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150)
제 151화
Chapter 2
누나가 안정되고, 우리 꼬맹이들을 소개시켜 준 뒤, 론도 소개시켜 주고, 그런 시간이 흘렀다.
그때, 장미 정원 입구 쪽에서 두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오는 게 눈에 보인다.
청각을 좀 높여 보니까 이런 말이 들리네.
‘아니, 진짜 날아왔잖아요, 이거 알고 계셨던 거 아니에요?’
‘내가 알긴 어떻게 알아, 그냥 찍은 거지.’
‘이 양반 웃기네. 그래 놓고 내기하자고 한 거였습니까?’
‘그래서 했어? 안 했잖아.’
‘아니, 안 한 게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모은 애들로 열병식 같은 거 한번 쫙 하려고 준비 다 해 놨는데 이게 뭡니까. 알고 계셨으면 진작에 언질이라도…….’
‘됐으니까 입부터 닫아. 그러다 공자님이 다 들으실라.’
아베이루와 그 옆에 있는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남자.
전에 아베이루가 소개시켜 줬던 녀석이다.
이름은 필립.
뒷조사 전문이라고 했었나?
저 친구가 만든 그 자료 꽤 쏠쏠하게 써먹었지.
그런 두 녀석이 그대로 입을 닫고는 내게 다가왔다.
그런데.
“다 들었어. 우리 아베이루, 생각보다 귀엽게 노네?”
“아…… 하하.”
아베이루가 어색하게 웃는다.
그 옆에 있는 필립은 꽤나 긴장한 모습이었는데.
아니, 오면서 이야기하는 거 보니까 꽤 활발해 보이던데. 왜 이래.
“필립이었지?”
“예! 그렇습니다!”
군기가 팍 든 게, 누가 보면 군인인 줄 알겠어.
녀석에게 다가가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고맙다. 네가 준 자료, 꽤 쏠쏠하게 써먹었다.”
“별거 아닙니다!”
눈도 안 마주치고 최대한 허공을 바라보며 싹싹하게 대답하는 게, 귀여워 보일 지경이다.
그런 필립의 모습을 처음 보는 건지, 우리 누나와 론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아베이루를 바라보았다.
“대부분 완료됐다며?”
“예. 공자님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아 진행하는 것은 일단 올스톱 상태고, 지금은 현상 유지만 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현재, 발란티에 후작의 주변에 있는 네 명의 기사, 그리고 두 명의 원로와 영지 바깥을 순찰하는 경비병들과 수습 기사, 정식 기사들까지 약 백여 명 정도를 제외하고 나머지 모두가 엘리자베스 님의 편입니다.”
이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엘리자베스 님의 편?
뭔가 뉘앙스가 조금 이상한데?
그런 내 표정을 읽은 걸까.
우리 아베이루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공자님이 저를 이곳으로 보낸 진짜 이유, 알아냈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속으로 뜨끔했다.
휴가 보낸 걸 알고 있었어?
아카데미에 정보학부를 신설하고 거기에 학부장으로 부임시키려는 것까지?
뭐야, 얘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건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그때.
“엘리자베스 님을 후작으로 만드시려는 거죠?”
“……응?”
사고가 정지했다.
“하하, 역시 공자님이십니다. 처음에 오니까 이상하게 할 게 많더라구요. 하다 보니까 깨달았다고 해야 할까요? 저를 이곳으로 보내실 때 공자님이 했던 말, 가족이라는 말부터 정리하라는 그 말들까지, 그걸 전부 종합하다 보니 결론이 났습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 우리 공자님께서는 ‘그런 것’을 원하는구나. 그래서 일단 방향을 그쪽으로 전환하면서 진행했습니다.”
……얘가 지금 뭔 소리 하는 거야?
“원로들을 정리하고, 기사들도 정리하고, 병사들도 정리하고, 생각 외로 맨티스의 뿌리가 깊어서 조금 애먹긴 했는데, 그래도 대부분 정리는 했습니다. 후작 부인과 후작의 주변에 있는 이들은 맨티스 백작의 사병이기도 하고 해서 일단 텀을 두고 지켜만 보고 있는…….”
말을 하던 아베이루가 말끝을 흐린다.
그러고는 내 얼굴과 내 어깨에 앉은 스승님을 살피더니, 눈을 껌뻑인다.
그리고 입을 떡 벌리고, 닫고를 여러 번 반복하더니,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눈치챘나 보다.
“……아닙니까?”
“모르겠다. 나도.”
“……저, 뭐 한 겁니까?”
“내가 묻고 싶다. 와서 뭐 했냐.”
“…….”
잠시 팔짱을 끼고 생각했다.
이거.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괜찮다.
고개만 뒤로 돌렸다.
누나가,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는데.
이제야 이해가 가네.
아까 그렇게 울던 게.
그런 의미였구나.
대륙 최초의 여후작.
슬쩍 팔을 들어 아베이루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고생했다.”
“……아닙니다. 혹시, 제가 괜한 일을 한 건지요?”
바로 고개를 저었다.
괜한 일은 무슨.
“잘했어. 오히려 내 생각보다 한 수 앞을 바라봤네.”
“제가요?”
“어.”
“그런…… 겁니까?”
“사실, 나는 우리 누나가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했거든.”
엘리자베스 발란티에.
나이는 스무 살도 되지 않는다.
성인식을 얼마 전에 끝낸 나이.
꽃다운 나이인 18세.
누나가 하고 싶다고 하는 거.
나는 그게 뭐든 도와주려고 했다.
그런데 후작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나 같은 사이코 ‘양아치’보다는 우리 누나가 더 잘하지 않을까.
누나에게 가기 전, 아베이루한테 먼저 물었다.
“네가 보기엔 어떠냐?”
“엘리자베스 님 말씀이시죠?”
“어.”
아베이루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보기엔 잘하실 것 같습니다. 수많은 귀족을 봐 왔고 수많은 소가주들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엘리자베스 님은 이미 소가주의 수준이 아니시더군요.”
그거면 충분했다.
우리 누나.
세간에서는 천재라 불린다.
천재라 불린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자리에 쪼그려 앉아 우리 꼬맹이들과 이것저것 이야기하던 누나가 천천히 일어섰다.
아이들과 론.
그리고 아베이루와 필립.
모두가 뒤로 두어 발자국씩 물러선다.
단둘.
내 앞에 펼쳐진 누나와 나, 단둘만의 길.
나는 물었다.
“후작, 하고 싶어?”
진지한 표정의 누나가 잠시 입을 다물고는, 이를 악물었다.
그건 각오.
결심을 뜻한 행동이었다.
누나가 말했다.
“……응.”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응.”
“편견이라는 게 있잖아. 대륙 최초의 여후작, 뒷말도 많이 나올 거야. 그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누나의 눈이 점점 힘을 얻었다.
“잘할 수 있어. 뒷말 나와도 돼, 어차피 많이 나왔으니까. 그리고, 하고 싶고 내가 해야 할 것 같아.”
말없이 누나를 바라보았다.
“단순히 그 이유야? 해야 할 것 같다? 하고 싶다?”
“아니, 나 아니면 안 돼.”
“누나가 아니면 안 된다? 페일론도 있고 나도 있는데?”
내 말의 의도를 깨달은 걸까.
조금 공격적으로 보일 법한 내 말에 누나는 웃었다.
“내가 자세히는 몰라. 하지만 사람은 저마다의 그릇이 있어.”
그릇이라…….
꽤 오랜만에 들어 보는 단어 같네.
“내 그릇은 이 정도야, 그런데 너는?”
말문이 막혔다.
이거 애매하네.
나도 내 그릇이 어느 정도로 넓은지 모르거든.
“네가 뭘 하려는지는 몰라. 하지만 이건 확실해.”
“뭔데 그게?”
“너는 후작이라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거라는 거.”
이것 봐.
가족이 괜히 가족이 아니라니까.
“나는 저기 있는 아베이루, 저런 사람을 밑에 둬 본 적이 없어. 둘 수도 없었고.”
잠자코 들었다.
“그런데 너는 뒀잖아. 그 차이야 너랑 나는.”
“…….”
“그리고, 누나로서 동생의 발목을 잡을 수는 없잖아.”
웃고 말았다.
슬쩍 옆으로 고개를 돌려 보자 우리 스승님.
우리 누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신다.
미인과 미인의 만남이라.
이거 꽤 그림 되겠는데.
그대로 한 걸음 내디뎠다.
“할 거면 확실히 해. 전에 말했잖아. 언제까지 어린애로 살 수는 없다고.”
누나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거면 됐어. 필요한 건 뭐든 말해. 사람, 돈, 물품, 무기, 갑옷 전부 지원해 줄게.”
“……너, 많이 변하긴 했구나.”
그러고 보니, 이 말을 깜빡했다.
그래, 여기 애들 다 모여 있는데.
그냥 여기서 다 말해 버리자.
“나, 회귀자거든.”
모두가 입을 떡 벌린다.
그걸, 여기서 말한다고?
그런 표정인데.
뭘 새삼스럽게.
나 떠버리인 거 다 알잖아.
“지금 시점으로 대충 19년 하고도 10개월? 혹은 9개월, 딱 그쯤인데, 그때 회귀했어.”
“…….”
-…….
“…….”
“뭐야, 분위기 왜 이래? 아는 애들은 다 알잖아? 나 회귀자라니까?”
* * *
클라크 발란티에는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뭐?”
“……막내 도련님이 후작가로 오셨습니다.”
클라크가 고개를 젓는다.
되물었던 이유는 앞서 말했던 저 내용 때문이 아니다.
그 뒤에 나온 내용.
“양탄자를 타고, 장미 정원에 도착…… 아니 착지, 하셨습니다.”
“하…….”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하늘에서 양탄자를 타고 내려왔다고.
막내가?
그것도 지금 아카데미 학기가 진행 중인 지금?
그게 끝이 아니었다.
“부기사단장인 곤잘레스 님과 함께, 약 3명의 꼬마를 데리고 왔습니다.”
“곤잘레스, 왜 곤잘레스가 막내와 있는 것이냐?”
기사는 대답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안 했다.
아니, 뭘 알아야 하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잠깐, 잠깐.”
클라크가 고개를 내젓는다.
뭔가 이상하다.
아니지. 이상한 건 둘째 치고.
왔으면 왔다고 얼굴이라도 비추던가.
싸가지 없게 감히, 장미 정원에서 잡담을 하고 있어?
클라크 발란티에의 심정은 이랬다.
뭐 하자는 거지?
딱 이런 심정.
“당장, 막내를 이리로 불러 오거라.”
깊게 묵례한 기사가 그 즉시 장미 정원으로 이동했다.
* * *
“론은 대충 알 거고, 아베이루랑 우리 꼬맹이들도 알 거고, 누나랑 저기 필립, 딱 두 명만 모르네.”
둘의 표정은 멍했고, 나머지의 표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거.
이렇게 쉽게 말해도 되는 거였어?
그런 표정인데, 아니 앞서 말했듯 나 떠버리라니까?
나는 그런 거 안 숨긴다.
지금껏 말을 안 하고 다닌 이유는 그냥 안 물어봤으니까.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가서 말하는 건 되게 이상한 놈이잖아.
나는 떠버리일지언정 이상한 놈은 아니거든.
슬쩍 고개를 돌려 누나를 바라보았다.
누나는 후작이 되기로 다짐했고, 결심했다.
솔직히, 나이가 문제긴 한데 나이야 뭐, 옆에서 보필해 주고 도와주는 애들이 잘하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그리고 우리 누나.
내 입으로 말하긴 그래도 꽤 능력 있는 여자다.
다른 건 다 건너뛰고 저 책임감.
나한테 보여 준 그 책임감의 절반만 영지민들에게 보여 주면, 아마 성녀라는 별명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래도 알려 줄 건 알려 줘야지.
그렇게 생각했다.
“누나?”
“응?”
“잠시만 이리로.”
나는 누나를 데리고 전에 페일론의 머리를 깨부쉈던 우물 앞으로 다가갔다.
그곳에서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하려던 그때.
“삼 공자!”
어디선가 들려오는 큰 목소리에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