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RAW novel - chapter 11
“되었다. 이런 하급의 무구를 어디에 쓰라는 말이냐.”
“하, 하급?”
“폐하! 하급이라뇨?!”
레온의 태도에는 하리마저 경악했다. 아무리 이세계인이라지만, 이 팜플랫 사진으로만 전해지는 귀티를 보고도 저런 태도라니?
“이, 이것들은 최신예 마공학 공법을 적용해 압축한 합금으로 제조한 최고급품입니다. 이만한 물건은 어디에서도 쉽게 구하지 못하는──”
박 이사는 자신이 가져온 물건이 얼마나 대단한 기술력이 적용되었는지, 얼마나 값비싼 소재가 들었는지를 피력했다.
아무리 야만인이라도 이만한 설명이면 어린 아이라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물건이라며.
하지만 레온의 관점은 전혀 달랐다.
“어찌 명검을 만드는데, 별의 기운을 쬐지도 않고 신성의 축복도 받지 않느단 말이냐? 너희들의 무구는 짐승을 사냥할 때만 쓰는 것이냐?”
저게 뭔 소리야. 뭐, 무기를 고추 말리듯이 햇볕에 말리고 기도문이라도 읊으라는 거야 뭐야.
놀랍게도 그 추측이 정확히 맞아들었다.
“어차피 짐의 성검과 성창에 비교하면 무엇도 이쑤시개 장난감에 불과하다. 쯧쯧··· 어찌 축복성사도 읊지 않은 물건을 가져와서는.”
‘이, 이 야만인이!’
이런 놈들이 있었다. 생존자랍시고 자기세계가 최고라 여기는 작자들.
당장 드워프 같은 기술직 종족들만 해도 그런 자부심이 대단했다.
하지만 그들의 자부심은 현대 문명의 소재 기술력과 야금 기술 앞에 처절하게 무너졌다.
제아무리 드워프 명공이 수천 번 담금질 한 강철검이라 한들, 현대 기술과 마공학 기술로 공장에서 찍어낸 노말 장검 앞에 구부러졌으니까.
“하, 하하··· 검에 대해 굉장히 자신감이 있으신 모양이군요, 폐하.”
“그저 당연한 사실을 말한 것뿐이다.”
그는 어디에선가 검을 소환했다. 아공간 기술? 하지만 어떤 마법적인 기운이 작용한 것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정작 소환된 검은 낡은 철검이다. 여기저기 이가 빠져 있고, 낡아 무엇도 베지 못할 것 같은 검.
박종찬은 기가 차 그딴 쓰레기로 뭘 할 수 있겠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말문이 막혔다.
“불신이 가득하구나, 장사치.”
“오, 오해십니다.”
“뭐, 좋다. 장사치들이 제 물건을 띄우는 건 어디에나 있는 일이지.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격이다만 네 헌상품을 시범해주마.”
기가 찼지만, 박 이사는 고민이 되었다. 여기서 확실하게 격의 차이를 보여 저 자신감을 뭉개느냐, 아니면 적당히 져주고 기분을 좋게 만들까.
하지만 감히 두정 그룹의 기술력을 평가절하하다니··· 박 이사는 어느 정도 기선제압이 필요하다 여겨졌다.
‘야만인 놈. 진짜 기술력이란 게 뭔지 보여주지.’
그는 금새 웃는 낯으로 어쩔 수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야··· 폐하의 보검이 내뿜는 광채를 저 또한 견식해보고 싶군요. 한하리 대리님?”
“네······.”
“무엇이든 마음에 드는 무구를 사용해보시겠습니까?”
하리는 레온의 눈치를 보았다. 하지만 그도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4년 동안 동경만 해왔던 명공 박진철의 도검 ‘새벽녘’을 쥐었다.
특수 게이트에서 강렬한 태양의 기운을 쬐며 열흘 동안 단련한 무구다. 그 강도는 실로 최상급. 특수능력인 태양의 기운은 고강도 특수합금도 녹여버리는 융해력을 자랑한다.
불의 축복을 가진 그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상성 좋은 무기다.
“이, 이걸로 정말··· 휘둘러도 될까요?”
“장난감을 휘두르는데, 어찌 일일이 어른의 허가를 받으려 드느냐.”
‘저 새끼가 끝까지······.’
정수리 끝까지 열이 뻗치는 것 같았지만, 곧 다가올 통쾌한 사이다를 기다리는 박 이사.
평생의 꿈의 무기를 쥔 하리는 감탄하면서도 레온의 무기가 부러질 경우를 걱정했지만, 대충 할 수도 없는 노릇.
그녀는 새벽녘의 특수기능까지 발동했고, 시뻘건 기운이 도신을 감싸면서 검날이 붉은색으로 변하였다.
“그, 그럼··· 갑니다!”
전력으로 휘두른 검이 레온의 낡은 철검과 부딪친다. 결과는 두말할 것 없이──
-깡!
시원할 정도로 경쾌한 소리를 내며 부러지는 도신. 일격에 잘려나간 건 새벽녘이었다.
“어?”
“어······.”
휘두른 하리도, 박 이사도, 비서들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토막 난 도검을 보면서 무료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건 레온이 유일했다.
“설마 했지만, 정말로 이쑤시개로 쓸법한 물건을 가져왔구나. 치워라.”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박 이사는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머리가 제대로 회전되지 않았다.
새벽녘은 고위 몬스터의 가죽과 뼈까지도 손쉽게 절삭하는 최고의 절삭력을 가진 무기였다.
두정그룹 기술의 정수가 총집합된, 그들이 만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단 말이다.
‘서, 설마 고유등급 무구?’
저딴 낡은 검이. 그럴 리가.
생존자들이 간혹 그 세계 최고의 무구인 고유등급 무구를 가지고 넘어올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격이 있었다.
저렇게 낡고 이빨 빠진 검 따위가 그런 무구일 리가······.
“‘불괴(不壞)조차 아니었나. 시간낭비였군. 알현의 시간을 줄이도록 하겠다. 3분 내로 할 말을 끝내라.”
“아, 아니··· 그, 그··· 아니?”
기선제압을 할 요량이었는데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박 이사는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고 비서가 어깨를 흔들고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래··· 선물은 어디까지나 환심을 사기 위한 물건일 뿐이다. 십억짜리 무기가 토막 난 건 아쉽지만, 지금 중요한 건 고작 십억이 아니다.
“레, 레온 폐하의──”
“천한 장사치가 왕의 존함을 함부로 입에 담는 것은 어느 나라 예법이란 말이냐.”
“크윽··· 폐, 폐하.”
까드득 깨문 이빨이 깨질 것 같은 소리를 낸다. 그는 살면서 이토록 무시당하고 천대받아본 적이 없었다.
“폐하··· 께서 키우시는 작물 말입니다만. 저희 두정 그룹에서 독점적으로 공급받고 싶습니다.”
“내가 키우는 작물? 네놈은 짐이 농사꾼으로 보이더냐?”
“아, 아닙니다! 저희는 그저 폐하께서 호남 평야에서 자라게 하신 작물의 종자를 확보하고 이를 저희가 키우고 싶을 뿐입니다.”
“호오··· 개종을 하겠다? 네 녀석의 입에서 그나마 반가운 소리가 나왔구나.”
“예?”
개종이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린가.
“그 작물은 생명과 풍요의 신성을 섬기는 사제들이 축복하는 땅에서 자라는 것이다. 네가 그 사제가 되려 한다니. 장사치 주제에 제법 포부를 품었군.”
“아, 아니, 그게 아닙니다.”
“응?”
레온의 말을 따라가기 어려웠던 박종찬 이사는 이자에게는 말을 돌리는 게 무의미하다 여기고 곧장 본론을 말했다.
“저희는 그 쌀의 종자에 대한 특허권을 넘겨받고 싶습니다.”
“뭐라고?”
레온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박 이사는 서둘러 조건을 붙였다.
“물론 그 대가는 치를 것입니다. 저희 경영진의 계산으로는··· 예. 1,800억원의 값어치를 가졌다 여겨졌습니다.”
물론 깎아내린 가격이다. 암조차 낫게 하는 슈퍼 쌀의 종자가 고작 1,800억원일 리가 없다.
하지만 이 무지몽매한 야만인에게 1,800억원의 가치를 설명해주면 아마 눈이 뒤집히겠지.
“돈으로 종자를 사고 싶다는 거냐?”
“바로 그렇습니다. 물론 저희 두정 미래식품만이 독점적으로 유통할 수 있다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셔야겠지만요. 아, 원하신다면 협상 여하에 따라 금액을 좀 더 올려드릴 수도 있습──”
박 이사는 어떻게 이 야만인을 농락할까 기대했다.
종자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아쉬운 것 없는 것처럼 굴며 법과 복잡한 유통망에 대해 어렵게 설명하며 상대를 농락한다.
타고난 비즈니스맨인 박종찬은 상대방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자신의 가치를 더하는데 재주가 있었다. 하지만──
“이 천한 장사치가 감히 신성을 모독하느냐!!”
그는 몰랐다.
그의 앞에 있는 건──
모든 신성을 대표하는 대리인이자 가장 신앙심 높은 종교인이라는 걸.
중세식 세금
“이 천한 장사치가 감히 신성을 모독하느냐!!”
레온의 우뢰와 같은 호통은 단순한 호통이 아니었다.
인간세계의 가장 격이 높은 존재. 살아있는 성자이자 반신이 내뱉는 말들은 그 자체로 마력을 지닌다.
그런 그가 분노하여 내비친 노여움은 보통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허억···!”
숨이 막힌다. 고막이 흔들리고 정신이 혼미해진다.
범인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신성의 대행자가 내비친 호통에 심장이 덜컥거렸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분노임에도 한 가지만은 이해했다.
두정그룹의 실세기업, 그 전무이사인 자신이··· 박종찬이라는 인간의 생사여탈권이 눈앞의 이계인에게 달렸다는 걸.
“폐, 폐하!”
그 순간, 위험을 직감한 하리가 레온의 앞에 섰다. 그녀 또한 달달 떨리는 다리를 억지로 세우며 레온을 만류했다.
“아, 안 됩니다. 주, 죽이시면 저희도··· 곤란해집니다!”
생존자는 모든 것을 용납해주는 면책권이 아니다. 레온의 문화와 계급에 대해 이해해주는 것도 어디까지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선이다.
물론 레온의 가치는 국내 대기업의 전무이사 따위와 비교할 게 아니다. 그렇다 해도 이건 아니었다.
“흥. 충언은 기꺼우나 착각하지 마라. 본왕은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는 망아지가 아니다.”
그 말에 하리와 박 이사 그리고 비서진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겨우 목숨을 구명 받은 박 이사는 식은땀을 흘렸고.
“어리석은 것.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예, 예? 아니, 그······.”
대체 자신이 뭘 잘못했단 말인가. 그야 가격을 후려치려고는 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지구에 온지 일주일도 안 된 야만인이 알 리 없잖은가?
억울한 기분이 든 박 이사는 조심스럽게 항변했다.
“저, 저는 정말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겠습니다.”
“허어··· 이토록 무지하고 몽매할 수가 있나.”
이쯤 되자 레온의 눈에 멸시가 아닌 동정이 담겼다.
“그 작물은 데메라께서 축복하신 땅에서 난 소산이다. 신성께서 땀 흘리며 밭을 갈고 키워내는 농부들에게 허하신 축복이란 말이다.”
인간은 홀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족속이다.
흉작이 오면 굶주려야 하며, 굶주림에도 밭에 일을 나가야 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땅을 파헤치며 땅에게서 씨알을 훔쳐낸다.
“그렇기에 농부된 자. 응당 땅의 은혜에 감사하며 그 대지를 이루시는 신성께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법이다.”
신앙과 신성. 그리고 신성이 내리는 은혜. 그것부터 인지해야 함이다.
이는 천금으로도 살 수 있는 게 아니오, 감사한 마음과 신앙에게 베풀어지는 것이다.
“아해야. 천박한 이윤을 좇으며 남을 속이는 천한 것아. 네 어찌 신앙하지 않는 신성의 산물로 이익을 취득하려 하느냐.”
“이, 이익···!”
박종찬 이사는 이를 악물며 물러났다. 명백히 두고 보자는 듯 자리를 나서는 그를 보며 하리가 걱정스러운 의사를 피력했다.
“그··· 괜찮을까요? 폐하의 관점에선 천한 장사치이긴 해도···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오입니다.”
“흥. 신경 쓸 가치조차 없다.”
레온도 장사치의, 기업인의 영향력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현대 문명에서 기업의 역할은 지대하다. 그들은 자본주의라는 토양 속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광대하게 펼쳐왔다.
“만신전이 짐과 함께하거늘, 저깟 장사치에게 흔들릴 짐이 아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압도적인 자신감이 있었다. 아니, 이건 확신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만신전의 신성들이 선택한 존재.
자신은 선택받은 존재이자 하늘이 인정한 왕이다.
왕권신수설의 살아있는 증명이다.
제국의 황제도, 지하도시의 강철 드워프들도, 숲의 수호자들도 반신의 권위를 인정한다.
오직 방종한 자들만이 신의 대행자를 가벼이 여기는 법.
앞으로 펼쳐질 신성의 세계에서 그들은 배제되고 낙오될 것이니.
무지몽매한 천것들이 주제파악을 못한다 해서 일일이 대처할 가치도 없다.
“그나저나 내가 준비하라 이른 것은 되었느냐?”
“어음··· 농부들을 대상으로 포교활동··· 말이지요?”
“그렇다. 물론 이 나라에도 손해는 아닐 것이다.”
하리는 얼마 전, 레온이 요청한 것을 기억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헌터 협회는 뒤집혔다.
“실은 박종찬 이사가 방문하기 전에 연락이 왔습니다. 적합한 땅이 있다고······.”
너무 많아서 문제였다. 이 문제를 레온이 해결해준다면야 헌터 협회가 도와주지 못할 이유도 없었고, 무엇보다 대통령까지 그것을 보고 기꺼워했던 일이니.
* * * *
게이트 사태 이후로 인류는 수많은 경작지를 잃었다.
도심지에서 발생하는 게이트에 대응하는 것도 벅찼던 각국에서 미처 시골이나 외딴 곳에서 터진 게이트를 발견하지 못한 탓이다.
그로 인해 수많은 게이트들이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켰고, 많은 땅이 오염되었다.
작금의 인류가 심각할 정도로 식량위기를 겪지 않은 건 순전히 그만큼 사람이 죽어나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처에 실패한 몇몇 평야는 가히 영구적인 오염이 진행되었고, 수많은 이재민들이 생겨났다.
나주평야. 그곳에서 평생을 밭을 갈며 농사를 해오던 최 영감도 바로 그 중 하나였다.
“아부지. 아침 댓바람부터 또 밭만 보십니까?”
“······.”
아들의 물음에도 최 영감은 말없이 마소에 오염된 제 땅을 바라봤다.
지금은 정부보조금을 받아가며 읍내의 마트 보조일을 하고 있는 최 영감이지만, 그는 5년 전까지만 해도 나주에서 농사 일을 하던 농부였다.
팔십 평생을 소를 끌고, 트랙터를 운전하며 지내온 세월이었다. 하지만 5년 전, 공략에 실패한 적색 게이트가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키면서 나주 평야 일대가 마소에 오염되고 말았다.
그 오염강도는 매우 짙어서 최 영감을 포함한 수많은 농부들이 땅을 잃었다.
“하아······.”
마소에 오염된 땅에선 무엇도 할 수 없다. 평범한 사람은 그 땅 위에 올라가기만 해도 오염됐고, 헌터 정도가 버텼다.
작물도 자라지 못하는 땅에 누구도 매입하지 않는 땅. 땅의 크기에 따라 정부 보조금이 들어왔지만, 그것도 푼돈이다.
마탑에서 마소 정화 시약을 사 꾸준히 투입하고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지나치게 오염이 진행된 땅은 시약으로도 정화되질 않았으니.
다음 신형 시약은 효과가 있겠지, 그다음은 더 좋은 시약이 나오겠지.
최 영감은 가진 재산을 털어 마탑에게서 시약을 구입했다. 이젠 근처 논밭에서 마탑의 시약을 구입하는 게 자신뿐임에도.
“이제 포기하세요. 나랏님들도 어쩌지 못하는 땅이에요.”
“시끄럽다! 니하고 니 동생들. 다 저 땅에서 자란 쌀로 먹여 살렸고 대학도 보냈어! 저 땅이 어떤 땅인데! 평생을 일군 내 땅이여!”
그 태어날 적, 민족을 분열시킨 커다란 전쟁이 있었다. 전쟁의 업화로 폐허가 된 땅에서 미군의 쪼꼬렛을 받아가며 자랐다.
그에게는 큰 꿈이 있었다.
자신의 번듯한 땅을 구해 그 땅에서 농사를 짓겠노라고. 자식들 남부럽지 않게 키우겠노라고.
월남에서 목숨 걸고 베트콩들과 싸워 번 돈으로 구입한 땅이었다. 틈틈이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늘려갔던 땅이었다.
땅은, 밭은 최 영감의 모든 것이었다.
이제 마지막 농사만 짓고, 자식들에게 전부 물려주기만 하면 제 인생의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씨부럴 놈들. 못된 괴물 놈들!”
그것들이 나타나며 제 땅을 오염시켰다. 마소가 땅을 오염시킨다는 말에 25년 동안 벌벌 떨며 제발 제 땅에는 나타나지 않기를 바랬던 게이트가, 기어코 제 땅을 오염시켰다.
이제 그의 바램은 하나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제 땅 위에 모종을 심어 그 황금빛을 다시 한번 보고 싶다.
죽기 전에 한 번만 그 모습을 보고 싶었다.
“아부지, 이장님이 한 말 들었어요? 헌터 협회에서 뭘 소개한다던데.”
“또 무슨 신약 소개겠지. 들어 처먹지도 않고 비싸기만 한 거.”
마탑에서 판매하는 시약은 비쌌다.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하긴 해도 그걸 감안해도 비쌌다.
그런 주제에 시약의 정화 확률은 높지 않았고, 재수가 없으면 2년은 걸렸다.
그것도 나주 평야 같은 오염도가 높은 땅에선 전혀 먹히질 않았고.
“무슨 개소리를 하는지 들어나 보자.”
항상 협회와 마탑을 욕하는 최 영감이었지만, 그래도 이런 자리엔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 실날 같은 희망이라도 붙잡고 싶었기에.
“짐은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 그대들에게 신앙을 전파하러 왔노라.”
마을회관. 협회의 직원들을 대동하고 나타난 금발의 귀공자는 평소 방문하던 마탑 마법사들보다 아주 허무맹랑한 헛소리를 지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