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RAW novel - chapter 245
“폐하?”
레온이었다.
“비체, 어찌 술을 혼자 마시고 계시오.”
“······그냥요. 적적하기도 하여.”
[꿈의 신관장이 서운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구나. 취한 것이야.] [쓰읍! 빛은 조용히 하라!]레온은 여신들의 주책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베아트리체의 옆자리에 앉았다.
“짐이 그대를 서운하게 했구려.”
레온은 베아트리체를 달래는가 싶으면서도 그녀가 따르려던 와인병을 거두었다. 이런 행동에 베아트리체가 의아한 시선을 보내자 레온은 웃으며 말했다.
“이곳에서 잔을 따를 때가 아니오. 어서 나갑시다.”
“폐하?”
레온의 재촉에 베아트리체는 얼떨떨해하며 레온을 뒤따랐다. 바깥에는 스탈리온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고, 레온의 손에 이끌려 안장 위에 오르는 베아트리체.
“가자, 스탈리온.”
레온이 신수의 목덜미를 쓰다듬자 스탈리온은 날개를 펄럭이며 비행하기 시작했다.
“꽉 잡으시게.”
차가운 밤바람이 몰아치자 술기운이 가셨지만, 베아트리체는 여전히 영문을 모르는 눈치였다.
“폐하, 어쩐 일이신가요?”
“먼저 용서하시오. 비체.”
“네?”
의아해하는 베아트리체에게 레온은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짐은 오랫동안 의무 속에서 살아왔네. 나의 왕국을 멸망시킨 악마들들을 모두 격멸하는 것만을 바라보며 200년을 싸웠지.”
레온은 그다음의 일을 생각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지구와의 게이트가 열리지 않았다면, 짐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을지도 몰라.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으니까.”
하지만 게이트가 열려 지구로 귀환했고, 그곳에서도 악마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를 안 레온은 안도했다. 자신이 아직 해야할 일이 남아있음에.
“이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싸움이 끝나고 나서 짐은 마땅히 낙원으로 승천해야 한다 생각했소. 물은 고일수록 썩기 마련이니.”
“폐하께서···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무려 이백 년을 싸워오면서도 고결함과 명예를 지켜낸 기사가 아니던가.
베아트리체는 레온이 변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후후, 그럴지도. 다른 이유도 있었소.”
“다른 이유라 하면······.”
“내 친구들. 나와 마지막까지 영광을 함께해준 고마운 신하와 병사들. 그리고 내가 평생을 사랑했던 카스티야.”
“······.”
그 이름이 언급되자 베아트리체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녀가 결코 이길 수 없는, 경쟁의 대상조차 될까 싶은 여인의 이름이었기에.
“내 의무가 끝나고 나면 마땅히 그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 여정의 끝이라 여기네. 짐은 언젠가 그들과 만찬장에서 웃고 떠들 날을 고대하고 있어.”
결국··· 당신은 홀로 그렇게 떠나실 작정인가.
베아트리체는 서운한 마음을 숨기지 못해 레온의 등에 얼굴을 파묻었다. 꾸욱 이마로 누르면서 소심한 책망을 한다.
“슬슬 열리는군. 저것을 보시오.”
“???”
이에 그녀의 시선이 레온의 손끝을 향한다. 그곳에는 거대한 세계수가 있었고, 그 가지마다 수많은 빛이 모여들고 있었다.
“저것은?”
“숲의 종족일세. 엘프와 트리맨들이지. 구대성 경을 닥달해 서둘러달라 요청했어.”
구름에 닿을 정도로 거대한 세계수였다.
그 뻗은 가지 하나하나가 도시를 반절은 가로지를 정도로 길었고, 그 가지마다 맺힌 열매들에 빛이 모여들자 그 광경이 대단했다.
수백 년 전, 최후까지 사자심왕과 함께하며 끝내 멸종되었던 숲의 현자들.
그들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레온에게 안배를 맡겼다.
방주 계획과 최후의 성배 계획.
무엇이든 레온을 전적으로 신뢰했기에 그들은 모든 것을 걸 수 있었다.
레온이 경험한 역사와 게이트에서 베아트리체가 획득해온 달의 성배. 그들의 헌신이 시공을 초월해 레온의 손에 의해 맺혔으니 이 또한 기적의 하나겠지.
“트리맨들은 인간보다 몇십 배는 수명이 길지. 그들은 평생을 자연의 조화를 수호하다 마지막엔 숲에 모든 것을 돌려주곤 새로운 나무를 심는다오.”
그것이 현자의 모종. 군라르가 남긴 모종은 곧 세계수가 되어 지금 눈앞에 그 과실을 맺고 있다.
멈춰진 생명의 순환이 몇 번의 기적이 겹쳐 이 지구에서 다시금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폐하는··· 그것이 자연스럽다고 말씀하고 싶으신 건가요?”
베아트리체는 이런 말을 하는 레온조차 원망스러웠다. 결국 자신이 승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조화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그렇겠지. 그건 분명 자연스러운 일일세.”
“······.”
베아트리체는 꾸욱 얼굴을 파묻었다. 하지만 그때──
“하여, 시간이 필요하네.”
“네?”
“내가 그 마땅한 순환을 거슬러야 할지.”
그것이 무엇을 거스르는 것인지 떠오른 베아트리체는 눈을 껌뻑였다. 레온은 뒤돌아보지 않고 어색하게, 죄를 짓는 것처럼 조심스레 말한다.
“조금만 시간을 주게. 나는 평생을 그리 믿고 살아왔어. 생각을 고쳐먹는 건 한순간에 이루기가 쉽지 않아.”
“폐하······.”
“기다려줄 수 있겠소?”
베아트리체는 레온의 허리를 끌어안고 얼굴을 꼬옥 파묻었다. 그 의미는 이전과는 분명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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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여기저기서 생명의 빛을 품은 종의 부활이 이어진다.
기사와 병사들. 도시를 재건하기 위해 동원된 모든 이들이 잠시간 그 모습을 넋 놓고 지켜봤다.
모두에게 잊혀지지 않을 밤이었다.
평양 특별자치시
세계수는 그 거대함으로 인해 인접한 국가에까지 보일 정도다.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에서도 보일 정도로 하늘 높이 솟구친 나무. 하지만 그것도 날씨가 맑다는 것과 대낮이어야 한다는 나름의 조건이 붙어야 한다.
“엄마, 저게 뭐야?”
“세상에······.”
그리고 현재. 어느덧 다난했던 제2차 남북전쟁의 상흔이 정리되어가는 밤. 모두가 그 빛을 보았다.
멸망한 불량국가의 수도에 우뚝 선 거대한 나무. 끝없이 뻗어나가는 가지에 반짝이는 생명의 빛이 온 세상을 밝힌다.
도심의 네온사인 속에서 퇴근길에 오르던 시민들도,
늦은 밤에도 그물을 끌어 올리던 어부들도,
점령되지 않은 산골에서 빨치산 활동을 하던 인민군이나 그들을 수색하던 국군도.
근처 상공을 비행 중이던 여객기나 추락한 우주정거장을 재건하던 우주비행사들도.
밤하늘을 밝히는 그 선명한 빛을 보았다. 선명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생명의 빛을.
* * * *
“와아~ 엄마 저기 봐! 나무가 엄청 커!”
통일이 선언되고서 첫 관광비자가 발급되었다.
한반도가 모두 남한 정부에 편입되었음에도 비자가 필요한 이유는 이곳이 명목상 남한 영토이면서도 특별한 자치구이기 때문이다.
열차를 타고 도착한 평양역. 남한에서 이곳 평양까지 찾아온 그들은 창문 밖에 펼쳐진 평양의 모습에 감탄을 숨기지 못했다.
서울에서도 보일 정도로 자란 거대한 나무의 가지가 온 사방팔방에 뻗어 나갔고, 그곳을 지나는 몇몇 이들이 보인다.
무개성하다 못해 궁상맞았던 도시는 대자연의 신비에 둘러싸인 친환경 도시가 되었다.
-끼룩! 본 평양 특별선을 이용하신 승객 유기체들에게 알림.
열차 안 화면에 놀랍도록 아름다운 회색머리 미소녀가 무표정으로 안내를 시작하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5분 전 서울에서 출발할 때 보았던 야피의 유기체 모습은 두 번 보아도 눈호강이 되었다.
-30초 뒤, 본 열차는 평양역에 도착함. 가이드가 대기하고 있으니 안내에 따라 적확히 행동하기 바람.
-본 평양 특별시는 대한민국의 대륙법과 유사한 법 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만신전 특별법에 의거 법보다 더 중요한 원칙이 있음을 고지함.
-관광가이드 주의사항을 다시금 살필 것.
평양으로 향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배포된 가이드에는 여러 주의사항이 적혀 있었다.
-엘프들에게 헌팅 금지.
-쓰레기 버리다 트리맨한테 걸리면 머리부터 박자.
-풀 플레이트 입고 있는 사람에겐 무조건 존대.
-용한테 먹이 던지면 진짜 죽을 수 있음.
여러모로 살벌한 주의사항이었고, 한국에서 비자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철저하게 교육받는 사항이다.
일단 대한민국 내에 속한 자치도시이지만, 평양 특별자치시는 나주 만신전, 즉 이계의 사자심왕 레온이 뒷배로 작용하는 독립도시다.
만신전의 유명세에 따라 라이온하트의 왕국법이 지구와는 다른 점이 많다는 걸 인지한 만큼, 그들은 라이온하트의 룰을 따라야 하는 것이다.
-평양도 우리 땅 아님? 민주국가에서 이러는 건 좀 꼽네.
-응 ㅈㄹㄴ 꼬우면 축복받은 작물 먹지 마.
-서울에 하이퍼루프 공짜로 달아줬으면 됐지.
-ㄹㅇ 이제 한국 경제 만신전 없으면 돌아가긴 함? 개성에 야피 경이 별철 반도체 공장 안 세웠으면 북한 흡수통일 엄두도 못 냈을걸. 통일을 했는데 세금이 안 오름 ㅋㅋㅋㅋ
-글카 없이 씨퓨만으로 16K 240프레임 플레이 실화냐?
-아 ㄹㅇㅋㅋ만 치라고 ㅋㅋㅋ
평양 특별자치시에 대한 논의는 여의도에서도 격렬한 논쟁이 오간 사안이다.
안동길 대통령을 필두로 여당의 지지율 상승을 막기 위해 야당이 총연합하여 평양특별시 성립을 저지하려 했지만, 계속해서 터지는 야당 의원들의 비리 문제, 비자금 노출 사건 등이 터지면서 평양특별시는 스무스하게 통과됐다.
무엇보다 전국민의 지지가 컸는데, 2차 한국전쟁에서 혼돈의 군주 라크샤르를 격퇴하고 승리로 이끈 만신전의 인기가 상상을 초월했던 것이다.
-솔직히 한반도 내부에 성지 하나 더 생기면 오히려 개이득 아님?
-나주를 봐라. 논밭밖에 없는 시골 깡촌이었는데, 지금은 부산을 넘는 경제도시가 됐다. 축복받은 작물에 별철공방이 여기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다.
-목포는 어떻고? 끼끼룩족은 인간과 거주구역과 겹치지 않으면서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가져오고 있음. 이번에 끼끼룩족이 만든 잠수 강습함 봤냐? 미 해군이 스무 척 주문했음.
-만신전제 위성은 어떻고? 그냥 야피 경이 최고다.
-전세계에서 만신전 유치하려고 눈물의 똥꼬쇼 중임. 레온 폐하가 한국 내에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함.
북한은 한국에 비해 100배 이상 가난한 세계 최빈국이었고, 이러한 북한을 졸지에 흡수통일하게 생긴 한국 정부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했다.
당장 북한 주민들의 심각한 교육수준과 건강상태를 남한 시민들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했고 경제 수준은 향후 백 년의 재건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만신전의 존재로 이 모든 문제가 말끔히 해결될 수 있었다.
축복받은 작물을 북한 전역에서 키우며 영양 문제를, 야피의 첨단 계획도시와 에너지 공급계획이 발표되며 개발까지도 문제가 없다.
게다가 국방 문제에 있어서도 만신전은 한국 내 최강 전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아! 엄마! 도착했대요!”
“정말? 멈추는 소리도 안 났는데······.”
야피가 서울까지 놓은 평양 특별선 자기부상열차는 서울에서 평양까지 5분 만에 완주가 가능했고, 관광객들은 차례차례 내리며 자신들을 가이드해줄 가이드들을 발견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일일 관광 가이드를 맡은 한국 헌터협회 대리 한하리입니다! 평양 특별자치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와~ 한하리다!”
“최연소 S급 헌터!”
자국의 최연소 S급 헌터 한하리가 가이드로 나오자 환호하는 관광객들.
그들은 가이드인 하리를 따라 역을 나오곤 환호성을 질렀다.
“대박······.”
“와, 저걸 봐. 엘프야! 난쟁이도 있어!”
“진짜 나무처럼 생긴 종족도 있어!”
거리에는 나무 인간들이 돌아다니고 아름다운 엘프들이 접객하며 하늘에는 드래곤들이 날아다니는 비현실적인 광경.
평양이 라이온하트의 특별자치시로 논의되는 반년 간 세계수를 통해 탄생한 라이온하트의 이종족들은 이 평양 특별자치시에서 둥지를 틀고 종족의 번영을 이루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저··· 위험하지는 않나요?”
자녀를 데리고 평양을 방문한 부모는 육중한 드래곤과 인간과 거리가 먼 트리맨들을 보고 불안한 눈치였다.
비록 게이트 너머의 이종족들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이라도, 어디까지나 몬스터로서 맞이한 게 고작이었으니.
“전혀 그렇지 않아요. 다들 평화를 사랑하시는 분들이랍니다.”
하리는 활짝 웃으면서 지나가던 트리맨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는 외지인의 방문에 제 나름의 환영인사를 했고.
“자자! 그럼 관광을 시작할까요? 첫 시작은 자기부상버스를 타고──”
여행 패키지를 통해 편성된 평양 관광은 야피가 빅 데이터를 통해 구성 별로 짜여져 있다.
먼저 건강증진 패키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성지 방문 및 숙박 패키지다.
세계수가 묘대로 삼은 류경 호텔에서 1박을 할 수 있으며 축복받은 작물로 만들어진 식단을 제공 받는다.
“와~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축복받은 작물 식단이구나.”
“전부 챙겨 먹어요! 이게 바깥에선 수십 만원, 수백 만원 한다니깐?”
그리고 성지순례 패키지.
세계수를 중심으로 각지에 지어진 만신전 신들의 성소를 방문하며 그들에게 기도를 올릴 수 있는 곳이다.
만신전 신앙은 이미 전세계에 전파되고 있었고 이대로라면 세계 삼대 종교를 넘어서 사대 종교로 우뚝 서는 게 머잖았다.
예루살렘, 바티칸, 이스탄불 등의 성지가 항상 순례객들로 가득하다는 걸 생각하면 만신전의 새로운 성지인 평양을 방문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수두룩할 수밖에.
운이 좋다면 레온을 비롯해 기사들의 성물들이 전시되어 있는 걸 구경할 수 있으므로 많은 순례자들이 장기숙박을 하며 성소를 매일같이 방문했다.
“이, 이것이 라이온하트의 성배!”
“고귀하다···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아!”
“구대성 경이 사용한다는 게오브릭 경의 망치도 있어! 지금은 전투 중이 아니신 모양이다. 운이 좋았구나!”
“망치가 스스로 날아다닌대!”
성물들은 그 존재를 맞닥뜨리는 것만으로 엄청난 효과를 체감할 수 있었으니 순례자들이 기를 쓰고 성물을 기다리는 게 아니었다.
셋째는 기술여행 패키지.
평양은 세계수의 가지가 온 도시에 뻗어나가며 엘프들과 트리맨들의 거주지를 형성한 자연친화적 도시지만 동시에 거대한 기술도시이기도 했다.
개성과 남포 등 인근 도시의 첨단 공단이 가까이하고 있고 그러한 기술들을 속속 발표하는 첨단기술의 메카.
매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던 신제품, 신기술 전시회가 올해부터는 평양으로 바뀔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이 VR 캡슐을 봐! 소설에서나 봤던 리얼 가상현실이야!”
“프로젝트 매트릭스? 이름이 좀 싸한데?”
그리고 이 모든 패키지를 아우르는 라이온하트 풀 패키지.
최고급 류경호텔 숙박권을 비롯해 이종족 교류회, 건강증진 식단, 첨단기술 선제 사용권 등 2박 3일 천만원이 아깝지 않은 알찬 구성까지!
-이거 솔직히 야피가 다 기획한 거다 ㅇㅈ?
-빼박임. 진짜 돈독 오른──
[해당 계정들은 중대한 위반사항으로 삭제되었습니다.]바햐흐로 평양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도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 * * *
레온과 베아트리체의 혹독하고 가차 없는 ‘교육’을 받으며 흑룡은 최근 어디 안 다친 데가 없었다.
비행은 금지당해 마력간섭에 저항하는 법을 배워야 했고, 거대한 육체의 완력을 능가하는 용력의 사자심왕에게 육탄전을 배워야 했다.
위대한 용의 자손인 그가 이런 수모를 감내해야만 한다니.
[언제까지 이 수모를 견뎌야 합니까.] [참아라, 나의 첫 번째 자손아. 네가 황금과 계약의 대리인이 될 때까지는 자리를 지켜야 한다.]드라고니아는 갓 태어났지만, 자랑스러운 용족답게 고고한 기세를 가진 이 흑룡을 아꼈다.
그 점을 흑룡 또한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니다. 당장 카리나만 해도 처음부터 준성체로 태어난 자신을 압도할 수 있었고 그 정점인 레온은 질려버릴 정도로 강하다.
[너의 동족이 이제 겨우 열을 넘었다. 충분히 번식하고 종을 퍼뜨릴 수 있을 때까지 세계수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자명한 사실.] [하지만···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다 용족의 번영을 위해서다. 감수하거라.]그때까지 만신전의 그늘 아래 종족을 번영하는 것이라면 납득하지 못할 건 없다. 납득하지 못할 건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