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218)
드디어 경합의 날이 다가왔다.
아침 일찍 준비를 마친 지강백은 가주전으로 향했다.
가주전 앞에 도착한 지강백은 마침 걸어오는 제갈권을 마주했다.
지강백은 그에게 짧게 인사를 건넸고, 제갈권 역시 가볍게 인사했다. 오늘만큼은 그의 표정에서도 늘어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드륵.
마침내 대전의 문이 열리고, 두 참가자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제갈세가의 모든 중인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외부에 나가 있는 자들이 모두 들어왔으며, 조정의 관리로 근무하던 자들도 포함이었다.
이렇게 보니 확실히 오대세가의 위용 답게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두 참가자가 중간에 서자, 상석에 앉아 있던 제갈현이 아직 낫지 않은 몸을 일으켰다.
“그럼, 지금부터 소가주 경합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드디어 다음 대 제갈세가를 이끌어 나갈 후계자를 뽑는 순간이었다.
이번 대 소가주 경합은 가주의 병세로 인해 예정보다 더욱 빠르게 진행되었다. 젊은 가주가 이끄는 제갈세가는 과연 어떠할지, 대전에 모인 이들의 표정에 걱정이 서렸다.
허나 반대로 기대에 찬 이들도 상당했다. 막내 제갈빈은 화경에 오른 고수이자 황금성을 일으켰으며, 협행을 쌓아 강호의 명성이 드높은 걸출한 인재였다.
제갈권 또한 흠잡을 데 없는 인재이니, 사람들은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기로 했다.
“경합은 많은 위험과 용기를 필요로 할 것이다. 허나 승리한다면 가문을 이끌어나갈 최고의, 지존의 자리를 얻을 것이다. 두 공자는 이를 각오할 준비가 되었는가?”
“준비되었습니다.”
제갈권과 지강백이 동시에 대답했다. 제갈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시립해 있던 시종들에게 손짓으로 지시를 내렸다. 시종들은 두 참가자에게 각각 두루마리 하나를 내밀었다.
두루마리를 받아 핀 지강백이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경합의 주제가 이것이었을 줄이야.
‘왜구 토벌이라.’
동영의 해적들은 예부터 수없이 중원을 노리며 남해를 들쑤셔왔다.
특히 절강성 일대 해변은 늘 해적들의 약탈로 항상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번 경합의 목표는 간단하다. 절강 일대를 휘저으며 자리를 잡은 해적, 패령(覇靈)을 쓰러뜨리고 그에게 잡혀간 정파 사람들을 무사히 구출해내는 것이다.”
털썩.
무릎을 꿇은 두 참가자가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반드시 해내고 돌아오겠습니다.”
소가주 경합이 시작되었다.
***
패령(覇靈).
놈이 중원에 모습을 드러낸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두 달 전, 절강성 일대 군선들을 침몰시키며 나타난 놈은, 해변가의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며 잔혹하게 사람을 죽여 이름을 알렸다.
그를 잡기 위해 조정에서 군사를 보내고, 정파 세력들도 나서서 참전했으나, 놀랍게도 전부 죽임당하거나 붙잡히고 말았다.
무참히 사람들을 학살하며 머리를 창대에 꽃아두는 만행과, 엄청난 무공실력을 두고 사람들은 그를 패령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지금은 절강 해변가의 마을 하나를 점령해 그곳에 머무르고 있다고 하는군.”
두루마리를 덮은 지강백은 남궁미향과 호야를 보며 말했다.
지강백은 일단 절강으로 가서 자세한 상황을 알아볼 생각이었다.
남궁세가 측에서는 언제라도 병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연락을 주었다. 허나 벌써부터 병력을 동원할 필요는 없었다. 절강까지는 호야와 남궁미향. 두 사람만 대동할 생각이었다.
지강백은 며칠 전에 따로 천마림에 들러 호야와 남궁미향을 위해 병장기와 호신갑을 가져왔다.
이번에는 상당히 위험한 전투를 치러야 할지 모르기에, 최고의 장비들로 무장해야 했다.
호야에게는 흑린갑(黑鱗鉀)과 파룡도(破龍刀)를.
남궁미향에게는 백룡갑(白龍鉀)과 소월검(小月劍)을 주었다.
흑린갑은 고룡갑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나름 최상의 갑주이며, 파룡도 역시 옛 화경의 고수가 썼던 병기였다.
백룡갑과 소월검도 마찬가지로 남궁미향에게는 과분할 만큼 귀한 장비였다.
갑주를 착용하고 무복을 걸친 세 사람이 내원을 나와 말을 준비해 놓은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정문을 나서자마자, 지강백은 정문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수많은 무인들을 볼 수 있었다.
‘모용세가의 무인들?’
그때, 1공자 제갈권이 채비를 마친 채 정문으로 나왔다. 그러자 모용세가의 무인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으며 제갈권의 앞에 인사를 올렸다.
“설마 이 인원으로 절강성까지 밀고 갈 생각은 아니겠지?”
“경합은 빠르게 끝낼 거다. 압도적인 힘으로.”
“제정신이 아니군. 심각하게 고민해보긴 한 거야?”
“흥! 한낱 해적들 따위, 얼마든지 몰아낼 수 있다. 무서우면 빠져 있어라. 겁쟁이같은 놈.”
제갈권은 콧방귀를 뀌며 말에 올라탔다.
그들이 먼저 출발하자, 지강백이 중얼거렸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드는군.”
***
“어서 오십시오, 아가씨. 그리고 제갈 공자님.”
절강에 도착한 지강백 일행이 향한 곳은 절강성에 위치한 남궁세가 지부였다.
절강성이 남궁세의 영역에 위치해 있으니만큼 지부의 크기가 상당했다. 지부장의 가옥 내로 들어오는 길목에 빈틈없이 서 있는 푸른 무복의 무사들을 볼 수 있었다.
지강백 일행을 안으로 모신 지부장은 손수 차를 내왔다.
“가주님께는 이미 연락을 받았습니다.”
“패령 세력의 동향은 어떻습니까?”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형님 쪽은 어떻습니까. 지금쯤 절강에 들어왔을 텐데.”
“제갈권 공자 측은 절강성에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폐령을 치기로 작정한 것 같습니다. 지금 그쪽으로 병력을 움직이고 있어요.”
지강백은 헛웃음을 흘렸다.
역시나. 제갈권은 모용세가의 병력을 이용해 단번에 들이쳐 끝을 낼 생각인 듯했다.
“승산이 있겠습니까?”
“모용세가의 저력을 무시하지는 못하겠지만······솔직히 어렵습니다. 폐령의 세력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한바탕 혈투가 벌어지겠군. 알겠습니다.”
“어떻게 할 거야? 우리도 병력을 일으켜 동시에 들이칠까?”
남궁미향이 묻자, 지강백은 고개를 저었다.
“뭐하러? 어부지리를 노릴 좋은 기회인데.”
“1공자 측이랑 패령 세력이 충돌해 힘이 약해졌을 때 놈들을 치겠다고?”
“그래.”
제갈권과 모용세가의 무사들을 이용해 아직 정보가 많이 없는 패령 세력을 끌어낸다.
남궁세가의 병력을 일으켜 놈들을 칠 때는 쓸어버릴 수 있는 확신이 섰을 때다.
“지부장께서는 전투의 양상을 자세히 보고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우린 언제든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기다린다.”
“알겠어.”
그때였다. 남궁세가의 무사 한 명이 방문을 열고 들어와 무릎을 꿀으며 보고했다.
“보고드립니다. 지금 막 제갈권 공자가 이끄는 모용세가의 무사들이 유명촌에 도착했습니다.”
유명촌은 패령 세력이 머무르는 마을의 이름이었다.
지강백은 차를 홀짝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럼 어디 형님의 저력을 지켜보도록 할까.”
***
“여기가 유명촌이란 말이지요? 그 해적들이 머무르고 있다는 마을.”
“그렇습니다.”
제갈권의 말에 모용세가의 병력을 이끄는 고수, 모용부가 대답했다.
모용세가 방계 쪽 상위의 고수를 보내준 것을 보면, 모용세가에서도 제법 성의를 보였음을 알 수 있었다.
“저런 쥐꼬리만한 마을에 숨어 있을 정도면 말할 것도 없이 소수겠군. 금방 끝나겠어.”
제갈권은 자신이 질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왜구는 한낱 도적이라는 인식이 그의 머릿속에 박혀 있었다.
“그런데 막내 공자께서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으시는군요.”
모용부의 말에 제갈권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놈은 아마 구경만 하다가 우리가 놈들의 힘을 빼놓으면 몰래 어부지리를 노릴 생각일 겁니다. 아주 능구렁이 같은 놈이거든요.”
“그렇군요.”
“그런데 그놈 마음대로 되게 놔두지는 않을 겁니다. 끼어들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해적들을 쓸어버리고 본거지를 알아내 잡혀간 사람들을 구해내면 끝이에요.”
모용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제갈권의 말대로 된다면 제갈빈은 손 놓고 구경만 하다가 경합에서 질 것이다.
‘제갈빈. 이번에야말로 네놈 얼굴에서 그 짜증나는 웃음을 지워주마.’
제갈권은 이를 악물었다.
그가 두각을 드러내고 나서부터, 제갈권은 그에게 사람과 자리를 전부 빼앗겼다.
원래대로라면 주변의 시선과 관심, 칭송도 전부 그놈이 아닌 자신을 향해야 했다. 그렇게 장자로서 당당히 가주 자리에 올라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그걸 고작 첩자식 따위가 망쳐버린 것이다.
어떻게든 그것들을 다시 찾아와야 했다. 그래야만 제갈권은 숨통이 트일 것 같았다.
“이제 슬슬 들이칩시다. 마침 해도 졌군요.”
제갈권의 말에 모용부가 등 뒤의 무사들에게 조용히 신호를 보냈다.
스릉. 스릉.
검을 뽑아든 삼백 명 가량의 무사들이 신호에 따라 일제히 마을을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이럇!”
제갈권 또한 말을 몰아 단숨에 마을 입구를 넘어 중심부까지 달렸다. 그러나 마을 어디에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우리가 온 것을 미리 알고 도망친 건가?’
“마을을 샅샅이 뒤져라!”
모용부의 명령에 무사들이 우르르 흩어지며 마을을 이 잡듯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쥐새끼 하나 나오지 않고 썰렁했다. 모용부는 이상하다는 듯 표정을 굳혔다.
분명 절강에 도착했을 때까지 놈들의 동향에 변화가 없다는 것을 척후로부터 전해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빠르게, 그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가능한가?
‘뭔가 이상하다. 느낌이 좋지 않아.’
모용부는 절정의 고수이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무인이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위화감을 감지하고 제갈권에게 말했다.
“공자님. 일단 물러나서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게 놈들의 함정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함정이든 뭐든 나오면 죽이시면 될 것 아닙니까! 혹시 이 병력으로도 고작 해적 따위가 두려우신 겁니까?”
“그게 아니라······.”
“경합에서 놈을 이기려면 놈보다 먼저 패령의 목을 베어야 합니다. 그러니 잔말말고 수색을 계속하세요!”
“······알겠습니다.”
모용부는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살폈다.
제갈권이 도통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빠르게 수색을 끝낼 생각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마을의 길목을 타고 짙은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안개의 파도에 모용부는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맑던 하늘에 갑자기 이렇게 짙은 안개가, 그것도 엄청난 속도로 퍼진다고?
“뭐야. 갑자기 무슨 안개냐?”
제갈권도 이상한 느낌을 받았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모용부는 제갈권에게 다가와 말했다.
“공자님. 일단 마을에서 벗어나시지요.”
“그, 그럽시다.”
제갈권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후퇴를 수락했다.
그러나 이미 안개는 마을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모용부는 마을에 흩어진 무사들은 물론이고, 옆에 붙어있는 제갈권의 모습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이런, 이건 함정이다! 전부 마을을 빠져나가라!”
모용부가 고함을 치며 위험을 알렸지만, 이미 늦었다.
파파파파팟!
안개를 가르며 날아온 사슬낫이 모용세가 무사들을 노려왔다.
사슬낫에 찍힌 무사들이 외마디 비명과 함께 안개 너머로 끌려갔다.
그 광경을 본 제갈권이 욕설을 내뱉으며 말머리를 돌리고, 모용부가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이런 빌어먹을!”
“마을을 벗어나라! 어서 벗어나!”
모용부는 간신히 무사들을 규합해 마을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때, 맞은편에서 한 무리의 왜구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특이한 복장이나 머리로 봤을 때, 영락없는 동영인이었다.
“이런 개자식들이······전부 쓸어버려라!”
처음부터 장난질에 놀아난 제갈권이 분노하며 소리쳤다.
곧 모용세가의 무사들이 왜구들과 한바탕 격돌했다.
채채채채챙! 채챙!
으악! 으아악!
왜구들과 모용세가 무사들의 비명 소리가 맞물리며 들려오기 시작했다.
휘릭. 촤악!
모용부는 허공을 붕붕 날아다니며 왜구들을 참살했다. 왜구들은 절정 고수의 검술에 맥을 추지 못하고 당했다.
“그렇지! 눈속임과 기습을 해봤자 결국 해적 아닌가. 정면에서 붙으면 우리가 실력도, 숫자도 우세하다!”
전세가 이쪽에게 유리하게 흘러가자, 다시 자신감을 얻은 제갈권이 환호했다.
그 역시 절정에 들지 못했지만 무공 실력으로는 후기지수 중에서도 알아주는 실력.
달려드는 왜구들은 가차없이 제갈권의 검격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됐다! 안개가 흩어진다!”
하늘이 도운 것인지, 때에 맞춰 안개가 점차 흐려지기 시작했다.
용기를 얻은 모용세가 무사들이 나머지 왜구들을 모조리 쓰러뜨렸다. 마침내 안개가 완전히 걷히고, 제갈권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주변을 둘러보자 금방 사라져 버렸다.
“······어?”
제갈권이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눈을 깜빡였다.
건물 지붕 위에 선 왜구들이 자신들을 완전히 포위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모여든 아군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 있었다. 어림잡아도 백 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설마, 그 짧은 시간동안 당한 것인가?’
제갈권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
그런 상황에도 모용부는 당황하지 않고 신호를 보내 급히 방원진을 갖췄다.
숫자가 우세함에도 불구하고 포위당한 형국은 이미 수세에 몰린 것처럼 보였다.
그때, 왜구들 사이로 검은 기모노를 걸친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또 뭐야······. 관군도 아니고 그 무림이라는 곳의 낭인들인가.”
사내의 졸린 듯 내리깐 시선이 제갈권을 향했다.
“귀한 냄새가 나는 놈이 있네. 다 죽이고 저놈은 살려서 데려가. 돈이 될 수도 있으니까.”
“네.”
왜구들이 킬킬 웃음을 흘리며 포위망을 좁혀왔다.
제갈권과 모용부는 이를 부득 갈며 자세를 잡았다.
“온다!”
곧 달려든 왜구들과 모용세가 무사들의 격전이 벌어졌다.
제갈권은 무사들의 사이에 섞여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젠장······. 이 건방진 놈들이 감히!”
전투는 곧 제갈권 쪽의 위기로 이어졌다.
왜구들은 무서울 정도로 익숙한 합격을 펼치며 아군을 쓰러뜨렸다. 한 놈이 사슬낫으로 무기를 잡아채면 다른 놈들이 달려와 왜도로 찔러댔다.
“으악!”
“크어억!”
모용세가 무사들이 바닥에 몸을 눕히는 숫자가 점점 늘어났다.
모용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제갈권의 옷깃을 잡고 억지로 끌어당겼다.
“후퇴해야 합니다!”
“뭐?”
“다들 후퇴하라!”
모용세가의 무사들이 기다렸다는 듯 우르르 마을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검은 기모노의 사내는 그걸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마을을 벗어나려고? 안 되지.”
타탓!
지붕을 박차고 몸을 날린 사내가 허리춤에서 왜도를 뽑아들었다.
그가 제갈권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모용부가 그의 앞을 가로막고 나섰다.
“이놈!”
채채챙!
모용부는 검기를 일으키며 사내에게 맞섰다. 그러나 사내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제법이네. 그런데 죽기 싫으면 빠져.”
휘릭. 촤악!
사내는 왜도를 비틀어 모용부의 검을 튕겨냄과 동시에 그대로 모용부의 상체를 깊게 베어버렸다.
“크윽!”
모용부가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것을, 무사들이 받아서 뒤로 빠졌다. 그러나 사내는 모용부를 굳이 쫒지 않았다.
“으악!”
그가 노린 사람은 제갈권 한 명이었기 때문이었다.
가볍게 제갈권의 검을 쳐서 떨어뜨린 사내가 제갈권의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그리고 그의 등을 밟으며 중얼거렸다.
“옷이 비싸보이네. 이봐, 네 가문이 어디야?”
“놔라! 이 하찮은 해적 잡놈아! 놓으란 말이다!”
“말로 해서는 안 되겠다.”
퍼억!
제갈권의 머리를 발로 걷어차 그를 기절시킨 사내가 수하들을 시켜 그를 데리고 어디론가 향했다.
***
왜구들이 전부 빠져나간 마을에, 연녹색 장포를 펄럭이며 지강백이 모습을 드러냈다.
“왜 그냥 구경했어? 그냥 여기서 쓸어버리지.”
뒤따라 모습을 드러낸 남궁미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는 사실 전투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보고를 받고 도착해 있었다.
그러나 전투에 참여하지는 않고, 조용히 지켜만 볼 뿐이었다.
“아직 놈들의 본거지가 어디인지는 몰라. 그래서 아까 호야와 남궁세가의 무사들을 시켜 은밀하게 놈들의 뒤를 밟으라고 지시했어.”
“처음부터 제갈권을 미끼로 쓸 생각이었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군.”
지강백은 남궁미향을 향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우린 천천히 뒤따라 가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