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174)
제 175화
계속 걸었고, 크로노스는 계속 뒤로 물러섰다.
그렇게 크로노스의 등이 벽에 맞닿는다.
녀석이 최대한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저는 아는 게 많습니다. 물어보시면 다 답해 드리겠습니다. 권력 서열의 구조, 누가 어디에 병력을 배치시키고 있는지 드래곤의 흔적을 찾으러 누구와 누구가 파견된 건지 저는 전부 압니다. 그러니까, 좀…… 멈춰 보십시오.”
놈의 말대로 자리에서 멈췄다.
놈의 설득에 넘어갔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더 걸어갈 데가 없어서 멈춘 거다.
코앞에 있는 크로노스가 침을 꿀꺽 삼킨다.
무언가. 일이 심각하게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걸 눈치챈 거지.
“……저는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아는 정보 전부 드리겠습니다. 저를 여기서 죽이시면 후회하실 겁니다. 정말 후회하실 겁니다.”
아.
진짜 웃기네 이거.
“후회라니, 그딴 걸 내가 왜 해?”
지랄맞게 후회했다고 탄식한 게 언젠데 그걸 내가 잊겠어?
그렇게.
푸욱-
“커헉-!”
곧게 펴진 내 손날이 크로노스의 심장을 꿰뚫는다.
“크흑…… 뭐 이런 무식한 놈이…….”
돌겠네.
폭소를 터트릴 뻔했다.
“이번에는 ‘심장’에 뭐 안 심어 놨나 봐?”
전생에서 이놈은 분명 나한테 접근했었다.
그리고 지금과 똑같은 말을 했었는데, 솔직히 흑마법을 쓰는 내게 있어서 정보전은 의미가 없다.
죄다 죽이고 데스 나이트로 만들어서 정보를 빼내면 끝이니까.
그때는 약간 궁금한 것도 있고 해서 크로노스를 곧바로 죽이지 않고 지금처럼 심장을 찔렀었다.
데스 나이트로 만들기보다는 놈의 심장에 흑의 굴레를 심어서 첩자로 만들고, 그 상태 그대로 이스칸다르한테 보내서 터트리려고 했거든.
일종의 선물 그런 의미로.
그런데 웬걸.
내가 놈의 심장을 뚫기 무섭게 놈은 쪼개더라고.
그 이후에 벌어진 일은 간단했다.
놈의 심장에 새겨져 있던 ‘매스 텔레포트 마법진’.
그게 발동했고 하프 블러드 다섯 놈과 마스터 열 명이 내 옆으로 소환되더라.
스스로를 제물로 한 전략.
그리고 전술.
내 행동 패턴과 내가 어떻게 나올지 필사적으로 예측했고 스스로가 만든 전술에 스스로를 장기짝으로 삼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피하지도 않는 남자.
눈앞에 있는 크로노스는 그런 놈이다.
황태자를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는 놈, 오직 황태자만 보고 황태자와 함께 꾸는 꿈을 현실화시키려는 야망이 있는 놈.
그걸 위해서라면 스스로의 목숨 따위 아무런 미련 없이 버리는 놈.
내가 그때 팔 하나 날아가고, 다리도 날아가고 복부도 꿰뚫렸었지.
어우.
다시 생각하니까 아찔하네.
그때였다.
“……크윽. 이 멍청한 새끼…….”
뭐야.
“아직도 살아 있었어?”
왜 살아 있어.
엑스트라가.
손에 힘을 주기 무섭게.
퍼석-!
“억…….”
그 어느 생명체도, 심장이 터지면 죽는다.
눈앞에 있는 크로노스도 마찬가지였다.
심장이 터진 크로노스는 나를 노려보다 그렇게 죽었다.
그러고 보니 이 말을 깜빡했네.
아직 몸이 다 낫질 않아서 움직이기 귀찮았는데.
“‘재료’ 만들어 줘서 고맙다.”
이게 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그런 거 아니겠어?
매부는 없지만.
* * *
일단 알라베스 모험가 길드, 어센블 지부에 속한 모든 길드원들을 집합시켰다.
“이게 전부냐?”
라그렘, 기존에는 지부장인 크로노스를 보좌하던 부관이었고, 아베이루가 있을 시절에는 아베이루의 부관이었던 톨리소를 보좌하던 부관이었다.
그가 답했다.
“정보 조사 차원에서 파견 간 직원들 8명을 제외하면 이 자리에 있는 330명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그 8명, 아마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세상이라는 게 으레 그렇듯 문제가 터지면 피하려는 이들이 생기고 맞서려는 이들이 생긴다.
내가 어센블에서 활동하는 동안 이곳 모험가 길드는 지속적으로 타격을 입어 왔다.
아베이루라는 지부장이 ‘실종’되는 일부터, 지부의 핵심 인물들 몇몇이 아베이루를 따라나섰고, 위원회가 해체되기도 했으며, 지금은 국왕과 왕세자가 대립각을 세우면서 모험가 길드를 비롯, 여러 가지 이권을 챙기려고 발악을 하고 있다.
그래서.
‘고작’ 300명 남짓한 인원밖에 없는 거다.
전에 아베이루에게 얼핏 듣기로는 전에 관리하던 애들이 천 명이 넘는다고 했던 것 같다.
그게 지금 절반 이하로 줄어든 건데.
300명이라…….
이 정도면 컨트롤하기 딱 좋은 숫자다.
“귀 열고 들어. 지금부터 내가 너희한테 거절할 수 없는 아주 좋은 제안을 하려고 해.”
“제안…… 말씀이십니까?”
일단 이것부터 이야기하자고.
“모험가 길드. 이거 당분간 문 닫을 생각이야.”
“……예?”
“지금 눈앞에서 본 것들을 비롯해 대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너희도 나름 정보를 다루는 놈들이니까 이 정도까지 왔으면 짐작은 하고 있을 거 아니야? 왕국 연합, 툴칸 제국, 그리고 나까지. 그냥 자기 이권에 따라 뒤에서 기싸움하는 형태. 그런데.”
“…….”
“생각하면 할수록 뿌리가 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거기다 여긴 내 앞마당인데 밥버러지 새끼들이 자꾸 기어 들어오면 내가 빡이 치겠어 안 치겠어. 그러니 안 빡치게 이쯤에서 선 그으려고. 이게 무슨 말인지는 알지?”
모험가 길드.
왕과 연관이 되어 있건 툴칸 제국과 연관이 되어 있건 위원회의 잔당과 연관이 되어 있건.
이젠 신경 쓰기도 귀찮다.
아무리 판이 만들어지는 상황이라고 해도 같은 말 계속하고, 비슷한 상황 계속 나오고.
이젠 나도 지겹다.
그래서.
일단 모험가 길드를 문 닫게 만들 생각이다.
중개소?
필요하면 용병이랑 일대일로 면담하든지.
“즉, 너희는 지금부터 백수가 되었다는 거지.”
“…….”
“백수로 만든 놈이 할 말은 아니지만 너네, 가지고 있는 능력들 썩히는 건 아깝잖아. 지금껏 조사한 자료들도 있고 여기 지하 창고에 쌓여 있는 온갖 자재들과 과거의 기록들까지. 아까운 게 당연하지. 그래서 내가 지금부터 정확히 두 개의 제안을 할 거야.”
모두가 내 말에 귀를 기울인다.
“첫째, 발란티에 후작령으로 가서 ‘아베이루’를 도우는 것.”
전 지부장의 이름이기에 모르는 이는 없다.
모두가 침을 꿀꺽 삼키는 그 상황에서 나는 마저 말을 이었다.
“둘째, 곧 있으면 아카데미의 이름이 바뀔 거야. 테슬란이라는 쓰레기랑 비슷한 그런 이름 말고, 아주 멋있는 이름으로 바꿀 거거든. 지금보다 더 커질 거고.”
“…….”
“거기에 정보학부를 신설할 생각이야, 그래서 지금부터 슬슬 교관도 모으고 부교관도 모으고 그래야 하거든? 너희 중에 그 적임자가 분명 있을 텐데…… 내가 너희를 잘 몰라. 그래서.”
슬쩍, 웃었다.
“아카데미에 자리를 마련해 줄게. 일종의 ‘정보 길드’ 같은 건데, ‘마탑’이랑 비슷한 거라고 보면 돼. 이름 부르기 애매하면 ‘정보탑’ 뭐 그렇게 부르든지. 아니면 ‘예비 정보학부’라고 해도 좋고. 거기서 일해.”
“……예?”
결국 라그렘이라는 남자가 당황한 심정을 그대로 입 밖으로 내뱉는다.
그래.
당황할 만하지.
“하는 일은 지금이랑 별반 다를 바 없어. 정보 수집, 팩트 체크, 어디어디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식량값이 올라가고, 포션값이 떨어지는데 추이가 이상하다. 뭐 그런 정보 수집. 너희 잘하잖아. 쉽게 말하면 내가 너희를 전부 고용해서 사적으로 부려먹겠다는 거지.”
“…….”
“거기서 일하는 거 보고 교관이나 부교관으로 뽑을 거야. 너희도 알다시피 아카데미 교관이면 어깨에 힘 좀 줄 수 있잖아. 심지어 그 배경으로 내가 자리잡아주면, 어우, 엄청나지?”
“…….”
“그 이후에 교관이 되지 못한 애들은 잘리느냐, 그건 아니야. 일단 아카데미에 오면 지금 받는 보수의 최소 두 배를 준다. 처음 6개월은 너희의 능력을 판단하는 기간인 ‘계약직’이 될 거고, 6개월 이후에는 능력 이하, 아주 수준 낮은 머저리 같은 놈이 아닌 이상은 ‘정규직’으로 전환될 거야. 당연히 보수는 계약직 정규직을 가리지 않아. 이게 두 번째 제안이야. 어떻게 할래?”
조용했다.
머리 굴리는 소리.
상황을 파악하는 소리.
등등.
그렇게 5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330명.
전원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아카데미로 가겠습니다.”
그 말로 확신했다.
여기에.
계약직으로 남을 애들은 없겠구나.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을 1분 만에 고르는 저 감각을 보라.
재미있네.
“그래, 잘해 보자.”
“예.”
그리고.
“기본적으로 월급제인데 꽤 괜찮은 정보를 물어오거나 신빙성 있는 ‘소설’을 써 오면 성과급으로 쳐줄게. 돈은 내년에 신설될 상업학부 예비 학부장한테 말해 놓을 테니까 걔한테 받아.”
잠시 말을 멈추고는, 할 말을 정리했다.
이거는 꼭 해야지.
“너네가 봐도 아, 이건 뭔가 심상치가 않구나 하는 그런 정보는 나한테 직통으로 보고하고, 그런 게 아닌 것들은 검술학부 학부장인 그레이한테 해. 너희도 알지? 전 총사령관 출신이자 군사학부 학부장 출신.”
우리 그레이 학부장.
안 그래도 해야 할 일이 넘쳐 나겠지만 뭐 어쩌겠어.
삽질 잘한다 했으니까 믿고 맡겨야지.
“간단하게 돈은 상업학부에서 받고, 보고는 검술학부에 한다…… 그중 사안이 급한 것들은 나한테 직통으로, 깔끔하지?”
“…….”
“이상하게 대답이 없네. 나 지금 혼잣말하냐?”
내 눈앞에 있는 이들이 황급히 고개를 젓더니,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려, 잘 부탁혀.”
chapter 2
여기서 잠깐의 해프닝이 있었다.
갑작스럽게 데스 나이트로 만들 만한 재료가 무려 20개나 생겼잖아.
정확히는 크로노스까지 21개.
그렇게 21기의 데스 나이트를 만든 그때. 크로노스가 생각지도 못한 정보를 건네주었다.
(페일론 발란티에는 지금 어센블 영지에 있습니다.)
그레이가 말하기를 누군가 페일론을 돕는다고 했었는데, 그게 모험가 길드였나 보다.
왜 도왔냐고 물어봤더니.
(갑작스럽게 등장한 테슬란 왕국의 신흥 강자인 ‘발란티에 가문’을 압박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대답이 들려온다.
음.
돌쇠와 마당쇠를 시켜서 페일론을 찾게 만들긴 했지만 크로노스라는 놈이 페일론을 숨겼다면, 이거.
두 데스 나이트가 아무리 사방팔방 뛰어다녀도 찾기는 힘들 거다.
그래서 그냥 물어봤다.
(페일론 발란티에는 현재, 얼마 전 ‘원인 모를 폭발 사고’로 무너진 빈민촌 근처에 숨어 있습니다.)
원인 모를 폭발 사고……?
“혹시 그거, 내가 아주 옛날에 피투성이로 발견된 거기냐?”
(예. 맞습니다.)
그러니까 거기가 어디냐면, 샬롯의 집.
그쪽 부근을 말하는 거다.
내가 발락투스라는 뭣 모르고 깝치던 드래곤을 죽인 곳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