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342)
165화.황궁, 복마전(伏魔殿).2
“대, 대체 어떻게······.”
“어떻게 네가 반란할 줄 알았느냐고?”
멍해진 건양왕을 재미있다는 듯 응시하던 황제가 말했다.
“그러게 믿을만한 자를 썼어야지. 아들아.”
충격에 빠진 건양왕은 황제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지금 정상적인 사고마저 불가능한 상태였다. 황제는 쯧쯧 혀를 차며 눈짓으로 건양왕의 뒤편을 가리켰다.
건양왕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황실경비대장 서필조가 서 있었다. 투구를 벗어든 그가 무심경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소인, 역적을 도울 수는 없었습니다.”
“자, 자네가 어찌 나를······.”
건양왕은 말을 잇지 못하고 손을 부르르 떨었다.
배신의 아픔이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위장이 뒤틀렸다.
건양왕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그럼 진즉에 나를 불러 처단하지 않은 이유가 뭐요!”
황제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건양왕을 조롱했다.
“보고싶었다. 네가 희망에서 절망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건양왕의 눈이 부릅떠졌다. 설마 고작 그것 때문에?
그는 고개를 돌려 대신들과 서필조를 향해 소리쳤다.
“다들 정신 차리거라! 저자는 황제가 아니다! 가짜일 뿐이야!”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건양왕을 바라보는 대신들의 표정이 혼이 나간 듯 초점이 없었다. 마치 인형을 세워놓은 듯했다.
“형부상서······유 학사! 다들 왜 이러는 거야?”
황제는 당황하는 건양왕을 향해 말했다.
“어차피 저들은 네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그게 무슨······.”
“저들의 의식을 내가 전부 지배하고 있다고 하면 믿겠느냐?”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치 악몽을 꾸는 듯했다.
황제가 손짓을 하자 경비대들이 밧줄로 묶은 몇 사람들을 끌고 들어왔다. 이부상서 유신종을 비롯한, 건양왕의 반란에 가담했던 대신들이었다.
“자네들!”
건양왕이 이를 악물고 황제를 노려보았다.
황제는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며 황좌에서 일어났다.
“여봐라, 역모를 일으킨 역적들에게는 어떤 벌을 내리더냐?”
황제의 곁에 서 있던 내관 중 한명이 말했다.
“토지와 재산을 몰수하고 삼족을 멸하게 되어 있습니다.”
건양왕의 앞까지 다가온 그가 건양왕의 어깨를 잡았다.
“저들과 저들의 가족들이 죽는 이유는 전부 너 때문이다.”
건양왕이 눈을 부릅떴다. 그때, 힘겹게 고개를 든 유신종과 대신들이 의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전하. 맡은 바를 해내지 못하고 먼저 떠나 죄송합니다.”
“부디 뜻하는 바를 이루시어 만천하에 흥복을······.”
다음 순간, 경비대원들이 일제히 검을 빼들어 유신종을 비롯한 역모 무리의 목을 단칼에 베어버렸다. 잘린 목이 바닥을 굴러 건양왕의 발치에 멈췄다.
“으아아! 네 이놈들!”
건양왕은 잘린 유신종의 머리를 품에 안고 통곡했다.
그 순간, 태화전의 지붕이 무너지며 그 사이로 지강백이 모습을 드러냈다.
***
태화전에 한 발 먼저 도착한 지강백은 멀쩡한 황제. 아니, 악신을 보고 놈의 계략에 속았음을 깨달았다. 그 뒤로 서필조에 의해 건양왕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예상대로 서필조는 건양왕을 배신했고, 절망한 건양왕의 표정이 보였다. 그 가운데 지강백은 믿지 못할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악신이 이미 대신들을 전부 세뇌시킨 이후였다니!
돌이켜보면 천유성과 자신 또한 악신의 세뇌에 정신을 지배당할 뻔 했었다. 내공을 익히지 않은, 무인이 아닌 자들은 꼼짝없이 악신의 지배에 넘어갔을 것이다.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허나 후회하기에는 이미 늦엇다.
이부상서 유신종을 비롯한 건양왕의 세력에 가담한 자들이 모두 목이 베였고, 더는 지켜볼 수 없었던 지강백이 움직였다.
콰앙!
태화전의 천장을 부순 지강백이 검은 장포를 펄럭이며 악신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손에 든 파월강창이 허공을 갈랐다.
흑월경의 검은 섬광이 정확히 악신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헛!”
악신은 깜짝 놀라며 건양왕에게서 멀어졌다. 그 사이, 지강백은 건양왕의 곁에 무사히 내려앉았다.
반쯤 실성해있던 건양왕이 눈물 젖은 얼굴로 지강백을 바라보았다.
“제갈 가주······.”
“전하. 당장 황궁을 벗어나야 합니다. 일어나시지요.”
“이미 늦었네. 우린 거사에 실패했어.”
“거사는 실패했지만 아직 끝은 아닙니다.”
건양왕은 이미 삶을 포기한 듯했다. 지강백은 눈살을 찌푸리며 건양왕을 억지로 잡아 일으켰다.
태화전 밖으로 나간 순간, 지강백의 표정은 더욱 굳었다. 이미 수 만에 달하는 황군이 외전을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심지어 동창과 금의위마저 지붕에서 지강백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망칠 틈 따위, 절대 내주지 않겠다는 듯.
보아하니 빠져나가기 쉽지 않을 듯했다. 심지어 혼자도 아닌, 무공을 전혀 익히지 않은 일반인마저 보호해야 한다.
그때, 태화전에서 악신이 걸어나왔다.
“참으로 대단하구나. 이제는 기척조차 느끼지 못하겠어. 헌데 무슨 수로 빠져나갈 것이냐. 제아무리 너라도 짐의 십만 황군을 홀로 상대하지는 못할 터.”
지강백은 헛웃음을 흘리며 냉랭히 받아쳤다.
“짐? 케케묵은 잡귀 주제에 황제 흉내가 제법 그럴싸하구나.”
지강백은 가볍게 숨을 내뱉으며 창을 고쳐잡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벌써 전투의 상황이 그려지고 있었다. 먼저 악신에게 공격을 가한 뒤, 지붕을 타고 올라서는 금의위와 동창들을 빠르게 처리하고 도망을······.
바로 그때, 멍하니 황군들을 응시하던 건양왕이 지강백의 팔을 잡았다.
지강백이 고개를 돌리자 건양왕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미 포기를 넘어 초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제 그만해도 되네. 빈. 자넨 충분히 했어.”
“전하.”
지강백이 나직이 건양왕을 불렀으나, 그는 고개를 저었다.
“자네같은 고수라면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도망칠 수 있을지 모르네. 허나 나를 보호하며 벗어나기란 쉽지 않겠지.”
건양왕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신들과 황제를 응시했다.
“이게 하늘의 뜻이라면 받아들여야겠지. 허나 자네는 살아남아 후일을 도모해야 하네. 아, 그리고······. 경엄에게는 미안하다고 전해주게. 그 아이를 잘 부탁하네.”
지강백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막으려면 막을 수 있으나, 그의 눈빛을 본 순간 주저했다.
그 눈빛을 지강백은 알고 있었다. 삶을 초탈한, 이승에 미련이 없는 자들의 눈빛을······.
건양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강백의 어깨를 토닥였다.
“고맙네. 이제 그만 형제들의 품에서 쉬고 싶구만.”
직후, 품에서 단도를 꺼내든 건양왕이 자신의 목을 찔렀다.
푸슉-!
단도가 목을 깊숙이 파고들며 피가 울컥 흘러나왔다.
건양왕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돌바닥에 엎어졌고, 지강백은 천천히 무릎을 굽혀 그의 눈을 감겨주었다.
“군주님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보살피겠습니다.”
‘고맙다.’
편안히 눈을 감은 채 웃는 건양왕이 대답하는 듯했다.
지강백은 다시 일어나 천천히 황군들의 앞으로 다가갔다.
터벅터벅.
고요한 황궁에 지강백의 발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렸다.
“나를 잡고 싶으냐?”
지강백은 고개를 돌려 악신을 힐끗 쳐다본 뒤, 눈을 감았다.
“감히 장담컨대, 네놈들은 나를 건드리지조차 못할 것이다.”
눈을 뜬 지강백이 전신에서 마기를 피워올렸다.
직후, 그가 바닥을 박차며 황군들 사이로 달려들었다.
***
지강백이 막 태화전에 도착해 악신을 마주할 무렵.
대내관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황궁을 벗어나고 있었다.
지강백은 태화전으로 가기 전, 대내관에게 말했다.
“······지금 성문은 경비대가 전부 들어왔으니 비어있을 확률히 큽니다. 대내관께서는 이대로 황궁을 벗어나 제가 알려드린 곳으로 가십시오. 그곳에 무림맹의 지부가 있습니다. 그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대비하라 일러주십시오..”
“그럼 제갈 맹주는 어찌 하시려고······.”
“아마 싸움을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전하를 모셔야지요.”
대내관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중얼거렸다.
“정녕 황실이 끝난 것입니까? 이다지도 허무하게?”
몇백년을 이어져 내려온 제국의 역사가 하루아침에 끝난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심지어 외적의 침입이나 내란도 아닌, 이런 형태로 말이다.
지강백은 그의 어깨를 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적어도 이 제갈빈이 살아있는 이상은 말입니다. 저를 믿으시고 먼저 내려가십시오. 곧 따라가겠습니다.”
대내관은 그 순간, 지강백의 말이 그렇게 믿음직할 수 없었다.
‘그래.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제국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어.’
한때 황제를 보필했던 충신은 그렇게 작은 희망을 품고 황궁을 빠져나갔다.
***
쩌엉! 쿠과과과곽-!
지강백이 허공에 여러번 창격을 가하자, 검은 섬광이 여러 갈래로 터져 나와 황군들을 뒤덮었다. 섬광에 직격한 병사들은 흔적도 없이 소멸되고, 스치기라도 하면 팔다리가 잘려나갔다.
“끄아악!”
“내 팔! 내 팔이······!”
전장은 그야말로 대혼란(大混亂)이었다.
지강백이 빠져나가려 공중으로 뛰어오르면 동창과 금의위가 검기를 내쏘며 막아서고, 바닥에 내려오면 황군들이 개미떼처럼 우르르 밀려들었다.
“역적을 놓치지 마라!”
“검기를 쏴라! 놈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을 막아!”
지강백은 사방에서 날아드는 금의위의 검을 떨쳐내며 외쳤다.
“거치적거린다. 비켜!”
창을 길게 휘두른 지강백은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쿠구구구구-!
밤하늘에 커다란 먹구름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지강백은 풍신환원공으로 먹구름을 불러온 뒤, 손끝에서 작은 벼락을 쏘아보냈다. 극도로 응집한 제석천의 뇌기였다.
“뇌신광멸(雷神廣滅)!”
콰릉. 콰르르르릉!
이내 먹구름 속에서 거대한 벼락이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벼락에 맞은 황군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타들어갔다. 황궁에 눈부신 섬광이 번쩍거렸다.
“후우.”
지강백은 눈살을 찌푸리며 긴 숨을 내뱉었다. 이 기술은 지강백이 제석천의 힘을 손에 넣은 뒤 오랜 세월 다듬은 기술이었다. 이 일격으로 죽인 숫자만 대략 삼천에 가까웠다.
그야말로 가공할 위력. 신(神)에 가까운 기술이나, 시전자의 기력과 내력 또한 급속도로 소모되었다.
‘이대로 가다간 동귀어진하고 만다.’
지강백은 저 멀리 보이는 황궁의 성문을 응시했다. 지강백은 먼저 달려드는 황군들을 월인대신검의 초식으로 토막낸 뒤, 바닥을 박차고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자, 잡아라!”
화살처럼 궁을 벗어나는 지강백을 보며 경악한 병사들이 앞길을 가로막았으나, 부딪히는 순간 육편조각이 되어 흩날렸다.
바로 그때, 지강백의 신체가 휘청거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저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악신이 중력을 조절해 지강백을 막은 것이다.
“크윽······.”
지강백은 바닥에 엎드린 채로 중력에 대항하기 위해 내력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그 전에 황군들이 떼거지로 지강백의 위를 덮었다.
“꺼져라!”
콰르르르릉!
지강백의 전신에서 벼락이 터져 나오며 황군들을 사방으로 튕겨냈다. 그 순간, 악신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와 채찍처럼 발을 휘둘러 지강백을 후려쳤다.
“커억!”
포탄처럼 튕겨나간 지강백이 성벽에 처박혔다. 다행히 초대 천마의 옷이 그를 지켜주었다.
허공을 날아 지강백의 앞에 착지한 악신이 웃으며 말했다.
“자넨 여기서 사지가 잘린 채 세상이 망해가는 것을 지켜보게 될 것이네.”
“······그 헛된 망상이 언제까지 갈 것 같으냐.”
성벽의 잔해를 헤치고 몸을 일으킨 지강백이 이를 부득 갈았다.
“덤벼라.”
***
쿠릉, 쿠르릉!
북경에 거주하는 백성들은 밤거리를 나와 황궁 쪽을 바라보았다. 황궁 쪽에만 유난히 먹구름이 몰려있고, 번개가 내치리고 있었다.
“저게 다 뭐야······?”
“불길한 징조가 아닌가. 천자께서 계시는 궁에 먹구름이라니!”
“예끼, 이 사람! 그런 말 잘못 했다간 잡혀갈 걸세!”
백성들이 멍하니 황궁을 응시하고 있을 때였다.
백성들 사이에 섞여 황궁을 바라보던, 다 헤진 망토와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한 노인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인계를 벗어난 두 신적 존재가 부딪히는구나. 이는 필시 세상의 혼란을 불러올 터······.”
노인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저었다.
“결국 내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직후, 노인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