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lent genius decided to become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0
10화. 행동 (5)
-덜컥!
1층 비상계단 철문이 대뜸 열렸다. 그 철문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강기찬이었고.
“ 몇 시지 지금. ”
약간은 몽롱한 얼굴로 시간을 확인했다. 현재 시각은 오후 3시 30분이 조금 넘었다. 3시? 진짜냐? 싶었는지 기찬이 긴 한숨을 뱉었다.
“ 하- ”
체감상 벌써 한 일주일은 노동한 느낌을 받는 그였지만, 현실은 아직 하루가 끝나지도 않았다. 곧, 막막함이 밀려왔는지 미간을 작게 찌푸리던 기찬이 얼굴을 감쌌다.
“ 시간 드럽게 안 가네. ”
그게 대충 10초쯤. 어렵사리 손 내린 그가,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느릿느릿 걸음을 옮기다가 핸드폰을 꺼냈다. 계단에서 봤던 네온게임즈의 장마감 주가를 확인하기 위해.
-네온게임즈 380주
-매수 33,350 금액 12,673,000
-현재 43,150(+29.39%) 금액 16,397,000
-손익 +3,724,000
네온게임즈의 주가는 이미 상한가였지만, 계단에서 확인했을 때보다 약 1% 정도 더 오른 상태로 마감된 상태.
즉, 강기찬의 전 재산이 조금 더 불어났다.
여기서 어찌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있으랴. 주식은 사실 치열하지만, 뜬금없이 뜨는 퀘스트와 함께 미래에 관한 짧은 힌트를 수급받는 기찬은, 굳이 전쟁을 펼칠 필욘 없었다.
“ 뭐, 나는 힌트를 아니까. ”
치고빠지는 타이밍만 잴 뿐.
어쨌든.
-스윽.
꺼냈던 핸드폰을 코트 주머니에 다시금 넣은 기찮이 입을 열었고.
“ 일단, 오늘 상한가는 쳤고, 확정된 28%는 넘겼어. 내일 좀 보다가 대충 팔자. ”
기찬에게 주식 관련 퀘스트를 선사한, 후배인 곰 같은 로드매니저의 얼굴을 떠올리던 그가 픽 웃었다.
“ 경완이 신났겠네. 뭐, 보진 못 하지만. 땡큐. ”
보이진 않지만, 로드매니저에게 나름 고마움을 표시한 강기찬이 엘리베이터에 다다랐을 때였다.
“ 어? 쟤는. ”
엘리베이터 앞에 단발을 질끈 묶은 여자가 보였다.
-【연습생 고주아(NPC)】
연습생 고주아였다. 옆모습이었음에도 뭐랄까, 예쁨이 줄줄 흐르는 중.
문제는.
“ ······우울한가? ”
그녀의 표정이 썩 좋지 못했다는 것. 뭔가 고민이 잔뜩 실린 무표정에, 어디를 보는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멍때리고 있다. 남들이 보면 단번에 집에 우한이 있냐고 물어볼 정도.
툭 찌르면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
그리고 고주아의 시름시름 앓은 지금의 얼굴은.
‘ 나 저 얼굴 아는데. ’
강기찬에게 무척이나 익숙했다. 왜? 과거 자신도 한동안 저런 얼굴로 살았으니까. 삶에 즐거움 따윈 존재치 않는, 괴로워서 구역질 나는 상태. 고주아의 얼굴이 딱 그랬다.
따라서 연민 때문인지 아니면 공감 때문인지.
-스윽.
자리에 멈춰선 기찬이, 죽어갈 듯 보이는 고주아를 훑었다. 복장은 아까 봤을 때와 같았고, 그녀의 왼손엔 편의점 봉투가 들려 있다. 뭔가 들어 있는 것 같긴 했지만, 무거워 보이진 않았다.
‘ 밥 안 먹나? 연습생들 밥 시간이라고 들었는데. ’
그들의 밥 시간은 3시 20분에서 4시까지. 그렇다면 지금 시간상, 연습생들은 옹기종기 모여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야 했다.
그런데 어째서 고주아는 지금 여기 혼자 있는가?
이쯤 기찬이 뒤에서 자신을 지켜봄을 알 리 없던, 허공에 멍때리던 고주아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 하- ”
뿌린 한숨에 오만가지 감정이 섞여 쏟아지는 것 같았다. 대체로 부정적인 것들만. 적어도 강기찬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곧, 기찬이 일진 ‘서주’로 결정 내린 서유주, 그녀와 같은 학교인 고주아의 관계를 추측했다.
‘ 정확한 스토리야 모르겠다만, 평화롭진 않겠지. ’
힘 빠진, 그러면서도 썩은 동태눈의 강기찬이었지만, 그의 판단은 명확했다. 고주아의 지금 상태가 아슬아슬하면서도 위태롭다는 것.
“ 그냥 두기엔 좀 위험해 보이는데······ ”
이 순간.
-띵!
강기찬의 눈앞에.
-2/【서브퀘스트 (연습생 고주아의 마침표) 발생!】
-【퀘스트상세: 연습생 고주아의 마침표를 쉼표로 바꿔보자!】
-【보상(E랭크): 50만 캐시】
-【연습생 고주아의 한마디: “엄마, 톡 첨부파일로 보낸 건 서유주 망할년 치부야. 언론사마다 뿌려줘. 엄마 미안해. 너무 미안해. 너무너무 미안해. 근데 나 너무 힘들···하- 유서 쓰는 거 되게 어렵구나.”】
난데없이 랭크업 후 첫 퀘스트가 떴다.
그런 퀘스트를 반쯤 뜬 눈으로 보던 기찬이.
“ 이거······언제쯤이지? ”
짐짓 진지한 목소리를 냈다.
“ 위험한 거 맞네. ”
잠시 뒤, 4층 연습실.
데뷔조 여자 연습생 모두가 밥 먹으러 간 탓에, 텅텅 비어있는 넓은 연습실 안. 불도 꺼져 있다. 와중에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 덕택에 약간 침침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스윽.
그런 연습실 구석. 빨대 꽂힌 두유를 쪽쪽 빨고 있는, 눈 밑에 눈물점 찍힌 고주아가 혼자 앉아 있다.
왜?
그녀는 어째서 연습생 전부가 밥 먹으러 간 사이, 혼자 앉아 두유로 밥을 대충 때우는가. 답은 간단했다. 잠시라도 혼자 있고 싶었기에.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서유주를 보고 싶지 않아서.
이쯤 들었던 두유를 괜히 성질 담아 앞에 툭 던진 고주아가, 천장을 올려보며 옅은 분홍색 입술을 달싹였다.
“ 하아- 그만둘까······ ”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으니까. 아이돌을 꿈꾸는 연습생들은 보통, 소속사에 들어오자마자 핸드폰을 뺏긴다. 이후부턴 잠자는 시간 빼곤 전부 연습.
오직 연습, 연습, 연습.
따라서 이들에게 허용되는 자유는 유일했다. 숙소에서 잠자는 시간. 그러나 고주아에게는 그 유일무이한 숙소마저도 지옥이었다.
서유주와 같은 숙소였으니.
따라서 고주아는 현재 어디를 가고, 어딜 봐도 단 1초도 마음이 편치 못했다. 그나마 혼자 마음을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지금이었다.
연습생들이 밥을 먹는 단 40분.
이어 고주아가 대충 던진 두유곽을 검지로 툭툭 치면서도, 무릎을 안으며 작게 읊조렸다.
“ 괜찮을까? 그 망할년이랑 같이 데뷔하면 버틸 수······ ”
뜬금 망할년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긴 했지만, 어쨌든 고주아가 올라오는 구역질에 말끝을 흐렸다. 행여라도 서유주와 같은 그룹으로 데뷔한다면, 적어도 3년 길면 5년을 또 같이 보내야 했으니까.
이미 그녀는 서유주에게 시달릴 만큼 시달린 상태였다.
심지어 둘은 학교도 같았다. 현재는 방학이었지만, 개학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공간이 달라질 뿐, 상황은 같았다.
“ 죽고 싶어, 진짜. ”
해봤자 19살. 너무나 어린 고주아였다. 그런데도 요즘 그녀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죽음’이었다. 그만큼 고주아의 요즘은 혹독했고, 더러웠다.
고통이란 나이와 상관없이, 매우 주관적이니까.
사실, 고주아와 서유주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었다. 둘의 시발점은 중학교 때부터였다. 예뻐서 인기가 많긴 했지만 고주아는 평범한 학생. 그런 그녀에게 먼저 다가온 것은 서유주였다.
‘ 안녕? 너 지인짜 예쁘다아- ’
둘은 꽤 친하게 지냈다.
문제는 서유주가 학교에서 유명한 일진 무리도 친했다는 것. 뭐랄까, 대놓고 일진이라며 활동한 것은 아니었고, 뒤에서 일진들을 살살 조종하는 느낌? 서유주에겐 어렵지 않았다. 집도 잘 살았고, 그녀의 아버지는 유명한 딸바보였으니까.
그러다 딱 한 번.
‘ 유주야, 쟤들이랑 놀지 마. 질 나빠 보이잖아. ’
‘ ······뭐? ’
친구 걱정에 한마디 한 것이 시초였다. 뒤로 고주아는 서유주의 종용에, 은근한 따돌림과 괴롭힘을 받아야 했다. 그것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심해졌다.
그래도 고주아는 홀로 지금까지 버텼다.
이즈음이었다. 고주아가 길캐(길거리 캐스팅)를 받은 것이. 남에게 인정받는 것은 사람의 의욕을 불타게 하고, 뭣보다 다른 곳에 신경 쓸 수 있었기에 고주아는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 생활을 지냈다.
그런데 1년 뒤 그녀가 따라왔다. 서유주.
어떻게? 왜?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오직 버티는 것. 버티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그녀의 한계는 불현듯 찾아왔다. 죽어라 하는 연습과 더불어, 정신적으로도 이미 지칠 대로 지쳤다. 그러니 입에서 죽고 싶다는 말이 이다지도 쉽게 튀어나오는 것. 여기서 그나마 고주아를 지탱해주는 건.
“ ······엄마 보고 싶다. ”
지금도 식당에서 일하고 있을 그녀의 어머니였다. 고주아는 돈을 많이 벌고 싶었고, 아이돌로 성공하고 싶었다. 자신의 엄마와 잘 먹고 잘사는 것이 다였다.
그것이 이렇게도 힘든 걸까?
도움 청할 곳도 없었다. 심지어 서유주가 얼마나 연기를 잘 하는지, 주위 연습생부터 모두가 눈치채지 못했다. 서유주의 실체를. 해봐야 학교와 소속사가 다인 19살 소녀의 세상은 좁았고, 뒷일도 무서웠다.
고주아는 철저하게 고립됐고, 혼자였다.
그렇게 홀로 남겨진, 자신의 무릎을 안은 그녀가 대뜸 오른손 손목을 왼손 검지로 살살 긁었다.
“ 아플까? 아프겠지? ”
바로 그때였다.
“ 어- 그거 아파요. ”
연습실에 뜬금 남자 목소리가 퍼졌다. 덕분에 깜짝 놀란 고주아가 고개를 옆으로 팍 돌렸고, 연습실 입구 쪽에 선 남자를 발견했다. 대충 걸친 코트에 양손을 찔러넣은 남자.
강기찬이었다.
아침과 점심쯤 마주쳤던, 본사에서 넘어왔다는 직원. 고주아에게 아침 로비서 본 기찬의 첫인상은 딱 한 단어였다. 빈껍데기.
‘ 저 사람이 왜······ ’
뭔가 속이 텅텅 빈 분위기와 얼굴이었으니까. 그런 강기찬이 작게 입 벌린 고주아를 멍-하니 보다가, 대뜸 느적느적 움직였다.
이어.
-스윽.
앉은 고주아 앞에 당도한 기찬이, 그녀를 내려보며 꽤 산뜻하게 말했다.
“ 고주아님? 양? 어쨌든. 안녕하세요. ”
그러자 잠시 얼타던 고주아가 발딱 일어나 90도로 인사했고.
“ 아, 안녕하세요!! ”
오버라는 식으로 기찬이 살짝 뒷걸음질 쳤다.
“ 아니아니, 내가 그렇게 각 잡을 사람은 아니고. ”
“ ······네? ”
“ 어- ”
곧, 두 눈을 멀뚱히 끔뻑이는 고주아를 보던 기찬이, 자신의 흑발을 긁다가 대강 말을 이었다.
“ 그 음. 자초지종 전부 말하긴 좀 귀찮으니까, 그냥 물어볼게요. ”
“ 아. 네. 어? 네? 뭘요? ”
“ 서유주. 일진이죠? ”
여기서 뭔가 홀린 듯, 고주아가 답했다.
“ 어떻게 아셨······어? 네? 아니, 어? ”
파닥거리며 명백히 당황한 고주아. 반면, 강기찬은 퍽 초연했다.
“ 뭐, 사실 대답이 기든 아니든 상관없어요. 여튼 나는 알아요. ”
이 순간.
“ ······아세요? ”
되물은 고주아가 마음속, 정확히 뭐라 표현할 수 없으나 꽉 막힌 무언가 뚫리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강기찬이 고주아의 그 기분을 부추겼다.
“ 네, 알아요. 그래서 걔를 여기서 털어낼 생각인데. ”
“ 망할년. ”
“ 응? 망할년? ”
“ 아, 아니요. 유주요. 유주 턴다는 게 무슨······ ”
“ 그거는 이제. 음- ”
대충이라도 설명해야 할 타이밍이었으나, 약간 번거롭다 생각했는지 기찬이 대충 답했다.
“ 그건 그냥 보면 알아요. 어- 당연히 나 못 미더울 수 있고, 딱히 안 믿어도 상관없어요. 그런 와중에 하나 물어볼게요. ”
“ 아- 네. ”
순간, 기찬이 목소리를 살짝 죽였고.
“ 모아둔 증거 같은 거 있어요? 서유주 일진 관련해서. ”
바로 답하지 못하는 고주아.
“ ······ ”
그런 그녀에게 기찬이 별 상관없다는 투로 태연히 말을 이었다.
“ 혹시 있으면 잘 가지고 있어요. 조용히. 그걸 어떻게 써야 하는지 내가 알려줄 테니까. ”
이쯤.
-꼬로로로록.
마음이 편해진 탓에 고주아 뱃속에서 대뜸 허기짐의 비명이 울렸다. 덕분에.
“ 아! ”
민망한지 그녀가, 롱후드 소매 덮인 양손으로 자신의 배를 팍 감쌌다. 반면, 지갑을 꺼낸 강기찬은 담백하게 뭔가를 내밀었다.
“ 위에 건 시간 있을 때 연락하라는 거고, 아래 건 뭐 좀 많이 사드시라는 거. 두유를 과하게 더 드시든지. ”
강기찬이 내민 것은 겹쳐진 두 장이었다. 위엔 자신의 명함, 밑엔 5만 원짜리 지폐. 그런 두 장을 얼결에 받는 고주아에게.
‘ ······어? ’
코트 소매가 살짝 올라간 기찬의 손목이 보였다. 정확하진 않지만.
‘ 흉터? ’
흉터였다. 따라서 고주아의 눈물점 찍힌 눈이 꽤 커졌지만.
“ 그럼 갈게요. ”
일부로 보인 것인지 아니면 보인 줄 모르는지, 강기찬은 꽤 밋밋한 얼굴로 연습실을 빠져나가다가 중요한 점을 꼬집었다.
“ 아, 연락은 주말 말고 어지간하면 평일에 줘요. ”
와중 휴일은 철저히 지키는 그였다.
같은 날, 밤. 남산 쪽 고급 한정식집 앞.
시간은 밤 10시쯤. 전체가 커다란 기와집으로 만들어진, 갓길에 손님의 차들이 대어진 한정식집 앞에 쥐색 승합차가 주차했다. 동시에 스쳐 지나가는 허름한 승용차 한 대.
이어 승합차 안을 보니.
“ 후- ”
뭔가 기합 넣는, 다크서클 짙은 유원용 팀장이 보였다. 그는 룸미러 보며 자신의 머리와 입은 셔츠, 경량패딩 매무새를 정돈했다. 뒤로 얼추 됐다 싶었는지, 유원용 팀장이 차에서 내려 한정식집 입구로 걸었다.
그쯤 나무로 된 한정식집 대문에서.
“ 하하하, 팀장님. ”
누군가 유원용 팀장을 반겼다. 위아래 고급스런 정장에 안경을 썼고, 인상이 스마트한 중년 남자. 그 중년 남자가 밝게 미소지으며, 다가오는 유원용 팀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 기다렸습니다, 오랜만이죠? ”
그러자 유원용 팀장이 재빨리 중년 남자의 손을 맞잡았다.
“ 아이고- 아버님, 왜 이렇게 일찍 오셨습니까? 저도 일찍 온다고 왔는데. ”
“ 괜찮습니다, 누가 먼저 오든 상관있나요. 어이구- 우리 팀장님 그새 눈 밑이 더 캄캄해지셨네? ”
“ 제가 하는 일이 그렇습니다, 하하하. ”
멋쩍게 웃는 유원용 팀장의 손을 놓은 중년 남자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으며 물었다.
“ 저번에 챙겨드린 건 다 드셨어요? ”
“ 그럼요, 진작에 다 먹었습니다. 좋-던데요? ”
“ 더 챙겨드려야겠네요. 그나저나. ”
-스윽.
이어 한정식집으로 몸을 돌린 중년 남자가 말을 이었고.
“ 우리 유주는 잘하고 있습니까? 그- 뭐냐, 아. 데뷔조. 지금 데뷔조 끝물이라던데요. ”
유원용 팀장이 걱정 말라는 듯, 하하하 웃으며 중년 남자의 뒤를 따랐다.
“ 그럼요, 유주야 언제나 잘하죠. 저도 있고. 애가 딱 봐도 될 애야. 크게 될 겁니다, 유주는. ”
“ 뭘요, 아직 한참입니다. 팀장님이 잘 당겨주세요. ”
“ 말해 뭐합니까! ”
뒤로.
-탁!
나무 대문이 닫히며, 유원용 팀장과 중년 남자가 사라졌다. 그리고.
-지잉.
동시에 닫히는, 갓길에 대어진 허름한 승용차의 운전석 창문.
“ 빼박이네. ”
방금 읊조린, 썩은 동태눈인 강기찬의 차였다. 뒤로 기찬은 핸드폰 화면에 출력되는, 방금 찍은 수십 장 사진들을 보며 차 시동을 걸었고.
“ 아으- 성가셔. 그래도 뭐, 건지긴 했네. ”
혼잣말을 뱉었다.
“ 음, 돈 주고받는 게 없어서 아쉽긴 한데. 사실 그건 없어도 별 상관없지. ”
없는 범죄도 만들어지는 연예계였다. 여기서 기찬이 생각하는 포인트는 간단했다.
의심.
일단 의심의 꽃을 피우기만 하면 게임은 끝. 적어도 강기찬의 설계상은 그랬고, 그렇게 만들 자신도 있었다. 물론, 너무 나댈 필욘 없었다.
“ 티 안 나게, 안 한 척, 뭔가 얻어걸린 느낌으로 가야 되는데- 어쨌든 오늘 안에 떠넘겨 버려야지. ”
곧, 혼잣말을 뱉은 강기찬이 대뜸 황덕구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짧았고.
“ 어어! 야, 기찬! 뭐냐, 이 밤에! ”
강기찬이 핸드폰에 대고 물었다.
“ 팀장님, 정주미 이사 번호 알아요? 알면 좀 알려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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