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second life of the soldier RAW novel - Chapter (250)
250화
캐슬 베나룸.
헬리오스 제국의 수도이자 역사상 단 한 번도 함락된 적이 없는 성이었다.
절벽처럼 높고 철벽처럼 단단한 방벽은 그 어떤 침략자조차 넘지 못했다.
이는 하나의 상징이었다.
제국에 어떠한 풍파가 닥치더라도 제국이라는 두 글자만큼은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는 상징.
그렇기에 황자들의 전쟁으로 황좌의 주인이 바뀌었을 때도 베나룸 성의 성벽은 함락되지 않았다.
만일 성 내부에서 벌어진 내전이 아니라 성벽을 사이에 둔 전투였다면, 현 황제의 혈통이 있지 못했으리라는 게 제국 호사가와 역사가들의 고견이었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수도 바깥에 있었다면 일을 시작하지도 못했겠죠. ······미리 침투해서 다행이군요.”
“큭, 웃기는군. 그 상상만 하던 이야기가 정말 도움이 될 줄은.”
엔힐 공작과 파가튼 사령관은 그 이야기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었다.
며칠 전, 파가튼 사령관과 함께 수도로 잠입한 엔힐 공작은 저항군을 결성했다.
대개 마이어스와 대척에 선 반대 세력이거나 황제의 충신들.
그들을 규합한 엔힐 공작은 황성을 점거한 마이어스의 심복, 슈피름 백작의 군대와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베나룸 성의 성벽에 선 엔힐 공작은 시야를 가득 메운 수도의 건물들을 바라보았다.
원체 넓은 수도인 만큼 곳곳에서 시가전이 벌어졌고,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뭉게뭉게 일렁이는 연기를 따라 엔힐 공작이 시선을 움직였다.
그게 멈춘 곳은 베나룸 수도의 정중앙이었다.
수도의 화려한 건물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으로 커다란 내성.
다름 아닌 황성이었다.
엔힐 공작이 파가튼 사령관을 향해 물었다.
“현재 황제 폐하께선 어떻게 되셨죠?”
“수도 밖으로 피신하셨네, 일단은 리즈번산의 요새로 향했다더군.”
“그나마 다행이군요.”
그 대답에 엔힐 공작의 구겨진 아미가 약간이나마 펴졌다.
마이어스의 꼭두각시로 알려진 황제.
사실은 총기를 잃은 척, 연기하며 마이어스의 가장 가까이에서 놈의 계략을 감시하고 있었다.
물론 결과적으론 마이어스의 음모를 막아내지는 못했지만, 세계관측자는 어느 정도나마 대비할 수 있었다.
“명심하세요. 백성들이 수도를 탈출할 수 있도록 성문을 개방해야 합니다.”
엔힐 공작이 주변의 부하들을 향해 목표를 상기시켰다.
그들은 수도를 탈환하러 온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수도에 묶인 사람들을 탈출시키는 것.
거기에 황제 역시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으니, 남은 건 수도의 백성들이었다.
현재 악마들이 수도를 향해 진격해 오고 있는 상황.
만일 이대로 탈출하지 못한다면, 백성들은 악마들의 먹잇감이 되어 전락할 것이 분명했다.
적들의 힘이 강해지는 걸 막기 위해서도, 주민들을 피신시켜야 하는 것이다.
“백성들을 위해서 투신하라!”
“악마들이 당도하기 전에 반드시 성문을 열어야 한다! 제국을 위하여!”
목표를 다잡은 저항군들이 성문을 향해 달려 나갔다.
성문의 도르래까지 밀어붙였고, 곧이어 다다를 것만 같았다.
허나 슈피름 백작 휘하의 적들 역시 필사적이었다.
“반란군 놈들의 말에 현혹되지 마라!”
“도르래를 지켜라! 놈들을 막아!”
성문에 대기 중이던 기사들이 오러를 펼쳤고, 성벽 위의 마법사들이 마력의 포화를 날렸다.
콰과과강!
성문을 두고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는 그때였다.
쿠구구구─!
저 멀리 수도 밖 언덕에서 지축을 울리는 무언가.
지진? 아니면 적군인가? 아군인가?
전투를 벌이던 모두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들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새 모습의 악마와 하늘을 가득 메운 마수들이었다.
키에에에엑!
캬아아아악!
푸르던 하늘이 마수들에 뒤덮여 간다.
악의 군세가 마침내 이곳에 도달한 것이다.
괴물들이 성의 동쪽을 향해서 몰려오고 있었다.
그 비현실적인 광경을 지켜본 이들은 하나 같이 넋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맙소사······!”
“저, 저게 뭐야!? ······악마?”
그건 마이어스 휘하의 병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 악마가 왜······?”
“그럴 리가······! 헛소문이 아니었다고?”
그들을 향해 엔힐 공작이 소리쳤다.
“이제 아시겠습니까? 마이어스가 악을 숭배한다는 것을! 그는 처음부터 인류의 편이 아니었어요!”
그들은 작금의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순전히 마이어스를 위해 싸워온 이들이었고 그 사유는 제각각이었다.
그의 반정을 지지하기 위해서, 혹은 그가 역모에 몰렸다고 생각했기에.
전부 마이어스가 오랫동안 눈과 귀를 막고 세뇌해 온 이들이었고, 그들의 충성심은 마이어스의 검과 방패가 되어주었다.
헌데 눈앞에 나타난 악마의 군대를 보는 순간.
거짓 선동이라 여겼던 마이어스 공작과 악마의 연관설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믿어왔던 현실이 한순간 무너지기 시작했다.
“여, 열어!”
성문을 지키던 한 기사가 다급히 소리쳤다.
“예? 무엇을······?”
“성문 열라고! 당장!”
기사의 명령에 병사들이 다급히 도르래를 돌렸다.
수도를 지키던 거대한 성문이 빠르게 열리기 시작했다.
악의 군대가 진격해오고 있는 동쪽의 반대쪽인, 서쪽 문이 열린 것이다.
엔힐 공작이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백성들을 피신시켜라! 악마의 군세가 오기 전에 탈출해야 한다!”
“탈출이다! 모두 움직여라! 짐쌀 시간도 없다!”
저항군들은 말을 타고 수도의 건물을 돌아다니며 소리쳤다.
잠시 후, 상황을 파악한 수도의 주민들이 성문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숫자가 너무나 많았다.
수도가 마이어스의 손아귀에 넘어갔을 때부터 백성들은 피난도, 탈출도 할 수 없던 것이다.
“모두 백성들을 호위해라! 수도를 버리고 탈출한다!”
하여 엔힐 공작은 백성들을 직접 호위하며 탈출을 이끌었다.
“공작, 모두를 구할 수는 없을 걸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최선을 다할 겁니다.”
파가튼 사령관이 우려를 표했지만, 엔힐 공작은 주저하지 않고 움직였다.
그 목적지는 베나룸 성 인근의 산길.
대륙 서부로 이어지는 도로였는데, 깊은 산중이기에 악마들이라도 빠르게 쫓아오지 못할 곳이었다.
이때를 위해서 동선을 파악하고, 길을 닦아두었기에 백성들의 피난은 문제없는 듯 보였다.
키에에엑─!
까아아악! 까아악!
하지만 일부 마수들은 그런 노력을 비웃듯 그들을 집요하게 쫓아오고 있었다.
이대로면 피난 대열이 잡히고 말 상황.
“아, 안돼. 이대로면 따라잡힐 거야!”
“지, 지금이라도 도망쳐야 해! 이만한 사람들을 데리고 어떻게 도망쳐!”
엔힐 공작을 따라오던 백성들이 공포에 질린 채 중얼거렸다.
피난이 이어질수록 그 간격은 좁혀질 게 분명할 터.
그 촉박한 상황 속에서 엔힐 공작은 승부수를 벌이기로 했다.
“······전 병력, 후방으로 도열하라.”
달려드는 마수들을 직접 막아서는 것.
“백성들이 피난을 갈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야 한다!”
“전부 방패를 들어라!”
그런 그녀의 뒤로 기사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전원 결의에 찬 눈빛을 띠었다.
설령 이것이 자살 돌격일지라도, 유의미한 죽음을 보일 것이다.
“인류를 위하여!”
“······이 세계 전체를 위하여!”
그녀를 따라서, 검을 치켜든 기사들이 박차 달려 나갔다.
* * *
원정을 떠난 지 5일 차.
여전히 알바트리온은 망망대해를 비행하고 있었다.
나는 단원들과 함께 선내에서 휴식하고 있었다.
장비 점검을 비롯해 대부분의 일은 끝냈기에 딱히 할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선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항해사들은 나침반과 지도 등 여러 가지 도구로 방향을 잡았고, 선원들은 풍향과 세기에 따라 날개 돛을 조정했다.
‘하늘의 돌풍은 언제 어디서 불어올지 모른다고 했었지.’
바다에서라면 그저 방향이 조금 틀어질 정도겠지만, 상공 위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자칫 돌풍에 잘못 휩쓸려 배가 뒤집히기라도 하는 순간, 추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여 선원들은 늘 경계하면서 날개 돛의 위치를 조율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오늘따라 더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오늘 우리는 마계에 도착한다.’
비행 5일 차, 아침.
수염을 깔끔하게 다듬은 카웰이 호쾌히 웃으며 알린 것이다.
“우리는 오늘 마계에 도착할 것이오.”
도착 예정 시간은 일몰 직전.
즉 저녁이 좀 안 되어 마계에 도착한다는 뜻이었다.
원정의 목적지인 마계에 도착한다는 소식은 원정대 모두의 몸이 달아오르기엔 충분했다.
심지어는 데릭과 로빈마저 긴장한 기색을 보일 정도이니 말은 다 했다.
그를 상기한 나는 선원을 지휘하는 카웰을 향해 다가갔다.
“카웰 공.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묻고 싶은 거라면······?”
“마계에 도착하는 때가 해가 떨어지는 시간이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해가 떨어질 시기면 사방이 어둠으로 잠길 것이다.
그런 상황에 자칫 마계에 발을 디뎠다가는 마수나 악마들에게 발각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내 우려를 들은 카웰이 정답을 맞혔다는 듯 고갤 끄덕이며 말했다.
“맞소. 밤의 마계는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하오.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땐 오십의 선원을 그대로 잃을 수밖에 없었지.”
카웰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머리 위로 펼쳐진 구름을 가리키곤 말을 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구름 위로 날아 마계의 중심부로 곧장 이동할 생각이오. 모습을 감추기엔 저기만 한 곳이 없으니 말이오.”
구름 위인가······
확실히 완벽히 은신할 만한 곳이라면 구름 위가 제격이긴 할 터다.
뭐, 어쨌든 마계 대륙은 아직 코빼기도 보이지 않으니, 차근차근 준비해나가면 될 것이다.
“참, 마계 이야기가 나와 덧붙이자면 그곳엔 원체 기괴한 생명체들이 많소. 매번 갈 때마다 새로운 종들을 수십 종은 마주했지. 경도 이따금 보지 않았소?”
나는 카웰의 말에 항해 도중 보았던 마수들을 떠올렸다.
하늘을 나는 뱀이나 늑대의 얼굴을 한 물고기.
심지어는 해수면 위를 걸어 다니던 해파리까지.
하나같이 정형화된 생김새 없이 기이하게 변이한 생명체들이었다.
‘그런 녀석들을 상대할 거면 차라리 구름이 나은 편이지.’
비공정, 알바트리온만이 가능한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겠는가.
카웰과의 이야기를 마치고, 나는 갑판으로 나갔다.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알바트리온의 갑판 선수 쪽에는 도로시가 앉아 있었다.
그런 도로시의 주위로는 온갖 마법진들이 형성되었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여러 기계를 두고 실험을 펼치는 학자와도 같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전날 도로시와 이야기했던 것을 떠올렸다.
‘흑암성과 비슷한 게, 하늘 위에 있다고 했었지.’
그것도 아주 거대한 기운이라고 했던가.
도로시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저 기운에 닿을 수 없을지, 계속해서 마법을 계산하고, 시전하고 있었다.
아마 도로시가 찾는 건 흑암성, 정확히는 우주를 떠돌고 있을 별의 조각일 것이 분명했다.
다만 도로시는 생각보다 잘 안되는지, 이따금 미간이 찌푸려지곤 했다.
나는 그런 도로시를 보며 흑암성에 관한 이야기를 복기했다.
우주의 바깥, 차원을 찢고 넘어온 마기를 막고 흡수했던 존재.
하지만 마기를 흡수하던 그것은, 임계치를 넘어가는 순간 산산이 조각났었다.
그리고 그 조각들이 대륙에 떨어졌고, 그중 일부가 바로 내가 지닌 물건들이었다.
마기 포식자의 주인으로 거듭나며, 망령왕이 내 머릿속에 집어넣었던 기억인 만큼 아직도 기억이 생생했다.
‘그런데 우주에 거대한 흑암성이 있다고?’
나는 도로시의 말에 흥미가 생겼다.
천문학이 발전하지 않은 이 세계 사람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문제겠지만, 나는 아니다.
우주에, 행성의 궤도 상에 거대한 흑암성이 공전 중인 것이 분명했다.
‘전부 떨어진 게 아니었단 말이지?’
당연히 흑암성이 산산조각 났을 때 전부 대륙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남아 있던 것이다.
‘그걸 끌어올 수 있다면······?’
한 가지의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는 그때.
휘오오오──!
난데없는 광풍이 불기 시작했다.
“뭐, 뭐야!”
“선체가 흔들린다! 다들 뭐라도 잡아!”
어찌나 강한 바람인지 알바트리온의 커다란 선체가 크게 흔들릴 정도였고, 갑판의 선원들마저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그와 동시에 도로시의 신형이 튕겨 나가는 게 시야에 들어왔다.
“꺄아악!”
“도로시!”
다행히 도로시의 몸에 연결된 하네스의 로프가 구명줄이 되어주었다.
“저, 저는 괜찮아요! 바람아, 나의 몸을 고정하라!”
허공에 매달린 도로시가 손을 휘젓자, 푸른 마력이 그녀를 감싸며 균형을 잡았다.
하지만 이변은 끝나지 않았다.
휘오오오오──!
더욱 거세지는 광풍을 피하고자 알바트리온이 급강하를 선택한 것이다.
투둑─
그러자 도로시와 비공정을 연결하던 로프가 한순간의 장력을 이기지 못하고 툭 끊어졌다.
“어, 어?”
“모노리스, 움직여!”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나는 모노리스를 날렸다.
관의 형태로 변한 모노리스가 빠른 속도로 쇄도하더니, 그대로 도로시를 받아 갑판으로 내려왔다.
“도로시, 괜찮아?”
“지, 진짜 죽다 살아난 기분이에요. 저, 살아있는 것 맞죠?”
“절대 죽게 하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나는 도로시를 안심시킨 뒤, 모노리스의 일부를 사슬처럼 만들어 각각 도로시와 배에 연결하고 나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하마터면 대마법사를 잃는 대형 사고가 될 뻔하지 않았는가.
“대체 어떤 녀석이······!”
내가 분노하며 고갤 들자, 하늘 위 구름이 어두운 빛깔로 물드는 게 보였다.
아직 한낮이었는데도, 마치 밤이 온 것처럼 말이다.
구름 위의 어둠.
그것이 꿈틀거렸다.
“······그림자?”
“이 하늘에 그림자라고?”
모두가 고개를 들었고, 본능적인 불안감에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크르르르─!
갑판을 나온 칼라마르가 경계하며 오러 윙을 펼쳤다.
그사이에도, 구름 속 그림자에서는 붉은빛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내 점차 선명해진 붉은빛의 정체.
그건 거대한 안광이었다.
꾸오오오───
고래를 떠올리게 만드는 기이한 울음소리를 낸 존재가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커다란 머리와 주변에 자라난 두꺼운 촉수.
흡사 문어를 닮은 두족류 형태의 거대한 마수였다.
마치 크라켄이 변이한 것 같은 모습에 모두가 질려 말을 잇지 못했다.
“카웰 공. ······저건 대체 뭡니까?”
“······나도 처음 보오. 빌어먹을 마계, 이제는 하늘도 지배할 셈인가?”
앞서 카웰이 설명했듯, 마계의 생명체는 원체 많고 기이하다.
아마 저것도 그런 것 중 하나로 보였다.
‘아니 애초에 카웰이 알고 있었다면, 이미 대비했겠지!’
뻗어오는 놈의 촉수를 보며 이를 악문 나는 카웰을 향해 소리쳤다.
“카웰 공!”
“알고 있네! 항해사! 뱃머리를 돌려라!”
알바트리온의 선체가 기울며 급히 기동했지만, 끝내 기다란 촉수 하나가 뱃머리를 잡아챘다.
우지끈─ 소리와 함께 선체가 거칠게 흔들렸다.
동시에 갑판 위, 상자들이 밖으로 튕겨 나가는 게 보였다.
푸쉬이이익─!
다른 촉수들에선 빨판 같은 구멍들이 우수수 열리더니, 검은 가스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마기였다. 그것도 강력한 마기.
“마기다! 다들 물러서!”
“크아아악!”
순식간에 마기에 둘러싸이자, 선원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비틀거렸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특성 – 흑암성이 정순한 마기를 흡수했습니다.] [일시적으로 근력이 3 상승합니다.] [일시적으로 마력이 4 상승합니다.] [일시적으로 체력이 2 상승합니다.]놈이 내뿜는 마기는 역으로 버프가 되었으니까.
몸에 힘이 솟는 걸 느끼며 단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브룩! 롭! 선원들을 챙겨! 카웰 공. 당신도 뒤로 물러서십시오.”
“큭. 아, 알겠네.”
비틀거리는 카웰과 선원들이 내부로 피신했다.
한편 도로시는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몸을 살폈다.
“정말······ 멀쩡하네요?”
나와 흑암성으로 연결된 만큼 마기로부터 저항, 아니 버프를 받았겠지.
그러더니 도로시는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 위의 문어 괴물을.
아니, 어쩌면 더 먼 곳을 말이다.
“······더 강렬하게 느껴져요. 손에 닿을 것처럼.”
쿠구궁!
그 사이에도 선체는 거칠게 흔들렸다.
뭐가 됐든, 일단 저 문어 새끼부터 처리해야 하는 상황.
“······환영 인사가 꽤 거친데.”
콰드드드득!
내 의지에 모노리스가 나선의 형태로 변형되기 시작했다.
마치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커다란 드릴의 형태.
그걸 확인한 뒤, 도로시를 향해 외쳤다.
“도로시! 바위 감상은 나중에 하고!”
“아, 네!”
“상승기류가 필요해! 강력한 걸로!”
도로시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바람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바람은 모노리스 드릴을 아래에서 밀어붙이기 시작했고, 점차 속도를 박차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후웅! 후웅! 후웅!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드릴의 끝부분이 문어 마수를 향했다.
“나도 그 인사. 제대로 받아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