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204)
다음 날 아침, 모든 강호의 명숙들이 모인 연무장에서 무당논검대회가 열렸다.
장소는 무당파 장문인들이 대대로 수행을 해온 장소인 태극연무장이었다.
지강백과 남궁미향은 수많은 강호 명숙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전생의 자신과 피를 튀기는 전투를 별였던 자들을 하나하나 마주하는 느낌이 이상했다.
지강백은 씁쓸한 표정으로 웃었다.
대회의 시작은 성대한 환호와 신호도 없었다.
푸른 도포를 펄럭이며 연무장으로 나온 청파 진인이 입을 열었다.
“무당논검대회에 참석해준 강호의 대인들게 감사를 표하는 바입니다.”
대회의 진행은 상당히 정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여유롭게 차와 다과를 즐기며 순서를 기다렸다.
“······하면 쓸데없는 얘기는 이쯤 해두고, 가볍게 몸이나 풀어보는 건 어떻습니까. 천용 진인?”
청파 진인이 손으로 가리킨 사람은 구파일방의 일원인 청성파(靑城派)의 장문인, 천용 진인이었다.
사천당가와 함께 사천을 수호하는 정파 무림의 지주 중 하나인 인물.
또한 화경의 경지에 이른 검객이기도 했다.
“허어. 청파 진인께서는 항상 저를 먼저 시키시는 습관이 있으십니다.”
“오해십니다. 허허.”
“에휴. 어쩔 수 없군.”
옆에 기대어 둔 장검을 챙기고 휘적휘적 걸어나온 천용 진인이 말했다.
“청성의 비루한 검객과 검을 나눌 대인을 구합니다. 제발 살살해주시고요.”
“하하하.”
강호 명숙들이 나직이 웃음을 터뜨렸다.
지켜보던 남궁미향은 살짝 당황하며 지강백에게 속삭였다.
“되게 엄숙한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가벼운 분위기인 것 같아. 그런데 묘하게 무겁기도 하고.”
“겉만 번지르르한 자들과는 달라. 검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누구보다 강한 사람들이다. 여유를 가지고 보면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거야.”
지강백의 말에 남궁미향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개를 돌렸다.
그때, 한 사람이 벌떡 일어나 검을 쥐고 나왔다.
녹색 도포에 그려진 선명한 용의 무늬.
청해 곤륜파(崑崙派)의 상징인 무늬였다.
“오랜만에 몸이나 좀 풀어봅시다.”
“간만에 곤륜의 검을 구경해보겠구려. 화운 진인.”
두 사람은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으며 태극 무늬가 그려진 연무장에 마주섰다.
일순, 연무장 내에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남궁미향은 저도 모르게 손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화경에 오른 고수들은 뿜어내는 기파만으로 상대를 위축시킨다더니······.’
마치 두 개의 태산이 버티고 선 느낌이었다.
대체 얼마나 수련해야 저만한 기백을 자연스럽게 지니게 되는 걸까.
비무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남궁미향의 눈은 이전보다 훨씬 넓어져 있었다.
스릉.
동시에 검을 뽑은 두 검객이 자세를 취했다.
“갑니다.”
선공을 가한 쪽은 곤륜파의 화운 진인이었다.
쇄애액!
화운 진인의 검이 바람을 가르며 쏘아져 나갔다.
“태허도룡검(太虛屠龍劍).”
채챙! 채채챙!
그의 검술을 지켜보던 남궁미향이 깜짝 놀랐다.
검이 움직이는 모습이 매우 기형적이었다.
마치 연검을 휘두르는 듯 변칙적인 검술.
눈으로 쫒기조차도 벅찰 정도였다.
‘나라면 막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한 순간, 남궁미향은 고개를 저었다.
틀렸다. 검을 휘두르는 순간 목이 잘릴 것이다.
남궁미향은 자신의 목을 메만지며 침을 삼켰다.
‘이것이 바로 경지의 차이.’
바로 그때, 지강백이 그녀에게 전음을 보냈다.
-저들과 네 차이는 별다를 것이 없어.
남궁미향의 시선이 지강백을 향했다.
지강백은 여전히 앞을 바라본 채 말했다.
-태허도룡검? 변칙적이고 기형적인 검로가 특징인 상승의 검술이지. 물론 체득하기도 어렵고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까다로워.
-······.
-그러나 창궁무애검보단 못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남궁미향은 그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자신의 검술이, 곤륜파 장문인의 검술보다 뛰어다나고 서슴없이 단언한다.
물론 확신할 수 없는 말이었지만, 묘하게 짜릿했다.
지강백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넌 저들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어. 이 순간을 잘 기억해 둬.
-빈······.
후웅! 훙!
화운 진인의 검이 움직일 때마다 용이 꿈틀거리는 듯한 기운이 느껴졌다.
쇄액!
한 차례 검을 피한 청성의 천용 진인은 순간적으로 검속을 높이며 반격을 가했다.
채앵!
화운 진인은 검을 비틀어 천용 진인의 검을 튕겨내며 내력을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천용 진인도 내력을 일으키며 검을 휘둘렀다.
쩌저정!
허공에 기파가 터지며 두 사람이 뒤로 물러섰다.
“오오!”
지켜보던 이들이 가볍게 탄성을 흘렸다.
지금까지 방어만 하던 천용 진인이 반격을 시작한 것이다.
“항상 천용 진인께서는 늦게 실력을 꺼내는 경향이 있으십니다.”
화운 진인이 씁쓸한 어투로 중얼거리자, 천용 진인이 껄껄 웃었다.
“언제나 즐거움은 뒤로 미뤄두고 싶은 법 아니겠습니까?”
동시에 그의 주변에 녹옥빛 기운이 서리기 시작했다.
직후, 천용 진인이 보법을 펼치며 검을 휘둘렀다.
채채챙!
허공에 불똥이 튀며 두 고수의 신형이 급격히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검이 움직일 때마다 잔상이 눈을 어지럽히고, 펄럭이는 옷깃이 허공을 수놓았다.
“청운적하검(靑雲赤霞劍).”
지강백이 말했다.
“우려한 구름같은 검초가 특징인 검술. 상대방의 검로를 읽고, 그것을 파훼하는 까다로운 검술이기도 하지. 풍신환원공과도 비슷해.”
남궁미향은 지강백의 말을 들으며 시선을 돌렸다.
두 고수의 검술 대련은 단순한 대련이 아니라 마치 한 편의 경극을 보는 듯 아름다웠다.
단지 검을 나누는 자리라 내공도 강기도 끌어올리지 않은 단순한 비무인 논검(論劍).
그러나 화경의 경지에 오른 고수들의 비무는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다 어느새 첫 번째 논검이 끝나고, 두 사람이 검을 멈췄다.
검을 갈무리한 천용 진인이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역시 곤륜의 태허도룡검은 명불허전입니다. 한 수 배웠습니다.”
화운 진인 또한 정중히 포권을 취해보였다.
“구파일방 최상위인 청성의 검을 또 한 번 알고 갑니다. 천용 진인.”
짝짝짝.
한 차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손이 근질거린 명숙들이 하나 둘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뒤로 점창, 공동, 종남의 제일검들이 차례로 검을 선보이며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남궁미향은 반쯤 넋이 나간 채로 비무를 감상했고, 지강백은 말없이 차를 마셨다.
막 네 번째 비무가 끝나고 나자, 청파 진인의 시선이 남궁미향을 향했다.
“사실 무당논검대회의 즐거운 부분은 초대한 후기지수들의 검을 구경하는 것에 있지 않겠습니까?”
무당논검대회에서는 가끔 유망한 후기지수들이나 강호의 신예 고수들을 불러 함께 검을 나누기도 했다.
유망한 젊은 무인의 입장에서는 고수들을 마주하며 견식을 크게 넓힐 수 있는 기회였으며, 명숙들 입장에서는 훌륭한 새싹을 보며 흐뭇함을 느꼈다.
“어떻소, 제갈 공자? 함께 검을 나누는 것이?”
청파 진인의 무름에, 지강백은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하며 대답했다.
“기회를 주신다면 영광으로 알고 받아들이겠습니다.”
“역시 훌륭하오. 이리 나오시오.”
지강백은 홍매검을 들고 걸음을 옮겼다.
지강백이 연무장에 올라서자 모든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때, 청파 진인이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자, 제갈빈 공자와 검을 나눌 분은 계십니까?”
“제가 하겠습니다!”
누군가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푸른 무복을 입은 중년 사내는 무당의 검객이었다.
남몰래 비릿한 미소를 지은 청파 진인이 곤란하다는 듯 표정을 꾸미며 말했다.
“현운. 자네 욕심이 너무 지나친 것 아닌가?”
“사형. 저런 유망한 젊은 검객과 검을 나눌 수 있는 기회인데 욕심 정도는 부려도 괜찮잖습니까? 하하!”
도인은 바로 무당파의 현운 진인이었다.
그는 누가 뭐라 하기도 전에 당당히 걸어나와 지강백에게 포권을 취해보였다.
“공자께서 원한다면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 싶소. 어떻소?”
“······.”
지강백은 싸늘한 눈빛을 숨기며 마주 포권을 취해보였다.
“강호에 이름난 현운 진인께서 감히 제 상대를 해주신다면, 저야 영광입니다.”
지강백과 현운 진인이 각자 자리로 향했다.
청파 진인은 현운 진인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전음을 보냈다.
-적당히 죽여줘라.
-크큭. 알겠습니다.
사실 현운 진인은 미리 현소 진인에게 명령을 받고 일부러 비무에 나선 것이었다.
그가 받은 명령은, 비무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제갈빈의 신체 어딘가를 손상시키는 것.
비무 중에 일어난 실수라 크게 질책받을 것도 없고, 현운 진인은 이걸로 그가 이전에 수련생들을 상대로 벌인 폭력 사태를 해결해주기로 약속을 받은 상태였다.
‘아주 반병신을 만들어주마. 큭큭.’
현운 진인은 폭력적인 성향에 걸맞게 욕심과 음심도 매우 많았다.
그에게 있어 제갈빈은 운 좋게 뛰어난 가문과 외모를 지니고 태어난 애송이였다.
심지어 그 애송이가 천하제일의 미녀까지 얻었다고 한다.
어릴 적 출가해 여인이라고는 품에 안아본 적도 없는 현운 진인으로서는 질투심이 마구 끓어올랐다.
‘사형의 허락도 있겠다. 네놈 좋은 날은 오늘로 끝인 줄 알아라!’
두 사람이 검을 뽑으며 기수식을 취했다.
그걸 지켜보던 몇몇 장문인들이 대화를 나누었다.
“상대는 화경에 근접한 무당의 검객.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곤륜의 화운 진인의 말에, 천용 진인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대꾸했다.
“버틴다? 글쎄요······. 전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만.”
“네?”
“화운 진인께서는 용봉지회에서의 일을 듣지 못하셨습니까? 그는 흑도 고수 조태염을 패퇴시킨 장본인입니다. 조태염은 비록 화경의 초입에 간당히 미친 자이지만, 그럼에도 엄연히 벽을 넘은 자입니다. 그런 자를 제압했다면 제갈 공자의 경지 또한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고 봐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때, 종남파의 장문인 도영후가 끼어들었다.
“소문이야 과장되기 마련이지요. 제아무리 재능이 뛰어다나 한들, 저 나이에 화경의 고수를 꺾었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울컥.
가만히 듣고 있던 남궁미향의 눈꼬리가 매섭게 치켜 올라갔다.
자신이 용봉지회에서 제갈빈이 조태염을 패퇴시킨 것을 직접 보고, 또 조태염을 죽인 것까지도 확인했는데, 직접 보지도 않았으면서 빈정대는 꼴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도영후를 쳐다보며 말했다.
“확실합니다. 대협. 왜냐하면 제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지요.”
“허허. 남편이라고 그리 편을 드는 게요?”
도영후는 끝까지 비아냥대는 어조로 대꾸했다.
남궁미향은 차오르는 울분을 삼키며 냉소를 지어보였다.
“그럼 직접 보시지요. 저 사내의 실력을.”
“흥. 그래봐야 현운 진인이 봐주는 걸로 끝나겠지.”
남궁미향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지강백을 응시하는 그녀는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보여줘. 저들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주고 와.
그때, 지강백이 그녀의 속마음을 듣기라도 한 듯, 그녀를 바라보며 나직이 웃어보였다.
***
‘이 새끼 봐라?’
마침 지강백을 응시하고 있던 현운 진인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비무를 하러 나와서는 아내랑 눈이나 맞추고 있는 꼴이라니.
배알이 꼴려서 도저히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걱정하지 마시오. 살살 봐주면서 할 테니까 너무 겁먹지 말고.”
현운이 능청을 떨며 자세를 푸는 순간이었다.
검을 뽑은 지강백이 천기미리보를 펼치며 쇄도했다.
채앵!
빛의 속도로 휘두른 검격이 현운 진인을 강타했다.
“윽?”
현운 진인은 경악하며 뒤로 물러섰다.
방심했다고는 하나, 순간적으로 그가 놓쳤을 정도로 엄청난 빠르기였다.
‘이, 이런. 방심을 한 순간에 기습을 하다니!’
이 일격은 순전히 방심에 기습이 더해진 결과라고 믿는 그였다.
지강백 역시 화경에 다다랐다는 사실을, 현운 진인은 알지 못했다.
현운 진인은 이를 부득 갈며 눈빛을 이글거렸다.
‘우연치고는 운이 좋군. 개자식. 부인 앞이라고 제법 힘 좀 쓰나본데. 애송이 주제에 건방지게!’
현운 진인은 본격적으로 무당의 검인 태극혜검을 펼치기 시작했다.
태극혜검의 정수는 상대방의 검로를 파훼시키는 것에 있다.
상대방이 어떤 검술을 펼치더라도, 현운 진인은 무조건 파훼시킬 것이라 확신했다.
채챙! 챙!
현운 진인의 날카로운 검격이 쏟아졌다.
이번에는 지강백이 뒤로 물러나며 방어했다.
‘제갈세가? 그래봐야 진법이나 머리 굴리는 가문이잖아? 어디서 건방지게 칼을 들고 설쳐? 버릇을 단단히 고쳐주지.’
채채채챙! 슈욱! 슉!
현운 진인의 공세가 더욱 거세졌다.
그의 검이 맹렬한 기세로 지강백의 전신을 두들겼다.
지강백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검을 휘둘러 막아냈다.
‘별 것도 아닌 새끼가!’
바로 그때였다.
휘이이잉.
지강백의 주변으로 돌풍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채앵!
지강백은 검날을 비틀어 현운 진인의 검격을 튕겨낸 다음, 바람을 일으켜 풍신환원공의 초식을 펼쳤다.
쇄액! 쇄애액!
바람의 칼날이 연속으로 쏘아져 나갔다.
풍신환원공의 화발다풍우 초식이었다.
‘이, 이런!’
현운 진인은 당황하며 내력을 일으켰다.
파파파팟!
푸른 잔상을 남긴 그의 검이 칼바람을 흩어냈다.
그러나 미처 막지 못한 공격에 도포가 길게 찢어졌다.
‘빌어먹을! 고작 저딴 놈에게!’
바로 그때, 현운 진인의 검을 쳐내고 지강백이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굳이 봐줄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
이를 부득 간 현운 진인이 크게 검을 휘두르려 할 때였다.
그의 소매를 붙잡은 지강백이 바람을 일으키며 풍신환원공의 초식을 발현했다.
휘릭. 파파팟!
직후, 현운 진인의 몸이 빙글 돌며 연무장 바닥에 거꾸로 처박혔다.
풍신환원공, 풍전등화 초식이었다.
“컥?”
현운 진인은 물론이고 지켜보던 청파 진인을 비롯한 모든 검객들이 경악했다.
현운 진인은 당황하며 몸을 일으켰다.
바로 그때, 가만히 그를 내려다보던 지강백이 중얼거렸다.
“꼴에 무당파 대표로 나온 모양인데, 흥미가 떨어졌다. 집어치워라.”
지강백의 말은 그 어느 공격보다 현운 진인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당연히 하수일 것이라고 생각해 얕잡아보던 후기지수에게, 역으로 굴욕을 당한 것이다.
그 순간, 현운 진인의 눈이 돌아갔다.
“이 개자식이······감히 어디서 건방을 떨어-!!!”
분노에 눈이 돌아간 현운 진인이 내력을 폭사시켰다.
콰앙!
연무장에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