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54)
제 355화
잭은 항상 목숨을 건다.
셀도 목숨을 건다.
타노스도 목숨을 건다.
그런데 나는 왜 목숨을 걸지 못했을까.
샬롯은 잭의 생각보다 더 빠르게 철이 들었다.
목숨을 건 샬롯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간단했다.
뱀파이어라는 종족 자체의 명예를 높이는 것.
땅에 떨어져 빈민으로 살아가는 뱀파이어들에게 과거의 영광을 재현시켜 주는 것.
진조가 해야 할.
진혈의 피를 가진 소유자가 반드시 해야 할 그 일을, 그 운명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샬롯의 의지.
그것이 세상에 전달된다.
180cm 후반에 달하던 샬롯의 신체가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약 170cm까지 줄어든 샬롯은 어린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성숙함이 엿보였다.
강체술 6단계, 파천破天.
하늘을 부순다는 이름을 가진 이 기술은 실제로 하늘을 부술 수는 없지만 온몸의 잠재력과 혈맥을 수배 이상 증폭시키는 금단의 기술이다.
그 상태에서.
샬롯은 피안화를 극한으로 끌어 올렸다.
눈앞이 흐릿해진다.
루카의 모습이 여러 개로 보인다.
또한, 정신과 신체가 끊임없이 경고를 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하라고.
더 이상 끌어 올리지 말라고.
이대로 이성을 놓아 버리면 제어할 수 없을 거라고.
어쩌면 그대로 죽을 수도 있다고.
하지만 샬롯은 결심했다.
피하지 않기로.
이성을 놓기로 결정했다.
그 전에 이 말은 해야겠지.
“비비엔느 드 로얄의 딸이자, 진혈의 피를 이은.”
쿠우우웅.
“내 이름은 샬롯 드 로얄.”
우두둑하며, 샬롯의 신체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머리는 더 길어졌고, 안 그래도 압축되었던 신체가 마치 탈피하듯 벗겨지고 다시 새겨지는 기이한 과정이 지속된다.
“루카 마키아벨리. 당신은 오늘 여기서 죽어.”
샬롯의 힘에 ‘위화감’을 느낀 루카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킨다.
이 미친년이 뭐라는 거야.
“내가 아니라, 진조가, 진조의 피가, 그리고 진조의 집념이 당신의 심장을.”
섬뜩하게 웃던 샬롯의 눈의 초점이 점차 사라진다.
“씹어, 먹을 거거든.”
초점이 완전히 사라졌다.
붉게 물든.
너무나도 붉어서 동공조차 보이지 않는 붉은 눈의 괴물.
콰아앙.
괴물이 자리를 박찼다.
동시에.
쩌어어어엉-!!
거울 깨지는 소리와 함께 루카의 얼굴이 짓이겨진다.
분명 루카는 반응했다.
반응했는데, 너무 빠르다.
감탄? 그딴 걸 할 시간도 없었다.
손을 쭉 내밀어, 언령을 사용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서클 마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마법.
과거 드래곤들에게는 총 3개의 ‘독자적인 언령 마법’이 존재했었다.
메멘토 모리가 그중 하나다.
오직 마나 유저들에게만 통하는 언령.
상대의 신체 내부의 마나를 강제로 움직이게 만들어 신체를 터트리는 게 바로 메멘토 모리였다.
하지만.
“[아아아아아아-!!]”
샬롯이 괴성을 터트렸고, 루카의 언령 마법은 그대로 해체되었다.
기운과 기운이 충돌했고, 그 기운은 지금 ‘동수’를 이룬 거다.
경악한 루카.
그리고 그런 루카의 명치를.
푸우욱-!!
장검 실라리온이 꿰뚫는다.
가까이서 샬롯을 본 루카는 깨달을 수 있었다.
이년, 미쳤구나.
눈깔에 초점이 없는 것부터 움직이는 게 짐승과 다르지가 않다.
오직 살의만을 위해 움직이는 괴물.
끝이 아니었다.
루카는 눈앞의 샬롯에게서 말도 안 되는 어떤 것을 느꼈다.
그건 분명, 드래곤 로드를 바라볼 때 느꼈던 그 위화감이다.
바로 초월자라 불리는 이들이 쓰는 영혼의 기운.
‘설마. 아니겠지.’
손을 뻗어 검을 붙잡은 루카가 주먹을 뻗었다.
공기를 찢으며 날아가는 루카의 주먹에는, 무려 7가지 속성의 마법이 새겨져 있었다.
엘리멘탈 피스트.
10서클 마법 중 하나.
그 공격이.
뻐어억-!!
샬롯의 얼굴을 강타했다.
동시에 루카는 본능적으로 몸을 틀었다.
서걱-!!
심장 아래쪽에서 형용 못 할 고통이 느껴진다.
조금만 늦었다면 심장이 갈렸을 거다.
빠르게 상처를 치료한 루카가 고개를 들었다.
멀리 날아가는 샬롯이 바닥에 두어 번 튕기더니 손바닥으로 강하게 바닥을 치며 손쉽게 자리에 착지하는 모습이 보인다.
짓뭉개진 얼굴, 어긋나 있는 팔.
하지만 살기는 여전했다.
거기까지였으면, 단순히 그게 전부였다면 다행이었겠지만 아니었다.
루카는 저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서고 말았다.
샬롯이 들고 있던 장검에 묻어 있는 피를, 혀로 낼름 핥자 순식간에 짓뭉개진 얼굴이 재생되었으니까.
맙소사.
‘진혈의 피······ 레디메인······. 대체 어떤 괴물을 세상에 풀어놓은 것이냐!’
chapter 2
해럴드는 샬롯에게 단검을 권했었다.
잭도 그 의견에는 동의했고 요 몇 달, 샬롯은 단검을 사용했다.
마치 신체의 한 부분처럼 두 개의 단검을 자유자재로 쓰는 샬롯을 보고 있자면 애초에 샬롯에게는 단검이 가장 잘 어울렸던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건 아니다.
해럴드와 잭이 샬롯에게 단검을 추천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그냥 샬롯의 신체가 작았으니까.
고작해야 11살.
이제 해가 지나면 12살.
성장기가 끝나지도 않았고 키는 150cm에 한참을 못 미친다.
몸이 날쌔고 체구가 작은 샬롯이었기에 단검을 추천해 준 거다.
즉 다른 무기들에 비해 단검에 재능이 있어서 추천해 준 게 아니라는 뜻이다.
샬롯은 그 어떤 무기를 사용해도 자기 신체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잭이 샬롯에게 감탄했던 재능 중 하나가 바로 이거다.
무기술의 천재.
드륵- 드륵.
실라리온을 땅에 질질 끌며 샬롯은 걸었다.
걷는 그 길마다 퍼져 나가는 붉은 기운.
찐득한 살기.
그 모든 것의 발원지인 샬롯이, 땅을 박찼다.
잔상을 남기며 샬롯의 몸이 루카와 좁혀진다.
붉은 기운을 휘날리며 서걱- 하고, 허공이 찢어졌다.
피했다.
고개를 숙인 루카는 아까처럼 엘리멘탈 피스트를 사용한 채 주먹을 휘둘렀다.
파아앙-!!
굉음이 터져 나왔지만 맞지는 않았다.
실라리온을 휘두른 그 상태에서 샬롯은 말도 안 되는 각도로 몸을 젖히고, 몸을 틀어 버렸으니까.
루카의 눈매가 처참하게 구겨졌다.
이, 괴물 같은 년.
루카는 양팔을 교차시킨 뒤 몸을 틀었다.
콰아아아아앙-!!
말도 안 되는 각도에서 휘둘러지는 실라리온이 팔에 막힌다.
서걱 하는 아주 약간의 소리를 들은 이가 이 자리에서 얼마나 될까.
정말 작은 소리였다.
실라리온이 루카의 양팔을 파고든 깊이는 고작해야 0.3cm.
루카는 미소 지었다.
찌르기라면 몰라도 베는 것은 이 정도구나.
내 피부를 뚫지 못하는구나.
웃을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이어서 루카는 오른발을 뒤로 살짝 내밀었다.
뒤꿈치가 살짝 들리는 것과 동시에 루카의 발이 섬전 같은 속도로 휘둘러진다.
그것은 마치 보이지 않는 채찍.
실로 섬전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뻐어어억-!!
샬롯의 허리가 훅, 꺾이고 얼굴에 고통이 새겨진다.
“크르-”
짐승 울음소리를 내며 샬롯은 날아갔고 그 와중에도.
서걱-!
실라리온을 휘둘러 루카의 팔을 베었다.
0.3cm.
아까와 같은 깊이였다.
루카는 슬쩍 반대쪽 팔로 상처를 쓰다듬었고 그 흔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찌르는 것만 주의하면 별거 없군.”
그리 말하는 루카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비록, 몇 번 맞았고 명치도 꿰뚫려 봤지만 그게 뭐가 대순가.
이 싸움에서 누가 이길지 이미 밑그림이 그려진 상황인데.
그때였다.
콰광-!!
샬롯의 몸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이어서 우두둑하는 소리와 쩌저적 하는,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루카의 여유롭던 표정이 점점 사라진 것은 이때부터였다.
몸을 살짝 비스듬하게 세우고 오른손에는 실라리온을 그리고 오른발을 뒤로 빼는.
잭이 싸울 때 보여 주는 그 특유의 자세.
그 상태에서 샬롯의 오른발이 콰앙 하고 땅을 박찬다.
순식간에 샬롯은 허공의 선이 되어 앞으로 뻗어 나갔다.
루카는 멍하니 그걸 바라보다 황급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샬롯이 옆에 있었다.
본능적으로 아까처럼 팔을 교차한 뒤 왼쪽을 방어했다.
후우웅-!!
허공을 찢으며 휘둘러진 실라리온은.
서걱-!!
루카의 양팔을 절반 이상 베며 멈췄다.
“크…… 이 괴물 년.”
루카는 양팔을 꺾으며 실라리온을 쳐 냈다.
이어서 팔목이 반쯤 파여 있는 손을 뻗어 샬롯의 머리를 잡아챘고, 똑같이 반쯤 파여 있는 반대쪽 팔꿈치로 샬롯의 머리를 내려쳤다.
콰앙-!!
한 번.
콰아앙-!!
두 번.
거기까지였다.
서걱-!
세 번까지 노리려던 루카의 팔목이 하늘로 솟구쳐 오른다.
깔끔하게 절단된 오른팔.
루카가 외쳤다.
“[블링크]!”
샬롯의 뒤편으로 이동한 루카의 발이 휘둘러졌고, 예측한 듯 샬롯도 실라리온을 휘둘렀다.
하지만.
“[블링크].”
연속된 블링크에 실라리온은 허공을 베었고, 다시 반대편으로 돌아간 루카의 발이 샬롯의 목을 강타했다.
뻐걱하는 소리가 울렸다.
콰앙 하고 샬롯이 바닥에 처박혀 두어 번 뒹굴었다.
싸움이 끝난 것처럼 보였을 거다.
루카는 잠시나마 그렇게 생각했다.
천천히 루카는 자세를 잡았다.
아까 잘려 나갔던 오른팔은 어디로 갔는가.
그 팔, 지금 저 꼬마 괴물의 왼손에 들려 있다.
그리고 그 팔을 저 뱀파이어가 씹어 먹는 중이다.
‘……악마, 실로 악마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구나.’
루카는 바보가 아니었다.
눈앞에 있는 저 꼬마는 분명 말했다.
너를 죽이는 건 내가 아니라 ‘진조’라고.
“……진화? 아니지. 적응?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군.”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현상만 가볍게 언급하자면 지금, 저 꼬마 뱀파이어는 진화 중이었다.
저 어린 나이의 신체가 버틸 수 있는 한계, 그런 건 전부 무시하고, 오직 눈앞에 있는 자신을 죽일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해 신체를 강제로 성장시키는.
이건 생명체가 아니라 거의 하나의 현상과도 같았다.
완전회복이 끝난 샬롯과 잘려 나간 오른팔을 힘겹게나마 재생시킨 루카.
서로가 서로를 노려볼 때, 샬롯이 자리를 박찼다.
루카는 경악했다.
콰앙-!
서걱-!!
후웅-!!
공기 찢는 소리와 팔을 잘라 내는 소리, 그리고 땅을 박차는 소리가 불규칙적으로 들려오며 그때마다 신체에서 고통이 느껴졌으니까.
0.3cm? 그딴 건 의미 없었다.
팔 절반을 파고든 것? 그것도 의미 없었다.
서걱 하고 발목의 힘줄이 끊긴다.
서걱 하고 재생되었던 오른팔이 또다시 절반이나 잘려 나갔다.
서걱 하고, 왼쪽 종아리가 길게 찢어졌고 서걱 하고 잘려 나간 허벅지에서 피가 튄다.
루카는 눈치챌 수 있었다.
이년.
지금 ‘완벽한 상황’을 유도하고 있구나.
마치 노련한 검사처럼, 단 한 순간.
목숨을 완전히 끊어 버릴 수 있는 그 한순간을 위해 움직이는구나.
‘어찌 이런 꼬마가 이리도 노련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떤 싸움을 보고, 어떤 경험을 해 왔기에 이 어린 나이에 이런 게 가능한 걸까.
그런데 또 이상한 건, 어느 순간의 공격은 날카로웠지만 어느 순간의 공격은 굉장히 허접했다는 거다.
막힐 게 뻔한 공격인데 그걸 시도하고, 그 이후에는 무조건 성공할 수밖에 없는 검로로 검을 휘두르는.
이 듣도 보도 못한 상황에 루카는 당황했다.
정신이 산만해진다.
서로의 움직임에 차이가 생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