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441)
제 442화
아다만티움보다 수백 배는 단단하고 기존의 강철 따위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월하며 마나나 혼기를 담는 데 그 어떤 광석보다 완벽한. 그야말로 신의 광석.
수백 년 전에도 별다를 바가 없었다. 괜히 이 천마신검을 신검神劍이라 부르겠는가.
그런데 이 천마신검의 재료가 눈앞에 있었다. 그것도 거대한 철문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놀라는 게 당연하다.
누군가 어깨를 툭 두드린다. 고개를 돌렸다. 론이었다.
론이 이번에도 수신호로 묻는다.
‘이거, 도련님 허리에 있는 그 검의 재료 맞죠?’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론이 묻는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웃고 말았다. 뭘 어떻게 해.
난 이곳의 내부가 궁금하고, 그걸 확인하고 싶어서 온 거다. 그럼 열어야지.
일단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이 문을 부숴 버리는 것.
그런데 부숴 버리면 저 안에 있는 무언가가 망가지거나 그럴 확률이 높다. 두 번째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것.
손바닥으로 철문을 짚었다.
천마신검을 내 것으로 만들 때 나는 내 기운으로 이 검을 완전히 찍어 눌렀다. 이것도 혹시 같은 방식이 아닐까.
기운을 끌어 올렸다.
쩌어어엉-!!
주변의 기류가 터져 나간다. 땅이 울렸다. 소용돌이가 흔들린다.
기운을 더 끌어 올렸다. 하얗던 철문이 점점 검게 물든다.
약 10초가 흘렀을 때.
쿵.
안쪽에서 기묘한 마찰음이 생겼다.
그대로 손을 떼고 뒤로 물러섰다.
쿠구궁.
문이 열린다.
슬쩍 고개를 돌려 보자 론이 크게 뜬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열리네요?’
‘그러게. 이게 열리네.’
문이 완전히 열렸다. 그리고 놀랍게도. 정말 놀랍게도 열린 문 너머에는 ‘물’이 없었다.
나는 론보다 먼저 그 너머로 들어갔다.
“후우.”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론이 멍하니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뭐 해? 안 들어오고.”
이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당황하지 않는 이가 얼마나 될까.
입을 벌리고 있던 론이 빠르게 안쪽으로 들어온다. 후두둑 물이 떨어졌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온 론의 첫마디는.
“와…….”
감탄사였다.
“이게 말이 되는 겁니까?”
“안 될 것도 없지.”
자연의 신비라거나 그런 걸로 포장할 생각은 없다. 포장은 마나와 혼기가 해 줄 테니까. 기존의 상식은 마나의 앞에서 무너지고, 마나로 이룩된 기존의 상식은 혼기의 앞에서 무너진다.
물리고 물리는 관계.
기존의 상식이 비상식이 되는 세상. 그게 지금 이 세상이다.
문은 닫히지 않았다. 계속 열린 채로 있었다.
신경 쓰지 않고 론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간 우리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벽화였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인간이었다.
아니지. 이걸 인간이라고 해야 할까.
온통 검은색 피부에 이마에 두 개의 뿔이 나 있는.
그것은 흡사 드래곤의 용인화 형태와도 같았다. 하지만 달랐다.
뭐가 달랐냐면 저 존재의 등에 달린 날개뼈.
무슨 퇴화한 것처럼 붉은색의 긴 선이 그어져 있었는데 드래곤의 용인화 형태에서는 저런 흉터 같은 건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저건 다른 생명체다.
그리고 그 생명체의 앞에 네발로 땅을 짚고 있는 괴생명체가 하나 있었다.
저건 나도 안다.
이무기.
마수의 숲에서 서식하는 극소수의 이무기들이 저렇게 생겼다. 그리고 얼마 전에 엘프 로드 바르바라 귀도가 그러기를 마지막 이무기를 죽였다고 했는데.
저 이무기랑 저 검은 인간이 관계있는 걸로 보이는데, 그 이상은 잘 모르겠다.
그렇게 쭉 지나갔다.
이 공동, 그러니까 이 동굴은 꽤 길었다.
주변에 있는 벽화를 감상하며 걸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금방 도착했다.
벽화 끝에 이상한 자세로 앉아 있는 두 구의 백골이 보였다. 인상적인 건 일단 골격.
정말 골격이 굉장했다. 오큰가? 트롤인가? 아닌 것 같다.
자세히 보니 드래곤이다. 그것도 용인화 형태로 신체를 압축한 드래곤.
“자세가 굉장히 특이하네요?”
“그러게. 저 자세를 어디서 본 거 같긴 한데…….”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떠올렸다. 저거.
“가부좌跏趺坐.”
“가부좌요?”
“영광의 시대 때 일부 종족들이 저런 자세로 마나를 수련했다더라.”
조금 긴가민가했는데 자세히 보니 맞는 거 같다.
대충 그 정도에서 신경을 껐다.
시체 중 한 구가 입고 있는 붉은색의 갑주에 눈이 가긴 했지만 그냥 거기까지였다. 지금 내 눈에 들어오는 건 코앞에 보이는 거대한 벽.
두 구의 시체 위쪽의 석벽에 무언가 쓰여 있었다.
굉장히 길었다. 무슨 기록 같은데…… 그걸 같이 바라보던 론이 내게 말했다.
“제가 읽어 드릴까요?”
“론의 낭독…… 되게 오랜만인데.”
론이 웃는다.
그러고는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기록을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다.
* * *
세상의 모든 일에는 흐름이 있다.
수많은 동물들 중 이성을 가진 동물들이 있었다. 오크, 하피, 인간, 드래곤, 인어, 오우거, 트롤, 그리고 인간들과 흡사하지만 오우거보다 더 거대한 동체를 가진 타이탄.
그리고 현재 서대륙에 있는 하피들의 상위 개체였던 천사. 땅을 걷는 이무기들의 원형이었던 악마.
그들은 이성을 가진 동물들이었다. 필연적으로 문명을 이뤘고 문명을 발전시키고자 했다.
주변에 있는 다른 이들과 전쟁이 벌어졌고, 더 강해지고자 하는 이들이 나타났으며 노예가 되는 이들이 있었고 그 노예가 지배가가 되고 지배자가 노예가 되는 일들이 일어났다.
혼란스럽던 세상이었다.
그런 세상이 무려 2천 년이나 지속되었다.
모두는 지쳤다.
항상 긴장 상태였고 강해지기 위해 단련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이 세상에서 시간이 얼마나 흐르건 나, 제1대 드래곤 로드 레온하트 히젠베르거는 확언한다.
그때의 세상보다 더 처참하고, 역겹고, 균형이 어긋난 전쟁의 시대는 절대 오지 않을 것이라고.
그런 세상에서 기적처럼 한 인간 남자가 등장했다.
그의 이름은 아수라.
그는 강했다. 너무나도 강했기에 세상에 군림했다. 그 참혹한 전쟁의 시대를 끝낼 수 있는 이는 그가 유일했다.
분명 아수라는 전쟁을 끝내려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운명의 장난처럼 혹은 필연처럼 다른 곳에서도 괴물이 탄생했으니까.
길이 30cm에 달하는 두 개의 곧은 뿔. 그리고 긴 머리. 온통 검은 피부.
그의 모습은 용인화를 한 드래곤의 형체와 비슷했지만 달랐다. 그의 눈은 칠흑처럼 어두웠고 그의 기세는 세상을 저리게 할 정도로 끔찍했으니까.
악마였다.
그리고 그는 세상 유일한 악마였다.
왜냐면 세상에 나온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이 자기 ‘동족’을 전부 ‘이무기’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었으니까.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마법이자, 연성이었다.
그의 사상은 기세만큼이나 끔찍했다. 세상을 피로 물들이고 싶어 했다. 세상은 강자의 놀이터라 생각했다. 강자는 무엇이든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인간과 인간을 합치고, 인간과 오크를 합치고, 드래곤과 하피를 합치고, 그것을 끔찍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모자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상의 말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였다.
전쟁을 끝내고 평화의 시대를 만들려던 아수라는 필연적으로 라그나로크와 싸울 수밖에 없었다.
어느 쪽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대륙의 판도가 바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대륙의 모든 이들은 아수라가 이기기를 기대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두 남자는 한 달이 넘도록 싸웠다. 그 여파로 대륙의 지형이 변했다.
쉴 새 없이 해일이 몰아쳤고 쉴 새 없이 지진이 일어났다.
초월자를 넘어선 두 괴물의 싸움은 결국 라그나로크의 승리로 끝났다.
라그나로크는 뿔이 하나 잘려 나갔고 몸에 어마어마한 흉터가 새겨져 있었지만 아수라는,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다.
너무나도 참혹했다.
라그나로크가 아수라를 이겼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키메라로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을.’
경외감을 가지는 이들보다 공포를 느낀 이들이 더 많았다. 그건 진정한 의미의 공포였다.
대륙에 있던 모든 종족들은 도망을 준비했다.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으니까.
남아 있는 배를 타고, 배가 없으면 뗏목을 타고, 뗏목도 없으면 마나를 이용해 날아서 도망쳤다.
모두가 이동한 곳은 서대륙이었다.
그곳은 백지, 그 자체였다.
정확히는 인간들이 살아가던 세상이었다. 오직 인간 말고는 없었다. 그런데 왜 백지였냐면 그곳에는 ‘마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단 한 줌의 마나조차 없었다. 몸 안에 마나를 담는 것, 심지어 마나라는 게 뭔지 모르는 이들이 그곳에 살고 있었다.
마나가 너무나도 풍부했던 동대륙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는 세상이었다. 하지만 여기 말고는 답이 없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라면 놈을 죽일 수 있지 않을까.
서로가 서로의 힘에 제한이 생긴다면 물량으로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바다를 넘어오면서 약 1억에 달하던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죽었지만 그래도 할 만하지 않을까.
오산이었다.
대인원이 서대륙에 도착한 순간, 이미 하늘에는 라그나로크가 있었다.
그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서대륙을 훑었다.
팔짱을 낀 악마는 말했다.
‘마나가 존재하지 않는 땅이라…… 흥미롭군.’
그는 정말로 흥미를 느낀 듯했다. 그리고 그건 시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종의 포상이었다.
가장 먼저 라그나로크는 마나가 없는 세상에 마나를 만들었다.
정확히는 너무나도 풍부했던 동대륙의 마나를 끌어왔다. 이 행성에 존재하는 두 개의 대륙이 마나로 통일된 순간이었다.
서대륙 전체가 마나에 둘러싸였다.
악마가 말했다.
‘아수라를 죽이지 말았어야 했어.’
그는 진정한 의미의 지배자였다. 공포의 지배자. 마나의 지배자.
‘나는 하늘에 섰다. 천좌에 앉았다.’
그런 그에게 흥미를 느끼게 해 줬고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줬다. 아수라를 고작 그런 취급 하는 그에게 그 누구도 이견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는 세상의, 이 모든 땅의 정점이었으니까.
라그나로크가 양팔을 펼쳤다.
‘끌어내려 보거라. 그게 얼마건 기다려 줄 것이다. 수십 년, 수백 년, 수천 년. 천좌에서 나를 끌어내려 보거라.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모두가 무릎을 꿇었다. 그건 자연적인 게 아니었다. 의도적이었다. 강제로 꿇리게 만든 거다.
‘하지만 위기가 없으면 안 되겠지. 가망이 없다고 느낄 때, 그때 나는 이곳으로 다시 올 것이다. 내가 다시 오게 되는 순간 이곳은 검은 하늘에 뒤덮일 것이며 땅은 사라질 것이다.’
그 말만 남기고 라그나로크는 다시 동대륙으로 갔다.
벽을 부수고 종족의 격을 초월한 이들이 더러 있었다. 그들 모두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그를 보는 것만으로 전의를 상실했다. 라그나로크는 그 정도의 괴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