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225)
제 226화
“영감님.”
“말하게.”
“어센블 공작가의 기사단이랑 영감님 사병인 발렌시아라는 마법병단 전부 씁시다.”
“어떻게 말인가?”
손가락으로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놈들을 가리켰다.
“우선 저 새끼들 서클을 전부 부술 겁니다. 고서클 마나유저, 아는 지인, 그딴 거 신경 쓰지 말고. 하나도 빠짐없이 죄다 폐인으로 만들어요.”
“…….”
“그리고 저놈들 목에다 쇠목줄을 채우고 왕국 횡단 한 번 하세요. 그것도 걸어서.”
“…….”
“왕국에 있는 영지란 영지는 하나도 빠짐없이 돌아다니세요. 산속에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시골 영지까지 전부. 저는 쟤네들이 고서클 마나 유저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그런 죽음을 선물해 주고 싶거든요. 아주 치욕적이고 수치스러운 그런 죽음.”
픽 웃자 영감님과 모두가 침을 꿀꺽 삼킨다.
“돌팔매질을 맞을 거고, 후드려 팰 수도, 음식물을 던질 수도 있습니다. 다 맞게 하세요. 씻지도 못하게 하고 개처럼, 재활용도 안 되는 쓰레기처럼 절대로 죽지 못하게 조절만 해 주고 최대한 고통은 느끼게 해 주면서 죽기 직전이 되면 회복 정도는 해 주고. 무슨 말인지 아셨죠?”
“그러다 횡단 도중에 죽는 이가 생기면?”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 이걸 깜빡했네. 이렇게 합시다. 왕국을 한 바퀴 돌 때까지 살아남는다면 부서진 서클도 전부 회복시켜 주고 목숨도 보전해 줄 거라고. 그렇게 전해요.”
영감님이 물었다.
“진심인가?”
설마.
“내가 미친 것도 아니고 진심이겠습니까? 그냥 거짓 희망 같은 겁니다. 제가 한 입으로 두말하는 놈이 아니긴 해도 가끔 예외가 있거든요. 저놈들은 그 예외입니다. 저런 애들은 그렇게 가지고 놀아야 재미있잖아요. 그렇게 횡단이 끝나면 전부 죽이세요. 시체는 목만 잘라서 전부 효수하고, 목을 제외한 부분은 어디 산에 파묻어 버리든지 들개들 먹이로 줍시다. 아, 이것도 깜빡했네. 심장은 무조건 부수세요. 어렵지 않죠?”
잠시 침묵하던 영감님이 결국 고개를 끄덕인다.
대충 정리된 분위기다.
“어차피 언젠가는 벌어졌을 일입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는 아니었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벌어진 거 수습해야죠.”
그때였다.
가만히 있던 그레이가 조심스러운 어조로 묻는다.
“공자님. 한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뭔데?”
“공자님은 소문 같은 걸 두려워하지 않는 걸로 압니다.”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런 단어는 조금 부적절했다.
무슨 소문이 나든 관심이 없다는 게 더 정확하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토벌대가 전멸했다는 사실이 왕국 전체에 알려진다면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까지 알려지게 될 겁니다.”
픽, 웃고 말았다.
왜냐면 내가 바보가 아니라서, 그레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확실히 이해했거든.
“내가 죽인 수많은 귀족들은 토벌대의 명령권을 가진 놈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고, 내가 귀족들을 죽이자 토벌대의 명령권을 가지고 있는 놈들은 반발을 가지고 툴칸 제국으로 귀화하는 일을 추진했고 일을 저질렀다…… 그러니까 결국 나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거다?”
고개를 들어 그레이를 바라보았다.
즉.
“나랑 저기 있는 99마리가 아니라 제대로 된 화살받이를 만들자?”
“예, 조금만 손보면 됩니다. 말론 공작이 사실은 살아 있었고 그는 은밀하게 토벌대의 총사령관이자 자신의 양아들인 슈샤이어 말론에게 토벌대의 내분을 조장하고 전부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그걸 ‘뒤늦게’ 눈치챈 공자님이 그들의 복수를 했다, 이런 식으로 포장만 조금 하면…….”
그대로 손을 들어 그레이의 말을 막았다.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알겠어. 충분히 느꼈고 이해했다. 벌어진 일을 조금만 조작하자, 실제가 아닌 거짓을 사람들에게 퍼트려서 거짓된 사실을 진실로 만들자 이거잖아.”
솔직히 말할까.
저 말을 듣자마자 조금, 그러니까 정말 조금 화가 났다.
“과거에 율리우스 테슬란이 국가를 지었을 때 놈을 보좌하던 놈들이 가장 먼저 뭘 했는지 알아?”
내 어조로 미루어 보아, 내가 어떤 기분인지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아는 것 같았다.
그레이의 어조도 조금은 무거워졌다.
그가 답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라고.
“대영웅이자 세상을 연 진짜 영웅이라 불리는 발렌타인 밀로스, 그녀의 이름을 지우자 그렇게 청했어. 재미있는 건 그걸 청한 놈들은 원래 율리우스의 사주를 받은 놈들이었다는 거. 너도 나름 정치를 해봤으니까 알 거 아니야. 굳이 고스톱을 짜고 치는 이유, 그게 정치니까. 그게 명분이니까.”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토해낸 뒤 다시 말을 이었다.
“당연히 율리우스는 기다렸다는 듯 오케이 사인을 했고 다른 이들은 토를 달지 않았지. 그렇게 역사가 조작됐어. 발렌타인 밀로스는 천하에 다시없을 악마가 되었고, 그녀가 사용했던 흑마법은 저주받은 술법이 되었지. 흑마법을 배운 학생들은 전부 살해당했고, 발렌타인 밀로스와 관련되어있던 이들은 전부 죽었어. 실종된 단 한 사람을 빼고.”
그 한 사람.
굳이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 내 ‘스승님’의 이름을 지운 놈들이 했던 그 행동을, 그딴 짓을 나보고 하라고? 역사를 조작한 그런 개새끼랑 똑같은 놈이 되라고 말하는 거냐?”
“……죄송합니다.”
그레이가 나름 재빠르게 처신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전부, 귓구멍 열고 제대로 들어.”
롤랜드 린치, 해럴드 린치, 그레이 시어런, 라그렘, 롬멜 에인하르트 어센블, 벨라미 크래그, 갈라디너 라파예트.
이 중 린치 부자와 마탑주인 벨라미, 그리고 정보원인 라그렘을 빼면 전부 내 사람들이다.
제외한 네 명은 적어도 내가 하려는 일이나 내 모든 행동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하는 말은 이들 모두에게 적용된다.
“나는 없는 걸 있는 것처럼 포장하고, 거짓된 걸 진실된 것처럼 조작하는 걸 정말 졸라게 싫어해. 아주 혐오할 정도로.”
“…….”
“무엇을 믿는지, 그런 건 전부 받아들이는 사람한테 맡겨야지. 축소된 진실을 알리고 알리지 말아야 할 진실을 묻어 두는 거, 그건 내가 가장 싫어하는 짓이야. 내가 원인이라면 내가 욕을 먹는 게 낫지. 이미지가 망가져도 내가 질 책임이라면 져야지. 욕먹을 게 두려워서 진실을 숨긴다? 그건 개새끼들이나 하는 짓이잖아. 난 양아치일지언정 개새끼는 아니거든.”
고개를 돌려 그레이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조작을 하자고? 그레이, 너 혹시 나도 모르는 정신병 같은 거 앓고 있었냐?”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알아, 네가 나를 생각해서 그런 말을 했다는 거. 다 아는데, 내가 지금 기분이 더러워져서 그래. 네가 보기에 나는 무언가를 조작해야만 하는 모질이 새끼로 보이냐? 그런 거면 지금이라도 말해. 앞으로는 딴말 안 나오게 그냥 죄다 쳐 죽여 버릴 테니까. 그러면 편하잖아? 그냥 다 죽이고 다 덮고. 그냥 그런 쓰레기처럼 살면 되잖아. 아니야?”
“……공자님, 죄송합니다. 제가 실언을 한 것 같습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영감님을 바라보았다.
“롬멜.”
“말하게.”
“오늘 당장 시작해.”
“……알겠네.”
손을 들어 탁자를 툭, 두드렸다.
“그레이만 남고 전부 나가 봐.”
chapter 2
잭이 벌인 일로 골이 아픈 이들이 많았지만 여기, 툴칸 제국의 황성에서는 조금 다른 유형의 사람이 있었다.
“하하하하.”
황태자, 이스칸다르 툴칸은 웃고 있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
검게 물든 수많은 귀신들이 주변을 부수고, 찢고, 죽이고 있음에도 그의 웃음은 그치지 않고 있었다.
“실드를 펼쳐라!”
마법사들은 실드를 펼쳤고.
“돌격!”
기사들은 달려들었다.
검게 물든 수만 기의 귀신.
툴칸의 상징인 뾰족한 첨탑들이 무너지고, 그 첨탑의 모서리 부분이 황궁 이곳저곳으로 날아다녔다.
콰앙-!!
쿠웅-!!
실드에 부딪치는 것도.
건물을 똑같이 부수는 것도 있었지만.
“하하하.”
황태자의 웃음은 그치지 않았다.
정말 재미있었으니까.
“귀신이라니, 소설 속에 나오던 그 하늘의 회색 군단이 이거였어. 세상에.”
그런 그의 곁에는 하인케스 베커만.
인간족 최강의 남자라 불리는 그가 호위하고 있었다.
그래서 눈앞에서 죽어 나가고 있는 기사들과 마법사들을 바라보며 웃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황태자에게 ‘단 한 사람을 빼고’ 그 누구도 뭐라 말하지는 못했다.
“지금 웃음이 나오십니까?”
이스칸다르 툴칸은 강경파의 수장이었다.
그에 반대되는 세력.
온건파.
그들을 이끄는 이는 이스칸다르의 동생이자 2황자인 타마르 툴칸.
그가 황태자에게 타박했다.
“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계신 겁니까? 국가의 안정을 도모해야 할 황태자가 이 상황에서 웃고 계시다니요.”
입가에 웃음기를 머금은 황태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귀신이라니, 저는 이런 일을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혹시.”
“혹시?”
타마르 툴칸의 표정은 싸늘했다.
하지만 두 눈동자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마치 약점을 잡았다는 듯.
공격할 거리를 잡았다는 듯한 눈동자.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타마르가, 말했다.
“이건 드래곤의 소행이 아닙니까?”
“드래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끼 드래곤으로 실험을 한 것을 압니다. 전설상의 존재인 드래곤이 그것을 알고 보복을 하려는 것이라면? 이 귀신은 그 보복의 시작에 불과하다면? 그런데도 웃고 계시다니요.”
확실히 일리는 있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인데.
지금은 확실한 근거도 있었다.
새끼 드래곤으로 실험한 건 분명 사실이고, 그 실험실이 폭파된 것도 사실이고, 그 일이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일이 터졌으니, 몇 가지 이유만 가져다 붙이면 단순한 상황의 연속성은 개연성이 있는 일로 변하기 마련.
타마르는 그걸 노린 것이다.
이건 정치적인 싸움.
정치적으로 황태자를 공격하기 위해 온건파의 수장이 즉석에서 꾸며 낸 공격이었다.
“나의, 사랑스러운 동생아.”
하지만 공격도 공격 나름이다.
황태자는 모든 걸 읽고 있었다.
천재, 였으니까.
“이제는 슬슬 지루해지는구나. 틀에 박힌 헛소리, 욕망을 주체 못 하는 어린아이 같은 자제심. 사랑스러운 동생아. 대체 얼마나 더 기회를 주어야 하는 것이냐.”
이스칸다르는 이런 생각을 했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한 치의 예상도 빗나가지 않고 생각한 대로 움직일까.
마치 쓰여진 대로 흘러가는 소설책 같다고 해야 할까.
이스칸다르는 분명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라.
귀신이라니.
그리고 전에는 어떠했는가.
크로노스가 데스 나이트가 돼서 황궁으로 돌아왔고 자폭을 했었다.
이건 장담하는데 예상조차 하지 못한.
그냥 생각도 하지 못했던 말도 안 되는 변수였다.
그래서 웃었던 거고 지금도 이렇게 웃고 있는 거다.
‘잭 발란티에’.
그 인간은 도저히 예상이 되질 않았으니까.
이어서 이스칸다르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허공의 마나가 진동했고, 동시에 수천 기가 넘는 귀신이 그 자리에서 멈췄다.
완벽한 속박.
검을 휘두르는 자세 그대로 멈춘 기사와, 지팡이를 들고 있던 마법사.
2황자인 타마르와 수많은 가신들, 그리고 고위 귀족들.
그들 모두의 눈이 크게 떠진다.
“이게…… 무슨?”
대답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모든 게 현재진행형이었으니까.
자연스럽게 황태자의 손이 쥐어지고.
콰직-!
귀신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정확히는 황태자의 손짓에 반응한 허공의 마나들이 일시에 귀신들을 속박했고, 속박한 채로 완전히 짓눌러 버린.
즉, 소멸한 거다.
황태자가 천천히 손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