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404)
제 405화
‘내가 전생의 기억을 꿈으로 획득한다면 왜 베커만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거지?’
베커만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스칸다르는 미간을 찌푸렸다.
‘혼기를 깨닫는 순서대로 기억의 전이가 이루어진다면 나는 그렇다 쳐도 아서 군나르라는 그 초월자는?’
이스칸다르는 자신과 잭의 핏줄이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모른다.
개인적으로 정보 조직을 운용하긴 하지만 잭이 운용하는 무명에 비하면 한참이나 떨어진다.
그래서 알 턱이 없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핏줄은 의미가 없었다. 또한 이스칸다르가 ‘기억’ 하게 된 전생의 기억은 선이 그어져 있었다. 어디까지였냐면 아서 군나르.
그가 잭을 데스 나이트로 만들고 그런 잭과 싸우는 그 부분.
그리고 최종적으로 잭이 승리하는 것까지.
딱 거기까지였다.
그 이상은 볼 수가 없었다. 막혀 있었다. 마치 벽, 의도조차 하지 못할 그런 보이지 않는 벽이 쳐져 있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간단하다.
알고 있고, 제공된 정보들로 상황을 종합해 최선의 판단을 내리면 된다. 이스칸다르는 판단 내렸다. 아니 단언했다. 정말 확실하게 단언할 수 있었다. 일단 아서 군나르는 강하다는 거.
그는 신격을 갖추기 전이고 나발이고 이미 오래전부터 초월자였을 거다.
혼기를 깨닫는 순서대로 기억의 전이가 이루어진다면 가장 먼저 전생의 기억을 되찾는 것은 아서 군나르였을 텐데. 지금 그는 어디 있나.
뒤졌는지 살았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높은 확률로 죽었다고 생각할 뿐.
기억의 전이가 이루어진 이가 있다면 그는 잭이라는 그 인간이 어떤 괴물인지 알 것이고 아서 군나르가 그것에 대해 알고 있었더라면.
‘무조건 나를 찾아왔겠지.’
나와 협력을 했다면 놈을 죽일 확률이 높아지니까.
후우.
다시 돌아와서, 분명 시간이 돌려진 이유에는 어떤 규칙이 있을 것이다.
‘세상에 개연성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으니까.’
가설도 몇 가지 세웠다.
그중 가장 유력한 것도 몇 개 추려낼 수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신격의 파편.’
초월자가 쓰는 기운을 뜻했으며 혼기와 단어만 다를 뿐 근본적으로는 같은 것을 뜻했다.
잭은 혼의 기운, 혼기라 부르고 이스칸다르는 그것을 신격이라 부른다.
‘신격을 갖춘 존재가 죽는다면 그의 신격은 세상에 퍼진다. 하프 블러드들로 실험했기에 이건 의심할 여지 없는 진실이다.’
혼의 기억을 보면, 잭은 데스 나이트가 되기 전과 후를 불문하고 손에 피가 마를 날이 없이 누군가를 죽이고 다녔다.
여기서 말하는 전은 반쪽짜리 신격을 얻은 하프 블러드들을 의미했고 후는 아서 군나르라는 진짜 신에 가까운 괴물을 의미한다.
그들이 죽으면서 그들이 가진 신격이 세상에 퍼졌고 마지막으로 가장 괴물 같았던 잭, 안 그래도 괴물 같았던 그놈이 데스 나이트가 되어 더 성장을 한 상태에서 죽었다면? 엄청난 신격이 세상에 퍼졌을 거고 뒤엉켰겠지.
‘인과율이라는 것을 자세하게는 몰라도 그 정도의 신격이 세상에 퍼졌다면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문제가 시간 회귀였고, 그렇게 해서 미래의 시간이 과거의 시간인 현재의 시간으로 돌아왔으며 세상에 퍼진 신격이.
‘본 주인에게 돌아가 본 주인이 혼에 담긴 기억을 읽고 있는 것.’
이게 이스칸다르가 세운 가설이었다.
후우.
‘미치겠군.’
정말 그 말대로 미칠 것 같았다.
만약 위에 세웠던 가설이 맞는다면 시간이 되돌려진 이유는 잭, 그놈이 죽었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너무나도 큰 신격의 뒤엉킴, 그리고 그 결과가 회귀.
하지만 그렇다면 아서 군나르가 기억을 되찾지 못한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분명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가설이었지만 이상하게 꽤 그럴싸했다.
사실 이 가설대로면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모든 게 아귀가 딱딱 들어맞았으니까.
이게 맞을 확률은 적지만, 그나마 이게 세워 놓은 가설 중에 가장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미칠 것 같은 거다.
‘……그때 평원에서 싸울 때의 힘이 지금 놈의 최대치라면,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스칸다르는 진심이었다. 우선 놈이 단신으로 움직인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스칸다르가 아는 놈은 무조건 단신으로 움직일 놈이다.
확률의 문제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아니다. 이스칸다르는 확신했다.
놈이 툴칸 제국을 무너뜨리려고 움직일 때 놈은 무조건 혼자일 거다.
그런 놈이니까.
그 상황에서 놈을 죽이려면 정확히 두 가지가 필요하다.
‘놈의 언령, 그러니까 놈의 주둥이를 쳐 막을 수 있는 변수와 놈의 기력이 한계까지 끌어내려지는 상황, 이 두 가지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면 필패, 만약 저 두 가지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상황에서 모든 것을 잃을 각오로 동귀어진을 시도하면 치명상 정도는 입힐 수 있겠지만 확실하게 죽이지는 못한다.’
하지만 놈이 과연 그대로일까.
데스 나이트가 되어 아서 군나르와 싸우던 그 모습은 압도적이었다. 그야말로 신 그 자체.
데스 나이트였던 잭은 지치지 않는 괴물이었다.
인간이었을 때도 괴물이었지만 데스 나이트는, 그냥 격이 달랐다.
팔이 떨어져 나가면 순식간에 재생이 되었다.
아서 군나르의 재생의 힘도 대단했지만 잭은 그보다 더했다.
마치 마나 그 자체가 된 듯 한 모습, 그건 앞서 말 한대로 신, 정말 신이었다.
불사의 존재. 초월자가 된 지금도 감히 올려다보지도 못할 경지.
그 힘에 대적한다고?
자살 행위다.
인간이었을 때보다 더 강해진 채로 회귀를 한 거잖아.
이걸 어떻게 싸워.
분명 이 대륙에서 잭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은 이스칸다르다.
7년.
약 7년에서 8년 가까이 싸웠다.
‘놈은 내가 전생을 기억하게 되었다는 것을 모르겠지.’
이건 분명 변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어느 정도의 변수일지는 이스칸다르도 확신하지 못했다.
최근에 통신구를 전부 치우는 멍청한 행동을 해 버렸으니까.
지금부터는 눈치싸움이다.
누가 먼저 죽이느냐, 누가 먼저 숨기고 있는 칼로 뒤통수를 치느냐.
그럼 보자, 이제부터는 어떤 식으로 움직여야 할까. 뭐라도 하긴 해야 했다. 바로 떠오르는 게 있었다. 놈의 주변인.
하지만 그건 아니다. 놈의 주변인을 건드리는 것은 하책이다. 완벽한 준비가 없는 지금 그걸 실행하면 놈은 시작도 하기 전에 눈치챌 거고 금방 달려올 거다.
그 괴물과 직접 싸워 봤고 그 괴물의 탄생을 처음부터 쭉 지켜봐 온 이스칸다르였기에 잭이 어떤 놈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예를 들어 볼까.
지금 보아스 후작령에 있는 꼬마 드래곤. 저 드래곤을 만약 납치한다면 어떻게 될까.
정말 모든 것을 걸고 장담하는데, 아마 ‘어떤 조치’가 이미 취해져 있을 거다.
드래곤 네 마리와, 아니지. 드래곤 다섯 마리와 꼬마 드래곤 한 마리. 총 여섯 마리를 제압하려면 이스칸다르가 직접 나서거나, 아래에 있는 모든 마스터들을 끌어모아야 한다.
그 두 가지 경우 중 어떤 것을 택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 상황을 잭 발란티에가 예상하지 못했을까.
놈은 생각 외로 치밀하고 아주 음흉한 놈이다.
빌어처먹을 새끼인 거지.
꼬마 드래곤에게 접근하는 순간 놈이 취해 놓은 조치가 발현될 것이고 아마 그것은 높은 확률로 지금의 이스칸다르도 거부하지 못할 절대적인 어떤 것이 분명하다.
가장 확률이 높은 것을 꼽아 보자면 영혼의 힘으로 만든 강제 텔레포트 마법, 그 정도가 되겠지.
꼬마 드래곤에게 접근하는 순간 이스칸다르는 굉장히 높은 확률로 잭과 면담하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그냥 죽는 거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어 버리는 거다. 길거리의 흔하디흔한 엑스트라처럼.
이스칸다르는 그걸 원하지 않았다. 이 세상의 주인공은 나다.
잭 발란티에같은 싸이코가 아니라 내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다.
아마 지금 그놈은 음흉하게 웃고 있을 거다.
나를 가지고 놀면서, 네 목숨은 지금 내 손에 있다고 한번 발버둥 쳐 보라고.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있기에 보일 수 있는 여유. 그 어떤 변수가 생기더라도 웃음을 터트릴 수 있는 진짜 강자의 여유.
선이 그어진 거나 다름이 없었다.
약자와 강자로.
다른 이들이라면 몰라도 이스칸다르는 그걸 확실하게 느꼈다.
느꼈기에 기분이 더러웠다.
정말, 더러웠다.
미간이 절로 찌푸려진다.
“정말 돌겠군.”
대체 어찌해야 할까.
이스칸다르의 고민은 깊어만 갔다.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방법.
그 방법에는 대체 뭐가 있을까.
이미 상황이 말해 주듯 놈은 강하다.
방법이 없을까. 정말 없을까.
비상했던 이스칸다르의 머리가 끊임없이 회전했다.
그런 이스칸다르를 어느새 창문에서 눈을 뗀 베커만이 바라본다.
베커만은 생각했다.
폐하와 함께 가기로 마음먹었다.
이스칸다르를 처음 보았을 때 베커만은 압박감을 느꼈다.
그리고 압도당했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모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모시겠다고 맹세했다.
한 번은 흔들렸지만 이제는 흔들리지 않는다.
이스칸다르는.
내 유일한 주군인 폐하는 항상 그러했던 것처럼 답을 찾을 것이다.
그는 그런 사람이니까.
* * *
12월 26일.
타노스는 숨을 몰아쉬며 차오르는 숨을 가라앉혔다.
후우.
그리고 그의 앞에 쓰러져 있는 남자.
금발 머리에 상당히 잘생긴 외모의 청년.
나이는 17살, 그는 툴칸 아카데미의 검술학부 4학년이자, 최연소 고서클 마스터였으며 차세대 베커만이라 불리는 천재.
로만 스튜어트였다.
타노스는 쓰러진 채 숨을 헐떡이는 로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금 시간은 15시.
정확히 한 시간 전 로만 스튜어트가 찾아왔다. 이유는 심플하다 못해 간단했다. 그냥 대련을 하잔다.
굳이 거부하지 않았다. 무신류를 배우며 성장해 가는 스스로를 느끼긴 했지만 비교 대상이라는 게 있으면 더 좋은 법이고 로만 스튜어트 정도면 비교 대상으로 너무나도 적절했다.
아카데미 대전, 검술 부문 결승전에서 이미 타노스는 이긴 적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 로만 스튜어트다.
영원한 우상이자 주군인 잭이 검술 재능은 대단하다고, 베커만 정도에 달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잘만 성장하면 초월자가 될 재목이라고 칭찬을 했던 로만 스튜어트였고 지금 그는 쓰러져 있었다.
대련을 하고 승자가 결정 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0분.
로만이 고개를 치켜든 채 타노스에게 물었다.
“하아, 너…… 뭐냐.”
뭐가 뭐냐는, 그 눈빛의 타노스에게 로만이 말을 덧붙인다.
“방금 그 기술, 아카데미 대전 때의 네 움직임과 달랐어. 처음 보는 움직임, 대체 그동안 무슨 짓을 했길래 이토록…….”
차마 로만은 말을 잇지 못했다.
자존심, 그건 분명 자존심이었다.
자존심이 그 이상 말할 수 없게 막고 있었다.
듣고 있던 타노스는 바보가 아니었기에 로만이 어떤 말을 하려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세세하게 말할 필요도 없는 말.
그냥 자리에서 멈춘 자와 걷는 자의 차이. 그게 지금 이 상황의 모든 것이었다.
타노스는 슬쩍 주먹을 털어 냈다.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피.
그리고 떨어지는 핏물이 자리한 곳에, 완전히 개박살 난 로만의 검 파편이 떨어져 있었다.
무신류武神流, 제2장 제 1권 파권破拳.
어설프지만, 타노스는 성공했다.
주먹으로 상대의 검을 완전히 부숴 버리는 것을.
그것도 또래의, 심지어 잭이 인정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남자다.
멈춘 자와 걷는 자, 너무나도 적절했다.
로만이 물었다.
“언제, 대륙을 정벌할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