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20)
제 321화
자연스럽게 허공에 마나를 생성했다.
마치 발판처럼.
그걸 딛는 그 순간.
파아아앙-!!
뾰족한 검 끝이 어느새 밀려났던 해일 사이를 완전히 뚫고 내 목을 노리며 날아왔다.
날아오는 속도도 엄청났고, 그걸 반응하는 내 반응 속도도 엄청났다.
슬쩍 고개를 숙이고, 그대로 손을 뻗었다.
내 옆을 스쳐 지나가던 검이 그대로 내 손에 잡힌다.
뭐야.
이거 아직도 안 사라졌어?
우리 어머니가 검 보는 눈이 굉장히 좋았나 보다.
감상도 잠시였다.
아서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검을 그대로 집어 던졌다.
아쉽게도 푸욱 하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피했나 봐.
조용히 숨을 토해 냈다.
풍림화산이라는 이 기술은 놈에게 통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통하긴 하지만 치명적일 정도는 아니다.
그러면 간단한 거지.
일단 천천히 하늘에서 내려왔다.
바다에 선 채로, 한쪽 무릎을 꿇고 양손을 뻗어 바다를 짚었다.
천천히 내 손이 검게 물든다.
영검 후반 4식 사계. 그중 2식 수계水界.
그때였다.
다시 한 번 파도 사이를 뚫고 무언가가 날아온다.
검이겠지.
아까랑 같은 그 검이겠지.
피할 생각은 없었다.
왜냐면.
“[얼어붙어라].”
쩌저저저저적-!!
이렇게 멈출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고개를 들었다.
한 치.
정확히 한 치 차이로 검 끝이 내 미간 앞에 멈춰 있었고, 그 검을 쥐고 있는 아서가 보인다.
아서 그는.
지금 얼어 있었다.
뿐일까.
이 주변 전체가 얼어 있었다.
반경 수십, 수백.
어느 정도인지는 나도 모른다.
그냥 바다 자체를 얼려 버리고 싶었을 뿐이니까.
얼음 사이로 아서의 몸이 덜덜 떨려 온다.
겁먹었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풀려고 애쓰는, 그런 모양새다.
무시했다.
푸는 게 쉬웠으면, 내가 이 기술을 왜 썼겠어.
완전히 얼어붙은 바다.
그걸 짚고 있던 손에 기운을 더 모았다.
자연스럽게.
콰지직-!!
검이 멀어지고 아서의 몸도 멀어졌다.
놈의 몸은 그 밑.
얼음 안의 얼음을 깨며 지하 깊은 곳으로 파고들었다.
쩌저저적-!!
쩌저적-!!
이 소리만 울려 퍼진다.
아서의 몸이 심해. 그 깊은 곳.
1000m, 1500m, 2000m, 3000m, 4000m. 5000m.
그 이하까지 내려갔을 때.
양손의 주먹을, 강하게 말아 쥐었다.
쩌어어엉-!!
안 그래도 굳어져 있던 바다가 한 번 더 굳는다.
“400년을 어떻게 소모시킬 거냐고?”
자연스럽게 웃고 말았다.
“이렇게 소모시킬 거다. 한번 빠져나와 봐, 새끼야.”
* * *
론은 진심으로 놀랐다.
아니, 이걸 놀랐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걸까.
경악, 했다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만 그런 감정을 느낀 게 아니었다.
엘리자베스를 비롯해 데니스 군나르와 도관을 지탱하던 수많은 관원들.
그들 모두가 입을 떡 하고 벌린 채 잭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더라.
맞아.
거대한 해일이 덮쳐 왔고, 잭이 그걸 막아 주었다.
해일이 무언가에 막혀 허공에 그대로 머무는 그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뿐일까.
그 해일을 뚫고, 검 한 자루가 잭을 향해 날아왔다.
잭은 그걸 붙잡았고 다시 해일 너머로 던져 버렸는데.
론은 생각했다.
저게 정말 도련님이라고?
키는 180이 훌쩍 넘었고, 온몸의 상처는 보지 못한 상처들이었으며 머리카락은 더 길어져 있었다.
외모는 성숙했고, 신체를 이루는 근육은 강철보다 단단해 보였다.
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쯤 되면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건 부적절하지 않나 하는 그런 생각.
그때 데니스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게…… 아까 그 아이라고?”
론은 이해가 갔다.
선입견이라는 게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잭이 아무리 기상천외한 일들을 많이 보여 준다 해도 실제로는 14살의 아이였다.
최근에는 무슨 마법을 부린 건지 16세에서 17세 정도의 모습이 되긴 했지만 고작 그런 것만으로 선입견이라는 게 쉽게 사라질 리는 없다.
그런데 지금 저 모습은, 너무 비현실적이다.
“……도련님?”
잭은 답하지 않았다.
그대로 양손을 펼치더니, 천천히 바다로 내려앉았다.
바다를 디딘 잭이 양손을 바다에 담갔다.
무엇을 하려는 걸까.
론은 그 이상 생각하지 못했다.
왜냐면 높게 펼쳐진, 2차 해일 그 안에서 무언가 뻗어져 오는 것이 느껴졌으니까.
그건 거의 찰나였다.
론의 수준에서 그것을 느낀 것만으로도 대단한 수준이었지만, 거기까지였다.
론의 머릿속에 마치 예지처럼 미래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저곳에서 뻗어 오는 무언가는 곧 잭의 머리를 꿰뚫겠지.
론은 자리를 박찼다.
지금 잭은 무언가를 하고 있었고 피할 겨를이 없을 거라고 론은 생각했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더 나아가 그것은 희생정신.
잭을 위해서라면 목숨마저 버릴 수 있는 론의 헌신이었다.
그렇게 자리를 박찬 론은 딱 한 걸음을 내디디고 멈춰 서고 말았다.
잭이, 이렇게 말했으니까.
“[얼어붙어라].”
그건 단순한 언어가 아니었다.
단어, 문장, 어절, 그런 거랑은 그냥 달랐다.
이 세상의 말이 아닌 것 같은.
세상을 움직이는, 직유나 은유 같은 그런 비유법이 아니라.
정말 세상 자체를 움직이게 하는 그런 ‘어떤 것’이었다.
이후, 벌어진 일은 간단했다.
쩌어어어엉-!!
거울 깨지는 소리와 함께 주변 모든 것이 얼었으니까.
이러니 멈출 수밖에 없지.
론은 그 자리에서 입을 떡 벌렸다.
론뿐만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
하늘에 떠 있던 이들부터, 배에 타 있던 이들까지.
거의 수만에 달하는 이들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이게, 가능한 일이라고?
우선 론의 짐작대로 해일 너머에서 잭의 머리를 꿰뚫을 것처럼 무언가가 날아온 것은 맞았다.
그건 플랭크 군나르.
도관의 주인이라 알고 있던 그 남자였고, 그 남자의 칼이 잭의 이마 코앞에서 멈춰져 있었다.
완전히 얼어붙은 상태로.
론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맙소사…….”
“이게…… 뭐야?”
“……와.”
지평선 너머.
그리고 눈에 보이는 모든 바다.
그 바다가 전부 얼어 있었다.
하늘로 솟구쳐 올라 있던 해일도 그대로 얼어 있었고, 방금 전까지 ‘섬’이었던 그것도 반쪽 난 채로 얼어 있었다.
계절이 순식간에 바뀐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건 이미 인간의 범주라고 쳐서는 안 된다.
이런 게 가능한 사람이 있다고?
달랐다.
그냥, 격이 달랐다.
* * *
솔직히 나는 이 기술에 직접 당해 본 적은 없다.
왜냐면 내가 만든 기술이니까.
하지만 이 수계라는 이름의 기술이 어느 정도의 효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안다.
바다에 더 깊숙이 내려갈수록 몸에 가해지는 압력은 커진다.
이건 기본 상식이다.
1000m.
2000m.
3000m.
그리고 4000, 5000, 그 이상까지 내려가면 몸에는 어느 정도의 압력이 가해질까.
심지어 그 모든 압력을 완전히 굳어 버리게 만들면서 한곳으로 집중시킬 수가 있다면?
아무리 초월자의 몸을 가지고 있다 해도 산산이 조각나는 건 당연하다.
한 번 더 손에 힘을 주었다.
얼어붙은 바다가 바닥으로 한 번 짧게 쿵 하고 내려앉는다.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훔쳐내고는 한 번 더, 힘을 주었다.
쿠웅-!
여담인데, 내가 이 기술로 전생에서 하프 블러드 4마리를 동시에 묻어 버렸지.
그런데.
진짜 괴물은 괴물인가 보다.
밑에서 계속 발악하고 있는 거 봐.
콰지직-!!
콰아아앙-!!
귀를 조금 더 기울였다.
“개-자식!!”
“씹어 먹을 것이다!! 모든 것을 씹어 먹을 것이야!!”
“네놈의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 버릴 것이다. 조상도 못 알아보는 후레…….”
그 이상 듣지 않았다.
기운이 넘치네.
버러지 새끼가.
그리고 꽤, 높이 올라온 것 같다.
여전히 바다를 컨트롤하며, 다른 한 손을 그대로 뻗었다.
“칼 좀 빌리자.”
누구한테 한 말이냐면.
타노스한테 한 말이다.
후웅 하는 소리와 함께 타노스의 등에 걸려 있던 엑스텔리아가 내 손에 잡힌다.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손잡이에 힘을 주고, 검을 옆으로 늘어트렸다.
5초.
4초.
3초.
콰아아아앙-!!
방금 전까지 내가 있던 곳의 얼음이 깨지며 허공으로 솟구친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아서.
피투성이인 그가 내게 무언가 외치려던 그 찰나.
준비하고 있던 엑스텔리아를 그대로 휘둘렀다.
“빌어먹을 새……!”
서걱-!!
아서의 머리가 하늘로 솟구치고,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얼어붙은 바다가 서걱 하고, 등분되었다.
빠르게 자리를 박찬 나는 허공에 떠 있는 아서의 머리통을 마치 공 차듯 그대로 뻥 차 버렸다.
착지하면서 놈의 상하체를 조각조각 내 버린 것은 덤이었다.
아, 이걸 깜빡했네.
따악.
그대로 손가락을 튕겼다.
화르륵-
아서의 몸이 완전히 불타 사라진다.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끝난, 겁니까?”
고개를 돌렸다.
론이었다.
끝났냐고?
글쎄.
“그랬으면 좋겠는데, 저게 잘 안 죽더라고. 지 입으로는 지가 불사신이라는데.”
픽 웃고는 엑스텔리아를 타노스에게 던졌다.
그러고는 딱 한마디만 남겼다.
“10분. 10분 안에 끝낼 테니까 주변 방어하고 있어.”
* * *
아서 군나르는 생각했다.
이놈.
대체 뭐지.
이 감정을 아서 군나르는 빠르게 캐치해 냈다.
이건 분명 감탄이었다.
감탄, 그리고 그것에 걸쳐져 있는 복합적인 감정.
정말이지 이런 기분을 느껴 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400년 전 처음 발렌타인을 보았을 때 느꼈던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아, 이 여자의 재능은 비범하구나. 그 누구보다 빛이 나는구나.
그런 여자가 선봉에 섰고 영광의 시대를 끝냈다.
아서도 초월자였지만, 발렌타인의 조력자에 불과했다.
그때 아서는 느꼈다.
비범하구나.
그 감정을 조금 더 깊게 살피면 그것은 분명 단순한 감탄은 아니었다.
두려움.
공포.
저 여자와 척을 지면 어떤 식으로든 나는 많은 것을 잃겠구나.
그것은 분명 공포였다.
그 공포와 더불어 질투.
왜 저런 재능이 나한테는 없었을까.
앞에서는 최대한 웃었다.
의남매를 맺자고 했고 성공했다.
옆에서 배우려고 했다.
배우면서도 깨달았다.
내가, 넘어 설 수 없겠구나.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서의 혼기는 시간이 많으면 성장할 여지가 충분했다는 거다.
그때의 그 감정이 지금 그대로 느껴졌다.
고개를 숙였다.
동시에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잭의 주먹이 머리 위를 스치고, 뒤로 물러서자 방금 전까지 머리가 있던 곳을 잭의 발이 채찍처럼 휘둘러졌다.
아서는 이를 악, 물었다.
무신류.
도관의 전사들에게만 내려오는 기술이며, 일종의 무술이다.
원류는 당연히 군나르의 시조, 시모네 군나르로부터 비롯되었다.
무신류가 추구하는 것은 극한의 부드러움.
그 부드러움으로 싸움 자체를 지배하며, 카운터 공격을 끊임없이 노리는.
아서가 아는 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무술들 중 무신류는 최정상에 있는 무술이었다.
그런 무술을 극한까지 깨우친 아서였지만 지금.
그는 전투를 지배하지 못하고 있었다.
피하기에만 급급할 뿐.
계속해서 뒤로 물러서던 아서의 눈이 순간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