그러나 카웰은 오히려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겸양하실 필요는 없소. 그대는 우리의 진정한 희망이니까.”
“하하······.”
“내가 만나본 자칭 악마 사냥꾼이라고 하는 녀석 중 진짜 악마와 마주한 놈은 없더군. 기껏해야 마수 몇을 처리했던 정도였으니······.”
카웰은 불쾌한 기억을 떠올렸다는 듯 잠시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었다.
‘보니깐, 자칭 악마 사냥꾼들 때문에 골치 아팠던 적이 있나 본데.’
생각해보면 마계로 원정을 세 번이나 갔다 온 인물이다.
악마에 관한 전문가 중 믿을만한 이들을 찾아서 원정대에 참가시켰겠지.
하지만 대다수는 사짜였을 테고 살아서 돌아왔으면 다행이리라.
“그렇다면, 그 악마들을 숨통을 끊을 방법은 무엇입니까?”
카웰이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오라고 손짓하고는, 비공정 알바트리온의 뒤쪽으로 걸어갔다.
“악마들은 그 강력한 힘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로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졌소. 때로는 죽지 않는 불사의 존재 혹은 신적인 존재로 여겨지며, 악마 숭배자들이 들끓기도 했지. 하지만 악마도 머리나 심장이 터지면 죽는 존재요. 이건 그 누구보다 제이드 경이 제일 잘 알고 있을 테지만.”
“죽기 전에 울부짖더군요.”
내 말에 카웰이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그는 진심으로 재밌다는 표정을 짓더니 내 얼굴에 손가락을 들이대며 말했다.
“근 1년간 들었던 말 중 단연 최고의 한 마디였소! 그대가 마음에 드는군! 자, 어쨌든! 내가 보여줄 해답은─”
이윽고 웬 화물 더미 앞에 멈춰서더니, 어떤 것을 발로 툭 건드렸다.
텅─
검은 천으로 꽁꽁 싸매진 정사각형의 무언가.
카웰이 찼을 때 난 소리를 보면 나무 상자는 아니었고 철로 만들어진 물건인가?
“바로 이게 내가 구해온 답이오!”
카웰이 검은 천을 힘껏 걷어냈다.
그 순간─
– 캬아아악! 가려줘! 햇빛은 싫다고!
괴성과 함께 드러난 건, 철창 속에 갇혀 있는 기이한 생명체 한 마리였다.
뾰족한 귀와 붉은 눈동자, 그리고 난쟁이 같은 왜소한 체구.
언뜻 보면 고블린을 닮은 주둥이와 코까지.
나는 이 존재를 곧장 알 수 있었다.
“이건······ 임프잖아?”
임프.
악마들의 시중을 드는 하위 악마였다.
악마의 시종이라고도 불리는 녀석이다.
그것이 철장 속에 갇혀 있는 것이었다.
한 마리 짐승의 꼴로.
“오, 임프에 대해 아십니까? 역시 진짜 악마 사냥꾼은 다르시군요.”
“예, 뭐······.”
그야 모를 수가 없지.
멸망을 향해 치닫던 1회차에서 지겹도록 보았으니 말이다.
흡사 고블린처럼 바글바글 몰려다니며, 인간을 사냥하고 욕보이던 잡졸들.
물론 고블린보다 몇 배는 더 영악하고 강력한 존재라는 게 문제였지.
– 키이이익! 부, 부탁이다! 햇빛을 가려줘!
상자 속 임프는 가장 애절해 보이는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카웰은 그를 가벼이 무시하며, 다시금 설명을 이어 나갔다.
“크하하! 지난 세 번째 원정 때 포획한 놈이오! 아주 싱싱하지! 심지어 그것도 마계 중심부에서 고위 악마의 시종이었던 놈이라면 믿겠소?”
“······고위 악마의 시종?”
이에 카웰은 정답을 맞혔다는 듯이 손가락을 튕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고위 악마. 그게 키포인트지. 악마들은 특정 속성의 힘으로 죽이거나 봉인할 수 있지만, 고위 악마는 격부터 다른 존재요. 제이드 경께서 방금 마주했다고 들었소.”
카웰이 얼굴을 찌푸렸다.
“방금 전 협곡에서.”
카웰의 말에 나는 곧장 한 악마를 떠올렸다.
‘······라웨굴.’
존재만으로도 공포에 질리게 할 정도의 위압감을 지닌 악마.
시선만으로도 모두를 굳게 만들었던 라웨굴.
그 경험은 솔직히 말해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정도로 불쾌했다.
‘내가 그 거대한 악마와 맞설 수 있을까?’
동시에 그런 생각도 들었다.
당시의 나는 곧장 맞서 싸울 생각을 접었었다.
오로지 살기 위해, 탈출할 방법을 모색했을 뿐이다.
“그 거인 말이지······.”
“으으,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
나뿐만 아니라 단원들과 교단의 성기사마저 얼굴이 굳은 채 고갤 숙이고 있었다.
모두가 통감하는 것이다.
그때의 불안감을.
그때의 공포를.
꾸욱.
“······놈을 처리할 방법이 있다는 겁니까?”
나는 주먹을 꽉 쥐며 카웰을 향해 물었다.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세게 말한 감도 없잖아 있었다.
“역시. 다른 쭉정이들과는 다르군. 고위 악마에게도 겁을 먹지 않는다니.”
카웰이 감탄했다는 듯 고갤 끄덕이곤 말을 이었다.
“고위 악마. 그것들을 제거할 방법을 바로 이놈을 통해 알아냈소.”
텅─
카웰이 임프가 갇힌 우리를 걷어차자, 녀석이 살려달라며 몸을 더욱 움츠렸다.
“어이, 말해봐라.”
– 키이익! 고, 고위 악마님들께선! 생명을 몸 밖으로 꺼내는 주술을 사용합니다! 바, 반대로 그걸 노리면 고위 악마님들이라도 소용없습니다!
낑낑거리는 임프의 대답.
그에 카웰은 몸을 돌려 저 멀리 펼쳐진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이른바······ 생명이 담긴 라이프베슬.”
생명이 담긴 그릇.
“우리는 곧 그걸 탈취할 생각이오.”
저 어딘가에 있을 마계를 바라보며 카웰이 중얼거렸다.
“마계로 직접 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