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405)
제 406화
타노스에게 하는 질문이었지만 문맥상 대상은 조금 달랐다.
잭.
로만은 잭을 말하고 있는 거니까.
멀리서 구경하던 도관의 대전사 라이언이 눈빛을 빛냈다.
그건 라이언도 궁금한 주제였으니까.
라이언과 로만의 눈이 타노스의 입으로 집중된다.
타노스가 말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
타노스가 잭을 따르고 잭도 타노스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긴 했지만, 타노스가 잭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었다. 아는 게 이상한 거지.
조금 힘 빠지는 대화였지만 흐름은 곧 달라졌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지.”
“……뭐지 그게?”
“머지않은 시일 내에 죽게 될 거라는 거.”
로만이 그러했듯, 타노스도 문맥을 조금 비틀어서 말하고 있었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머지않은 시일 내에 죽는다, 대체.
“누가?”
타노스가 말했다. 그것도 웃으며.
“툴칸의 고위 귀족, 그리고 툴칸이라는 이름을 쓰는 모든 존재.”
“…….”
“네가 물었던 게 이거 아니었나? 그분은 모든 것을 했어. 아카데미를 개혁했고, 새로운 국가의 틀을 만들었고, 근 사백 년간, 아니 수천 년간 그 누구도 정벌하지 못했던 이종족들을 전부 하나로 묶어 지배하에 두었고, 마법의 종주인 드래곤들도 하나로 묶었지. 이 이후에 뭐가 남았을 것 같나?”
로만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분은 툴칸 제국에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아. 그건 바보가 아니라면 전부 알고 있는 사실이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젠 그거 하나만 남았어.”
“…….”
“대륙 통일이라는 원대한 야망 같은 게 아니야. 그건 그분에게 그저 수단일 뿐 목적은 되지 못해. 마수의 숲은 수단이었고 툴칸도 수단인데, 여기서 중요한 건 이거야. 과연, 그 시기가 언제일까.”
참 흥미로운 질문이고 흥미로운 주제였다.
잭은 언제 툴칸 제국을 터트리려는 걸까.
그리고 어떻게 터트리려는 걸까.
혹시 군사를 동원할까, 이종족들을 전부 동원할까.
툴칸 제국을 ‘적’으로 규정하고 흔하디흔한 권력자들처럼 징집을 하고, 고기방패를 만들고 출격시킬까.
타노스는 안다.
잭이 보통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그가 하는 일은 보통 사람의 상식을 아득히 벗어난다.
위에 말한 것들은 보통 사람이 할 법한 일이고 잭이 할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봐야 할 건 하나밖에 없다.
잭이 누구를 노리는가.
툴칸.
그냥, 툴칸이라는 이름을 쓰는 모든 존재.
그리고.
“툴칸을 따르는 이들도 전부 죽겠지. 그걸 이렇게 말하지 않나?”
로만이 타노스의 입을 바라본다.
“피바람. 그리고 청소.”
“…….”
타노스는 굳어진 표정의 로만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아직도 마음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모양이다.
“부디 후회 없는 선택을 해라.”
그 말만 남기고, 타노스는 몸을 돌렸다.
그런 타노스를.
“잠깐.”
로만이 멈춰 세웠다.
“……아까, 전력이었나?”
잠시 말없이 로만을 바라보던 타노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전력이 아니었다……?”
타노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타노스는 검사다.
무신류는 격투술에 가까워서 최근 검을 놓긴 했지만 검사라는 그 정신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지금 타노스는 오직 주먹으로 로만을 제압했다.
여담인데 타노스는 검을 들 필요도 없을 정도라고 느끼고 있었다. 뿐일까. 더 안타까운 소리지만 타노스는 개인적으로, 정말 개인적으로 눈앞의 로만이 이스마엘 왕국에서 대련했을 때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미 경쟁자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타노스가 물었다.
“밀로스 왕국으로는 언제 갈 거지?”
잭은 로만에게 말했었다.
6개월 안에 오면 몸을 적어도 적색 마스터가 될 수준까지는 회복시켜 주겠다고.
이미 한 달이 지났다.
남은 기간은 다섯 달.
로만은 이를 악, 물었다.
대답도 하지 않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타노스는 속으로 한숨을 터트렸다.
저건 자존심이다.
내가 한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 선택을 후회해 버리면 내가 가는 길이 잘못되었다고 나 스스로가 인정하는 꼴이 아닌가 등등.
그 모든 게 느껴졌다.
그냥 알 수 있었다. 왜냐면 타노스도 철없던 시절에는 저랬으니까.
이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하지만 타노스는 그냥 한마디 해 주기로 했다.
“가끔 사람들은 선택이라는 걸 내릴 때, 그 선택의 결과를 자기가 온전히 감수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해.”
“…….”
“그러다 막상 책임의 순간이 오면 회피하거나 외면해 버리지. 혹은 다른 이에게 덤터기를 씌우거나.”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알잖아.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로만과 타노스의 눈이 마주쳤다.
“끝이 안 보이는 절벽 끝에 서 있으면서도 뒤를 돌아볼 여유는 있는 것 같은데, 뒤로 한 걸음 걸어갈 여유는 없나 보지?”
로만이 인상을 구긴다.
그런 로만을 잠시 바라보다 타노스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궁금한 게 있긴 있었다.
왜 여기로 왔냐, 툴칸 제국에서 어떻게 왔냐. 국경은 어떻게 통과했냐. 그리고 지금 아카데미가 학기를 끝마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왔냐 등등.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요람 왕성의 담을 몰래 넘던 로만을 근위 기사들이 붙잡았고, 그들이 타노스에게 데리고 왔으며 로만이 타노스에게 대련하자고 했고 대련을 했다.
그게 지금 벌어진 상황의 전말이었고 전부였으며 아마 앞으로도 전부일 거다.
타노스는 확신했다.
로만은 잭에게 가지 않을 것이라고.
그 말인즉.
잭이 말했던 여섯 달의 기한.
이미 한 달이 지난 상황에서 나머지 다섯 달이 지나면 이후에 로만은 적이라는 뜻이다.
모두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로만 스튜어트는 하인케스 베커만의 제자, 였으니까.
마나 이식술로 현재의 한계를 터트려 준 것도 베커만이었고 베커만에게 검을 배우고 있었으며 세상에서도 로만은 포스트 베커만이라 부르니까.
그렇게 로만과 타노스는 갈라섰다.
이 이후 20년간.
둘은 만나지 못한다.
chapter 2
12월 30일.
밀로스 아카데미는 굉장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학기는 진작에 조기 종료되었고, 수많은 이들이 오가며 주변을 꾸미고 좌석을 정리하고, 거대한 대회의장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상이 있나 없나를 확인했다.
대부분 무명의 조직원들이었고, 그중에는 도관 출신의 전사들도 섞여 있었다.
새삼스럽지만 하나의 국가가 건국될 때, 건국식은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시작이 반이다, 라는 말.
아베이루는 단상에 올라서서 강의대 앞에 있는 마이크를 툭툭 두드려 보며 점검을 했다.
원래는 아카데미의 총장이 발표를 하던 그 강의대 뒤쪽에는 수많은 의자들이 자리해 있었는데, 저기는 각 종족의 왕들이 앉을 자리였다.
앉을 자리였는데.
분명 그렇게 하는 게 보편적인 건데.
거슬린다.
마이크 점검을 끝낸 아베이루가 멀리 있는 필립에게 손짓했다.
직위는 비서실장, 무명의 3인자.
그가 빠르게 다가왔고 아베이루는 말했다.
“좌석배치 다시 해.”
“예?”
“각 국가의 주요 인물들, 왕을 비롯해 총장, 학부장, 귀빈들의 좌석 전부 단상 아래로 내려.”
여기서 아래라는 것은 강의대가 있는 단상 위가 아닌 말 그대로 아래를 뜻했다. 기존의 이 회의장이 사용되었던 용도를 빗대서 말하자면 일반 학생들이 자리해야 할 ‘평범한 자리’를 뜻한다.
필립의 표정이 복잡하게 변했다.
“그래도 나름 그분을 따르기로 맹세한 이들인데, 대우 정도는 해 줘야 하지 않을까요.”
“대우?”
필립의 복잡한 표정이 이번에는 굳어졌다. 오랫동안 아베이루와 함께 일하며 그에 대해 웬만한 건 다 안다고 자부하는 필립이었기에 지금, 짧게 나온 아베이루의 말에 담긴 감정을 눈치챌 수 있었으니까.
그건 분명 약간의 분노와 굉장히 큰 당황, 헛소리를 들었을 때 아베이루가 짓는 그 특유의 말투와 표정이었다.
“아직도 헷갈리냐?”
“……무슨 말씀이십니까?”
“주군과 우리가 같다고 생각해?”
필립은 말문이 막혔다.
같다고 생각하냐.
같다…….
추상적인 의미일까 아니면 구체적인 의미일까.
“그분이 우리랑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냐?”
“……그럼 아닙니까?”
“아니지. 그는 초월적인 존재니까.”
“…….”
신이라는 건 별 게 아니다.
그냥 그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힘을 가진 자. 그가 인간인지 드래곤인지 오크인지 종족 같은 것은 의미가 없었다.
초월자.
그 단어의 진정한 의미는 그거다.
신으로 향하는 길.
적어도 아베이루는 그리 생각했다.
“제도적인 기반이 이 대륙 전체에 자리해도 그분은 그 제도에서 예외가 돼. 대륙 전체가 그걸 인정하게 되는 그 시발점에 우리는 서 있어.”
“…….”
“그런데 그분이 우리랑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비슷한 존재라 생각한다? 그건 큰 오산이지.”
왜냐면 그건.
“굉장히 다른 거니까. 그리고 대우라고 했지. 왜 대우를 해 줘야 하지?”
“…….”
“주군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 주군의 일을 처리하고 주군의 앞길을 닦는 우리도 그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 당연히 일정 선은 지켜야겠지만 중요한 건 이거야. 왜.”
아베이루의 검지가 마이크를 툭, 쳤다.
“그분께서 자리하고 그분의 진짜 역사가 시작되는 자리에 왜, ‘조연’ 따위가 같은 자리에 있어야 하지?”
이 부분에서는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
셀, 샬롯, 그 외 등등.
그들도 전부 포함해서 말하는 거다.
새로운 국가가 발표되고 역사에 남겨질 그 장면은 오직 잭 혼자만 존재해야 한다. 불만을 가진다?
그럼 어쩔 수 없는 거다.
죽이는 수밖에.
아베이루가 말을 정리했다.
“위에 있는 단상은 오직 공자님만이 있을 자리, 딱 하나면 돼.”
생각 같아서는 솔직히 ‘발렌타인’도 아래로 내리고 싶은 아베이루였지만 그건 안 될 일이다.
잭의 뜻이 더 우선이 되어야 하니까.
잭은 저 단상에 혼자 있기를 원하지 않을 거다.
그러니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명심해. 우리가 따르고 모시는 분은 잭 발란티에. 오직 그분이라는 거.”
“……예.”
대답하는 필립은 생각했다.
분명 기나긴 역사 중에 충신이라고 불린 이들은 많았다.
지금 당장 머릿속에 열 개가 넘는 이름이 떠오를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중 대부분은 간신이었으며, 진짜 충신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대부분 자기들의 배를 채웠으니까.
하지만 눈앞의 아베이루.
이 남자는 달랐다.
필립은 확신했다.
이런 남자가 간신 같은 가짜 충신이 아닌 진짜 충신이라고.
그가 말했다.
“그분의 좌석을 가장 상단에 배치하고, 나머지는 전부 아래에 배치해.”
두 번이나 강조하는 아베이루의 말에 필립도 조금은 깨달은 걸까.
진지한 표정의 그가 말했다.
“예. 명대로 하겠습니다.”
* * *
오늘은 12월 30일이다. 그리고 일주일 전, 각국의 모든 왕들과 최소 후작급 이상의 귀족들에게 편지 한 장이 날아갔다.
새로운 국가가 건국될 테니 와서 지켜보라는 짧은 편지.
강제하거나 그런 건 없었다.
당연히 재물을 요구하거나 하는 그런 것도 없었다.
그냥 오라는 그 단순한 말, 그게 결론이었고 모든 것이었다.
이종족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엘더림의 왕 바르바라 귀도, 오크 로드 톤 그륜힐, 하피 로드 빌레아. 트롤 대족장 넬슨 푸코, 드워프킹 메나마-아무르.
그리고 그들을 보좌하는 여러 명의 사신들과 각국에서 중요 자리에 앉아 있는 이들까지.
나름의 대인원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