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second life of the soldier RAW novel - Chapter (264)
264화
데릭이 성벽의 틈을 맡아준 덕분에 제이드는 다른 적들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고위 악마들을 견제해야 해.’
고위 악마들이 날뛰게 놔둔다면, 아군의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었다.
제이드와 다음 표적은 여인을 닮은 고위 악마.
비전 주술, 모래 아귀 지옥을 강탈했던 악마였다.
칼라마르를 타고 날아간 제이드는 악마와 몇 번의 공방을 펼쳤고.
그 끝에 목을 꿰뚫을 수 있었다.
푹! 서걱!
– 꺄아아악!
목과 가슴에 박힌 모노리스 칼날들이 회전하며 흉부와 목을 헤집었다.
– 감히! 내 목에 상처를······! 언젠가 라웨굴님께 바칠 몸이었단 말이다!
여인을 닮은 악마가 몸부림쳤다.
일반적인 생명체라면 이미 즉사해야 정상.
하지만 악마는 꺽꺽거리면서도 손톱을 길게 늘이며 휘둘렀다.
‘고위 악마들은 라이프베슬이 존재하는 한 죽지 않는다.’
그 사실을 떠올린 제이드가 미련 없이 뒤로 물러섰다.
죽이진 못한다.
하지만 저 정도 치명상이라면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전장을 이탈할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악마는 제이드를 저주하며, 후열로 몸을 뺐다.
제이드는 악마에게서 시선을 떼곤, 성벽 아래를 바라보았다.
쾅! 쾅!
콰직!
새빨간 기운에 완전히 휩싸인 데릭.
녀석이 말도 안 되는 괴력으로 마수들을 찢고 베며 압살하고 있었다.
실로 경악할 만한 무위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신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 이유를, 제이드는 잘 알고 있었다.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동료 ‘데릭’이 전설 특성을 개방합니다.] [특성]– 이름 : 불굴의 투사.
– 설명 : 한번 시작된 전투는 투사의 의지를 불태웁니다. 누구도 투사를 힘으로 꺾을 수 없을 것입니다.
1) 특수자원 ‘용력’이 ‘투기’로 변환됩니다. 투기는 체력을 소모해 공격력과 민첩을 상승시킵니다.
2) 전투가 시작되면 투사의 체력이 500% 증가합니다.
3) 적을 처치할 때마다 투사의 체력이 소폭 회복됩니다.
‘데릭의 잠재력이 ······해방되었어.’
불처럼 타오르는 기운. 저건 분명 상술한 ‘투기’라는 것일 거다.
그것이 솟아오를 때마다 주위의 땅이 울렸다.
강대한 힘에 공기가 떨리는 것처럼 말이다.
저건 잠재력이 개방되며 특성을 얻은 게 확실했다.
‘지금까지 잠재력을 개방한 건 로버트와 로빈뿐이었어.’
하지만 둘은 퀘스트가 떠올랐었는데?
퀘스트를 클리어한 순간, 호감도가 100을 넘으며 특성이 개방되었고.
그런데 데릭은 왜 그런 과정 없이 바로 개방된 걸까.
여전히 마수들을 썰어버리는 데릭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혹시 지금의 상황 자체가 데릭이 품고 있던 어떤 문제를 즉시 해결해 준 건가?
아니면 깨달음을 주거나?
완벽한 해답은 알 수 없겠지마는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불굴의 투사라······.’
이 전투가 끝나는 순간.
데릭의 이름은 널리 퍼질 것이라는 걸.
* * *
‘몸에 힘이 솟는다······!’
달려드는 마수들과 악마를 죽일수록 몸에 힘이 생기는 기이한 현상.
데릭은 신기해하면서도 그 이유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뭐가 됐든······ 이 새끼들을 족칠 수 있는 거잖아?’
붉은 투기가 데릭의 전신을 감쌌다.
그대로 주먹을 휘두르자 달려들던 마수가 으깨졌다.
그걸 무기처럼 잡아 휘둘렀다.
다음엔 웨어울프의 이빨.
그다음엔 타우러스의 뿔.
잡아 휘두를 수 있다면 그 자체가 무기가 된다.
그러면 데릭은 싸울 수 있다.
말 그대로 투사(鬪士).
쿵!
투사가 마수의 군대를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저벅.
적들을 막는 걸 넘어서, 밀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마치 불도저처럼 말이다.
그 뜻은 명백했다.
마수들이 밀고 들어오는 속도보다, 데릭이 마수들을 죽이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뜻이니.
넘치는 힘을 스스로 감지한 데릭은 무언가를 느꼈다.
고양감.
일종의 쾌감.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간질간질한 무언가는 웃음이 되어 터져 나왔다.
여유를 되찾은 데릭이 크게 외쳤다.
“크하하! 봐라, 로빈! 내가 진정한 부대장이다!”
“······.”
데릭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성벽을 울리자 로빈은 눈살을 찌푸렸다.
피융!
로빈이 마력 화살을 만들어 쏘았다.
전장 곳곳에서 덮쳐오던 악마들의 머리나 눈이 꿰뚫리며 쓰러졌다.
데릭이 수많은 마수를 상대하고 막고 있다면, 로빈은 전장 곳곳의 위협이 될 만한 악마들을 요격하는 중이었다.
악마에게 공격당할 뻔한 한 기사는 로빈을 향해 감사 인사를 했다.
“사,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로빈이다.”
로빈은 손으로 자신을 가리키곤, 데릭을 가리켰다.
“나는 부단장. 그리고 저 녀석은 부 부단장이다.”
“예? 어······ 알겠, 습니다?”
기사는 의아해하며 대답했다.
“나는 2인자. 데릭은 3인자다. 잘 기억하도록.”
로빈은 기사의 대답에 고갤 끄덕이며 다시금 화살을 쏘았다.
데릭과 로빈의 분투.
그 외에도 요새 곳곳에서, 많은 이들이 활약하며 전투는 한층 수월해졌다.
마수들을 막아내고, 지휘하는 악마들을 죽였다.
그러한 순간이 계속해서 반복되자, 대다수는 한 가지 희망을 품었다.
악마의 군대, 놈들을 이기고 살아 돌아가는, 자그마한 희망이었다.
하지만 그때.
쿠구구구──!
그런 희망을 비웃듯, 일대의 공기가 확연히 무거워졌다.
아니, 대기가 짓눌리듯 주변의 공간이 기이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 나를 직접 움직이게 만들 줄이야······ 너희의 위업을 치하하겠도다.
밤하늘을 가리고 선 거인 악마, 라웨굴.
그가 나서기 시작했다.
* * *
피보다도 붉은 피부.
산보다도 거대한 덩치.
턱부터 아랫배까지 갈라진 기다란 입.
태양이나 달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거대한 외눈까지.
마치 절망이라는 감정이 뭉쳐 만들어진 괴물.
그런 존재였다. 라웨굴이라는 악마는.
그러한 존재가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온다.
토양은 검게 물들었고, 마수들에게 짓밟혔던 식물들이 한순간에 썩어 들었다.
크르르륵!
캬아아악!
돌진하던 마수들은 왕을 숭배하듯 고개를 조아렸고, 뒤로 물러섰다.
쿵.
쿵.
착지한 라웨굴이 칼테르 요새를 향해서 걸어갔다.
라웨굴이 칼테르 요새를 위에서 내려다보자, 미약하게 피어오르던 희망은 성냥불처럼 꺼지는 듯했다.
라웨굴은 요새 안 인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 너희들에게 내릴 포상은······ 죽음이니라.
그리고 동시에, 라웨굴의 거대한 손이 가벼이 휘둘러졌다.
콰과과광─!
성벽이 무너져 내렸다.
플레시 골렘이 자폭했을 때보다도 더 큰 균열이었다.
“마, 막아라!”
“여기까지 뚫리면 안 된다!”
“결계를 쳐!”
다급히 성벽 위 주술사와 마법사들이 결계를 만들고, 배리어를 펼쳤다.
– 소용없도다.
하지만 라웨굴의 눈이 붉게 번쩍이자, 온갖 기이한 힘이 발동했다.
결계가 해제되고 배리어가 깨졌다.
그 광경이 마치 아이가 만든 모래성을 부수는 것만 같았다.
“아아······ 도, 도망쳐야 해!”
“저런 괴물을 상대로 어떻게 이긴다는 거지?”
그 모습에 점차 마음이 꺾여 들었다.
마음 한구석에서 절망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포기하지 마라!”
그때 한 사내의 목소리가 칼테르 요새에 울려 퍼졌다.
제이드였다.
칼라마르를 탄 제이드가 날아오르고 있었다.
아니, 맞서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저 괴물을 보고도 절망하지 않을 수 있는 거지?
싸우려는 용기가 남아 있을 수 있는 거지?
좌절한 병사들이 제이드를 보며 의문을 품었다.
정답은 간단했다.
제이드는 이미 이것보다 더한 걸 보았으니까.
온 세상을 뒤덮은 군대를 보았고, 마왕이란 존재를 목도했다.
그 광경에 비하면 지금은 별것 아니다.
아직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라웨굴만 쓰러트릴 수 있다면 이길 수 있어.’
모두가 절망을 느낄 때, 제이드는 오히려 희망을 보았다.
제이드가 라웨굴과 마이어스를 응시했다.
그중 제이드가 경계하는 건 의외로 마이어스였다.
‘마이어스는 아직 마왕의 격을 이루지 못했다.’
1회차를 멸망시켰던 마왕, 그건 마이어스다.
하지만 녀석은 아직 마왕이 되지 못했다.
분명한 인간의 형태가 그를 증명했다.
두 갈래로 자란 뿔도, 검은 마기로 이루어진 날개도 없다.
창백한 피부도 아니다.
즉, 기억 속 그 강함을 가진 마이어스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렇다면 할 수 있다.
‘라웨굴만 쓰러트린다면, 이길 희망은 ······남아 있다!’
촤르르르륵!
제이드를 뒤따르던 모노리스가 분열했다.
그 형태는 다섯 자루의 창이었다.
라웨굴의 시선을 끌 정도로 커다란 장창.
그것이 빠른 속도로 쏘아지고, 회전하며 라웨굴의 시선을 교란했다.
그 사이, 제이드는 칼라마르를 타고 빠른 속도로 놈의 목 뒤편으로 날아갔다.
순식간에 뒤를 잡은 제이드가 마리온의 검 ‘실바람’을 쥐었다.
그때까지 라웨굴은 가만히 있었다.
마치 반응하지 못한 듯이.
‘지금이다!’
제이드가 검을 고쳐 쥐며 마기 폭발을 날리려는 그때.
쩌저적!
제이드의 머리 위로 붉은 균열이 펼쳐지더니, 거대한 팔이 날아들었다.
라웨굴은 가만히 서 있는 채로, 관절조차 움직이지 않고 자신의 팔에 포탈을 열어 공격한 것이다.
콰앙!
“커헉!”
대응할 새도 없이 맞고 튕겨 나간 제이드가 성벽에 처박혔다.
– 너로군······ 별의 포식자여. ······제이드라고 했나?
라웨굴이 천천히 제이드가 있는 성벽을 향해 걸어갔다.
– 아무리 관대한 이 몸이라도, 네놈만큼은 살려둘 수 없도다. 순순히 목을 바치거라─
라웨굴의 외눈이 붉게 물들며 형상화된 마기가 제이드를 짓누르기 직전.
“모든 걸 불태울 겁화여─! 모든 장작을 집어삼킨 불이여─! 나의 상대를 불태워라!”
콰아아아앙──!
거대한 불덩이가 라웨굴을 직격했다.
도로시였다.
거대하게 몸집을 키운 아그니의 불꽃 세례 마법이다.
웬만한 성문 하나는 그대로 뒤덮을 수준의 크기였으나, 라웨굴에 비교하면 형편없이 작았다.
“하늘에 떠올라라 두 개의 태양이여─”
“모든 걸 집어삼키고, 휘몰아쳐라─”
“환상이 악몽을 뿜어내리라─”
하지만 도로시는 멈추지 않고 온갖 마법을 시전했다.
태양처럼 날아드는 화염구.
바람의 칼날로 이루어진 소용돌이.
오감을 휘젓는 악몽의 구름.
그 모든 게 라웨굴을 향해 쏘아졌다.
도로시의 모습에 용기를 얻은 이들이 움직였다.
“날카로운 빙산의 조각은 나의 화살일지니!”
“선조의 영혼이여, 하늘의 분노를!”
“푸른 평원의 한 그루 나무야, 저 악마의 발을 묶어줘!”
다른 마법사들도, 오크 주술사들도, 엘프 정령사들도 전부 합심하여 라웨굴을 향해 공격을 날렸다.
“루멘이시여, 악을 응징할 철퇴를!”
성기사들은 신성한 빛의 망치를 소환해 떨어트렸다.
하지만.
– 용기는 가상하도다. 허나─
쩌저저적!
– 만용이다.
성벽 위로 생겨난 붉은 포탈.
그 속에서 나타난 라웨굴의 팔이 성벽을 휩쓸고 지나갔다.
콰과과광!
한순간, 성벽 위 모든 게 초토화되었다.
합심하던 이들은 튕겨 날아가 떨어졌고, 설치된 공성 병기는 장난감처럼 부서졌다.
도로시는 반사적으로 방어막을 펼쳤지만, 라웨굴의 팔을 온전히 막아낼 수 없었다.
“꺄악!”
튕겨 떨어진 도로시의 신형이 요새 한구석, 짐마차에 부딪혔다.
쿵!
– 네년 또한 미물치고는 거슬리는구나. 이만 사라지거라.
쩌저저적!
다시금 붉은 포탈이 열리며 라웨굴의 팔이 튀어나왔다.
그 위치는 도로시의 머리 위.
‘이, 이건 피할 수 없어······!’
체내의 마력이 뒤엉켰다.
마법을 사용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도로시는 빠져나갈 수 없음을 직감했다.
눈을 질끈 감으려는 그때.
“도로시─!”
성벽에서 뛰쳐나온 제이드가 도로시를 감싸 막았다.
콰앙!
“큭.”
“아, 아저씨 괜찮아요?”
“괜찮아, 어비스 킬러가 충격을 상쇄해줬어. 마력이 방전되긴 했지만.”
어비스 킬러에서 발현된 배리어.
그것이 라웨굴의 공격을 충격을 대부분 상쇄했다.
하지만 너무 막대한 충격이었기 때문일까?
어비스 킬러에 충전된 마력이 순식간에 방전되었다.
그때.
도로시가 삐걱거리는 어비스 킬러의 등에 손을 얹고, 마력을 부여했다.
제이드는 갑주에 차오르는 마력에 도로시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고마워, 도로시.”
그렇게 말한 제이드는 성벽 밖 라웨굴을 응시했다.
“젠장······.”
하지만 자신과 라웨굴 간의 힘의 격차를 느끼고야 말았다.
접근하기도 어렵고, 힘으로 맞붙는 건 자살 행위다.
대체 어떻게 쓰러트려야 한단 말인가?
우습게도 그 해답은 명료했다.
‘어떻게든 접근해야 해서, 타격을 입힌다.’
제이드는 라웨굴의 손에 난 상처를 보았다.
‘저 상처는 분명······ 모노리스로 낸 상처다.’
놈의 시선을 끌기 위해 움직이던 장창. 그중 하나가 낸 상처가 분명했다.
흑암성의 힘이 놈에게 먹힌다는 증거였다.
‘제대로 준비해서 놈에게 치명상을 입힌다면······ 가능할지도 몰라.’
제이드는 도로시에게 물었다.
“도로시, 놈의 시선을 묶을 만한 마법이 있을까?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해.”
“······어쩌면요. 준비해 볼게요.”
제이드의 물음에 도로시가 안색을 굳히며 대답했다.
그때, 성벽에서 폭풍이 일어났다.
푸른 마탑의 마탑주, 듀크마.
그가 마법으로 일으킨 폭풍이었고, 라웨굴을 공격하려 한 것이다.
──!
그때 라웨굴의 눈에서 핏빛 광선이 터져 나오더니 듀크마가 선 성벽 일대를 날려버렸다.
그 광경을 보며 도로시가 입술을 깨물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저 악마를 쓰러트리려면?’
웬만한 마법은 저 악마에게 있어 작은 공격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저 악마마저 뒤흔들 공격을 해야 한다.
‘······강력한 한 방. 그게 필요해.’
그럴만한 게 뭐가 있지?
도로시의 사고가 빨라졌다.
동시에 마력을 넓게 펼쳤다.
그때 감지된 것은 인근에 있는 산 정상에 있는 거대한 바위.
일전에 정찰할 당시 발견했던 바위였다.
“공간을 비추는 거울이여, 내 의지를 비추어라!”
도로시는 포탈을 열고 그 거대한 바위를 라웨굴을 향해 내리꽂았다.
방법은 쉬웠다.
라웨굴의 머리 위로, 상공에 포탈을 펼치면 알아서 라웨굴을 향해 직격할 테니.
우우우웅─!
상공에 나타난 바위가 중력에 이끌렸다.
이내 운석이 되어 지상을 향해, 라웨굴의 머리로 낙하했다.
– 네가 한 것인가? 흥미롭도다.
하지만 라웨굴은 그 운석을 가볍게 쳐냈다.
콰아아아앙─!
심지어 멀쩡해 보였다.
“칫!”
바위의 무게만 해도 수십 톤에 달했을 텐데 말이다.
도로시의 계산상, 웬만한 성도 날릴 정도의 위력이었다.
그걸 가벼히 쳐낸 것이다.
‘맞아. 저 악마는 바위산조차 날리는 존재야. 저 정도로는 부족해.’
도로시의 기감이 더욱 넓게 퍼져나갔다.
더 무거운 걸, 더 높은 곳에서 떨어트리기 위해!
그러다 문득 도로시의 기감에 한 가지 물건이 잡혔다.
하늘 위의 하늘.
우주(宇宙).
그곳에서 떠다니는 바위 하나다.
도로시는 몰랐으나, 이 바위는 흑암성의 파편이었다.
일전에 제이드에게 힘을 공유받았을 때 비슷한 기운을 가지고 있던 바위.
‘이거라면······. 가능할지도 몰라.’
도로시는 저 운석을 이용한다면 저 악마에게 타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어떻게 가져오지?’
너무 멀다.
너무 빠르다.
너무 무겁다.
도로시의 기감은 운석을 탐지했지만, 저걸 끌어 내리는 건 다른 문제였다.
그녀의 성장세라면 몇 년 이내로 가능할지 몰랐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그 몇 년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해내야 해!’
도로시가 눈을 질끈 감았다.
동시에 그녀의 마나 하트가 마력을 더욱더 강하게 쥐어 짜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덕에.
‘느껴진다······!’
운석이 어떤 모양인지.
운석이 어디에 있는지.
‘······멈춰.’
쑤욱!
도로시의 마력이 크게 빠져나갔다.
투둑. 툭.
순간 머리가 핑 돌며 코피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도로시는 웃었다.
이 땅을 공전하며 빠르게 움직이던 운석을 멈춰 세웠으니까.
“공간과 공간을 잇는 거울이여, 지금 내가 부르노니 의지에 답하여라!”
츠츠츠츠─
저 멀리.
라웨굴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상공.
그곳에서 검보라빛 포탈이 펼쳐졌다.
“마력은 내 의지에 응답하고, 승리할 길을 비추어라!”
그 안에서 우주를 떠돌던 바위가.
한때 신의 힘을 담고 있던 존재의 파편이 고개를 내밀었다.
‘이제······ 내리꽂혀라!’
도로시는 그걸 잡았고.
끌어당겼다.
이윽고 저 먼 하늘에서 보랏빛 궤적이 그려졌다.
라웨굴보다 몇 배는 더 거대한 흑암성이.
흑암성으로 이루어진 미티어 스트라이크가.
쿠구구구구구──!
구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미티어 스트라이크?”
“헤헤. ······해냈어요.”
경악하는 제이드의 옆.
도로시가 가쁜 숨소리와 함께 웃음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