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51)
제 352화
chapter 1
“그런데 궁술학부 학부장이시라고?”
작센의 말에 베네딕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호, 그런데 우리 궁술학부 학부장님께서는 3대 몇 치시나?”
또 시작이라는 듯 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베네딕트는 짐작한다는 듯 피식, 웃기만 했다.
“아니, 저쪽에 해럴드라는 그 양반은 비실비실해 가지고 밤일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고. 아, 별 뜻은 없고 그냥 궁금해서 그래. 궁금해서.”
베네딕트는 웃으며 말했다.
“저 순수 육체로 3대 2만 8천 칩니다.”
작센이 잠깐 자리에서 멈칫했다.
“2만 8천? 1만 8천이 아니고?”
베네딕트는 말없이 들고 있던 활을 작센에게 건네주었다.
“당겨 보시죠.”
그게 뭐 어렵냐는 듯 작센은 활을 들고 시위를 당겼다.
아니, 당기려 했다.
뭐야 이거.
“활대는 이무기 뼈로 만들어졌고 강화 마법을 5번 중첩시켰습니다. 시위는 이무기 힘줄 10개를 엮어서 만든 건데, 힘드신가 봅니다?”
그래도 나름 중급 마스터라는 명함을 지니고 있는 작센이다.
그는 어떻게든 시위를 당기긴 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팔로 보아 힘들긴 했는지 그대로 놓아 버린 작센이었고, 구경하던 켄은 궁금했는지 이무기 활을 받아 들더니 시위를 당겨 보고는 그대로 베네딕트에게 활을 건넸다.
작센과 비슷한 경우였다.
베네딕트는 그걸 받아 들고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시위를 쭉, 당겼다.
부들거림? 없었다.
작센이 작게 중얼거린다.
“······좀 하시네.”
피식 웃은 베네딕트는 다시 활을 등에 걸치며 물었다.
“그쪽은 3대 몇 칩니까?”
“나? 2만······ 30.”
“2만 이하는 사람 취급도 안 하신다더니, 턱걸이는 하셨네.”
뒤에 있던 켄은 폭소를 터트렸고 작센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도 초급 마스터잖아. 나 중급 마스터야.”
베네딕트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지어졌다.
최근에 잭과 함께 다니며 여러 경험을 해서인지 몰라도, 이상하게 초급에서 중급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
그런 마스터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한 쌍의 눈동자가 있었다.
샬롯 드 로얄.
금발의 신비로운 눈을 한 샬롯은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시선만 그들을 향해 있었고 다른 생각을 하는 건지 표정은 어두웠다.
베네딕트가 물었다.
“생각이 깊어 보이는구나.”
“······티 나요?”
“많이.”
샬롯이 어색하게 웃었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무슨 생각?”
고개를 뒤로 돌린 샬롯이 빈민처럼 살아가는 뱀파이어들을 바라보았다.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요.”
베네딕트는 샬롯의 고민이 이해가 갔다.
뿐일까.
잭의 의도도 읽은 지 오래였다.
그래서 이렇게 말해 주었다.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하렴. 그렇게 하다 보면.”
“하다 보면요?”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다.”
* * *
드워프들은 인간에 비해 전체적으로 신체가 작다.
팔도 짧고 다리도 짧은.
그런 종족이었기에 보통 인간이나 엘프가 탈것으로 삼는 말을 타고 다니지는 않는다.
말은 그저 마차 같은 것을 이끄는 데만 사용할 뿐, 정말로 타고 다니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매일 짧은 다리로만 뛰어다니냐.
그것도 아니었다.
산양.
드워프들은 산양을 탄다.
그것도 그냥 산양이 아니라 라마 산양이라는 이름의 교배종이다.
속도는 늑대만큼 빠르며 덩치는 멧돼지만 하다.
그런 산양 한 마리가 달리고 있었다.
등에 타 있는 한 드워프의 수염이 바람에 따라 흩날린다.
그 수염은 가리지 못했다.
가라앉아 있는 드워프의 표정을.
그의 머릿속에 방금 전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칼리드가 선물을 준비했다고?
-그렇습니다.
-허허, 선물을 준비했다······ 재미있군. 내 귀에는 그 말이 일주일 뒤에 방문하는 그 일정을 앞당겨 달라는 것처럼 들리는데, 맞는가?
-······사실 보고 놀라실지도 몰라서 이렇게 미리 말씀을 드리는······.
드워프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붉은 머리의 남자, 레드 드래곤 루카 마키아벨리를 마주한 드워프라면 이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의 또 다른 별명은 붉은 폭군.
아니나 다를까, 루카가 말했다.
-뭔지는 관심 없고, 나는 지금 그게 참 궁금해. 내 허락을 받지도 않은 드워프 따위가 그것도 내 성에, 감히 ‘빈손’으로 찾아왔을까.
그러면서 히죽 웃는 루카에게 드워프는 기다렸다는 듯 작은 보석함을 건넸다.
루카는 보석함을 그대로 펼쳐 들었고, 이어서 만족스럽다는 듯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레드 다이아몬드.
45캐럿.
그리고 겉면에 아주 세밀하게 조각되어 있는 여러 마리의 드래곤.
반지나 목걸이로 사용하기엔 어렵지만 상관없었다.
이 정도면 가치가 있으니까.
소장용, 레어에 장식해 놓으면 레어가 더 찬란하고 아름다워질 것이기에 루카는 웃은 거다.
-좋군. 이런 예술품을 입장료로 줄 정도이니 칼리드가 준비한 선물이 뭔지 참으로 기대가 돼.
관심 없다더니 보석을 보자마자 순식간에 말이 바뀐다.
개자식.
드워프는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완벽한 굴종의 자세.
만족스럽다는 듯 루카가 말했다.
-좋아. 내일 오전에 찾아가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루카가, 고개를 내밀어 드워프의 귓가에 속삭인다.
-내 귀한 발걸음을 앞당길 정도로 선물의 가치가 크기를 바라네. 그게 아니면.
드워프는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지만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이 폭군 새끼가 히죽 웃고 있다는 것을.
-눈에 보이는 드워프를 한 천 명 정도 불태워 죽여 주지. 참으로 고맙지 않나? 화장까지 대신해 주는 건데, 아니 그런가?
드워프는 억지로 입가에 한껏 미소를 끌어 올리며 말했다.
-은혜가 너무나도 깊어 감히 저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하겠습니다.
그게 끝이었다.
그 이후, 드워프는 산양을 타고 미친 듯이 왕국으로 복귀하고 있었다.
드워프와 루카 마키아벨리의 대화는 잭이 해머 슬레이브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그때, 동시에 벌어졌다.
드워프는 생각했다.
칼리드의 명령이라 따르는 거긴 하지만 엿, 같다고.
저 개자식을 누가 좀 죽여 줬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 * *
마수의 숲에 거주하는 드워프들의 숫자는 많아야 약 20만 정도다.
오크와 엘프, 그리고 하피가 수백만에 달하며 그래도 40만이 넘는 트롤까지.
그런 이종족들의 사이에서 온갖 궂은일이란 일은 다 하는 드워프가 고작 20만이다.
고작이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적절하다.
그럴 만도 한 게, 보기와는 다르게 매우 안타깝게도 드워프들은 굉장히 불쌍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바로 옆에 있는 뱀파이어 왕국의 이들보다 더 못한 처지.
드워프들은 개개인의 무력이 그렇게 뛰어난 수준은 아니었다.
마스터? 안타깝게도 없다.
농담이 아니고 현 드워프 중에 마나 유저로서 정점에 선 마스터는 단 한 명도 없다.
메나마가 9서클 마나 유저고, 약 10년 후에 마스터가 되긴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할까.
즉, 드워프는 주변 왕국과 ‘전쟁’이 벌어지면 무조건 필패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주변의 다른 종족들이 알아서 싸워 주기 때문이다.
드워프를 건드려? 니네가 그 손재주를 독점하려고? 그럴 순 없지. 등등, 이런 식이다.
뿐일까.
그런 드워프의 뒤를 드래곤이 봐주기까지 한다.
이 모든 건 드워프의 손재주 때문이다.
드워프는 굉장히 운이 좋으면서도 불쌍한 종족이라고 볼 수 있었다.
분명 틀린 말은 아니다.
또, 폭군인 드래곤들은 드워프를 노예로 취급한다.
데리고 가서 죽이고, 신경에 거슬린다고 죽이고, 짜증 난다고 죽이고.
그러니 인구수가 자연스럽게 조절될 수밖에 없지.
그런데 오늘.
그 오황 중 한 명이자 붉은 폭군이라 불리는 루카 마키아벨리가 방문한다.
모든 드워프가 집합했고, 모든 뱀파이어도 집합했다.
웃기긴 하지만 이게 마수의 숲의 질서였다.
400년 전의 영광의 시대를 겪은 레드 드래곤이자, 무려 1200년을 살아온 생명체.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역사인 천년 드래곤, 붉은 폭군 루카 마키아벨리.
앞서 말했듯 이미 드워프 왕국 자체에 놈이 온다는 소문이 퍼져서 모든 드워프가 지금 광장에서 대기 중이다.
그중에는 나도 포함된다.
의자에 앉아 몸을 늘어트린 채 살짝 고개만 옆으로 돌렸다.
우리 샬롯.
“표정이 어둡네. 속이 안 좋냐?”
굳은 표정을 짓고 있던 샬롯이 고개를 젓는다.
그러고는 내게 물었다.
“하나 여쭤볼 게 있는데, 여쭤봐도 돼요?”
“뭔데?”
“루카 마키아벨리, 맞죠? 발락투스 마키아벨리의 아버지.”
“맞아. 이름 듣자마자 짐작했을 텐데, 아니야?”
샬롯이 고개를 끄덕인다.
녀석을 처음 만났을 때, 녀석과 녀석의 어머니였던 비비엔느 드 로얄을 가지고 놀던 드래곤.
녀석은 스스로를 삼촌이라 부르며 샬롯에게 용돈을 주기까지 하는 등의 아주 악독한 면모를 보여 주었었다.
발락투스 마키아벨리.
그리고 놈은 내 손에 가루가 되었다.
“계속 생각했어요.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나는 뭘 하고 싶은지.”
말없이 나와 스승님은 샬롯을 응시했다.
녀석은 드워프들의 수도에 온 그날부터 오늘까지 계속 뱀파이어 도시를 돌아다녔다.
녀석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짐작은 할 수 있었다.
샬롯이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바라보았다.
“제가 하고 싶은 거, 정말 해도 돼요?”
부드럽게 웃었다.
“어, 하고 싶은 거 다 해.”
녀석도 부드럽게 웃었다.
우리 스승님도 웃었고 작센도 웃었으며 켄도, 베네딕트도, 해럴드도 웃었다.
당연히 옆에서 불안해하는 해머 슬레이브도 분위기상 억지로 입을 끌어 올려 웃었다.
그런데, 뭐 이리 감감무소식이야.
지 무덤인 거 알아서 그런 건가, 뭐 이렇게 안 와?
그렇게 생각한 순간.
하늘에서 거대한 마나의 파동이 일어났다.
후우웅-!!
상당한 양의 마나.
허공을 떨리게 할 정도의, 그런 마나.
그 중심에서 언젠가 보았던 발락투스와 매우 닮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머리에 고집 세 보이는 면상.
그리고 놈의 뒤쪽에 시립해 있는 네 마리의 골렘.
저게 정확히는 용아병이라는 이름의 골렘인데, 저걸 아직도 데리고 다녔네.
우선 주변 공기가 싹 가라앉은 게 느껴졌다.
광장이 완전히 꽉 들어 찬, 물경 사십만이 넘는 이들 모두가 저 드래곤 하나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그때.
샬롯이 말했다.
“정말 제가 하고 싶은 거 해도 되는 거죠?”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 해. 내가 언제 그런 거 막고 그랬냐.”
샬롯이 웃는다.
왠지 이번에는 내가 막을 그런 행동을 하려는 사람처럼.
그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샬롯이 허리춤에 있던 단검을 뽑아 들더니 그대로 집어 던졌으니까.
쌔애애액-!
허공을 찢으며 날아간 그 단검은.
용아병 한 마리의 머리에.
퍼석-!
그대로 박혔다.
용아병이 천천히 뒤로 쓰러진다.
털썩.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샬롯에게로 집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