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60)
제 361화
“드워프랑 화친을 맺어요……?”
프란츠 마티아스가 꺼낸 말이었다.
그는 눈치챈 거다.
드워프.
마수의 숲의 그 드워프랑 화친을 했다? 이건, 어떤 식으로든 복속시켰다는 이야기잖아.
“……그러고 보니 요 며칠 마수의 숲에서 엄청난 마나의 유동이 일어났다는데……. 혹시?”
뭘 숨길 게 있냐는 듯 잭이 말했다.
“예, 접니다. 거기서 좀 투닥이다가 날개 달린 생명체 두 마리를 죽이긴 했는데…… 아, 제가 확실하게 말씀을 안 드렸네.”
모두가 긴장했다.
무슨 말이 나올지 몰랐으니까.
“어제부로 ‘드워프 왕국’과 ‘뱀파이어 왕국’이 우리 ‘밀로스 왕국’에 편입되었습니다.”
모두가 눈을 껌뻑껌뻑 떴다.
뭔, 소리야 이게?
드워프 왕국과 뱀파이어 왕국이 편입되었다……. 그 부분은 일단 오케이.
무슨 짓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짐작이 안 가는 것도 아니다.
높은 확률로 그쪽 권력자들을 줘 패거나 죽였겠지.
그냥 힘으로 굴복시켰겠지.
그런데 그 이후에 한 말.
그게 중요했다.
“밀로스…… 왕국이요?”
프란츠와 오르비스, 심지어 사미트와 안토스까지 모두가 당황했다.
테슬란 아니었어?
잭이 웃는다.
“내가 말주변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 국왕님들을 놀라게 해드렸네. 별거 아닙니다. 테슬란 왕국이 방금 멸망했거든요. 그래서 그 빈자리에 새로운 왕국을 세웠습니다. 밀로스라는 이름의 국간데, 왜요? 당황스럽습니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그제야 모두는 이해했다.
이 남자는 원래 이러려고 정상 회담을 연 거구나.
깔끔하게 머리들만 모아서 일이 깔끔하게 진행될 수 있게 그렇게 조치한 거구나.
그런데 뭔가 묘한 게 있었다.
밀로스 왕국.
국가의 이름이 밀로스면 그 국가의 왕의 이름이 밀로스라는 건데…….
“혹시.”
“혹시?”
“밀로스라는 이름으로 개명하신…… 겁니까?”
잭이 웃음을 터트렸다.
왜 발란티에 왕국이 아니라 밀로스 왕국이냐.
간단하다.
일단.
“현재로서 저희 밀로스 왕국에는 왕이 없습니다.”
“……예?”
아이러니하고도 어처구니가 없는, 정확히는 그냥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왕의 자리는 현재 공석이고, 단 한 명의 수호자와 왕의 역할을 수행하는 ‘재상’을 둘 겁니다. 그 재상에는.”
거기까지 말한 잭이 슬쩍 아베이루를 바라보자, 녀석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밀로스 왕국의 재상, 아베이루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고 잭은 곧바로 말을 이어 갔다.
“숨겨서 뭐 하겠습니까. 밀로스라는 이름으로 눈치채셨을 텐데, 여기 제 어깨에 계신 이분의 성함이 발렌타인 밀로스입니다. 그 이름을 땄지만 현재 저희 스승님께서는 왕의 자리에 앉으실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잭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렇다고 제가 자리에 앉기에는 일단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너무 많아요. 내년 1일, 테슬란의 멸망을 알리고, 밀로스 왕국의 등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겁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연도를 바꾸려고 합니다.”
“……연도요?”
현재 대륙의 연도는 제국력으로 구분한다.
이 제국력, 툴칸 제국력이 아니라 ‘테슬란 제국력’이다.
“앞으로 대륙의 모든 연도는 밀로스력으로 통일될 겁니다. 쉽게 말하면 내년 1월부터 밀로스력 1년 1월 1일이 되는 거지요. 앞으로 테슬란 제국력 따위는 없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토 달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회의장을 돌아다니며 손을 안토스의 어깨에 툭, 올렸다.
“현재 이 대륙을 기준으로 보면 우선 마수의 숲에 드래곤 세 마리가 있는데, 그 새끼들을 제가 가서 죽여야 합니다.”
다시 걸음을 옮겼다.
안토스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프란츠 마티아스.
그 젊은 왕의 어깨에도 손을 올렸다.
“다음으로는 툴칸 제국을 멸망시킬 건데, 일단 툴칸이라는 이름을 쓰는 놈들을 전부 죽일 거고 거기에 가담한 놈들도 전부 죽일 겁니다. 예외는 없습니다. 거기까지 가기 전에 저는 최대한 경고를 할 거니까.”
프란츠 마티아스의 어깨를 가볍게 꾹, 누르고는 옆으로 이동했다.
사미트와 가나안의 왕, 그 사이에 있는 탁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여러분들이 각 국가 안에서 짝짜꿍을 하건 뭘 하건 그딴 거에 저는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 그래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려고 합니다.”
핵심은 이거다.
“왕국의 체계를 바꿀 겁니다. 밀로스 왕국에서 가장 먼저 시범을 보일 거고 안정화되면 그걸 전 대륙에 적용할 건데.”
탁자에서 엉덩이를 떼고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양팔로 탁자를 짚고.
웃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그냥 닥치고 따르라는 겁니다.”
현 세대와 과거의 세대는 분명 다른 사람들이다.
하지만 하는 행동은 똑같다.
수십 년, 수백 년이 흘러도 달라지는 건 없을 거다.
그러니 하나밖에 없다.
체제 자체를 바꿔 버릴 수밖에.
“새로운 정치 체제라 하시면……?”
전에 드워프 마을에서 했던 대화의 연장선인데, 길게 설명해 줄 필요는 없었다.
왜냐면 지금은 체제를 바꿀 거라는 그런 식의 경고 비스무리한 걸 건네주는 게 잭의 목적이었으니까.
대륙 전체가 바뀌는 일이다.
그리고 역사가 완전히 바뀌는 전환점에 설 수도 있는 일이다.
이걸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진행시켜 버리면, 한 번만 움직이면 해결될 일이 열 번, 백 번은 넘게 움직여야 해결되는 경우가 생긴다.
첫 단추를 제대로 꿰어야지.
잭이 말했다.
“앞으로 밀로스 왕국을 지켜보시면 될 테니까. 그렇게만 알고 계시고.”
이제 그 부분은 패스.
그리고 이건 더 중요한 거.
“앞으로 요람, 가나안, 마티아스, 이스마엘은 툴칸 제국과 관련된 모든 일에 한해서는 최우선적으로 제 명령을 따르셔야 합니다. 여기에 예외는 없어요. 무조건입니다. 그리고 각 왕국에 하달될 지침에 대해서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그 전에 반대하시는 분?”
야외 회의장이 조용했다.
하지만 조용했다고 해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일단 요람과 이스마엘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하지만 ‘저는 반대합니다’라는 말을 그저 말만 안 했다 뿐이지 얼굴로는 ‘뭔 말 같지도 않은 개잡소리를 지껄이고 있어?’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두 사람이 있었다.
현실 감각을 잃고 멍하니 앉아만 있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그런 감정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표정.
마티아스와 가나안, 그게 이 둘이었다.
“제가.”
슬쩍 손을 뻗어 가나안의 왕, 그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뭣도 아닌 새끼들이 권력 비스무리한 걸 잡았다고 깝죽대면서 기어오르는 걸 하도 많이 봐 왔습니다. 거기서 뭘 깨달았는지 아십니까?”
“……모르겠습니다.”
“간단합니다. 그냥 애초에 눈에 거슬리기 전에 쳐 죽이면 되더라고요. 그게 제일 간단하더랍디다. 그리고 이건 아까 말했던 것의 연장선인데, 각 왕국에 따로 몇 가지 지침이 내려갈 겁니다. 현재 귀족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멸문한 귀족들의 재산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멸문한 귀족 자제들의 처우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을 취해야 하는지. 그런 것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텐데 이 가이드를 무시한다? 그럼 어쩔 수 없지요.”
가나안은 할 말이 있었나 보다.
“하지만 ‘반대파’에 섰던 이들을 척결하고 죽인 것은 저희가 직접 해결했고 정당하게 권력을 승계받은…….”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이것 봐라.
저희가 해결했다? 정당하게 권력을 승계했다?
이게 말이야 방구야.
잭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그대로 고개를 돌려 젊은 왕 프란츠 마티아스에게도 물었다.
너도냐고.
그도 조금은 불합리하다는 듯, 불공정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보니까 이거, 애초에 해결하고 넘어갔어야 하는 문제가 하나 있었네.
얘들은 누구 도움으로 자기들이 거기 앉은 건지 짐작도 못 하고 있는 거 같은데.
그때였다.
후웅 하는, 바람 불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다음으로는 콰앙 하는, 무언가 바닥에 착지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콰드득 하는 무언가가 변신하는 그런 소리가 났다.
야외 회의장.
그곳에서 우리는 모두 고개를 들었다.
수십 미터가 넘는 덩치의 드래곤 7마리가,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한 꼬마 아이가 허공을 계단 삼아 내려오고 있었다.
은발 머리를 흩날리는 꼬마.
셀.
녀석이 내려오며, 프란츠 국왕과 눈을 마주치고는 이어서 오르비스 국왕과도 눈을 마주친다.
그 둘은 그제야 이해한 것 같았다.
아.
손바닥 위였구나.
은발 머리의 꼬마라고 하기에, 설마 아카데미 대전에 참가했던 그 꼬마가 아닌가 했었는데, 그게 진짜일 줄이야.
그 꼬마가, 드래곤이었구나.
폴리모프한 드래곤이었구나.
어쩐지 마법을 쓸 때 주문도 안 외우고 시동어만 외치더라.
셀은 결국 내 앞까지 다가왔다.
먼저 말을 걸었다.
“잘 갔다 왔냐?”
“네, 보스.”
마티아스 왕국에서 용의 분노니 뭐니 하는 명목으로 귀족 200명을 학살한.
프란츠의 입장에서는 자기의 선왕을 죽인 그 드래곤이.
잭이라는 미친놈에게 보스라고 부르며 아는 척을 한다.
정말로 손바닥 위였구나.
잠시나마 의심했는데 아니었네.
프란츠를 비롯한 오르비스, 그리고 그 둘과 동행한 두 명의 공작은 입을 떡, 벌렸다.
에휴.
아무리 생각해도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이런 어벙이 새끼들한테까지 존댓말해 주는 건 도저히 못하겠다는 듯, 잭은 그냥 말을 놓았다.
“모질이 새끼들아. 아직도 너희가 정당하게 권력을 승계하고 파벌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생각해?”
“…….”
“너희가 그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건 우리 애들이 힘을 썼기 때문이지. 거기에 니들이 한 건 없어. 그냥 툴칸 제국에 가담을 안 했다는 그 이유 하나로 니네가 권력을 가질 수 있었던 거야.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
잭이 피식, 웃었다.
“내가 니네한테 그 정도 권력을 주겠다고 허락한 거라고. 그런데 그런 힘을 배때기에 헛바람만 처들어가서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쓰면 내가 어떻게 생각하겠어.”
그대로 상석으로 간 잭이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앉았다.
그 자리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17살, 18살 남짓한 마티아스와 가나안의 어린 왕에게 어울리지도 않게 존대를 하는 그딴 행동을 집어치운 잭은, 그제야 압도적인 위압감과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었다.
그냥, 그렇게 보였다. 그렇게 만들어졌고.
자연스러운 제왕의 기운.
그가 말했다.
“길게 말 안 한다. 앞으로 내가 명령하는 건 그게 뭐든 무조건 따라라. 겉으로만 따르는 척하고 뒤에서 수작질 부리는 새끼들은 무슨 수를 써서든 찾아내서 사지를 토막 쳐서 죽인다. 알아들어?”
답이 없었다.
조용조용하고 예의 있게 말해 주니까 상황 파악이 안 된 모양이다.
여전히 침묵에 잠긴 듯 조용했다.
그대로 손으로 탁자를 쾅, 내려쳤다.
“알아들었냐고.”
“예……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