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second life of the soldier RAW novel - Chapter (253)
253화
“아저씨, 이 빛은 대체······?”
펜던트에서 뿜어져 나온 광선.
그걸 본 도로시가 눈을 끔뻑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여기에 뭔가 있는 것 같아.”
나는 펜던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선의 궤적을 눈으로 쫓았다.
노르스름하면서도 새하얀 광선은 마치 별빛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런 감상을 느끼며 나는 여전히 손에 걸린 펜던트를 바라보았다.
이 펜던트는 카일이 내게 준 물건이었다.
그러니까 어쩌면, 용사의 운명이 담긴 물건일지도 몰랐다.
아니, 나는 그러리라 반쯤 확신하고 있었다.
‘카일은 이걸 형에게 물려받았다고 했지.’
카일의 형은 아버지에게, 또 조상들로부터 대대로 물려받은 이 펜던트는 특별하다.
별의 조각으로 만들어졌으며, 별의 조각을 찾을 수 있는 도구였다.
무엇보다도─
[망령왕의 펜던트가 반응합니다.]‘망령왕의 물건이었단 말이지.’
그런 망령왕의 펜던트가 내게 알리고 있었다.
마계에 묻힌 전사들을 찾으라고.
세상이 모르는 이야기가, 비화(祕話)가 저곳에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저 안으로 가봐야겠어.”
“저 안으로요?”
되묻는 도로시를 향해 고갤 끄덕이자, 도로시가 곧장 말을 이었다.
“그러면 저도 함께 갈게요.”
“괜찮겠어?”
도로시는 대마법을 펼친 지 얼마 안 된 상태다. 당연히 몸 상태가 좋을 리는 없을 텐데······
“저도 궁금하던 차에요. 그 빛을 내뿜는 펜던트도 그렇고, 마기가 거의 없는 이 동굴도 그렇고요. 이 힘은······ 마기를 이길 수 있어요. 제가 연구해봐야겠어요.”
그런 내 걱정을 일축하듯 도로시가 대답했다.
그러고는 제 가슴을 두드리며 활짝 웃어 보였다.
“그리고 아저씨가 나눠준 이 힘······ 이게 소모된 마력을 빠르게 채워주고 있어서 괜찮아요.”
그래서 괜찮은 건가?
본래 흑암성의 힘은 마기를 흡수하고 마력으로 바꾸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마력을 대량으로 소모하는 마법사와는 궁합이 잘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마법사 중에서도 대마법사의 자질을 가진 도로시에게 마력 회복이 달린다고?
‘어라? 나 ······도로시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 아닌가?’
대규모 마법을 끝없이 사용하는 대마법사라니.
나는 여전히 생긋 웃는 도로시를 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2회차의 도로시가 1회차보다 더 강할 수도 있는 거 아냐?’
* * *
결국 도로시를 대동하기로 한 뒤, 나는 카웰을 향해 다가갔다.
카웰은 선원들을 지휘하며 비공정을 점검하고 있었다.
“카웰 공.”
“아, 제이드 경. 상황을 파악하느라 감사가 늦었군. 고맙소.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소.”
카웰은 표정에서 드러날 만큼 감사를 표하며 내 두 손을 맞잡았다.
그리곤 도로시를 향해서도 고갤 숙였다.
“그대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겠군. 내가 본 그 어떤 마법사보다도 뛰어난 실력이었네. 덕분에 소중한 부하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어. 이 일은 절대 잊지 않겠네.”
“처, 천만에요. 해야 할 일인 걸요.”
황태자가 직접 감사를 표한 것에 당황했는지, 도로시가 주춤 물러서며 손사래를 쳤다.
나는 그런 둘의 반응에 헛기침하며 화제를 바꾸었다.
“큼. 아무튼······ 일단 저는 이 동굴을 탐사할 생각입니다.”
“탐사 말이오? 이 동굴을? 매우 깊어보이는데······ 위험하지 않겠소?”
내 말에 카웰이 갸웃하며 되물었다.
“저 동굴 안쪽에 뭔가 있는 것 같거든요.”
“뭔가라면······?”
나는 한차례 쉬었다 말을 이었다.
“카웰 공도 알고 있으시겠지만, 이 장소는 특이합니다. 마계이면서 마기가 거의 없죠. 신체에 영향이 거의 없을 정도로요.”
“그 말은······ 이 동굴 안에 마기를 이겨낼 힘이 있단 말이오? ······제이드 경, 그대처럼?”
힘이라는 말에 카웰의 눈동자에 흥미가 깃들었다.
카웰은 나와 결사단이 마기에 저항할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렇기에 이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대체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힘들을 더 찾아낼 수 있다면?
악마와 마수들에게 대항할 방법이 생기는 것이니까.
“경의 힘이 특수하다는 건 알고 있소. 그렇기에 의문이오. 그 힘이 더 있을 수 있단 말이오?”
“그 힘은 저도 느껴져요. 걸어볼 만한 가치가 있을 거예요.”
내 의견에 도로시가 동조했다.
무려 대마법을 일으켜 위기에서 벗어나게 한 도로시의 말.
그에 고민하듯 카웰은 잠시 턱을 매만지더니 고갤 끄덕였다.
“알겠소. 경의 생각이 그렇다면 내가 사람을─”
드드드드─
그런데 카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동굴에 묘한 진동이 전해졌다.
──!
동시에 들려오는 아주 미약한 괴성.
나는 다시 카웰과 시선을 마주했다.
“······아무래도 놈들이 추격을 포기하지 않은 것 같군요.”
“아무래도 지원은 어려울 것 같군. 나는 함선을 보강하고 대비하고 있겠네.”
그 소리가 들려온 것은 내가 가려는 곳의 반대편.
아무래도 더 서둘러야 할 것 같다.
나는 곧장 단원들을 전부 불러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카일에게 받았던 펜던트가 반응한다고.
저 동굴 안쪽으로 가봐야 할 것 같다고.
그래서 함께 갈 이들로 열 명을 추릴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자 데릭이 제 가슴을 쿵쿵 두드리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흥, 그런 거면 당연히 부단장을 빼놓을 수 없잖아. 안 그래, 제이드?”
“뭔 소리야? 너처럼 산만한 덩치가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 여긴 내가 가야지.”
“훗. 발이 빠르고, 제이드를 보조할 수 있는 거라면······ 키텔로 레인저의 단장이자, 진정한 부단장인 내가 빠질 수 없지.”
데릭과 드렌트, 로빈이 각자 자신감을 드러내며 앞으로 나섰다.
아니 녀석들뿐만 아니었다.
“여기선 수색대원인 우리가······.”
“뭔 소리야? 그러면 수색대원인데 뚱뚱한 롭은 된다는 거야?”
“왜 거기서 내가 나와?! 그리고 나도 빠르거든?”
각자 자신이 갈 것이라며 한 발짝 나서 티격태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녀석들이 간과한 게 있다.
결정은 녀석들의 몫이 아니다.
단장인 나의 몫이라는 것이다.
“데릭은 여기 남아.”
“······뭣?”
동굴이 무너지면, 자신이 지탱할 수 있다며 어필하던 데릭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선별되지 않았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아니면 데릭 대신에 로빈이 선별되었다는 이유일 수도 있었다.
“내가······ 이 녀석보다 못하다고? 로빈보다?”
“데릭. 단순히 그런 게 아니다. 발 빠른 녀석을 위주로 선별한 거라고.”
나는 데릭을, 그리고 선별되지 않은 단원들을 향해 설명했다.
“이 동굴은 마기가 거의 없어. 아마 마수나 악마도 없을 거야.”
당연히 저 안에도 위협 요소는 없을 것이다.
반면 마수들은 이곳을 찾고 있다.
이럴 때 결사단의 강력한 무력인 데릭이 남아 있는 편이 좋았다.
혹시 모를 마수의 습격에 대비할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데릭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였다.
“큭. 그래도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 있는데······.”
“그러니까 믿고 맡기는 거 아냐. 부단장이 해줘야 한다고.”
내 말에 아쉬움을 숨기지 못한 데릭이 마지못한 듯 고갤 끄덕였다.
“그래. 진짜 부단장인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뭐 이 자식아!?”
추임새를 넣은 로빈의 말에 약간의 소란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 * *
약간의 소란 끝에 우리는 동굴 안쪽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알바트리온에서 멀리 떨어지자, 밝았던 빛은 점차 희미해졌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동굴의 어둠.
저벅. 저벅.
그런 어둠만큼 넓다는 듯, 한 발짝 한 발짝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메아리쳤다.
“도로시.”
“네. 밤은 태양에 사라지니, 나의 앞길을 비추어라.”
파앗!
도로시가 주문을 외우자 머리 위로 빛의 구가 떠올랐다.
그러자 동굴을 가득 메웠던 어둠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대낮처럼 환해졌다.
그러자 들어온 광경에 감탄한 단원들이 작게 중얼거렸다.
“와아, 장난 아닌데?”
“동굴이 뭐 이리 넓어?”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동굴은 넓었다.
아니, 넓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넓었다.
천장 곳곳에는 종유석들이 길게 자라나 있었는데, 그 길이만 몇 미터는 되는 것 같았다.
심지어 석주도 있었는데, 생명의 숲에서 보았던 거목이 떠오를 정도였다.
그런데 벽과 바닥 곳곳엔 누가 깎아 만들기라도 한 듯 반듯하게 되어 있기도 했다.
시간 속에서 깎인 흔적도, 누군가 억지로 뜯어낸 흔적도 둘 다 혼재했다.
아주 오래전에 형성된 동굴인 만큼, 어느 것이 선행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가지는 알 수 있었다.
무언가에 꿰뚫린 듯 구멍 난 석주, 베어져 긁힌 듯한 벽의 자상.
“이곳은······ 전장이었군.”
그것도 꽤 격렬한 전장 말이다.
천장과 바닥, 벽을 가리지 않고 곳곳엔 긁히고 부서진 흔적이 남아 있었다.
대체 언제 싸웠는지도 짐작하기 어려운 흔적들이었다.
“대체 누가 싸웠다는 거죠?”
도로시는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글쎄? 마계인 만큼 마수 간의 전투 아닐까?”
“악마들끼리 싸웠을 수도 있지.”
“마수들이 악마에게 덤빈 거 아냐?”
“오, 그거 재미있겠는데?”
단원들은 각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나는 그런 단원들의 목소리를 흘려들으며, 흔적들을 살폈다.
‘대개 1미터에서 높아야 2미터 정도에서 발생했어.’
게다가 흔적들은 하나 같이 선명했다.
마치 무기를 잡고 휘두른 것처럼 말이다.
‘마수나 악마가 아니야. 인간들이 낸 흔적이지.’
나는 망령왕의 펜던트를 바라보았다.
펜던트는 여전히 새하얀 광선을 내뿜으며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즉, 별의 조각에 반응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저곳에 별의 조각이 있다.
그렇다면 이 마계에서 누가 전투를 치렀을까?
그것도 별의 조각을 지닌 전사들이라······
역사 속에서 그럴 만한 존재는 하나뿐이다.
망령왕.
그가 이곳에 왔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마계 원정인가.’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사건.
그것이 이곳에 묻혀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우리는 안으로 계속 진입했다.
갈수록 넓었던 동굴은 조금씩 좁아지고 있었다.
동시에 곳곳에 보이던 전투의 흔적 역시 많아지고 있었다.
“으음······.”
도로시는 무언갈 느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안으로 갈수록 마기가 거의 없어요. 마치, 마치······.”
“무언가가 마기를 흡수하는 것처럼?”
“아, 맞아요! 흡수. 무언가가 마기를 흡수하고 있어요.”
마계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마기를 깡그리 흡수할 정도라니······.
슬슬 기대될 정도다.
대체 무엇일까?
펜던트의 빛을 따라 도착한 곳은 비좁은 통로였다.
사람 둘 정도만 들어갈 법한 터널.
그 모습이 마치 관문의 입구 같기도 했다.
나는 잠시 단원들과 시선을 교환하곤, 그 안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그곳을 통과하는 순간.
우우우웅─!
망령왕의 펜던트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안쪽에서 발견한 건 다시 넓어진 동굴, 그리고······
“······빛?”
펜던트와 공명하듯 빛을 발하는 무언가들이었다.
고오오오오─-!
그 색은 내겐 너무나도 익숙한 검보라빛이었다.
“뭐야, 이건······?”
“무기가 이렇게 많다고?”
곳곳에서 검보라빛으로 반짝이는 수많은 무구.
검과 창.
도끼와 망치, 방패 등
적게 잡아도 수백 개의 무구들이 땅에 거꾸로 꽂혀 있었다.
무구들의 무덤.
그렇게 표현할만한 광경이었다.
“잠깐, 이거······ 그냥 무기가 아니잖아?”
그리고 나는 맨 앞의 검을 확인한 뒤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검보라빛 금속으로 이루어진 이 무구들.
“······별의 조각.”
전부 별의 조각으로 만들어진 무기들이었다.
‘그래서 마기가 없는 거였어? 이 무기들이 모조리 흡수해서?’
그걸 반증하듯 주위엔 청량한 마력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때 경쾌한 알림음이 떠올랐다.
[퀘스트 – 마계에 묻힌 전사들을 클리어했습니다.] [이름 없는 전사들의 무구를 계승할 수 있습니다.]나는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읽고 기대감에 벅차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 수많은 무구가.
나의.
아니, 우리의 새로운 무기가 되어줄 것이 분명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