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226)
제 227화
조용한 분위기.
그 분위기 속에서 모두가 황태자를 의아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황태자는 마나를 배운 적이 없었다.
세상에 알려진 소문과 실제로 황태자를 봐 왔던 핏줄인 황자들까지.
그들 모두가 황태자를 일반인으로 알고 있었다.
그건 황궁근위기사단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건 뭘까.
황태자가, 지금 마나를 사용했다……?
최소 중급 마스터 이상의 기운이었는데……?
어쩌면 상급 이상일지도 모르고.
모두가 의아스러워하고 있을 때, 그 자리에 있는 단 한 사람.
하인케스 베커만은 달랐다.
다른 이들처럼 의아하게 바라보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황태자의 힘을 알고 있는 듯한.
그런 모습이었으니까.
슬쩍 손을 털어 낸 이스칸다르가 조용히 말했다.
“1년.”
“…….”
“1년 안에 나는 황위에 오를 것이다.”
그게 끝이었다.
황태자가 몸을 돌려 황궁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옆으로 베커만이 따라붙고, 모두가 그 둘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정확히는 황태자를, 어깨를 들썩이고 있는 그의 뒷모습을.
하하하하하-!
웃음을 터트리는 황태자의 뒷모습이 왜 저렇게 높아만 보일까.
참으로 조용했다.
황태자의 웃음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로비는 정말로 조용했다.
모두는 생각했다.
황태자의 말.
1년 안에 황위에 오르겠다는 그 말은 굉장히 짧았지만 많은 게 함축되어 있었다.
내 쪽에 설지 반대쪽에 설지 결정하지 못한 이들은 1년 안에 결정하라고.
그리고 1년 안에 나를 막아 보라고.
1년 안에.
제국을 완전히 먹을 거니까 막고 싶으면 얼른 막아 보라고. 대책을 강구해 보라고.
황태자는 시한을 제시했고, 뜻을 드러냈다.
매우 노골적으로.
* * *
별장 식당.
음식도 없고 음료도 없었다.
그 식당에 나는 그레이와 함께 있었다.
물끄러미 그레이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서인지 몰라도 그레이의 표정이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레이의 표정이 굉장히 침울해 있다는 것은, 굳이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레이.”
“……예, 공자님.”
툭툭-
탁자를 두드렸다.
아까부터 느낀 건데.
“최근 들어 많이 조급해진 것 같은데, 괜찮냐?”
그레이는 아무런 제스처도 취하지 않았다.
그레이 스스로 알고 있는 거다.
스스로가 지금 굉장히 조급해한다는 것을.
“대충 짐작은 가. 너는 나를 믿고 따라온 거잖아. 그런 내가 흙탕물에 젖고 피에 젖고, 온갖 루머에 엮이고 똥물을 뒤집어쓰는 걸 걱정한 거잖아. 안 그래?”
그레이의 고개가 작게 끄덕여진다.
정곡을 찌른 게 맞았으니까.
“넌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했어. 백성을 책임지지 않는 왕족과 귀족들에게 환멸을 느꼈고 그들을 죽이고 너도 죽으려고 했지. 그런 네가 조작을 하자는 말을 한다는 건 네 신념을, 그리고 네가 걸어가기로 결정한 길을 의심한 거야.”
그레이가 눈을 질끈 감았다.
자기가 무슨 말을 했고, 그게 실제로 행해졌다면 스스로가 어떤 인물이 되는 건지 전부 이해한 거다.
방금 전에는 침울했던 그레이는 이제는 매우 참담한 심정을 느끼고 있을 거다.
“그건 나를 향한 충성이 너의 신념과 충돌한 거지. 조금 미안한 소리지만 세상에 완벽한 결과라는 건 없어. 정확히는 있을 수가 없지. 난 네가 인형 같은 사람이 되기를 원하지 않아. 나한테 충성을 해도 방향은 잃지 마. 빛을, 잊지 말라고.”
손을 들어 언젠가처럼 그레이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똥물에 들어왔는데 어떻게 똥물을 짚지 않고 일어설 수 있겠어. 그걸 피하는 놈들은 책임을 지기 두려운 놈들일 텐데, 그런 걸 겁쟁이라고 하거든. 너는 내가 겁쟁이로 보여?”
“아니요.”
“맞아, 난 겁쟁이가 아니야. 오히려 겁이 없는 미친놈이지. 네가 모시겠다고 한 잭이라는 놈은 그런 놈이야. 그리고 지금 한 개의 제국과 다섯 개의 왕국 중에 고작 한 개의 왕국만 정리했는데, 벌써부터 흔들리면 어떻게 해.”
“……죄송합니다.”
“보통, 사람은 실수와 후회로부터 배운다고 하더라. 지금 넌 실수했고 후회했어. 그러니까 바로 물어볼게. 배웠냐?”
그레이가 고개를 든다.
약간 붉은 눈동자.
그걸 보자마자 확신했다.
그레이는 같은 실수를 두 번 저지를 남자가 아니라는걸.
아니나 다를까.
“배웠습니다.”
그럼 됐다.
그러니.
“휴가 좀 다녀와.”
“……예?”
“전에 갈라디너는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너는 좀 다르잖아.”
“공자님, 전 괜찮습니다. 설마 저를 버리시려는…… 그런 겁니까?”
“뭔 소리야 갑자기, 내가 널 왜 버려?”
그레이가 이번에도 눈을 질끈 감았다.
거참, 뭔가 큰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아베이루가 왕국의 영지를 편성해 준 건 기억하지?”
“……예, 기억합니다.”
“시어런 후작가가 또 관리할 영지가 두 개 더 늘어났잖아. 헤르만 후작가에 백작가 영지 한 개랑 남작가 영지 한 개. 그리고 원래 너네 아버지가 다스리던 후작가까지. 지금 시어런 후작가는 동부 전체의 영지를 먹었어. 뿐일까, 동부를 넘어 동남부 쪽에 있는 영지도 먹었지.”
아베이루가 세운 왕국의 영지 편성은 나쁘지 않다.
전체적으로 시어런 후작가와 발란티에 후작가, 그리고 어센블 공작가와 살아남은 귀족들을 하나로 묶어서 총 네 개의 부분으로 나눴다.
일종의 컨트롤 타워라고 해야 할까.
쉽게 말하면 정확히 네 명에게만 말을 전하면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중 가장 큰 영지를 가지고 있는 건 놀랍게도 시어런 후작가다.
거기다 시어런 후작가는 툴칸 제국과 국경도 맞닿아 있다.
중요도를 감안해 보면 왕국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
“그러니 이참에 한번 가 봐. 가서 국경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문제는 없는지, 그리고.”
그레이의 눈을 조용히 응시했다.
“너의 아버지인 메이슨 시어런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예를 들면 툴칸 제국이 접근은 안 했는지 그런 거, 한번 알아봐. 이거 굉장히 중요한 일이야. 알지?”
앞서 말했듯 나는 그레이의 눈동자를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레이의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저희 아버지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고개를 저었다.
정확히는.
“아직.”
“공자님이 왜 그렇게 생각하신 건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제가 알기로 저희 아버지와 공자님은 마찰이 전혀 없었던 걸로 압니다. 설마.”
그레이의 눈이 정말 크게, 아주 크게 떠졌다.
“미래에 저희 아버지가 툴칸 제국으로 귀화합니까?”
당연히 아니다.
그저, 대비만 할 뿐이지.
“내가 알기로 시어런 후작가는 테슬란 왕국이 툴칸 제국과 전쟁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무너졌어. 솔직히 말하면 관심이 없어서 자세히는 몰라. 하지만.”
“하지만……?”
“내가 황태자라면, 혹은 다른 국가의 주요 위치에 앉아 있는 놈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든 시어런 후작가와 접점을 만들었을 거야. 왜인지는 알지?”
“위치가 중요하기 때문입니까?”
“그것도 맞는데, 정확히는 메이슨 시어런이라는 너의 아버지를 나는 몰라. 그때 잠깐 만나서 인사만 했을 뿐 깊은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이 없거든. 이건 너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으로 소문이 났는지, 영지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랑은 무관해. 그래서 너를 보내는 거야. 너는.”
녀석의 어깨에 올린 손으로,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내가 믿는 사람이니까. 그런 사람이니까 보내는 거야.”
그레이는 충분히 알아들은 듯했다.
“언제쯤 출발할까요?”
“오늘 전공 시험이 전부 끝나면 바로 출발해. 나머지는 해럴드한테 인수인계해 놓고.”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데스 나이트를 붙여 줄까 말까. 이건 전적으로 네 의견에 따른다. 어떻게 할래?”
데스 나이트도 지금 최소 50기가 넘어가고 마나 집약 마법진을 새긴 냉동고에 박아 넣은 시체도 지금 백 개가 넘어간다.
그중 서너 기 정도를 빼서 그레이한테 붙여 주는 거, 어렵지는 않다.
문제는 데스 나이트가 일종의 감시역처럼 느껴질 수가 있다는 거다.
무슨 말을 하건 무슨 행동을 하건 그게 전부 내 귀에 들어오는데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할 거다.
하지만 그레이는 내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붙여 주십시오.”
그거면 됐다.
“기간은 최소 한 달, 재량껏 두 달에서 세 달 이상 머물러도 좋아. 거기서 네가 기존에 데리고 있던 군대를 통솔해도 좋고, 후학을 양성하게 만들어도 좋고, 병력 배치도를 바꿔도 좋아. 그냥 뭘 해도 좋아. 모든 건 네 판단에 맡긴다.”
그렇게 그레이는 떠났다.
9서클 데스 나이트 5기의 호위를 받게 된 채로.
목적지는 본인의 고향이자 태어난 곳.
시어런 후작가.
현재 테슬란 왕국에서 어센블 영지 다음으로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그곳이었다.
* * *
냄비에 가득 담긴 물이 들끓어 오르는.
그게 지금 테슬란 왕국의 상황이었다.
테슬란 왕국에서 가까운 이스마엘 왕국의 국왕이자, 스스로를 왕보다는 전사라 불리기를 원하는 템-사미트 이스마엘은 생각했다.
‘생각해 보니 참 신기하군.’
진심이었다.
‘최근 몇 달간 터진 일들이 전부 테슬란 왕국에 집중되어 있다니.’
참으로 묘한 우연이었다.
아니지.
템-사미트쯤 되는 사람이면 우연이라는 말을 쉽게 믿진 않는다.
반드시 일어나는 일, 필연이라면 모를까. 우연은 애들이나 믿는 게 아니던가.
템-사미트는 드넓은 소파에 드러누워 한가롭게 햇빛을 맞고 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의 몸은 수많은 흉터로 가득했고, 강철 따위는 종잇조각으로 느껴질 말도 안 되는 강도의 근육이 골고루 잡혀 있었다.
그는 기분이 좋을 때 이렇게 말한다.
근육이 춤을 춘다고.
지금이 그랬다.
‘만나 보고 싶구나.’
손에 들려 있는 듀랜달 34년산을 병째로 들이마신 템-사미트는.
‘잭 발란티에…… 참으로 기대가 돼.’
그를 만나기 위해 아카데미 대전인지 뭔지 하는 것을 이스마엘 왕국에 유치하려 했다.
실제로 성공하기까지 했는데, 직접 만나 보기도 전에 굉장히 재미있는 일이 터져 버렸다.
‘테슬란 왕국에 존재하는 30개가 넘는 가문을 한꺼번에 정리하고 그들의 영지를 한꺼번에 흡수했는데도 잡음 한 번 나지 않는다…… 거기다 얼마 전에는 토벌단이라는 테슬란의 핵심 전력을 전멸시켰다? 세상에. 이게 테슬란 자국민이 할 수 있는 행동인가. 실로 미친놈이 따로 없구나.’
미친놈은 미친놈을 알아보듯.
템-사미트는 알아보았다.
잭 발란티에, 그가 자신과 비슷한 미친놈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렇게도 생각했다.
잭 발란티에나 롬멜 어센블이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그게 정말 궁금했다.
진심이었다.
‘이번에도 자국민을 죽일 것인가, 아니면 수습할 것인가. 희대의 폭군이 되느냐 희대의 성군이 되느냐 그게 여기서 갈리겠지. 재미있다. 정말 재미있어.’
흐흐흐.
템-사미트는 웃었다.
웃음이 정말 멈추지 않았으니까.
어디서 이런 재미난 보물이 뚝 떨어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