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RAW novel - chapter 261
베아트리체는 레온이 제레아 성물 수상단 퀘스트에서 마주친 오크 챔피언을 언급했으나 레온은 피식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비체, 그대의 힘은 어지간한 성배기사 이상이네. 술법의 재능은 제국의 시건방진 선제후들은 상대조차 안 되지. 그 마그하르라는 놈이 고크록의 챔피언이긴 해도, 사악한 오크 주술신이 진정 아끼는 자는 크란 그놈일 거요.”
무르카 발락이 오크 삼대신의 총애를 받고 있듯이.
“그나저나 폐하. 상처는 아직 낫지 않으신 건가요?”
베아트리체는 레온에게 다가와 핏물이 배어 나오는 붕대를 걱정스레 응시했다.
열흘 전, 평양에서의 혈투에서 레온과 무르카는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후퇴했다. 덕분에 레온은 이곳 평양에서 전장을 지휘하며 휴식을 취해야 했고.
“놈도 성검으로 어깨를 뚫었으니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거요. 그때까진 부하들에게 맡길 수밖에.”
레온은 지도를 보았다.
오크 대륙연방의 무도한 기습공격과 라그나로크 플랜의 실체가 밝혀졌기에 그들은 사방에서 공격받고 있다.
여러 격전지가 있긴 하지만, 결국은 소모적인 국지전일 뿐. 진짜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 있다.
“불카누스 경이 잘해주길 바랄 수밖에.”
레온의 시선은 거대한 대륙전도를 향하고 있었다.
* * * *
전쟁 발발 열흘하고도 하루.
게이트 도약이라는 초입체 전투와 전례없는 대병력의 충돌에도 세계의 이목은 어느 한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중국 대륙이 유목민족의 침공을 막기 위해 세운 거대한 장성. 그중에서도 최동단이자 시작점.
산해관.
오랜 시간, 정주민족을 위협하는 유목민족들을 입구에서부터 틀어막은 거대한 요새는 다시금 외적의 침공을 막고 있었다.
-끼룩끼룩!
“공성포 일제발사!”
끼끼룩족 장갑포병대와 미래지향적인 로봇 병기들의 지원을 받으며 전근대적인 보병들이 전진한다.
전쟁이 시작하자마자 개마고원을 돌파하며 우르르 몰려온 라이온하트 연방군 워나이트 불카누스는 5만이 넘는 대군을 이끌고 이 고대의 성을 공략하고 있었다.
“뒈져버려라!”
불카누스의 불꽃이 휘몰아치며 해골 모양의 불덩이로 화한다.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처럼 전진하던 불덩이는 전쟁신 페토스의 권능.
아무리 오크들의 건축술로 보강되고 주술의 강화를 받았어도 그저 오랫동안 보존되었을 뿐인 낡은 성채 따위가 버틸 수 있는 화력이 아니다.
-콰아아아!
박살난 산해관. 중국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유산은 이렇게 한순간에 소멸했다.
“유린하라!”
불카누스와 불타는 검 기사단을 필두로 진군하는 병력들. 정예기사들과 헌터들이 선두에 서자 무너진 성벽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오크들이 도끼를 휘두르며 막아섰다.
“부족하다!”
불카누스가 맨몸으로 선두의 오크와 부닥쳤다. 오크의 강건한 육신이 그대로 터져버린다.
기마의 충격력은 기사의 자랑이지만, 불카누스쯤 되는 초인이면 그냥 맨몸으로 들이박는 게 더 강력하다.
하지만 그토록 강력한 챠징이 들이박혔는데도, 오크들의 육벽은 여전히 두텁다.
“흐흐, 많군. 그렇게 사방에서 두들기는데 그걸 빼고도 이 정도나 많이 모였나.”
산해관 너머, 밀려드는 오크들의 숫자는 질릴 정도로 많았다.
“불카누스 경! 너머에 고, 골렘! 골렘들이 옵니다!”
“음?”
뒤따르던 구대성이 망치로 가리킨 방향. 그곳에는 거대한 돌덩이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Grara── 오랜만에 보는군.”
-왔다!
-큰바위얼굴!
-큰바위얼굴!
오크들의 환호성 속 그들의 주술사들이 만들어낸 바위골렘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진짜 정예는 블랙오크들뿐이라 생각했는데, 오크 중에서도 상당한 숫자의 주술사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 전장을 관측하던 기자들은 본격적으로 부딪치기 시작한 양대세력을 촬영하며 침을 꼴깍 삼켰다.
대격변 이래 이 정도의 병력이 서로 충돌한 적이 있던가.
게이트라는 위협을 앞에 두고도 서로 반목하며 전쟁을 해온 국가들은 있었지만, 그래봤자 소규모 국지전에 그쳤다.
걸프전 이후 거진 40여년 만에 벌어진 국제전쟁. 하지만 확실한 게 있다면──
“이 전쟁··· 서로 한 쪽을 완전히 전멸시킬 때까진 끝나지 않는다!”
그간의 전쟁이 실리와 이념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 전쟁은 그야말로 종과 종의 전멸전이었다.
라이온하트 vs 오크 (2)
···
오크들에겐 타투라는 고유의 주술문화가 존재한다.
주술사가 가마솥에 여러 재료를 넣고 푹 끓여 고아낸 염료를 피부에 발라 주술적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이런 타투 술식은 피부를 드러내야 하기에 갑옷을 입지 못해 방어력이 떨어지게 된다.
타투 주술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갑옷 따위 입지 않는 야만오크 부족들이 있었지만, 오크들의 대주술사 크란은 이것이 비효율적이라 생각했다.
그리하여 ‘갑주’가 필요 없는 전쟁괴수들이 그 대상이 됐다.
처음에는 전쟁용 워보어들에게, 멍청하게 밥만 축 내는 트롤들에게, 두들겨 패서 복속시킨 오우거나 거인들에게.
하지만 결론은 같았다.
‘그냥 갑옷 입히는 게 더 나은데?’
야만의 시대에는 효과적인 주술이긴 했다. 제련 기술도 부족한 오크들에게 일일이 갑주를 보급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부족을 통합하고 라이온하트와의 대규모 회전에서 번번이 패배하면서 점차 제련 기술의 중요성을 깨달은 오크들은 크고 무거운 도끼 다음으로 우람한 갑옷을 구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천연의 갑주를 입은 놈들이면 되지 않겠나?”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큰바위얼굴. 이 오크제 골렘은 거대한 바윗덩어리를 깎아 형태를 갖추고 타투 염료를 듬뿍 바르고 오크 주술사들이 원격으로 조종함으로서 오크 주술사에게 최강의 전쟁병기가 된 것이다.
그리고 오크 최강의 전쟁병기 큰바위얼굴은 고위 주술사만이 일으킬 수 있는 최상급 주술. 그것이 무려 50기.
다시 말해 이곳에 오십이나 되는 고위 주술사가 있다는 것을 의미──
“GARARARARARA──!!”
-꽈앙! 꽈꽝!
거대 바위들이 속절없이 박살난다. 수천 톤에 달하는 중량과 주술로 강화된 표면도 불꽃을 휘두르며 날아다니는 괴인 앞에선 속절없이 부서졌다.
“크으으··· 괴물 같은 노옴!”
오크 주술사들은 기껏 고생해서 만든 큰바위얼굴들이 차례차례 박살나는 꼴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괴물 같은 놈. 그때 그 늙은 기사를 아득히 웃도는군.”
이 모습을 지켜보던 고크록의 챔피언 마그하르는 과거, 제국의 의뢰를 받아 짐승신들의 전사들과 함께 라이온하트 왕국군을 급습했던 것을 떠올렸다.
성배기사 제레아. 꿈과 죽음의 기사는 성배기사 중에서는 최약체라 불린 자였지만, 놈의 손에 죽어 나간 오크 형제들이 대체 몇이던가.
마그하르는 성배기사의 강함에 질색했지만, 저 기사는 유독 강했다.
[방심하지 마. 사자심왕만 아니었다면 라이온하트를 멸망시켰을 녀석이니까.]짐승신들의 대전사 리가르도의 평가. 그것이 결코 부족하지 않음을 마그하르도 실감했다.
불카누스는 역대 최강의 성배기사라 손꼽히는 시대의 괴인. 그 무력은 강하다를 넘어서 불합리한 재앙 같은 존재다.
“하지만 나 또한 신의 챔피언. 물러설 순 없지.”
마그하르는 주술신 고크록의 주술을 사용했다.
“음···?!”
오크 군단을 날아다니며 큰바위얼굴들을 차례차례 부수던 불카누스는 다음 타겟이었던 큰바위얼굴이 어딘가로 끌려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불카누스가 파괴했던 수십의 큰바위얼굴들이 하나로 합체되고 있었다.
“뭐야, 덩치가 꽤 커졌군?”
고크록의 챔피언 정도는 되기에 가능한 대주술. 안 그래도 50m를 넘어가던 큰바위얼굴들이 일제히 합체하자 2km에 육박하는 초대형 큰바위얼굴이 나타났다.
이쯤 되면 걷는 것만으로 군단이 붕괴하는 초대형질량이다.
“하! 별 이상한 걸 다 가져오기는.”
불카누스는 키득키득 웃으며 구름까지 닿은 초거대골렘을 응시했다.
────────!!
그것은 전진만으로 지형을 엎어 버리며 라이온하트 연방군을 향해 진격했다.
“막아!”
“미친! 저런 게 대체 어떻게 움직이는 거야!”
원거리 무기를 쥔 헌터들과 마법사들이 골렘을 향해 맹포격을 가했다. 그들 뿐만이 아니다.
-타겟 온.
한반도와 황해안에서 출격한 공군 전투기들이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하고 육군의 다련장 로켓에서 쏘아진 지대지 미사일들이 쏟아진다.
끼끼룩족 화력지원병들의 화력까지 더해져 그 화력은 마치 융단폭격을 떠올리게 했다.
-적기 발견. 교전에 들어가겠다.
그리고 공군과 육군의 지원을 받고 있는 건 오크 연방군도 마찬가지. 산해관 상공에서 벌어지는 공군 전투기 간의 화려한 공중전이 하늘을 밝힌다.
-현무 미사일 폭격 접근 중. 기사들은 원거리 방호성법 전개 준비. 10···9···8──2···! 전개!
쏟아지는 탄도 미사일 세례. 착탄과 동시에 수백 킬로그램의 폭약을 터뜨리는 현무 탄도 미사일들이 전장 사방팔방에서 터져 나왔다.
“미친··· 탄도 미사일을 보병 타격용으로 쓰는 날이 오다니!”
그것을 지켜보던 국군과 자위대, 미군 지휘관들은 전혀 다른 개념의 미사일 운용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이만한 미사일 세례에도 오크군 쪽에 피해는 눈에 띄지 않았다.
“클클클···! 인간 놈들 병기도 화끈한데?”
“하지만 마계의 지옥불에 비하면 별 거 아니다.”
인간들에게 성배 기사단으로 대표되는 최상급 기사들이 있다면 오크들에겐 블랙오크라는 대전사 집단이 존재했다.
한 명 한 명이 준S급 헌터에 준하는 역전의 전사들. 그들은 마계의 악마들이 퍼붓는 온ㄱ자 첨단 마도병기들을 이겨내며 그들의 대륙을 멸망시켰다.
라이온하트의 기사들처럼 원거리 무효화라는 사기적인 스킬쯤이야 그들에게도 있었던 것이다.
[오크 대전사의 내열면역이 발동합니다.] [오크 대전사의 상태이상 면역이 발동합니다.] [오크 군단장의 무너지지 않는 투기가 발동합니다.] [투신 헬칸의 블랙오크 백인대장의 넘치는 힘이 발동합니다.]무수한 트레잇의 가호. 라이온하트의 베테랑 기사들까지 합류해 시스템창에서 날아드는 트레잇 메시지는 벌써 수천 개.
전 세계의 베타랑 헌터들을 모아놓아도 이것의 십 분지 일이나 뜰까 싶을 정도다.
“초거대골렘이 온다!!”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공방 속에서 고크록의 챔피언 마그하르가 소환한 초거대 큰바위얼굴이 라이온하트 연방군까지 도달한다.
“발탄 불타는 검 기사단! 발검!!”
“”발검!!”
이에 맞서는 불카누스의 성배 기사단. 전쟁과 불꽃의 신 페토스의 불꽃을 다루는 이 전쟁꾼들의 화력은 단연 으뜸이다.
-콰아아아아!
쏟아지는 불꽃의 파도. 전쟁의 한켠을 덮어버릴 정도로 거대한 불꽃들이 초거대골렘을 향해 쏟아진다.
-쿠궁!
그 엄청난 불꽃에는 초거대골렘도 주춤했다. 불꽃의 여파는 주변의 오크들을 소각해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크··· 큰바위얼굴 뒤에 숨어라!”
“놈들의 화력도 무한하지 않다! 큰바위얼굴이 놈들의 진형을 밟는 순간, 일제히 돌격한다!”
오크들도 만신전 기사들의 성법은 두려운 힘이다. 무엇보다 아직 신들의 가호를 받는 신력 사용자들의 숫자는 만신전 쪽이 압도적이다.
저쪽에는 레온의 세례를 받은 헌터들이 한가득이었으니까.
-끼룩끼룩!
큰바위얼굴이 불타는 검 기사단의 성법연계에도 끝내 전진하자 끼끼룩족 전사들이 무전기에 대고 무어라 외쳤다. 그 순간, 우주에서 움직임이 있었다.
-우주 통합무장플랫폼 스텔스 잠항모드 해제.
개전 초기 중화대륙의 주요 오크 거주지에 하전입자포 세례를 퍼부었던 야피의 우주 결전병기.
파멸의 짐승이 사흘의 공백기간을 끝내고 그 거체를 드러냈다.
-불가시 모드 해제. 뫼비우스급 하전입자포 유효사거리까지 낙하.
오크 주술신의 주술사들에게 탐지 및 요격되지 않기 위해 머나먼 우주에서 모습을 숨겼던 최강의 공격위성이 에너지 집속과 동시에 정지궤도까지 내려온다.
출력 집속이 끝남과 동시에 정지궤도에 도착한 위성이 하전입자포를 발포했다.
-콰아아아아!
순식간에 대류권을 돌파. 초거대골렘의 정수리에 내리꽂혔다.
-콰콰콰콰콰콱!
뫼비우스급 하전입자포에서 뿜어지는 강력한 양성자 빔이 골렘의 정수리를 녹인다.
“이런···!”
마그하르는 낭패감을 느꼈다.
“골렘에 주술을 부여해라! 어서!”
그는 초거대골렘에 고크록의 주력을 사용하고 있는 중이었다. 불타는 검 기사단의 연계는 어찌어찌 막아도 철의 성배기사가 쏘아대는 별철위성주포까지는 막아내기 힘겹다.
오크 주술사들이 다급히 초거대골렘에 주술의 가호를 부여했지만, 철의 성배기사가 직접 성법으로 제조한 뫼비우스급 별철주포의 화력은 그들의 방호력을 아득히 웃돌았다.
-콰직! 콰지직!
정수리부터 녹아버리는 초거대골렘. 그것이 끝내 파괴된 순간, 지상에 닿은 하전입자포의 열기가 온 사방에 오크들을 태워버렸다.
그와 동시──
“내가···! 불카누스다!!”
눈부신 섬광을 뚫고 단숨에 날아드는 불카누스. 신성강림으로 막대한 불꽃을 흩날리며 마그하르를 향해 뛰어드는 불카누스.
그가 휘두르는 불꽃의 성검들을 마그하르는 막을 수 없다.
“······난 실패했다.”
불카누스의 성검이 마그하르의 목을 향해 내리친 순간.
-콱!
그것을 막은 건 하얀 늑대였다.
“······네놈!”
“오랜만이야, 친구.”
짐승신들의 대전사 리가르도. 그가 마그하르를 향해 휘둘러지던 불카누스의 성검을 맨손으로 막아냈다.
“GRARARA···! 아직 뒈지지 않고 살아있었군, 리가르도!!”
“부족을 배신한 널 처치할 때까지 죽을 수가 있어야지.”
리가르도는 철웅화한 주먹으로 불카누스에게 정권을 내질렀다.
꽝! 하는 아찔한 소리와 함께 불카누스의 거구가 오크들의 부대 한복판에 처박혔다.
“죽여버려라!”
사방에서 도끼질과 망치질이 쏟아진다. 불카누스는 온 사방에서 퍼붓는 오크들의 공격을 무시하면서 일어섰다.
“전보다 좀 많이 쎄졌는데?”
“네가 사라진 뒤로 신들께선 나에게 모든 힘을 부여하셨거든.”
거대한 까마귀가 그대로 불카누스를 낚아챘다. 성검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양 어깨를 우겨쥔 발톱. 리가르도는 그대로 하늘로 솟구치더니 불카누스가 불꽃으로 자신을 태우려던 찰나에 놓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