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93)
제 394화
나는 다시 의자에 몸을 기댔다.
샬롯은 잠시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아마 샬롯도 기억하고 있을 거다.
내가 처음 샬롯을 받아들였을 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나중에 부탁하나 할 텐데 그거 들어달라고. 그거면 충분하다고.
“이게, 그때 말씀하셨던 그거에요?”
웃고 말았다. 거봐. 기억한다니까.
“어.”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손으로 녀석의 이마를 툭 쳤다.
지식 같은 것은 부족하겠지만 그건 채워 넣으면 된다. 하지만 이미 천년 드래곤 마키아벨리를 죽였을 때부터 샬롯은 마수의 숲의 지배자가 될 자격을 증명했다.
그보다 할 수 있냐고 물었지.
“내가 아는 너라면 충분히.”
샬롯이 웃는다.
부드럽게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녀석이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는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그런데요. 보스.”
“왜?”
“혹시 제가 몇 년 동안 자고, 그랬던 건 아니죠?”
얘가 갑자기 뭔 소리를 하고 있어.
“보스 얼굴이 좀 변한 거 같아요.”
이제야 좀 눈에 보이나 보다.
턱을 치켜든 채 손으로 턱을 쓸어내렸다.
날카로운 턱선.
완벽하게 빠진 젖살.
누가 나를 14살, 아니지. 곧 15살이 되는 꼬맹이로 보겠어.
나는 지금 거의 성인의 형체를 하고 있었다.
“더 잘생겨졌냐?”
그 질문에 샬롯은 잠시 멈칫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그런 표정을 짓다가 힘겹게 손을 뻗어 나를 껴안았다.
전이라면 몰랐겠지만 지금 내 키가 약 183cm 정도 되거든.
다리도 길어졌고 상체도 길어져서 앉은키도 꽤 컸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우리 샬롯이 되게 작아 보이네.
녀석이 내 목을 끌어안은 채 작게 말했다.
“고마워요.”
잘생겼냐고 물었는데, 고맙다니.
그냥 작게 웃었다.
말은 안 했는데, 저기 거울에 비친 우리 스승님 표정을 보니까, 되게 안쓰러워하는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거든.
그리고 그 눈에 비친 샬롯의 얼굴도 보인다.
녀석도, 스승님과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냥 신경 쓰지 않았다.
아, 그 전에.
“일어날 수 있겠냐?”
몸을 떼어 낸 샬롯은 오만 가지 표정을 지으며 다시 침대에 몸을 누였다.
“……힘들 거 같아요.”
딱 봐도 그래 보인다.
“전리품을 좀 챙기러 가 보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전리품이요?”
샬롯은 의아하게 물었고,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스승님만 웃으셨다.
처음 메나마를 만났을 때, 녀석과 나는 이런 대화를 나눴다.
드워프가 만든 물건을 그 누가 탐내지 않겠냐고, 하지만 빼앗지는 않을 거라고, 그 정도로 양아치는 아니라고,
그런데 내가 이런 개고생을 했는데 뭐라도 가져가야 할 거 아니야.
드래곤들의 레어.
로드들의 레어는 그때 전부 바다에 수장시켜 버려서 챙겨 올 생각을 못 했는데 이건 챙겨야지.
거기엔 엘릭서를 비롯한 온갖 무구들과 장식품들 그리고 어마어마한 골드들이 있다.
“그럼 좀 쉬고 있어.”
“갔다가 다시 오실 거예요?”
고개를 저었다.
“가자마자 바로 대륙으로 넘어가려고.”
그 전에.
나는 품에서 작은 반지 두 개를 꺼내 샬롯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뭐예요?”
금으로 만들어진 작은 반지였는데, 당연히 단순한 반지는 아니었다.
“텔레포트 마법이 새겨진 아티펙트.”
눈썰미가 빠른 샬롯은 물끄러미 반지를 바라보다 눈을 크게 떴다.
“마나로 새겨진 게 아니죠?”
“당연하지.”
마나가 아닌 혼기로 만들어진 아티펙트다.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만들어 놓은 건데, 지금 내 품에 5개의 반지가 들어 있다.
“그런데 왜 두 개예요?”
“곧 셀이 올 거거든.”
샬롯이 눈치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이 반지를 만든 이유는 간단하다.
나한테 약점이 될 법한 이들에게 주려고.
이 반지에 마나를 불어넣는 즉시 내가 있는 장소로 텔레포트한다.
범위는 이 대륙의 끝에서 끝까지, 인원수는 반경 50m 내의 모든 생명체.
일회용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가 어디야.
이 정도면 희대의 아티펙트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넌 여기서 좀 쉬다가 천천히 와. 개학하기 전까지만 오면 되니까. 편하게 쉬어.”
샬롯이 살짝 시무룩한 표정으로 작게 말했다.
“잘 다녀오세요, 보스.”
다녀오긴, 레어 들렀다가 바로 어센블로 넘어갈 거라니까.
그리고 곧바로 툴칸으로 넘어갈 거고.
내색하지 않고 웃었다.
“오냐.”
방을 벗어나기 전 작센과 켄에게 눈짓했다.
작센은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고 계속, 여기서 샬롯을 호위하던 켄은 몸이 근질거린다는 듯 힘차게 일어선다.
이제, 레어를 좀 털러 가 볼까.
* * *
루카 마키아벨리의 레어는 드워프 왕국 인근에 있는 바갈산에 위치해 있었다.
불과 친숙한 레드 드래곤답다고 해야 할까.
바갈산은 현재도 계속 활동하고 있는 화산이다.
지질학자들이 말하는 순상 화산이며 해발 655m.
루카 마키아벨리의 레어는 그곳 용암 호수에서 고작 10m 떨어진 곳에 존재했다.
참으로 악취미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왜 악취미냐고 하냐면.
더웠거든.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서 체온 유지가 월등해졌음에도 덥다는 느낌이 들 정도면 말 다 한 거다.
이쪽으로 파견 오는 드워프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죽어 나가는 이유가 바로 이거 때문이다.
아무리 불에 친숙한 종족이어도 이건 도가 지나친 거지.
그거랑은 별개로, 코앞에 있는 거대한 성은 굉장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약 네 개의 봉우리 같은 큰 건물 네 개가 있었고, 중앙에 있는 첨탑 형식의 성은 높이가 약 400m.
[확실히 드워프는 드워프구나.]스승님의 감탄사가 우리의 귀에 울렸다.
용암 호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 성은 확실히 아름다웠다.
“들어가실까요?”
[전리품을 얻으러?]“예. 전리품을 얻으러.”
약간 여담이긴 한데, 멀리서 참격을 쏟아 내며 이 성을 그대로 용암 바닥에 묻어 버린 적은 있지만 내부를 둘러본 적은 없다.
그래서 뭐가 있을지는 확신하지 못하지만 돈 될 만한 게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내부로 들어선 뒤, 수색했다.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엄청난 양의 미술품과 세공품.
나는 작센과 켄에게 슬쩍 눈짓했다.
돈 될 만한 거 전부 챙겨서 여기 거실 중앙에 모아 놓으라고.
둘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와 스승님은 조금 더 은밀한 곳으로 움직였다.
루카 마키아벨리라는 존재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놈이 용암 호수 쪽에 레어를 구축해 놨을 정도로 용암을 좋아한다는 것은 확실했다.
멀리서 봤는데 여기 꼭대기 첨탑에 일종의 관망대 같은 게 있더라고.
거기로 이동하자마자, 나와 스승님은 눈빛을 교환하고 말았다.
세상에.
아다만티움으로 만들어진 파라솔이 있었으며, 미스릴로 만들어진 선베드도 있었다.
이거 미친놈 아니야?
얼마나 드워프들을 착취했는지 알 만한 대목이었는데, 나랑 스승님이 눈빛을 교환한 건 이것들 때문이 아니었다.
파라솔 한편에 놓여 있는 작은 수정구.
나는 그걸 집어 들었다.
그리고 마나를 불어넣었다.
이어서 내 감각에, 수십 구가 넘어가는 숫자의 골렘이 잡혔다.
마치 데스 나이트를 데리고 있을 때처럼 느껴지는 일종의 링크.
[이게 진짜구나.]일단 답하지 않고 수정구에 의념을 보냈다.
전부.
집합하라고.
찰나였다.
쿠구궁-!
화산이 갈라지고, 그곳에서 화산 분출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샬롯이 썰었던 용아병.
그것과 흡사한 생명체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서클은 전부 일정했다.
8서클 마나 유저.
1층 로비에 돈 될 만한 것들을 전부 모아 놓고 있던 작센과 켄이 빠르게 밖으로 뛰쳐나왔다.
“뭐……야 이건.”
“……그 드래곤은 저능아였군.”
정확한 숫자는 100.
무려 백 기의 용아병이 오와 열을 맞춘 채 내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쉽게 말하면, 내 손에 들린 이 수정구는 컨트롤러다.
용아병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컨트롤러.
내가 다른 드래곤은 모르겠는데, 나머지 드래곤들도 용아병을 데리고 있지 않을까.
이걸 보자마자 아주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웃음이 절로 나올 정도의 기발한 생각.
[또, 나쁜 생각을 하는구나.]“섭섭하게 왜 그러십니까. 저는 살면서 나쁜 생각이라는 걸 해 본 적이 없습니다.”
[퍽이나.]어깨를 으쓱했다.
chapter 5
우리는 루카 마키아벨리의 레어를 턴 이후, 나머지 레어들도 전부 털었다.
하나같이 호화롭기 그지없는 건물에 각자 특성에 맞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그 레어들은 별장으로 쓰기에 괜찮았지만, 그냥 거기까지였다.
가지지는 않았다.
드워프들이 저기서 얼마나 많이 희생당했는지 대충은 알기에, 차마 건물까지는 내 손으로 부수지는 못하겠더라.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그린 드래곤의 레어.
마지막 레어다.
여기까지 오면서 우리는 굉장히 많은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우선 기본적으로 세공이 완성된 보석들과 미술품들 그리고 대검, 통파, 장검, 활, 화살, 드워프들이 보면 환장할 만한 크기 300kg가 넘어가는 미스릴 광석부터 시작해서 최상급 포션.
등등.
전부 괜찮긴 했지만 진짜 괜찮은 건 이거였다.
바로 용아병.
각 레어당 100마리씩 그리고 그 100마리를 통제할 수 있는 1개의 수정구.
그러니까, 총 500마리의 용아병과 5개의 수정구.
지금 생각해 본 건데, 얘네 드래곤들이 혹시 서로 내기 같은 걸 한 게 아닐까.
그게 아니면 이렇게 100마리에 딱 맞춰서 용아병을 준비해 뒀을 리는 없잖아.
워낙 이곳에서 별의별 짓을 다 하던 새끼들이라 새삼스럽지도 않았다.
여하튼, 이 용아병은 내 기준에서 앞서 언급한 수많은 보화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괜찮은 전리품이었다.
골렘.
일종의 사역마 같은 건데, 이들은 비록 말을 할 수는 없어도 듣고 적는 것은 가능하다.
뿐일까, 샬롯과 루카의 싸움에서 보여 주었듯 전투병력으로서의 역할도 가능하다.
약하긴 하지만 그래도 8서클 마나 유저.
그게 무려 500기나 된다.
[저걸 보거라, 누가 보아도 나쁜 생각을 하는 이의 표정이 아니더냐.]나랑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스승님이 작센과 켄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둘은 어색하게 웃었고 나는, 일단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 나쁜 생각.
맞을 수도 있다.
전부터 언급했어야 하는 건데, 도청.
이게 참 묘하다.
일단 도청을 전담하는 것은 무명의 조직원들이다.
녀석이 보고를 올리기로는 감시부라는 부서가 전담한다고 하는데, 현재 감시부의 인원은 총 400명. 그리고 플러스로 33기의 데스 나이트가 전국 각지에 흘러들어간 통신구들을 관리한다.
그들이 도청을 하는 곳은 아카데미 정보학부의 지하실이다.
그리고, 솔직히 내가 바보도 아니고 아무런 조치 없이 감시부의 무명원들에게 도청을 맡겼을 리 없다.
그 지하실로 들어가는 입구에 여러 개의 흑마법을 새겨 넣었는데, 종류가 한둘이 아니다.
핵심만 짚으면 현혹 마법.
들어가는 즉시 무명원은 현혹되고 데스 나이트의 명령에 따라 각자 수정구에 배치되고 들려오는 모든 목소리를 타자기로 적는다. 무명이 내 사조직이라고 해도 아는 이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언제 어떻게 새어 나갈지 모르는 법.
조심할 필요는 있었다.
물론 모두가 현혹 마법에 걸리는 건 아니다.
면역이 되는 아티펙트를 몇 개 만들어서 건네준 이들이 있는데, 아베이루 그리고 녀석이 처음 내 밑으로 들어올 때 같이 데려왔던 필립이라는 정보원과 라그렘이라는 무명의 조직원.
이렇게 세 명이 인간 중에서 흑마법에 면역이 되는 이들이고 이들과 데스 나이트가 모든 정보를 전담한다.
그럼 보자.
지금 눈앞에 있는 오백 기의 골렘.
만들어진 존재였고 당연히 마나로 움직인다.
마나로 움직이기에 당연하게도 마나 회로도 존재한다.
그것도 마법적으로 지식이 뛰어난 천년 드래곤이 직접 제작한 마나 회로.
자아가 없긴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일까.
싸우라면 싸우고, 죽으라면 죽는 그 모든 명령을 이행하는 병산데.
자아가 없는 데스 나이트.
그런 용아병에게 수준 높은 언어 해석 마법진을 박아 주면 어떨까.
골렘의 수명?
수십 년이나 수백 년 단위로 마법진만 적절하게 보수해 주면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
또한 지성체처럼 온전한 지성이 없기에 객관적인 입장에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있다.
보고 듣는 모든 것을 사실 그대로 적어 낼 수 있는 500기의 골렘.
사실 기존에 골렘을 만들어 볼 생각을 하긴 했지만, 하지 않았다.
시간이 아까웠거든.
그런데 이렇게 오백 기의 골렘이 굴러들어왔네.
뿐일까.
“고작 1서클의 마나만 불어넣는 것만으로 100기가 넘는 용아병을, 그러니까 고서클 마나 유저를 수하로 부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