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second life of the soldier RAW novel - Chapter (248)
248화
끼익.
쿵.
나는 방으로 돌아온 뒤 곧바로 침대로 몸을 던졌다.
깃털과 솜이 섞인 침대보가 풀썩 소리와 함께 나를 받아주었다.
“후우. 피곤하구만······.”
신체적인 피로는 없었다.
항시 단련의 축복이 내 몸을 빠르게 회복시켜주고 있었으니.
하지만 이래저래 원정과 요새에 관한 걸 신경 쓰다 보니, 정신적으론 녹초가 된 상황이었다.
나는 손에 들린 펜던트를 바라보았다.
검지와 중지 사이로 늘어진 끈을 따라 펜던트가 괘종시계의 추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대체 무엇일까.
‘아마 카일이 용사가 되는 과정에서 중요했던 물건이었겠지.’
그때, 펜던트를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내 눈동자 위로 시스템이 떠올랐다.
띠링!
[아이템 정보]– 이름 : 별의 근원으로 만든 펜던트
– 설명 : 별의 가장 중심부, 근원의 일부를 조각해 만든 펜던트이다. 고대, 이름 없는 왕이 선물한 것이 에이온 왕국으로 넘어간 듯하다.
– 효과 : 1) 근처의 별의 조각을 발견할 시, 진동하며 반응합니다.
그리 짐작하는 그때, 한가지 단어가 시선에 꽂혔다.
“이름 없는 왕? 설마······ 망령왕?”
설마 망령왕이 카일의 선조에게 선물한 펜던트, 그런 건가?
그러고 보니 카일이 별의 조각을 찾는 데 썼다고 말했었지.
그리 중얼거리고 있자니, 시야의 시스템이 갱신되기 시작했다.
띠링!
[별의 근원으로 만든 펜던트가 흑암성의 힘에 반응합니다.] [펜던트에 담겨 있던 망령왕의 힘이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별의 근원으로 만든 펜던트의 정보가 갱신됩니다.] [아이템 정보]– 이름 : 망령왕의 펜던트
– 설명 : 별의 가장 중심부, 근원의 일부를 조각해 만든 펜던트이다. 현재 망령왕의 힘의 일부가 봉인되어 있다.
– 효과
1) 별의 조각이 근처에 있을 시, 펜던트가 반응합니다.
‘망령왕의 펜던트라고······?’
망령왕이 누구인가.
흑암성의 힘을 다루던 고대의 강자이자, 대륙의 악마들을 봉인시켰던 인물이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시스템은 끝나지 않았다는 듯 또 한 번 울리기 시작했다.
띠링
[망령왕의 펜던트를 소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정보]– 제목 : 계승(繼承)
– 설명 : 당신은 망령왕의 유품과 접촉했습니다. 펜던트의 힘을 깨우기 위해서는 자격을 증명해야 합니다. 부디 시험에 통과하고, 세계의 어둠을 조사해 그 안에 담긴 전설과 힘을 취하십시오.
[마기 포식자를 획득 혹은 소유권을 획득하십시오.] [별의 조각을 5회 이상 획득하십시오.] [망령왕이 생전 사용했던 무구를 획득하십시오.] [별의 조각으로 만든 무구를 획득하십시오.]·
·
·
[마기 포식자의 소유권이 확인되었습니다.] [별의 조각 12개의 습득이 확인되었습니다,] [정령병기 – 이프리트의 소유권이 확인했습니다.] [모노리스의 소유권이 확인되었습니다.]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펜던트에 담겨 있던 망령왕의 힘을 흡수합니다.] [망령왕의 힘을 흡수해 근력이 11만큼 상승합니다.] [망령왕의 힘을 흡수해 민첩이 12만큼 상승합니다,] [망령왕의 힘을 흡수해 마력이 15만큼 상승합니다.] [스킬 – 검술(LV. 16)이 망령왕의 검술(LV. 4)로 진화합니다.] [스킬 – 화술(LV. 10)이 망령왕의 호령(LV. 1)으로 진화합니다.] [특성 – 영웅[A]이 위대한 영웅[S]으로 진화합니다.] [특성 – 용맹함[D]가 영웅의 용맹[A]으로 진화합니다.] [칭호 – 흑암성의 두 번째 후계자를 획득합니다.]“뭐, 뭐야 이게······.”
반응할 새도 없이 우수수 떠오른 시스템 창에 당황한 나는 손을 휘저었다.
메시지가 어찌나 많이 떠올랐는지 내 시야가 전부 가려진 것이다.
망령왕의 검술? 흑암성의 두 번째 후계자?
눈앞에 마구잡이로 떠오른 메시지.
나는 그를 하나하나 읽어 내려갔다.
순식간에 성장한 내 스탯과 스킬들.
거기에 위대한 영웅과 후계자라는 칭호까지.
······이제는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카일의 서사를, 용사의 운명을 가져왔다는 것을.
본래 카일이 가져야 했을 힘이고, 인정받아야 할 직위들이다.
그것들이 내 것이 된 것이다.
“하······.”
솔직히 짐작은 하고 있었다.
카일이 중심에 서야 할 이야기에는 전부 내가 서 있었고, 어느새 이야기를 이끄는 건 카일이 아닌 내가 되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후회도, 불안함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하고 있었다.
‘카일이 닿지 못했던 엔딩. 거기에 반드시 도달해주지.’
꾸욱.
나는 주먹을 쥐며 창밖의 푸르른 달을 바라보았다.
* * *
어느새 시간은 흘러 다시 또 밤이 찾아왔다.
그리고 이날은 마계 원정을 떠나기 하루 전날의 밤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일까?
나는 칼테르 요새의 공기가 떨려오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착각은 아니다.
비공정, 알바트리온. 그것의 동력석에 마력을 주입하며 이따금 진동하고 있는 것이었으니.
하지만 나는 그 소리가 마치 누군가의 긴장한 심장 소리처럼 느껴졌다.
대륙의 사활을 건 전쟁을 앞둔 병사의 심장 소리처럼 말이다,
그렇게 떨리는 공기를 들으며 성벽에 우두커니 서 있자니, 칼테르 요새의 입구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
하나 같이 푸른 로브를 쓰고, 지팡이를 든 이들.
바로 푸른 마탑에서 지원을 온 마법사들이었다.
“제이드 백작님. 지난 날의 은혜를 갚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먼 길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푸른 지혜들이여. 그대들의 도움을 잊지 않겠습니다,”
나는 대표로 나선 마법사와 이야기하며 악수했다.
마법만 연구했다는 듯 대표의 손은 근육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들에게 바라는 건 전장의 흐름을 바꿀 마법이니까.
나는 대표를, 그리고 뒤의 마법사들과 눈을 마주쳤다.
하나 같이 현기가 가득한 시선들이었고 망설임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마침내 마지막 마법사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곳엔 용사 파티의 마지막 멤버이자, 2회차의 내가 가장 처음으로 만난 영웅이 서 있었다.
“오랜만이네요. 아저씨?”
도로시.
푸른 마탑의 정식 마법사가 된 그녀가 지팡이를 들고 짐짓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인사했다.
하지만 곧장 내 말에 그 표정은 와르르 깨졌다.
“에르뒴 산맥의 겁쟁이 꼬맹이가 이렇게 자랐을 줄이야.”
“꼬맹이 아니거든요!? 아저씨?”
“나도 아저씬 아니거든?”
피식.
잠시 시선을 교환한 나와 도로시는 누구랄 것 없이 웃음을 터트리곤 악수했다.
“축하해, 도로시. 역대 최고의 성적으로 마탑을 졸업했다면서?”
“당연하죠. 이제는 공인 마법사이자, 푸른 마탑의 아티팩트 부서 연구원인걸요?”
1년도 되지 않아 푸른 마탑의 아카데미를 졸업한 천재.
동시에 푸른 마탑의 상층부로 곧장 채용된 이례적인 마법사.
그게 도로시라는 소녀였다.
“마탑에서 널 순순히 보내주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온 거야?”
물론 내가 지원을 요청하긴 했지만, 도로시가 올 수 있을까 하는 의심도 있었다.
마법계 역대 최고의 천재라 평가받는 도로시가 전장에 가려 한다면 붙잡는 이들이 한둘이 아닐 테니까.
내 물음에 도로시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헤헤. 사실 떼 좀 썼어요. 안 보내주면 마나 하트를 부수고, 마법은 쳐다도 안 볼 거라고요. 다른 아이들이라면 안 통했겠지만······ 저라서 가능한 전략이었죠.”
“······.”
나는 도로시의 말에 잠시 말을 잃었다.
스스로를 걸고 과격한 협박이라니······
‘이거 괜찮은 게 맞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드는 그때, 도로시가 마저 말했다.
“그리고 듀크마 스승님······ 아니, 마탑주님은 흔쾌히 허락했었고요.”
“그건 의외네.”
“의외랄 것도 없죠. 저랑 마탑주님 둘 다 알고 있는걸요?”
도로시는 잠시 주변을 살피곤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악마들에게서 승리하지 못하면······ 대륙이 멸망할 수도 있다는걸.”
거기까지 알고 있을 줄이야······.
나는 고갤 끄덕이며 인정했다.
“맞아. 반드시 멸망할 거야. 그래서 반드시 싸워야 하고.”
“그래서 말인데요, 아저씨. 부탁이 있어요.”
도로시는 결연한 표정을 짓더니 나를 향해 말했다.
“저도, 마계 원정에 참여하게 해주세요.”
“······뭐?”
나는 그 말에 당황했다.
마계 원정을 알고 있는 것? 그건 그럴 수 있었다. 이미 듀크마에게 보낸 편지엔 마계 관련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으니.
하지만 도로시가 마계 원정에 참여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도로시는 칼테르 요새에서 악마들을 막아줄 것이라 상정하고 있었으니까.’
하여 도로시에게 거절의 의사를 비치려는 그때.
도로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저씨.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예전에 아저씨를 만났을 때부터 제 인생의 길이 결정되었다고요.”
도로시는 오래전 나와의 첫 만남을 이야기했다.
“에르뒴 산맥, 제7 소초. 기억하세요? 그때 놀들이 습격해오는 절체절명의 순간. 아저씨가 제게 말했었죠. 할 수 있다고.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고.”
······기억난다.
도로시가 트라우마로 마법을 쓰지 못하던 시절, 설득하기 위해 했던 말이니까.
“모든 게 끝장나고 말 것 같았던 순간에, 저는 깨어날 수 있었어요. 용기를 내고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죠. 그 모든 게 아저씨 덕분이에요. 이게 인간 도로시가 하는 말이죠.”
도로시의 결연한 눈동자가 나를 응시했다.
“마법사 도로시의 이야기도 해드릴까요? 악마들과의 전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수련했어요. 새로 마법도 창조했고요. 이미 마탑주님게 허락받고, 마기를 막아낼 아티팩트들도 가져왔어요.”
도로시의 말은 거짓이 아니라는 듯 곧장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
[마법사, 도로시가 세이비어 결사단에 입단을 요청합니다.]“······.”
눈앞에서 명멸하는 메시지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도로시, 그녀를 정말로 데려가도 되는지.
그리고 결심했다.
“······좋아. 도로시, 하지만 각오해야 할 거야. 네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위험할 테니까.”
“저, 정말이죠? 무르기 없기에요!”
위험한 사지로 들어가는 것에 기뻐하는 소녀를 보며 나는 만감이 교차했다.
열다섯 밖에 안 되는 어린 소녀를 데려가는 상황이었으니.
하지만 도로시는 유약한 여자나 어린애가 아니다.
그저 뛰어난 천재도 아니다.
‘용사와 함께 싸워나갔던 영웅이니까.’
그리고 그 이유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도로시는 변수다.
이네스처럼 굳건히 공격을 막아낼 수도, 바바크처럼 달려드는 적들을 휩쓸어 버릴 수도 없다. 하지만······ 도로시는 단 한 번에 전장을 뒤집어 버릴 수 있다.
그건 공격일 수도 있었고, 수비나 탈출일 수도 있다.
하나의 트릭스터.
히든 카드.
조커.
그걸 잘 알기에, 나는 도로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와 도로시 사이에 눈으로 볼 수 없는 실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마기를 저항하고, 이겨내는 힘.
마기 저항, 흑암성이 그녀에게 부여되기 시작한 것이다.
“······어? 마나 하트가······?”
“뭔지 알겠어?”
내 물음에 도로시는 잠시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감았다.
그러곤 무언갈 깨달았다는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더 연구해봐야겠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어요.”
활짝 웃은 도로시가 고갤 끄덕였다.
“악마들을 더 고통스럽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 *
다음 날 아침.
마계 원정의 날이 밝았다.
새벽에도 쉬지 않고 날아든 전서구들은 혼란해진 제국의 상황을 알렸다.
악마들은 제국 수도의 초입까지 진격했으며.
수도 내부에서는 마이어스의 세력과 저항하는 세력으로 양분되어 내전을 시작했다.
이미 수도는 대응할 능력조차 잃고, 혼란에 빠진 상황.
이미 몇 개의 영지가 불에 타올랐고, 대대적인 피난 행렬이 늘어서고 있다고 한다.
그런 소식이 수두룩한 상황.
나를 포함한 모두가 이젠 느끼고 있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는걸.
제국 전체가 악마들에게 집어삼켜진다면, 그들의 힘과 세력은 배로 불어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막을 수 없다.
“일어나죠.”
내 말과 동시에 회의장에 있던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바트리온의 선장, 카웰.
와이트 아울 기사단의 부단장, 이네스.
세계 관측자, 카일.
그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자, 건물 밖으로 세이비어 결사단과 알바트리온의 선원들이 도열해 있었다.
아니 이제는 원정대원들이라 불러야 할 녀석들은 마리온의 갑옷으로 완전무장한 상태.
마누스 왕국에서, 주신교단에서, 푸른 마탑과 생명의 숲의 엘프들에게까지.
모든 곳에서 지원받아 무장된 대원들의 전투력은 한 단계 크게 도약했다.
그를 보며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우리는 지금, 역대 최고의 전력이라는 걸.
우우우우웅──!
요새 공터 한 가운데 정박한 알바트리온이 뱃고동을 울리며 신호를 알렸다.
동시에 나와 카웰은 양쪽으로 도열한 원정대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나는 도열한 대원들을, 그리고 후열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출전이다!”
마계 원정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