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omemaker of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57
던전 안의 살림꾼 157화
각성하는 순간, 권다혜는 가장 먼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본능적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전방위 버프 시전!’
주변의 모든 팀원의 능력치 회복 속도를 최대한도로 증가시키는 스킬이었다.
“어? 체, 체력이 차올라……!”
이에 필드 오브 데스의 독기에 당해 깎인 체력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해당 공격의 데미지로 인한 체력 감소 속도보다 버프로 인한 체력 회복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이다.
그와 동시에 권다혜의 눈에 푸른 빛이 스치며 전장의 흐름이 빠르게 분석되고, 눈앞에 입력되었다.
일행의 숨겨진 능력치가 숫자로 변환되어 머릿속에 박혀 들어왔다.
‘알겠어!’
권다혜는 마침내 S급 버퍼, 아니, ‘전장의 흐름을 읽는 자’로서 상황을 타개할 열쇠를 찾아냈다.
권다혜가 큰 목소리로 외쳐 물었다.
“환웅아! 마력 회복됐어?”
“어? 어…… 누나! 마력이 오르고 있어!”
“희나 언니한테 힐 좀 넣어 줘!”
희나는 대청소 스킬 후유증에, 독기에까지 당해 반쯤 빈사 상태에 빠져 있었다.
버프를 받긴 했지만, 상태가 원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권다혜는 희나를 깨워야만 했다.
“보스를 처리하기 위해선 언니가 필요해! 힐, 넣을 수 있는 만큼 전부 넣어!”
권다혜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어려 있었고, 묘한 위엄마저 느껴졌다.
“알았어! 힐 넣을게!”
권환웅은 희나에게 힐을 퍼부었다. 누나의 말대로 힘을 아끼지 않았다.
“아……. 으으.”
마침내 희나가 끙, 하며 정신을 차렸다.
권다혜는 희나가 눈을 뜬 걸 확인하자마자 소리쳤다.
“언니! 아까 썼던 그 스킬! 또 써야 해요!”
그 말에 희나는 피로한 목소리로 고개를 저었다.
“대청소 스킬? 나 지금 그거 못 써…….”
실제로 희나의 대청소 스킬 설명 창에는 ‘스킬 비활성화 상태’라고 떠 있었다.
“적어도 이틀은 있어야 회복돼. 아니, 이번에는 능력 너무 많이 써서 나흘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마음 같아서는 능력을 어떻게라도 사용하고 싶었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다.
하지만 권다혜의 생각은 몹시 다른 듯했다.
“아니에요! 할 수 있어요, 언니!”
“안 된다니…… 어?”
희나는 천천히 고개를 젓다가 눈앞에 뜬 시스템 문구에 눈을 크게 떴다.
너무나 어마어마해서 내용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효과가 펼쳐졌다.
덩달아 대청소 스킬의 설명 창이 사정없이 빛나기 시작했다.
B랭크였던 대청소 스킬이 A++랭크로 올라 있었다.
버프 효과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추가 스킬이 생겼잖아?’
설명 아래에 부가 스킬이 나타났다.
부가 스킬은 ‘대청소’ 스킬을 세분화한 듯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부가 스킬의 경우, 발동 시 본 스킬보다 적은 에너지가 드는 것으로 보였다.
‘대청소 스킬의 일부만 사용하는 거라서 그런가 봐.’
희나는 재빨리 스킬 설명 창을 읽어 내려갔다. 머리가 팽팽 돌았다.
‘스킬을 원하는 방향으로, 여러 번 나누어 사용할 수 있으니 이편이 훨씬 이득이야.’
무슨 스킬을 사용해야 하는지도 금세 깨달았다.
희나는 보랏빛으로 물든 대지 위에 비틀거리며 섰다.
‘우선 독 장판부터 해결해야 해!’
권다혜의 버프를 받아 일행이 능력을 회복하고 있다고는 해도, 당장은 오염된 필드를 정화하는 게 우선이었다.
스킬 발동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그러자 희나를 중심으로 흰 빛이 퍼져 나갔다.
독에 물들어 얼룩덜룩해진 대지가 정화되기 시작했다.
희나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정신을 집중했다.
‘박박 닦아 버려!’
의지가 닿는 곳마다 빛이 닿았고, 빛이 닿은 곳이 깨끗해졌다.
마치 더러운 바닥을 보이지 않는 걸레로 박박 닦는 것 같았다.
“오! 정화되고 있어요!”
“피 통 차는 속도 봐!”
일행이 감탄하는 사이, 권다혜가 외쳤다.
“언니! 곧바로 다음 스킬 연계해 줘요! 보스 안 잡으면 또 스킬 써서 독 올라올 거예요!”
“아, 알았어!”
그 말에 희나는 고개를 휙 돌려 강진현을 바라보았다.
그는 네크로맨서를 상대로 꽤 고전하고 있었다.
‘계속 순간 이동으로 움직이니까, 공격이 거의 닿질 않네.’
힘을 회복한 일행 또한 능력을 펼쳐 네크로맨서를 압박하고 있었으나, 역시 강진현과 비슷한 이유로 제대로 된 공격을 펼치지 못하고 있었다.
공격 범위가 넓고 강력한 스킬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즉, 희나가 써야 할 스킬은 이번에도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버프 효과로 랭크가 올랐으니…… 이번에는 유효타를 먹일 수 있을 거야!’
희나는 모든 힘을 끌어냈다. 눈앞에 스킬 시전 창이 반짝거렸다.
‘아주 잠시라도, 네크로맨서를 멈추게 할 수 있으면 돼!’
그리고 커다란 기합과 함께 있는 힘껏, 에너지를 외부로 방출했다.
“이야아압!”
펑!
SSS급 신문지를 타고 가히 폭발적인 기운이 터져 나왔다.
거대한 바위마저 덜컹거릴 정도로 강력한 힘이었지만, 놀랍게도 전장의 중심에 있는 희나 일행에게는 그 어떤 압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희나가 그들을 제거해야 할 적이라고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나가 제거해야 할 가장 큰 이물질인 네크로맨서에게는 그 강대한 힘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미욱한…… 인간들……!]말과는 다르게 네크로맨서는 긴장한 듯 로드를 휘둘렀다.
이전의 B급 ‘대청소’ 스킬이 보여 주었던 공격력과는 비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S급 버프를 받아 올라간 능력치.
거기에 정화가 아닌, 제거에 모든 출력을 집중한 공격!
심지어 동시다발적으로 날아오는 다른 일행들의 지원에, S급 헌터인 강진현의 패도적인 근접 공격까지 더해졌다.
[감히……!]네크로맨서는 이제까지 겪어 본 적 없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텔레……포……트……!]여지껏 그래 왔듯, 네크로맨서가 공격 범위 밖으로 이동하려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아아아…… 아아…… 아아악……!]네크로맨서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어…… 어째서……!]희나는 반쯤 녹아내린 네크로맨서를 향해 소리쳤다.
“공격 데미지만 버프 받은 거 아니거든!”
네크로맨서의 공간 이동은 실패하지 않았다.
이전 공격에서 희나의 스킬 반경을 파악한 네크로맨서는 영리하게도 공간 이동 스킬을 중첩해 20미터 밖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권다혜의 버프는 강력했고, 희나의 의지는 강렬했다.
이 두 가지 조합에 20미터에 불과했던 스킬 반경이 순간적으로 40미터까지 늘어날 것이라고는 네크로맨서조차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크아아……아악……!]누더기가 된 검은 로브 사이로 미라화한 생기 없는 몸뚱이가 드러났다.
그와 동시에 풍성한 로브에 가려져 있던 라이프 베슬(Life Vessel) 또한 드러났다.
그것은 사이한 푸른 빛을 내뿜고 있었다.
네크로맨서가 어찌나 소중히 감쌌던지, 불에 탄 것처럼 녹아내린 미라의 몸과 달리 라이프 베슬은 희나의 스킬에 금 하나 가지 않은 상태였다.
희나는 라이프 베슬을 노려보았다.
‘저걸, 깨뜨려야 해!’
순간, 강진현은 희나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움직였다.
파앗!
그는 마치 빛을 따르는 그림자처럼 고요히, 빠르게 달렸다.
그리고.
강진현은 찰나의 틈을 파고들었다.
때를 찾은 맹수는 집요했고, 네크로맨서가 방어할 겨를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검처럼 뭉친 검은 기운을 네크로맨서의 가슴팍 한가운데, 라이프 베슬을 향해 찔러 넣었다.
[크아아악!]찢어질 듯한 비명이 울렸다.
“큭…….”
강진현 또한 이를 악물었다.
라이프 베슬은 고작 유리병 따위가 아니었다. 늙은 마법사의 생명력을 담은 그릇이, 보통의 힘으로 깨어질 리 없었다.
[크으으으……!]약점을 공격받은 네크로맨서는 사정없이 반발했다. 네크로맨서를 중심으로 검붉은 시기(尸氣)가 가히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참을 수 없는 악취와 독기였다.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고, 피부가 녹아내리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강진현은 물러서기는커녕, 더 깊이 파고들었다.
동료들이 간신히 만들어 준 마지막 기회를 망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마지막 외침과 함께 마침내, 라이프 베슬이 쨍! 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 나갔다.
네크로맨서가 강진현과의 힘겨루기에서 패배한 것이다.
팟!
강진현은 무표정한 낯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네크로맨서에게서 멀어졌다. 그리고 퉷, 하고 검붉은 피를 뱉어 냈다.
지독한 독기 때문에 내장이 진탕된 탓이다.
크르르르르릉……!
한편, 하늘이 무너질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으으으, 크아아아, 아아아……!] [감히, 필멸, 자가, 죽음, 에서 벗어난, 이, 나를……!]네크로맨서는 연기처럼 흩어지는 자신의 생명력을 바라보며 울부짖었다.
그와 동시에 미라 같은 몸이 파스스, 파스스 부스러지기 시작했다.
[용서……하지…… 않, 으리라……!]네크로맨서는 마지막 힘을 끌어내 로드를 휘둘렀다.
삿된 기운이 희나를 향해 화살처럼 쏘아져 나갔다.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