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92)
모용조가 조창을 암살하러 간 사이, 정소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앞의 서찰들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제갈세가에서 작업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역으로 그들에 대해 깊숙이 조사해보았다. 거의 모용세가의 정보력을 총동원하다시피 했다. 역으로 파고들 건수나 약점이라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알게 된 사실은, 제갈세가가 강호무림에 뻗은 거대한 세력의 범위였다.
지강백은 그동안 천마림의 어마어마한 자금력을 동원해 강남 대부분의 세력과 사업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뿐이랴? 강남 대부분의 관리들에게도 착실히 뇌물을 먹여가며 제 사람으로 만들어놓은 뒤였다.
애초에 제갈세가는 학문으로 오대세가 중 가장 조정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었고, 지강백은 이 연줄을 최대한 활용해 관리들의 협력을 이끌어냈다. 그가 단시간에 강남의 실질적인 주인이 된 이유는 거대한 인맥과 자금력이 동원된 결과였다.
그 외에도 남궁세가, 광동의 남천연가를 비롯한 명망 깊은 세가들이 든든히 뒤를 받쳐주고 있으니 누구 하나 감히 덤벼들 엄두도 내지 못했다.
거기다 이제는 강북에도 손을 뻗었고, 강북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하북의 팽가를 무너뜨리고 당가와 하북을 양분했다. 이제는 당가마저 복속시키고 공손가와 언가까지 무너뜨려 하북, 사천, 하남, 산동에 이르는 강북 대부분의 성을 지배하게 되었다.
거기다 황금성은 이전의 힘과 권세를 대부분 되찾고 뒷세계를 통해 제갈세가의 강북 평정을 안정적으로 지원했다.
제갈세가의 떠오르는 신성이자 젊은 가주, 화경의 고수, 뛰어난 외모와 후기지수들의 선망을 받는 정파의 대협. 제갈빈. 그리고 그를 따르는 남궁세가와 당가를 비롯한 측근들. 그리고 뒷세계를 움직이는 황금성. 심지어 무림맹조차도 이들과 한통속이었다.
강호무림의 긴 역사 속에서도 이 정도로 개인이 거대한 세력을 이룬 전례가 없었다.
‘애초에 강북 진출을 하려는 시도 자체가 터무늬없는 계획이었을까? 빼앗는 게 아니라 가진 것부터 지키는 게 옳은 선택이 아닐까?’
그러나 절실하게 변방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남편의 바람 때문에라도 강북 진출을 더는 미룰 수 없었다.
‘조아가 갔으니 조창은 문제없이 처리할 것이고, 더는 빚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니 천천히 제갈세가를 압박할 방법을 찾아야겠다.’
그러나 정소영의 확신이 무색하게 며칠 뒤, 지강백이 차용증을 들고 위풍당당하게 모용세가의 정문을 두드렸다.
“큰일났습니다! 제갈빈 가주가 들이닥쳤습니다! 그것도 수많은 무사들을 대동하고요!”
“뭐, 뭐라고! 그놈이 왜!”
“숫자가 그리 많지 않은 걸로 봐서는 전쟁하러 온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문을 열지 않으면 부수고 들어오겠다고 협박까지 하고 있다 합니다. 어서 가보심이······.”
모용성이 황당하다는 듯 소리쳤다.
“이것들이 정녕 미친 겐가?”
얼굴까지 붉어진 모용명은 회의장을 박차고 정문으로 달려갔다. 그 뒤를 황당한 표정의 정소영과 모용성이 뒤따랐다.
정문을 벌컥 열어젖히자 여유롭게 뒷짐을 진 채 서 있는 지강백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나이든 노인 한 명을 옆에 세워두고 있었다.
“제갈세가는 예의도 법도도 없는가! 남의 집 앞에 불쑥 찾아와서 대낮부터 소란이라니!”
모용명이 분노해 소리치자 지강백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제갈세가의 가주로 온 것이 아닙니다. 채권자로서 온 것이지요.”
“그게 무슨 헛소리냐! 내가 언제 너에게 돈을 빌렸다고······!”
“아, 물론 저한테 빌리지는 않으셨지요. 그래서 친절하게 이분도 데려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얼굴을 본 적은 없으신가?”
지강백은 차가운 냉소를 지으며 노인을 소개했다.
“인사하시지요. 이쪽은 뒷세계에서 대부업을 하고 계시는 조창이라는 분이십니다. 모용세가에 거액의 빚이 있는데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셔서요.”
“조, 조창이라면······!”
모용명의 뒤편에 있던 모용성과 정소영의 눈이 딱 마주쳤다.
저 자가 조창이라면 암살이 실패했다는 뜻이다. 그럼 모용조는 어디 있단 말인가?
그때, 잠자코 가만히 있던 조창이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그쪽이 정소영 부인이신가?”
“이놈이 감히 누구 아내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이냐!”
모용명이 눈을 부릅뜨며 호통을 치자 조창의 표정이 구겨졌다.
“그럼, 멋대로 빚을 갚지도 않은 채 적반하장으로 암살자를 보내 나를 죽이려고 한 자에게 존대라도 해야겠소? 엉?”
“이, 이놈이 무슨 헛소리를······.”
모용명의 목소리가 살짝 흔들리고 정소영의 표정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때, 멍하니 서 있던 모용성이 번개처럼 지강백에게 달려들었다.
수하들이 검을 빼들고 막아서려 했으나, 지강백이 손을 들어 저지시켰다.
지강백의 멱살을 잡아든 모용성이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소리쳤다.
“이놈! 우리 조아는, 조아는 어디 있느냐! 어떻게 했어!”
조아? 아, 살수의 이름인가.
모용성의 반응으로 봤을 때 그의 아들인 듯했다.
지강백은 부들거리는 모용성의 팔을 잡으며 차갑게 내뱉었다.
“아, 조창을 암살하러 왔던 그 살수를 말하는 건가? 제법 강하더군. 그래서 상대하는데 애를 좀 먹었지.”
“서, 설마 네놈이 조아를······.”
“걱정 마시오. 고통 없이 단번에 쳐죽였으니.”
“으아악!”
모용성이 괴성을 지르며 지강백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절정에도 닿지 못한 늙은이의 주먹 따위가 닿을 리 없었다.
보다못한 모용세가의 무사들이 통곡하는 모용성을 부축해 안으로 들어갔다.
지강백이 품에서 차용증을 꺼내 흔들어보이며 말했다.
“살펴보니 많이도 빌리셨더군요. 금자 10만 냥이면 국가의 두 달치 조세에 맞먹는 양인데······. 이 많은 돈으로 각종 밀매업과 강북의 불법 시설들, 거기다 상단까지. 그 외에도 사업을 많이도 벌이셨더군요. 그런데 어쩝니까? 빚은 빚대로 지고 정작 제대로 성공한 건 하나도 없으니.”
“닥쳐라!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라고 합부로 지껄이는 것이냐!”
이젠 체통이고 뭐고 없다. 조카를 잃은 분노로 가득한 모용명의 눈빛이 지강백을 향했다.
“당연히 상관이 있지요. 안 그러면 제가 이 먼 변방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겠습니까? 정 부인께서 조창에게 진 빚, 제가 전부 사들였습니다. 즉, 이제 그 빚은 저에게 갚으셔야 된다는 뜻이지요. 아시겠습니까?”
“뭐, 뭐가······어쩌고 저째?”
모용명이 황망한 표정을 지으며 뒷걸음질치고, 정소영이 입을 틀어막았다.
“그럼 이제 채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해도 되겠습니까? 당장 돈을 마련해오시기는 힘들 것이고, 대신 값나가는 물건들부터 압류하겠습니다.”
“누구 맘대로······!”
모용명이 손짓하자 모용세가의 무사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확실히 세력의 크기만으로는 단일 세가로 오대세가의 최고인 모용세가답게, 단숨에 수백에 달하는 사병들이 정문을 가로막았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네놈이 이 문턱을 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럴 줄 알고 이분을 데려왔습니다. 나오시죠.”
인파를 헤치고 관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한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육부의 한 곳인 형부에서 보낸 관리였다.
“차용증에 적힌 금액을 갚지 못할 시, 채권자는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할 권리가 있소. 이를 저항할 시, 채무자인 정 부인을 관으로 압송하겠소.”
“갑자기 관에서 왜 끼어드는······.”
그때, 관리의 정체를 알아챈 정소영이 눈을 질끈 감았다. 저 자는 분명 제갈세가의 사람이었다.
“그럼 이제 좀······비켜주시겠습니까?”
“졸렬한 새끼. 넌 날 잘못 봤어. 내가 누군줄 알고······!”
“돈 받으러 왔는데 그런거까지 알아야 됩니까?”
지강백은 모용명의 면전에 대고 조소를 흘렸다.
모용명은 극심한 모멸감에 꽉 쥔 손을 부르르 떨었다.
***
결국 지강백은 모용세가가 소유하고 있던 토지, 사업체, 고가의 에술품과 하다못해 정소영의 장신구까지 털어갔다.
모용명은 엉망진창이 된 방에 홀로 앉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의 곁으로 아내인 정소영이 다가왔다.
“모든 게 제 잘못입니다.”
“······.”
모용명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허공만을 응시했다.
그때, 문을 벌컥 열고 총관 모용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모용명의 앞으로 가서 무릎을 꿇으며 입을 열었다.
“형님. 더는 승산이 없습니다. 놈들이 요녕을 벗어나기 전에 전력을 보내 죽여버립시다.”
“성아.”
“난 내 아들의 복수를 꼭 하고 말겠습니다. 제갈빈, 그 개자식의 목을 내 손으로 베어 내 아들의 영전에 바치기 전까지는 잠도 제대로 못 잘 겁니다. 형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저희에게 더 이상 놈들을 이길 방법이 없다는 것을요.”
“······.”
“형님! 형님이 가지 않으면 나 혼자서라도 가겠소!”
흥분한 모용성은 옛날 말투까지 나왔다. 잠시 침묵하던 모용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모용성과 정소영을 번갈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본가의 황무대를 비롯한 총전력을 집합시켜라. 제갈빈이 요녕을 벗어나기 전에 놈을 처리한다. 그리고, 그대로 강북에 진출하겠다.”
그의 눈은 차갑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모용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를 하기 위해 방을 나갔고, 모용명은 벽에 걸린 검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를 뒤편에서 지켜보던 정소영의 표정에 그늘이 졌다. 아마 모용세가는 얼마 가지 않아 무너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정소영은 남편을 말릴 수 없었다.
정소영은 정보당을 움직여 지강백의 위치를 파악했고, 모용명과 모용성은 직접 병력을 이끌고 지강백을 향해 진격했다.
“이대로 가면 충분히 놈을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거기다 제갈빈, 그놈은 이곳에 올 때 백 명도 채 안 되는 호위만 대동했으니 저희가 수적으로도 우세합니다.”
두두두두두두-!
변방의 튼튼한 말들이 콧김을 뿜으며 속도를 높였다.
그렇게 이틀간 강행군을 하자, 드디어 지강백 일행이 있는 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됐다! 이놈들, 역시 아직 요녕을 벗어나지 못했구나!”
모용성이 쾌재를 부르며 이를 부득 갈았다.
결국 모용명이 이끄는 모용세가의 부대는 지강백 일행을 앞질러 포위했고, 지강백 일행은 사방으로 포위당하고 말았다.
모용명은 앞으로 나와 자신을 응시하는 지강백에게 말했다.
“어차피 끝까지 간 싸움이네. 그러니 이 상황도 받아들일 수 있겠지?”
“······.”
지강백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냉소를 지었다.
그러자 모용성이 눈에서 불을 내뿜으며 버럭 소리쳤다.
“그 잘난 웃음도 곧 갈가리 찢어주마! 내 아들의 원수!”
그러나 지강백은 여전히 여유로운 기색이었다. 그는 모용명과 모용성을 향해 천천히 말했다.
“내가 설마 이 먼 적진까지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은 채 왔다고 생각하나?”
그 순간, 저 멀리서 엄청난 말발굽 소리와 함께 거대한 모래먼지가 이는 것이 보였다. 모용명과 모용성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그곳에는 거대한 부대가 이쪽을 향해 맹렬히 달려오고 있었는데, 각각 남궁(南宮)의 글자가 새겨진 푸른 깃발과 당(唐)의 글자가 새겨진 황색 깃발이었다.
“남궁세가와 당가다!”
“저들이 어떻게 여기에······!”
웅성거리는 무사들. 그리고 모용성은 그럴 리 없다는 듯 입을 쩍 벌린 채였다.
그리고 모용명은 당혹과 분노가 뒤섞인 눈빛으로 지강백을 노려보았다.
“이놈, 제갈빈······!”
“네 말을 그대로 돌려주지. 어차피 끝까지 간 싸움이니 이 상황도 받아들일 수 있겠지?”
스릉.
지강백은 월영검을 뽑아들며 말했다.
“내가 지배할 강호에 너희 따위는 필요 없다. 이만 사라져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