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123)
사람은 받아들이기 힘든 말을 들었을 때, 혹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을 들었을 때 멍한 상태가 된다. 팽연화의 경우는 둘 다였다. 그녀는 강무영의 말에 멍한 표정으로 지강백과 그를 번갈아 응시했다.
“그게 무슨······.”
지강백은 강무영을 향해 눈짓을 했다. 그러자 강무영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밀실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밀실에는 지강백과 팽연화. 단 둘만이 남아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죠? 제갈 가주, 제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요?”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다. 연화야.”
“그러니까 당신이, 정말 지강백이라고요?”
“그래. 내가 지강백이다.”
“제갈 가주. 지금 저를 놀리시려는 건가요?”
“내가 지금 장난질을 하는 걸로 보이느냐? 믿지 못하겠지만 난 지강백이다. 정마대전의 종결과 함께 죽었고, 일년 뒤 제갈세가의 막내공자인 제갈빈의 몸으로 환생했다.”
“거짓말!”
팽연화가 버럭 고함을 치며 눈꼬리를 치켜올렸다.
“누굴 속이려 들어! 당신이 강무영과 짜고 벌인 연기지? 날 이용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강무영이 이렇게 하라고 시켰을 게 분명해. 그럼 내가 속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강무영이라는 사내가 그럴 위인이 아님은 너도 잘 알 텐데.”
“닥쳐! 제 주군의 복수를 위해서라면 못할 게 뭐야! 미안한데, 완전히 잘못 짚었어. 난 그따위 거짓부렁에 놀아나지 않아. 그리고, 뭐? 환생? 참 나, 어이가 없어서. 그 말을 지금 나보고 믿으라고 한 건가?”
제갈빈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왼쪽 가슴 위 검상과 오른쪽 허벅지 검상. 하나는 장강 수채와 싸울 때, 다른 하나는 나와 수련 도중 다쳤지. 여인에게 흉한 상처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하였고. 내게도 당부했었다. 기억하느냐?”
“······!”
“네가 허리에 차고 있는 쌍도. 내가 준 자매도를 아직 가지고 있구나. 비룡(飛龍)과 설매(雪梅). 너의 스무 살 생일 때 내가 선물했었지.”
“아아······.”
“아직도 내가 나임을 증명하는 데 부족한 것이 있느냐? 원한다면 네가 만족할 때까지 증명해줄 수 있다.”
“아니야!”
팽연화는 두 손을 휘저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혼란에 가득 찬 눈으로 지강백을 올려다보며 ‘아니야.’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지강백은 슬픈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열흘 뒤, 내가 직접 네가 묵는 저택으로 찾아가마. 그동안 마음을 추스르고 있거라.”
팽연화는 대답조차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부르르 떨리는 손끝이 애처로웠다.
지강백은 계단을 올라 창고로 나왔다.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무영이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팽연화는······어떻습니까?”
“충격이 큰 듯하다. 그녀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니 열흘 뒤, 따로 찾아가 얘기를 나눠볼 참이다.”
“하긴, 그 충격이 결코 가볍지 않겠지요······.”
팽연화의 마음을 짐작한 강무영이 중얼거렸다. 지강백은 그의 등을 토닥이며 창고 밖으로 나섰다.
***
밤이 깊었다. 천유태는 어두운 하늘을 몇 번이고 올려다보며 초조히 마당을 서성였다.
‘벌써 사흘째인데 소식이 없다니.’
저택으로 돌아온 뒤에도 계속해서 아버지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 어쩌면 정말 팽연화가 제갈빈과 한 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말이다.
‘화경의 고수인 그녀가 어디서 한낱 산적에게 당할리도 없고. 그런데 왜 아직도 안 돌아오는 거지? 설마······.’
참다못한 천유태가 수하를 시켜 팽연화를 찾으라 지시를 내리려는 순간, 시종이 헐레벌떡 마당으로 달려왔다.
“대인! 마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직후, 천유태는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내 아내가 날 배신할 리가 없지. 우린 서로 얼마나 사랑하는데.
천유태가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팽연화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표정이 매우 낮설었다.
항상 옅은 웃음을 머금고 있던 그녀가, 마치 넋이라도 나간 것마냥 공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부인! 대체 어디를 갔다 온 것이오? 말도없이!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천유태의 호통에 고개를 든 팽연화가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대답했다.
“죄송해요. 서안에 친한 친구를 만나러······.”
“그런데 표정은 어찌 이리 창백한 것이오?”
“그 친구가 명을 달리했어요. 유족을 위로하고 제사 준비를 돕느라 늦었고요.”
“그랬군. 어쨌든,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오. 그래도 걱정되니 다음부터는 미리 말해주었으면 좋겠소.”
천유태는 팽연화의 손을 감싸쥐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런데 그때, 하얗게 질린 팽연화가 천유태의 손을 뿌리쳤다. 그녀의 표정이 충격이라도 받은 것마냥 부르르 떨렸다.
“부인! 정말 어디가 안 좋은거 아니오?”
천유태는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얼굴을 살피다, 황급히 시종에게 외쳤다.
“여봐라! 당장 의원을 데려오너라!”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단지······조금 피곤할 뿐이에요.”
손을 들어 시종을 제지한 팽연화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의원을 불러올 필요 없다. 가서 목욕물이나 좀 받아다오.”
“그래. 그게 좋겟소. 오늘은 푹 쉬고, 내일 얘기합시다.”
천유태는 팽연화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등을 토닥였다.
그가 침소로 들어가자 시종이 목욕물을 다 받았음을 알렸다. 팽연화는 시녀들을 대동하지 않고 홀로 욕조에 몸을 답궜다.
한참을 멍하니 천장만 올려다보던 그녀는 왼쪽 가슴 위 길게 새겨진 상처를 메만졌다.
‘가가와 함께 처음으로 강호를 유람하던 때, 자신감에 넘쳐 홀로 수적들과 싸우다가 입은 상처였지.’
그의 말은 전부 사실이었다. 그가 지강백이 아니라면 절대 모를 사실.
‘정말로 환생한 건가. 지강백이, 제갈빈으로.’
차분히 되짚어보자 모든 것이 설명이 되었다.
본래 강호에 떠돌던 제갈빈의 소문은 호색한, 병약공자 따위였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바뀐 소문이 돌 때가 딱 정마대전 이후 일 년이 지나고 더 되었을 때였다.
그 외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황금성을 손에 넣은 것도, 남궁천과 청파 진인, 홍화린을 차례로 죽인 것도 모두 지강백이라면 설명이 된다.
팽연화는 욕조 벽에 머리를 기댔다. 초점 없는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동안 얼마나 분노했을까? 자신이 원수의 자식과 혼인한 것을 안 그가 얼마나 자신을 원망했을까?
문득, 무림맹 연회에서 그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그가 지강백인줄도 모르고, 천유태와 손을 잡은 채 그의 앞에서 웃으며 인사를 건넸었지.
생각하면 할수록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원망스러울 정도로 잔인하고 비참한 인연이었다.
‘후회하지 않으십니까? 혼인.’
마치 자신의 현 상황을 꿰뚫어본 것마냥 물어보던 그의 질문.
그는 과연 어떤 심정으로 그런 질문을 던졌을까.
‘모르겠어요. 당신이 살아있어서 미칠 듯이 행복한데, 왜 이리도 가슴이 아프고 죽을 것만 같은 걸까요?’
팽연화는 눈을 감은 채 쓰러지듯 잠에 빠졌다. 시종들이 그녀를 발견하고 꺼냈을 때는 시간이 한참 지났을 때였다.
***
“아이, 참! 괜찮다니까? 내가 애도 아니고.”
“으음······.”
지강백은 곤란하다는 듯 팔짱을 낀 채 남궁미향을 응시했다.
그는 지금 화산파로 가는 남궁미향을 배웅하러 나와 있었다.
저택 앞 마당에 마차가 준비되어 있었고, 그녀를 호위하러 화산파에서 매화검수들을 보내왔다.
“제갈 가주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들이 책임지고 안전히 모시겠습니다.”
매화검수들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지강백은 자신이 따라가야만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괜찮아. 무사히 선거 치르고 나서 데리러 오면 되잖아.”
“그래도 내가 항상 곁에 있겠다고 했는데······. 차라리 무영이라도 데려가라.”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지금 무사님이 당신한테 얼마나 필요한데. 대신, 자주 서신이나 보내줘.”
“······그래.”
지강백은 무릎을 꿇고 남궁미향의 배에 있는 자신의 아이에게 마음속으로 말했다.
‘미안하구나. 곁에 있어주지 못해서.’
남궁미향이 마차에 타자 매화검수들이 지강백에게 포권을 취하 다음, 말에 올라탔다.
마차가 출발하고 관도 너머로 사라지자, 강무영은 지강백에게 물었다.
“오늘 출발하실 겁니까? 팽연화의 저택으로.”
지강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귀은무명공을 사용하면 누구에게도 걸리지 않고 팽연화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지강백은 그녀에게 협력을 이끌어 천유성을 무너뜨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가주님. 그녀가 했던 말······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천유성의 간계에 속아 혼인했다는 말 말이냐?”
“네.”
“너는 그녀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느냐?”
강무영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적어도 거짓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어차피 가서 모든 것을 확인하면 될 일이다. 그리고 그녀의 진심이 어쨌든 간에, 이제 내게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팽연화는 아직 가주님을 연모하고 있을 겁니다.”
“내 마음속에 더 이상 그녀는 없다. 있다고 해도, 그것은 연심이 아니다.”
지강백은 단호히 대답하며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강무영은 지강백도, 그리고 팽연화도 참으로 안타깝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두 사람은 원래 이어지지 못할 운명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홍련이는?”
“준비 끝내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호야라는 녀석에게는 회복 되는대로 영산으로 오라고 서신을 보내두었고요.”
지강백은 이번 일로 전력 상승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서, 지강백은 홍련과 호야를 단시간에 화경의 경지로 올리기 위해 특별 수련을 시키기로 계획했다. 스승은 강무영이며, 장소는 천마림이었다.
‘영산에서는 누구의 감시도 받지 않을 테니 마음껏 수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영이 또한 천마림의 환마진을 꿰뚫고 있으니 영약도 문제없이 보급할 수 있을 것이고.’
지강백은 본진이 습격을 당할 것에 대비해, 치밀하게 진법을 짜두었다. 제갈경이 그동안 수없이 연구해온 진법으로, 제갈세가에 쳐진 구궁팔괘진을 변형한 진법이었다.
지강백은 화운사신이 다시 쳐들어온다고 해도 이 진법만큼은 쉽게 부수지 못할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지강백은 팽연화가 있는 정주의 저택으로, 강무영과 홍련은 천마림이 있는 영산으로 각자 길을 떠났다.
***
하남 정주의 저택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이었다. 지강백은 귀은무영공을 펼친 뒤, 당당히 정문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다.
마당을 넘어 내원으로 향하는데,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두 명의 시녀들이 대화를 나누며 복도를 걷고 있었다.
“아휴. 그때 생각만 하면 아직도 심장이 내려앉아. 목욕하시다가 혼절하실줄 누가 알았겠어? 나 주인나리께 죽을 뻔 했잖아.”
“그런데 아직까지도 못 일어나셨어?”
“어. 의원들도 다녀갔는데 원인을 못 찾겠대. 육체가 아니라 정신적인 원인이라고 얼핏 들은 것 같기도? 아무튼, 주인나리께서도 우울하시고 집안 분위기가 완전······거지꼴이야.”
지강백은 시녀들을 따라 팽연화가 있는 처소를 알아냈다.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침소에 팽연화가 누워 있었다.
지강백은 미리 준비한대로 처소에 간단한 진법을 펼쳐 일종의 방음(防音)벽을 만들어놓은 뒤, 그녀에게 다가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