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RAW novel - chapter 234
기사들의 왕으로서, 레온은 이 고결한 기사를 거둬들인 것이 자랑스러웠다.
위대한 퀘스트를 끝내 수행해낸 이 기사가 있었기에 지금의 만신전도 있다.
그리고.
[레온, 나의 기사야.]지금의 부활도 있다.
“아리아나시여.”
[내 기사와 연결이 끊겨 우리 모두가 걱정했노라. 몸은 괜찮으냐?]“스피너 경 덕입니다.”
레온은 이 현상이 어떤 과정의 결과물인지는 모른다. 눈을 떠보니 야피가 기능 정지되어 있었고, 제 갑옷이 이전과 다른 형태를 하고 있으니 짐작할 뿐이다.
“헤토시여. 어떤 영문인지 아십니까?”
[나의 대장장이가 미완성된 갑옷을 완성시켰다. 기계팔로 불을 뿜고 급조한 망치로 연마했지.]“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차단되었던 신성과의 재연결이 설명되지 않습니다.”
[갑옷의 성질을 이 암흑의 안개에 저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아이는 네게 승리할 수 있는 갑주를 마련한 것이지.]다시 말해 완성된 이 갑옷 자체가 암흑의 안개를 차단하는 방호복인 셈이다.
“저는 정말이지. 사람 복이 많은 왕입니다.”
[이제 어찌할 것이냐.]여신의 물음에 레온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싸워 승리할 것입니다.”
레온은 자신이 응당 해야만 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
[네놈··· 어떻게······.]레온은 거악을 앞에 두었다.
불과 사람의 크기인 자신에 비해 너무나도 거대한 악의 군주.
많은 이들이 그들을 보았을 때, 절망했다. 두려워했고 패배를 직감했다.
하지만 레온은 아니다. 그는 세상을 드리우는 거악에 맞서 언제나 검을 들었다.
“성배기사 야크트 스피너 경에게 영광 있으라.”
그리고 끝내 승리했으니 이는 그의 운명이리라.
라크샤르의 촉수발들이 지상에 요동친다. 그것은 도시의 건물들을 무너뜨리고 지상에 지진을 일으켰다.
라크샤르의 집게발이 위협적으로 철컥거린다. 그 집게발은 하늘조차 절단할 것처럼 강력하다.
[너의 기사들은 모두 내게 쓰러졌다. 네겐 새 장난감이 생겼을 뿐이야.]“비루한 악종아. 본왕이 짊어진 삶의 무게를 네깟 것이 이해하느냐?”
레온의 성검이 밝게 빛난다. 신성을 차단하는 암흑의 안개 속에서 그 검은 유독 밝게 빛났다.
“짐은 레온이오, 드라고니아요, 라이온하트이니. 나야말로 악의 종말이다.”
레온이 뛰어들었다. 라크샤르는 곧장 대응했다.
휘몰아치는 수백 개의 다리들. 그것이 건물과 빌딩이라는 방해물 따윈 없는 것처럼 날카롭게 휘둘러진다.
-쿵!
아찔한 소리와 함께 뛰어든 레온을 후려치는 다리. 레온의 몸이 지면을 우르륵 갉아먹으며 튕겨 나간다.
[레온아···!]라크샤르. 혼돈 계열의 대악마들은 유독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한다.
라크샤르는 그 정점. 악마대공이었을 적에도 강대했지만, 군주가 되고서는 말 그대로 홀로 세상을 집어삼키는 거악이 되었다.
그 힘은 단 한 사람을 상대하기에는 너무도 거대한 것.
“오라.”
신벌
태양. 그것은 성법의 권능 중에서도 최대 공격형 성법. 행성을 비추는 태양의 힘은 가장 순수한 파괴력을 자랑한다.
[가소롭다! 그저 규모만 키운 힘으로!]내리치는 태양. 그것을 라크샤르가 맨몸으로 받아친다.
태양에 닿는 열기만으로 온몸이 녹아들 터인데도 라크샤르는 오히려 정면 힘 싸움으로 밀어냈다.
혼돈의 군주 그 거대한 마력은 심판의 속성을 가진 태양열조차 밀어낼 만큼 광오하다.
[네놈 혼자서 날 이길 순 없다.]집게발로 태양을 든다. 그것은 마치 신화 속 행성을 떠받드는 거인을 연상시켰다. 라크샤르가 그와 다른 건 라크샤르에겐 행성을 떠받들 의무 따위 없다는 거겠지.
단숨에 치워버린 태양이 평양이라는 도시에 파멸을 선언한다. 사람이 살지 않는 건물과 빌딩을 닿는 즉시 소각하며 그대로 깊숙이 땅을 파고들었다.
다음 차례에 쏟아지는 건 라크샤르의 거대한 마력이 자아내는 폭격. 태양을 정면에서 받아친 마력이 마법으로 치환되자 그 규모는 단일개체에겐 너무나 가혹했다.
하나하나가 대마법. 그런 것이 수백 개. 호흡처럼 당연하다는 듯 자아낸 마(魔)의 폭격이 레온을 향해 쏟아진다.
[여기 300만의 산제물을 드리겠사오니! 저의 청을 들어주소서!!]제국의 황제가 제 백성을 산제물로 바쳐 혼돈의 군주를 소환한 뒤, 레온은 제 왕국의 백성들이 끝없는 악의에 죽어나가는 것을 목격해야만 했다.
왕국에 머물러 만족하던 성군이 같은 인간에게조차 분노한 사건. 진작 그 늙은 황제를 찢어 죽였어야 했다는 후회.
“철의 권능이여.”
내리치는 마력의 폭격을 땅속 깊은 곳에서 솟아난 철분을 뭉쳐 막아낸다. 순수한 철의 장막이 관통되고 남은 곳에 사자심왕은 보이지 않았다.
[······!?]사라진 레온을 찾던 라크샤르는 문득 허공에 휘날리는 하얀 깃털을 보았다.
“가자, 스탈리온!”
-카오오오!
사나운 맹수의 포효. 하지만 그 빛의 신수는 찬란한 아름다움을 흩뿌리며 날개를 펼쳤다.
* * * *
구대성은 세계수에 매달려 레온과 라크샤르의 싸움을 지켜봤다.
“대단하다······.”
성배기사로 각성한 그지만, 레온의 싸움은 그야말로 격이 다르다.
저것이 모든 신의 힘을 아우르는 자.
인류의 정점에 선 시대의 거인.
‘사자심왕.’
성배의 수호자.
“하지만··· 밀리고 계신다.”
이제 초인의 격에 오른 구대성이기에 알 수 있었다.
혼돈의 군주와 사자심왕의 정면대결. 서로가 막상막하로 겨루고 있지만, 레온의 힘은 완전히 돌아온 게 아니다.
저 새로운 갑옷이 분명 차단된 신성을 다시 연결하고는 있지만, 레온에게서 성력이 발현된 순간 그 힘이 점차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인다.
다섯 대악마와 악마대공까지 제물로 바쳐 만들어낸 세크리파이스는 성력이 닿는 즉시 약화시키고 있다.
[아가, 네가 도와야 한다.]“예··· 하지만 방법이······.”
레온과 달리 구대성은 암흑의 안개에 닿는 즉시 신성과의 차단을 피할 수 없다.
[그 방법은 그녀에게 물어보렴.]데메라의 말에 구대성이 고개를 기웃거렸을 때였다. 그가 매달린 세계수의 껍질에서 무언가가 스르륵 모습을 드러냈다.
‘정령?’
구대성은 자신이 떠올린 빈약한 판타지 지식에 근거해 생각했다.
아름다운 외형을 가진 날개달린 정령. 데메라가 그녀라 부른 이는 구대성을 향해 다가와 말했다.
[나를 태어나게 한 생명의 기사야. 네 도움이 필요해.]“무엇이든 하명하십시오.”
구대성의 순순한 태도에 여인은 싱긋 미소 지었다.
[나는 숲과 나무의 이르민. 요정들의 창조주이며 데메라의 쌍둥이 여신. 종의 씨앗을 품고 스스로 봉인된 신.]그것은 최후의 성배와 마찬가지로 세계의 멸망에 대비한 방주계획.
사자심왕과 그 군대가 승리할 미래를 대비해 세상 모든 종들의 번성을 위해 예비된 신.
[내게 너의 생명력을 주렴. 그럼 나는 탄생의 기적을 보여줄 거야.]구대성은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위대한 순간에 봉착했음을 직감했다.
라이온하트의 부활. 그 영광의 시대를 다시 번성케할 기적이 제 손에 달렸음에 전율했다.
“바라시는대로···!”
구대성의 동의에 이르민은 싱긋 웃으며 세계수를 조작했다.
암흑의 안개가 내려앉은 지층. 그곳의 뿌리가 움직이며 무언가를 끌어안아 구대성이 있는 곳까지 데려왔다.
뿌리에 소중히 안겨 올라온 여인을 본 구대성은 눈을 부릅떴다.
“카리나 대공각하!”
검은 머리카락의 대공. 뿌리에 담긴 그녀를 건네받은 구대성이 황송해하며 어찌할 줄 몰랐다.
“끄응······.”
“대, 대공각하, 괜찮으십니까?”
“자네는···?”
카리나는 라크샤르에게 당해 혼절한 와중 자신을 품에 안은 낯선 사내에 의아해했다.
“그··· 기사 구대성이라고 합니다.”
“단순한 기사는··· 아닌 것 같군.”
카리나는 구대성에서 느껴지는 무한한 생명력에 놀랐다. 이 시대에, 지구에 성배기사로 승화할 인재가 있었다니.
[카리나. 레온 드라고니아의 딸. 울프릭의 손녀야.]“이르민 님?”
[네가 가진 인자가 필요하단다.]이르민의 말에 카리나는 그 뜻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렇군. 그렇게 된 건가.”
카리나는 구대성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녀의 강인하고 패도적인 시선을 마주한 구대성은 침을 꼴깍 삼키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것은 마치 야생의 세계에서 맹수무리의 알파에게 본능적으로 부복하는 베타의 행동이었지만, 카리나에겐 썩 다르게 받아들여진 모양이다.
“신입은 숫기가 부족하군.”
“그, 그게 아니라······.”
“되었다. 상황이 급하니 어서 얼굴을 가져와. 똑바로 본작을 보아라.”
“예? 예에?!”
카리나는 당황하는 구대성의 턱을 붙잡곤 쓱 자신을 정면으로 보도록 유도했다. 그러곤 서서히 얼굴을 가까이 가져간다.
‘서, 설마!?’
구대성은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설마했던 상황은 오지 않고 이마와 이마가 맞대어지는 묘한 감촉이 전해졌다.
“어어?”
기대했던 그런 것이 아니라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는 구대성. 그런 그를 보더니 카리나가 싱긋 미소 지었다.
“뭐냐, 기대한 건가?”
“그, 그런 거 아닙니다!”
카리나는 숫기 없는 구대성의 불그스레한 표정이 귀엽다고 생각하면서 그의 콧잔등을 툭 손가락으로 튕겼다.
“본작 같은 미녀를 만난 사내란 응당 그래야 하지만, 지금은 중요한 국면이다. 집중해.”
“아, 예엡······.”
뭔가··· 자의식이 강한 건 역시 그분을 닮았다는 생각을 하며, 구대성은 카리나가 시키는대로 이마를 맞대었다.
“본작의 인자를 느껴라. 그것에 경의 생명력을 불어넣고 세계수를 통해 싹 틔우는 거다.”
구대성은 맞닿은 이마를 통해 무언가가 전해지는 것을 느꼈고, 본능적으로 생명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것을 이르민이 받아들였다. 세계수는 곧 카리나의 인자와 구대성의 생명력이 더해진 씨앗을 싹 틔웠고──
[계약을 이행할 때다! 모아둔 성력은 모조리 퍼부어주지. 나의 첫 번째 자손을 탄생시켜라]황금의 신 드라고니아가 그간 모아둔 성력을 퍼부었다.
이 지구에 탄생할 자신의 첫 번째 자손이 그 어떤 생명체보다 웅장하고 고귀하도록.
씨앗은 곧 싹을 틔웠고, 세계수에서 태어난 첫 번째 생명. 그것의 광대한 포효가 울려 퍼진다.
-그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용신 드라고니아의 첫 번째 자손.
거대한 흑룡이 날개를 펼쳤다.
사자심왕(2)
신벌
구름이 모인다. 천둥이 얽힌 왕관을 쓴 구름거인이 그 팔을 높게 들어 올렸다.
“이것도 견뎌봐라, 악종.”
내리치는 창은 벼락의 아성이 집속된 필중의 창. 피하는 것도 막는 것도 불가. 모든 것을 꿰뚫는 하늘의 창을 맞상대한다는 건──
[나를 우습게 보는구나.]파멸 마력 압축형성.
천둥왕관의 거인이 수직으로 떨어뜨린 창을 검은 광선이 영격한다.
레온은 혀를 찼다.
‘하늘의 창은 순수한 벼락. 그걸 물리적인 힘으로 막아내다니.’
저 광선은 단순한 에너지 포격이 아니다. 온갖 대재해를 일으켰던 지혜의 군주가 펼치는 마법은 별을 끌어들일 정도로 강대했지만, 법칙을 위반하지는 않았다.
레온은 악마들이 사용하는 마력이 저마다 다른 성질을 가졌음을 기억했고, 라크샤르의 마력은 예측할 수 없는 혼돈임을 짐작했다.
말루스 또한 그 마력이 시공간조차 왜곡하는 기이한 이상현상을 일으켰기에.
하지만 레온이 사용하는 성법 또한 법칙을 왜곡하는 건 매한가지.
개념과 혼돈의 힘은 어떤 방어도 무색하게 하며 충돌의 여파로 온 세상을 상처입혔다.
-피, 피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레온! 힘 싸움만으로는 맞상대할 수 없다!]천둥의 신 울티마가 드물게 약한 소리를 했다. 하지만 그 말이 옳음을 레온도 알았다.
“스탈리온, 회피한다!”
맹우의 요청에 신수가 응한다. 날개를 가진 천마는 사방에서 휘둘러지는 촉수와 집게발, 마법의 포격 따위를 피하며 어지럽게 회피기동을 했다.
그것은 일전 동해 게이트에서 라크샤르와의 초전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최대급의 힘 앞에 피하는 건 의미 없다는 걸 보여주마!]라크샤르의 입안으로 마력이 집속된다. 그 힘은 몇 번이고 목격한 포효의 포격. 초거대 악마에 어울리는 거포가 쏘아진다.
“피해라!”
레온이 고삐를 쥐었다. 스탈리온은 긴급히 날개까지 접어 극단적인 수직기동을 했고 방금까지 그들이 있었던 곳을 스치는 라크샤르의 포격.
-투콰아아아아!!
그 대포격은 도시를 넘어 지평선 행성의 대기를 가른다.
세계각국의 생명체들이 지구 대기권의 온도 상승을 피부로 체감할 정도.
우주로 뻗어나간 그 포격의 잔흔을 지구인 절반이 보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대포격. 아무리 스쳤더라도 단일개체가 견딜 수 있는 화력이 아니다.
-음머어어어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