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122)
“교주님.”
“영아. 이제는 나를 그렇게 불러서는 안 된다.”
“참, 깜빡 잊었습니다. 워낙 익숙치가 않아서······.”
머쓱하게 웃은 강무영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분. 아니, 팽연화가 암살자와 함께 왔습니다.”
“······.”
“장 성주에게 듣기는 했지만 믿을 수가 없더군요. 정말 그 여자가 가주님을 배신했다니······.”
지강백은 씁쓸한 심정을 감추며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제는 분노도 슬픔도 없었다. 남궁미향의 존재가 그 기억을 잊고도 남게 만들 정도였으니까.
“그녀는 더 이상 내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거라.”
“남궁미향······그 여인 덕분입니까?”
“그래.”
“그녀는 참 좋은 사람이더군요. 명문가의 영애이지만 용기도 있고, 성품도 훌륭했습니다. 이 정도면 가주님의 반려로도 손색이 없겠다 싶을 정도로.”
일생을 한 여인만 바라본 사람이다. 그마저도 배신으로 인해 비극적인 결말을 맺었다.
그런데 이번 생에서 그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줄 사람을 만나 강무영은 진심으로 기뻤다.
‘교주님. 행복하셔야 합니다. 교의 교도들도 진심으로 그것을 바라고 있을 겁니다.’
강무영의 뿌듯한 미소에 괜히 민망해진 지강백이 화제를 돌렸다.
“아무튼,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천유성은 무슨 수를 써서든 표를 천유태에게 끌어올 것이다. 그러니 네가 옆에서 나를 도와다오.”
“물론입니다. 그런데 마님은 어떻게 하실련지······. 저나 가주님이 항상 옆에 붙어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향이는 화산파에 보낼 생각이다.”
화산에 가 있으면 감히 암살자가 대놓고 들이닥치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은 검을 내려놓고 무인의 삶을 마감했지만 여차하면 천운자도 있으니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강무영은 팽연화가 자신에게 전음을 보낸 것과, 대화했던 내용을 전부 말해주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지강백은 눈살을 찌푸렸다.
“오해와 진실을 말해주겠다고?”
“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급히 지어낸 거짓 같습니다만······만나보고 무슨 소리를 하는지 들어봐서 나쁠 건 없을 것 같습니다.”
“함정일 수도 있다. 네가 위험하다는 것을 모를 리 없을 테니 널 제거하기 위한 속셈일 수도 있어.”
“설마요. 천유성이 직접 오지않는 이상은······.”
“그 천유성이 직접 올 수도 있으니 하는 소리다. 너 정도의 인물을 제거하려면 자신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테니까.”
“으음······,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군요. 천유성은 좀 벅찬데.”
벅찬 정도가 아니라 천유성이 직접 나선다면 강무영은 반드시 죽는다. 현재로서 천유성을 상대할 수 있는 건 지강백, 자신뿐이었다.
“내가 함께 가겠다.”
“하아. 그럼 또 본진이 비게 되는군요. 전에 왔던 놈과 같은 놈들이 또 쳐들어오지 말라는 법도 없는데.”
강무영과 지강백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지강백 세력의 가장 큰 약점이 고수층이 얇다는 점이었다.
최소 한 명, 화경의 고수가 한 명만 더 있어도 한시름 덜 수 있을 텐데······.
호야나 홍련 등은 착실히 강해지고 있는 중이지만, 경험이나 시간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지강백이 그동안 복수에 집중해 그들의 수련에 힘을 실어주지 못한 점도 있었다.
아무튼 이 사안은 차차 신경쓰기로 하고, 일단 팽연화와의 만남에 집중해야 했다. 정말 천유성이 그곳에 나타난다면, 선거 전에 그와 결판을 지어야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만약 함정이 아니라면······정말 팽연화의 속셈은 무엇일까요?”
강무영의 물음에, 지강백은 침묵했다. 일단 그녀를 만나보고 대화를 들어야 모든 것이 확실해질 것 같았다.
***
지강백과 강무영은 약속대로 서안 미령객잔에 도착했다. 물론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강무영 뿐, 지강백은 귀은무명공을 펼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본래 귀은무명공을 펼치려면 옷을 벗어야 했지만, 현경에 오른 지금은 굳이 탈의를 하지 않아도 화경의 눈을 속이는 것은 간단했다.
‘천유성이 왔다면 들키겠지만. 그럼 바로 결전이다.’
그러나 미령객잔 안에 들어온 이후에도 딱히 숨은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강무영의 앞에 누군가 다가왔다. 객잔의 점소이였다. 그는 강무영의 손을 잡더니 손바닥에 글씨를 썼다.
‘팽 부인께서 보내셨습니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강무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점소이의 뒤를 따랐다.
점소이는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뒷문으로 나왔다. 창고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점소이는 구석에 있는 낡은 끈을 잡아당겼다.
드드드-.
그러자 숨겨져 있던 통로가 열리며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나타났다. 강무영은 팽연화의 치밀함에 나직이 감탄하며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로 내려가자 밀실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곳에는 낡은 장포를 두른 팽연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왔구나. 강무영.”
강무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팽연화를 쏘아보았다.
“용케 이런 곳을 알아냈군.”
“팽가에서 사용하던 비밀 접선 장소야. 남의 이목을 끌어서 좋은 건 없으니까. 그나저나······오랜만이야.”
팽연화는 옛 생각이 나는 듯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반대로 강무영의 표정은 싸늘하기만 했다.
“어떻게 살아남은 거야? 분명 전멸했다고 들었는데.”
“그따위 소리나 하려고 날 부른 거냐? 이 가증스러운······.”
강무영의 경멸어린 눈빛을 받은 팽연화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는 가슴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때 말했듯이, 나에 대한 오해를 먼저 풀었으면 좋겠어.”
직후, 강무영의 손이 팽연화의 목을 잡아올렸다. 눈살을 찌푸린 팽연화가 나직이 신음을 흘렸다.
“오해는 무슨 오해! 네가 교주님을 배신하지 않았느냐!”
“으윽······.”
강무영은 고통에 신음하는 팽연화를 잠시 노려보다 손에 힘을 풀었다. 팽연화는 벌겋게 달아오른 목을 메만지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맞아. 난 천유태와 혼인했어. 지강백을 저버린 것도 사실이고.”
“허······. 뻔뻔한 계집 같으니.”
“하지만, 그건 전부 천유성과 내 아버지의 계략이었어. 혼인하는 대가로 그 사람을 살려주겠다고 내게 거짓말을 했다고!”
“뭐?”
강무영과 지강백의 눈이 동시에 번쩍 뜨였다.
***
“그래서, 연화를 놓쳤단 말이냐?”
“······죽여주십시오.”
팽연화를 미행하던 수하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천유성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턱을 쓰다듬었다. 그의 곁에는 천유태가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러니까, 연화가 새벽에 몰래 저택을 빠져나가 섬서로 향했단 말이지?”
“네. 그런데 섬서로 들어온 직후, 갑자기 흔적이 끊겨버렸습니다.”
“그 애가 미행을 눈치채지는 못했고?”
“네. 분명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천유성은 고개를 돌려 천유태를 향해 물었다.
“유태 넌 연화가 어디로 갔는지 아는 게 있느냐?”
“아뇨. 모릅니다. 그런데 말씀해주십시오 아버지. 왜 제 아내를 미행하라고 지시하신 겁니까?”
천유태의 물음에 천유성은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했다.
“네 아내가 제갈빈과 무슨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 여지도 충분하고.”
“그게 무슨······말도 안 됩니다!”
“제갈빈이 마교와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현재 마교와 관련된 사람이 누가 있느냐? 전부 몰살당했지. 유일하게 남은 게 네 아내가 아니냐? 천마의 전 연인이었던 여자.”
“!”
천유태의 얼굴이 급격히 일그러졌다. 그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사실 천유태는 젊었을 적부터 팽연화를 연모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정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을 접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팽연화가 혼인을 청해왔고, 천유태는 기뻐하며 냅다 혼인을 치뤘다.
그런데 정마대전이 끝나고 난 직후, 천유성으로부터 믿지 못할 얘기를 들었다. 바로 팽연화가 천마의 전 연인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천유태는 자신의 아내가 천마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에 매우 불쾌감을 느꼈으나, 애써 기억에서 지우며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 그런데 갑자기 그 얘기를 꺼내들다니.
“이 아비는 제갈빈과 팽연화, 그리고 지강백. 이 셋이 뭔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행을 붙인 것이고.”
“벌써 몇 년이 지난 일입니다. 연화는 이제 그들과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그렇게 믿고싶은 건 아니고?”
“아버지!”
천유태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몇 년 동안 살을 섞고 정을 통하며 부부로 살아왔다. 이제 그녀도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그였다.
“연화를 의심하지 마십시오. 그녀가 그동안 아버지가 시키는 일을 거역한 적이 있습니까?”
“그건 두고보면 알 일이다. 어쨌든, 너도 연화를 주의깊게 살펴보도록 해라. 그 아이가 수상쩍은 행동을 한다면 바로바로 보고하고. 전부 너를 선거에서 이기게 하기 위함이다.”
천유태는 이를 악물고 천유성을 노려보다 집무실을 나갔다. 천유성은 수하를 시켜 천유태도 함께 감시하도록 지시했다.
***
한편, 강무영은 팽연화로부터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러니까······. 천유성이 일부러 네게 접근해 천유태와 혼인하라 했다고? 혼인하면 교주님을 살려주겠다고 약속했고?”
“그래.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그런데 천유성은 약속을 어겼지.”
“그럼 대체 왜 지금까지 천유태의 아내로 살아온 것이냐. 부부로 살다보니 천유태가 좋아지기라도 한 건가?”
“그렇지 않아. 그와 함께 사는 하루하루가 끔찍하고 지옥같았어. 연인을 죽인 원수의 자식과 살을 섞으며 같은 지붕 아래에서 살아야 한다는 게, 얼마나 미칠 것 같은지 알아?”
팽연화는 자신의 팔과 머리를 쥐며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시뻘겋게 핏줄이 선 그녀의 눈을 본 지강백의 표정이 복잡하게 일그러졌다.
“죽고 싶었어. 매일같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버티며 살아왔어. 언젠가, 천유성이 노쇠해지고 완전히 방심하는 그 순간을 노리면서 말이야.”
“너, 설마······!”
“그래. 난 천유성을 죽일 거야. 그것 때문에 지금까지 버텨왔던 거야. 그 사람의 복수를 하기 위해.”
팽연화는 처연한 표정으로 강무영을 응시했다. 어쩐지 후련한 듯 보이기도 했다.
강무영은 도저히 그녀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는 어찌 할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지강백이 있는 곳을 응시했다.
“무영아?”
팽연화의 시선이 강무영이 쳐다보는 곳을 따라갔다. 그리고 마침내 팽연화와 지강백의 눈이 마주쳤다.
그때까지 말없이 팽연화를 바라보던 지강백이 입을 열었다.
“됐다. 무영아. 이제부터는 내가 하마.”
지강백은 귀은무명공을 풀고 팽연화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깜짝 놀란 팽연화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지강백의 기척이 갑자기 나타난 것보다, 그가 자신들의 대화를 전부 들었다는 것에 경악했다.
“제갈빈? 당신이 왜 여기······!”
팽연화의 시선이 강무영을 향했다. 강무영은 침을 꿀꺽 삼키며 지강백을 쳐다보았다.
지강백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무영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팽연화. 믿을지 모르겠지만, 네가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이분이 바로······교주님이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