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second life of the soldier RAW novel - Chapter (252)
252화
대지를 가르고 쏟아져 나오는 마계의 마수들.
족히 수천 마리에 이르는 마수 떼거리가 우리를 향해사 날아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하늘을 거슬러 오르는 한 줄기의 폭포였고, 알바트리온을 덮쳐오는 검은 파도였다.
“배의 출력을 높여라! 놈들을 요격한다!”
카웰이 눈을 빛내며 갑판의 선원들을 향해 지시를 내렸다.
“대포를 장전해라! 놈들이 맞닿기 전에 최대한 수를 줄여야 한다!”
“스카! 동력석의 마력을 전부 마력석으로 돌려라! 여유 되는 마법사들은 전부 갑판으로 불러들여!”
그 모습은 풍랑을 빠져나가고자 지휘하는 노련한 선장과도 같았다.
아니, 그와 다를 바 없었다.
이미 마계에 들어온 이상, 이곳은 휘몰아치는 폭풍 속이나 다름없으니.
이내 알바트리온의 선체가 앞으로 기울더니 굉음을 통하며 전속력으로 고도를 높였다.
그런 알바트리온의 후미로 마수들이 쫓아오기 시작했다.
그를 확인한 제이드가 단원들을 향해 명령했다.
“로빈, 수색 대원들과 최대한 마수들을 요격해!”
“알았다! 전부 이쪽으로 도열해!”
“쏴라!”
콰아앙─!
콰아아앙─!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포도탄이 사방으로 터져나갔고, 두꺼운 철탄이 온갖 궤적을 그렸다.
화르르륵!
파지지지직!
수십 발의 화살 비가 마수들을 노렸고, 화염구와 번개의 사슬이 마수들을 요격했다.
스카가가가각!
제이드의 의념에 따라 모노리스가 수십 개의 칼날이 되어 흩날렸다.
핸드 캐논, 오러, 마법 그 모든 게 날아들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수십 마리의 마수들이 추락했다.
하지만 그 자리를 더 많은 마수가 채우고 있었다.
배에서 떼어질 줄 모르는 검은 파도에 그룬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젠장, 너무 많잖아!”
“투정 부리지 마, 그룬! 일단 다 쳐 죽이라고!”
“큭! 조심해라! 놈들이 온다!”
누군가의 외침과 동시에 알바트리온의 선체가 흔들렸다.
쿵!
기어코 마수들이 비공정을 들이받은 것이다.
결사 항전에도 불구하고 마수들의 파도에 휩쓸린 알바트리온.
마수들이 온갖 기이한 울음소리를 내며 배를 공격해왔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선체를 긁었고, 커다란 부리로 선체에 구멍을 냈다.
치이익!
콰앙!
독액을 쏘아내고, 일부는 자폭하기도 했다.
부리와 발톱에 붙잡힌 선원들의 비명이 멀어졌다.
그리고 그때.
콰앙!
“무슨 일이지!?”
“카웰님, 추진 장치가 망가졌습니다! 방향을 조종할 수 없습니다!”
“······!”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알바트리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추진 장치가 고장 났다.
마법사, 스카의 보고에 카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제이드 경. 이대로면, 비공정이 추락하고 말 것이오.”
“추락 자체가 문제가 아닙니다. 카웰 공.”
키이익!
카웰을 향해 날아드는 마수를 베어낸 제이드가 중얼거렸다.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면 전멸하겠죠.”
배를 포위한 마수들을 훑어본 제이드가 다시금 모노리스를 조종했다.
두 개의 칼날이 된 모노리스가 회전하며 마수들을 찢어발겼다.
잠시 마수들의 공격을 막아낼 정도의 강력한 한방.
그런데도 원정대는 희망을 발견하지 못했다.
‘추락하면 모든 게 산신조각 날 거야.’
‘저 마수들에게 쪼아 먹히며 죽을지도 몰라.’
이미 마계를 경험했던 이들의 머릿속에서는 최악의 가정이 그려지고 있었다.
‘설사 기적적으로 저 마수들을 뿌리치고 살아남는다고 해도······.’
마계는 상상 이상으로 위험한 지역이다.
사방이 포식자로 가득한 건 물론이거니와, 공기 중에 가득 퍼진 마기 때문에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죽어간다.
말 그대로 생지옥(生地獄).
대체 어떻게 이 상황을 헤쳐나가야 한단 말인가?
어느 덧 머릿속에 남은 것은 무겁고 끈적이는 절망감뿐이다.
그건 제이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젠장! 이대로 추락하면 진짜로 끝이다!’
정령 병기를 지금 사용해야 하나?
칼라마르가 피어를 사용하면?
제이드는 멈추지 않고 방법을 강구했다.
하지만 해결책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젠장 대체 뭘 해야 하는 거야······.’
제이드가 얼굴을 일그러트리는 그때.
“아저씨, 저 좀 도와주세요.”
“도로시?”
도로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로시는 무언가 집중하는 듯 눈을 감은 채 제이드를 향해 말을 건넸다.
“······어쩌면.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뭐······? 정말이야?”
도로시의 말에 제이드의 눈이 커졌다.
탈출이 가능하다고?
대체 어떤 방법으로?
그러한 의문이 샘솟았고, 그 물음은 한 단어로 종합되었다.
“할 수 있는 거지?”
“네! 그 대신······ 5분. 5분만 절 지켜주세요.”
도로시의 눈이 제이드를 응시했다.
그 눈에는 확신이란 감정이 가득 차 있었다.
제이드는 그를 믿기로 했다.
“10분. 10분 동안 어떤 마수도 널 건들지 못할 거야.”
“부탁할게요!”
도로시는 마지막 말을 끝으로 눈을 질끈 감더니, 갑판에 서서 주문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쿠구구구─
도로시 주변의 공기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강렬한 마력의 파장임을 알 수 있었다.
이내 온갖 색을 띄기 시작한 마력의 파장들.
대체 뭘 하려는 거지?
텔레포트?
아니면 거대한 배리어인가?
주변의 마수들을 섬멸하는 마법?
1회차의 도로시가 선보였던 마법 몇 가지가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여유롭게 그를 생각할 시간 따위는 주어지지 않았다.
까아아악!
키이이익!
도로시의 마력 파장을 느낀 마수들.
놈들이 격렬하게 날뛰기 시작했으니까.
그리고 그 목표는 당연하게도······
“······도로시를 지켜!”
제이드는 달려드는 마수 한 마리를 베어내며 소리쳤다.
마수들의 표적이 바뀌었다.
오직 도로시 한 명으로.
그를 깨달은 카웰이 선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전부 방패를 들어라! 저 아이를 지킨다!”
“마수들의 접근을 막아라!”
도로시를 지켜라.
모두가 그리 소리치며 무기를 휘두르고, 공격을 막았다.
제이드는 힘을 쥐어 짜내듯, 가진 모든 기술을 사용했다.
붉은 폭풍.
마기 폭발.
흑암성계.
돛을 타고 내려오는 마수의 머리가 조각났다.
그 옆에선 마기 폭발에 마수가 튕겨 날아갔다.
허공에 생성된 오러가 마수의 날개를 잘랐다.
제이드의 모노리스가 십수 개의 칼날로, 단단한 해머로 변하며 마수들을 도륙해나갔다.
크롸라라라!
“징그러운 마수 새끼들! 이제 그만 좀 와라!”
반대편에선 데릭과 로빈, 칼라마르가 갑판의 마수들을 처리했다.
피어에 우뚝 멈춘 마수들이 데릭과 로빈의 무기에 뭉개지고, 터져나갔다.
마수의 피가 갑판 위를 붉게 물들인 그때.
키이이잉─!
푸른 광명이 주변에 피어올랐다.
“······마력은 내 의지에 응답하고, 가야 할 길을 비추어라!”
도로시의 주위로 크고 작은 마법진들이 생겨난 것이다.
그것이 마치 시계의 부품들처럼.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제이드는 그 광경이 너무나 낯익었다.
‘······대마법!’
1회차의 도로시가 마법을 사용할 때마다 일어나던 전조였으니까.
그리고 그제야 잊고 있던 한 가지를 깨달았다.
영웅은 불가능을 해내는 자라는 것을.
개개인으로는 역부족일지 몰라도.
함께하는 순간, 어떠한 역경도 돌파할 수 있다는 걸 말이다.
도로시가 번쩍 눈을 떴다.
그런 그녀의 눈은 마력으로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모두! 꽉 잡아요!”
그리고 도로시가 지팡이를 쾅 내리치는 그 순간.
쩌쩌저저저적!
거대한 마력의 폭풍이 터져 나왔다.
주변의 마수들을 전부 날려버릴 만큼의 강렬한 마력의 소용돌이.
그것이 한순간 뭉치고 응집하더니, 알바트리온의 앞에 거대한 포탈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도로시의 포탈은.
“어─?”
추락하던 알바트리온을 그대로 삼켜버리곤.
훙──
곧장 자취를 감추었다.
키이이익!
키이익!
목표를 놓친 사천 마리의 마수들만이 하늘을 뒤덮었다.
* * *
포탈 반대편으로 이동한 알바트리온은 그대로 어딘가에 곤두박질쳤다.
콰과가가가가각!
땅을 헤엄치기라도 하는 것일까?
배의 하판에서 나무가 갈려 나가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진동이 느껴졌다.
나는 미친 듯이 뒤흔들리는 갑판이 끝나길 기다려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배는 뒤집히지 않았다는 것 정도.
겨우 정신을 차린 듯한 단원들과 원정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끄으응─ 우, 우리 살아 있는 거 맞지? 저승 아니지?”
“여기가······ 어디야? 앞이 하나도 안 보여.”
이상한 점은 눈을 떴음에도 눈앞이 캄캄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리저리 고갤 돌리며 캄캄한 어둠을 바라보았다.
“어둠이여, 물러가라.”
“빛은 나의 친구이니.”
알바트리온의 마법사들이 빛의 구체를 불러내자 그제야 눈앞이 환해졌다.
그렇게 드러난 장소는······.
“······동굴?”
“뭐야, 동굴이라고? 여긴 대체 어디야?”
커다란 동굴이었다.
나는 빛의 구체에 비친 동굴의 윤곽을 살폈다.
‘여기는 어디지?’
단순한 동굴이라기엔 너무나 거대하다.
비공정인 알바트리온이 들어서도 공간이 남을 정도로 말이다.
“도로시는 대체 어디로 포탈을 연 거지? ······잠깐, 도로시? 도로시!”
그제야 나는 도로시가 안 보인다는 걸 깨달았다.
“저, 여기 있어요······.”
다급히 도로시를 부르자, 발치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아래를 살피자 갑판에 철푸덕 쓰러져 있는 도로시가 보였다.
“도로시, 괜찮아?”
“······네에에. 괜찮아요······. 한 번에 너무 큰 마력을 사용했나 봐요. 좀 쉬면 나을 거예요.”
도로시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하곤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나는 그런 도로시를 부축하며 생각했다.
‘대규모 텔레포트도 아니고, 거대한 포탈로 알바트리온 채로 이동하다니······. 진짜 대마법사는 떡잎부터 다르네.’
말 그대로 기적에 가까운 마법이었고, 그 덕에 원정대는 기적적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주머니에서 포션을 꺼내 도로시에게 건넸다.
도로시는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 새처럼 곧장 포션을 받았다.
곧장 포션을 들이킨 도로시는 그제야 좀 나은지 깊은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제 좀 살 것 같네요.”
“그런데, 도로시. 여긴 대체 어디야?”
아무래도 도로시에게 큰 부상은 없는 모양.
그제야 안심한 나는 가장 궁금했던 점을 물을 수 있었다.
마수들을 피한 것까진 좋지만······ 이 동굴은 어디며 어떻게 알아냈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아 그게······ 저도 모르겠어요.”
“······모른다고?”
그러면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포탈을 열었단 말이야?
내가 뜨뜻미지근한 시선을 보내자 도로시가 슬쩍 고갤 돌렸다.
그러더니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배배 꼬며 횡설수설하듯 말했다.
“아하하······ 그, 그대로는 위험했잖아요. 아주 살짝의 도박인 거죠. 게다가 왜인지 모르겠지만, 여기는 마기가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그러면 분명 악마나 마수가 없을 거라고─”
“잠깐, 뭐라고?”
“네?”
횡설수설하는 도로시.
나는 그녀의 말에서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이 동굴에······ 마기가 없다고?”
“네? 네에. 전혀 없는 건 아니고, 거의 희미해요. 이 대륙에서 여기만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여기로 온 거예요.”
“진짜네.”
나는 그제야 공기가 탁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곳곳의 선원들 역시 마기에 괴로워하거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일도 보이지 않았다.
마계에 마기가 없는 곳이라니?
내가 동굴에 의문을 가지는 다음 순간.
우우우웅──!
품속에서 무언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망령왕의 펜던트가 반응합니다.]“······펜던트?”
원정을 떠나기 전, 카일이 건네주었던 펜던트.
그리고 그 정체는 망령왕의 펜던트가 아니던가?
그런데 그것이 지금, 빛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칭호 – ‘흑암성의 두 번째 후계자’가 반응합니다.] [퀘스트 – ‘마계를 향해’가 갱신됩니다.] [퀘스트 정보]– 제목 : 마계에 묻힌 전사들
– 설명 : 망령왕의 비전을 잇고, 흑암성을 계승한 당신은 마계에 당도했다. 마계에서 싸웠던 고대 전사들의 흔적을 찾아라.
– 보상 : 망령왕의 유산
과거, 마계에서 승리의 단초를 찾으라 했던 퀘스트.
그것이 변경되었다.
그것도 망령왕과 관련된 퀘스트로 말이다.
그렇다면.
‘정황상 망령왕이 마계에도 왔었다는 건데?’
나는 빛을 내뿜는 망령왕의 펜던트를 들어 보였다.
피이이이잉─!
그러자 펜던트의 빛이 광선처럼 쏘아지더니, 동굴 안쪽을 가리켰다.
마치 이곳으로 가라는 듯이 말이다.
그 빛을 보며 짐작할 수 있었다.
저 안에.
분명 지금의 형세를 바꿀 무언가가 있으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