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440)
제 441화
chapter 5
하늘에서 치는 번개와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비와 눈, 그리고 바다에서 치는 소용돌이는 절대 배가 순항할 수 없게 만들어져 있었지만 그런 거랑은 무관했다. 내가 타고 있는 배는, 그냥 순항 중이었다.
그런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나는 론과 갑판에서 회를 뜨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전생에서는 어땠습니까?”
“스승님이랑?”
“네. 발렌타인 님이랑.”
웃고 말았다. 어땠냐면 좋았거든. 정말 좋았다.
그 웃음은 론에게 있어서 충분한 대답이었나 보다.
“기분이 되게 싱숭생숭합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앞서 말했듯 흑해는 정말 미친 바다다. 절대 만들어질 수 없는 인위적인 조작이 가해진 바다, 배가 이런 바다에 최적화되어 있고 내가 주변을 통제하고 있어서 순항 중이긴 했지만 이게 시각적인 효과가 있잖아.
싱숭생숭하다…… 그러면.
“왜? 멀미해?”
“……그런 게 아니라, 이게 일종의 그런 거 아닙니까. 연애 상담.”
“아닌데?”
“아닙니까?”
“당연히 아니지.”
론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아닌 게 아닌 거 같은데요?”
“정말 아닌데.”
회를 한 점 떠먹은 론이 우물거리며 말했다.
“제가 볼 땐 말입니다. 이미 두 분 다 서로에게 감정이 있어요. 도련님께서는 전생에서의 그분과 겪었던 일들을 현생에서의 그분에게 대입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셨잖아요. 맞죠?”
“맞지.”
100퍼센트 맞는 말이다. 내가 아는 전생에서의 스승님과 겪은 일들을 나는 가능하면 지금의 스승님에게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
그건 지금의 스승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 스승이라는 존재를 넘어 사람 대 사람으로 보았을 때도 그건 예의가 아니다. 아무리 같은 존재라고 해도 겪은 시간대가 다르잖아. 그럼 그건 같지만 다른 존재로 봐야 한다.
내가 전생에서의 스승님과 겪은 일을 현생의 스승님에게 강요하는 것은 정말 못 할 짓이다.
조금 모순되게 보일 수도 있다.
이스칸다르나 툴칸의 황자들이나, 내가 죽인 마스터들.
걔네들을 대상으로 이야기하면 정말 모순되게 보이겠지만 짐승 새끼랑 우리 스승님이랑 같을 리 없잖아.
세상이 어떻게 평등해. 그런 건 달나라에서나 가능한 거다.
나는 스승님을 존중한다. 또한 의지하기도 하고, 조금 쑥스럽지만 사랑한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이 있다는 게 확실하니까, 이건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라고 저는 보거든요.”
“그래?”
론이 고개를 끄덕이다. 그러더니 음흉하게 웃으며 내게 물었다.
“그런데 주례는 누가 섭니까?”
저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그냥 피식 웃었다.
“요란한 거 별로 안 좋아하시는 거 모르는 사람 없으니까. 아마 스몰 웨딩으로 하실 텐데, 그래도 주례 봐 주는 사람은 있어야죠. 그게 보통 자립니까?”
아무래도 우리 론은.
“내 주례를 서 주고 싶나 봐?”
당연하다는 듯 론이 말했다.
“제 소원이 그거였습니다.”
“뭔데?”
“정확히는 두 갠데 이게 엄밀히 말하면 한 개거든요.”
그러니까.
“그게 뭔데?”
“도련님이랑 아가씨 결혼식 주례 서는 거요.”
말없이 회를 한 점 집어 먹었다.
그런 나를 론은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답을 갈구하거나 그런 표정은 없었다. 그저 바라만 보았다. 흐뭇하게.
결국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때 봐서 다시 이야기 나누자.”
론이 웃었다.
다시.
여기서 중요한 건 다시라는 단어다.
“도련님 말씀대로 꼭 ‘다시’,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 피식 웃고 말았다. 이거 대화가 되게 묘하잖아.
“이상한 플래그 세우지 마. 론이랑 나는 절대 안 죽어.”
“그렇습니까?”
“어.”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
우리 론이, 뭔가 팔불출이 되어 간다는 느낌이 든다.
고작 40대 중후반인데, 뭔가 어울리면서도 안 어울리는 그런 느낌이다.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충 이쯤인 거 같은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자 론도 자리에서 일어선다.
좌표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아마 여기가 맞을 거다.
특별한 부분은 보이지 않았다.
배가 앞으로 이동한다.
그때였다. 순간 느껴지는 위화감.
그리고 그 위화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즉시 배를 멈췄다.
론이 의아한 듯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말없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배가 다시 뒤쪽으로 이동한다.
다시 위화감이 느껴진다. 뭐야 이거
다시 앞으로 갔다. 위화감이 눈 녹듯 사라진다. 뒤로 갔다. 느껴진다.
혹시나 했었다. 드래곤 로드들이 죽기 전에 간다는 그 장소는 과연 지상에 있을까 아니면 지하에, 아니지. 단어 선택이 잘못된 것 같다.
그 장소는 과연 해수면 위에 있을까 해수면 아래에 있을까.
사실 흑해의 이상 기류를 생각해 보면 애초에 이 흑해에는 위건 아래건 무언가가 존재하기 어려운 구조다.
위에서는 번개가 치고 눈이 휘날리고 비가 내리는데 여기에 어떤 구조물이 존재한다? 그거 장담하는데 며칠 내로 부서질 거다. 그렇다면 아래는 어떠한가.
소용돌이가 미친 듯이 휘몰아친다. 어찌 보면 위보다 아래가 더 심각하다. 그런데 지금 꼬라지 보니까 아래인 것 같다. 위화감이 느껴지는 그 경계선에 배를 세웠다.
눈을 감고 밑을 훑었다.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은 채 내려간 내 마나가.
무언가를 잡아낸다.
공동……이라고 해야 할까.
기이한 기운이 감도는 곳. 혼기 같은데 그 농도가 꽤 짙다. 누구의 기운이지?
“……도련님?”
론의 목소리에 기운을 거두고 눈을 떴다.
“어, 왜?”
“괜찮으십니까?”
웃고 말았다.
“별건 아니고 그냥…….”
“그냥……?”
“여기 바닥에 뭔가 있네.”
론의 표정이 묘해진다. 그 말은.
“도착했다는 거군요.”
“어.”
몇 달 전에 온갖 주접을 떠시던 드래곤 로드 두 분께서는 뒤지기 전에 이런 말씀을 남기셨다. 드래곤 로드에게는 사명이 있다고. 뭣도 모르는 너 같은 놈은 이해 못 한다는 헛소리, 쓰레기로 병나발 불어 대는 개잡소리를 하셨는데, 그게 뭔지 이제 밝혀지려 한다.
높은 확률로 대륙 기원의 역사와 관련이 되어 있는 로드의 사명.
그것도 수명이 다했을 때 간다는 그 이상한 사명은 대체 어떤 내용일까.
일단 가장 먼저 배를 그 자리에 고정시켰다.
흑해의 기류는 마나를 어지럽히는 거지 혼기를 어지럽힐 수는 없다. 그게 ‘내 상식’이고 ‘내 결론’이다.
그렇기에 나와 론이 타고 있는 노아호는 그 자리에서 못 박힌 듯 정지했다. 미동도 하지 않았다.
론에게 물었다.
“잠수할 건데, 같이 갈까?”
론이 씩 웃는다.
“이것도 기억 안 나시나 봅니다. 괜히 더 섭섭해지려고 합니다.”
“또 뭐?”
“도련님이 어릴 때 수영을 참 못하셨습니다. 그리고 ‘누구’ 덕분에 수준급의 수영 실력을 가지게 될 수 있었죠. 그게 누구 덕분인지 기억 안 나십니까?”
이번에도 웃고 말았다.
생각해 보면 내 어린 시절의 모든 기억에는 항상 론이 있었다. 나는 항상 론과 함께였다. 론은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 주었는데, 수영은 그중 하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뒤져서 하늘나라로 떠나신 클라크 발란티에보다는 론을 아버지라고 생각한다.
피가 통했는지 통하지 않았는지,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정신적인 아버지.
난, 론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 당연히 이런 말을 론에게 한 적은 없었다. 그냥 생각만 했다.
론이 부담 가지면 안 되잖아.
웃으며 론의 양어깨를 쓸어내려 주었다.
론의 몸이 검게 물든다.
“……이렇게 기운 낭비하시면 안 되실 텐데.”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는 상관없어.”
론이 수영을 잘하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흑해의 바다에서 그 수준급의 수영 실력이 얼마나 발휘될지는 미지수다. 그냥 애초에 변수 자체를 막아 버리는 게 낫지.
“그럼 같이 잠수해 볼까?”
내 말에 론이 웃으며 입을 연다.
“누가 먼저 갑…….”
뒷말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누가 먼저 갑니까. 그거겠지. 왜 뒷말을 듣지 않아도 됐냐면 내가 그대로 론을 바다로 밀어 버렸거든.
풍덩, 그리고 론에 이어 나도 바다로 뛰어들었다.
* * *
일단 해류가 거칠었다. 위에서 보이는 소용돌이는 거의 빙산의 일각이었다.
농담이 아니고 초월자가 아니면 밑으로 잠수하는 건 거의 자살 행위나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니지.
거의라는 단어도 잘못된 것 같다.
초월자가 아니면 100명 중 100명은 무조건 죽는다. 그냥 초월자도 웬만하면 죽을 거다. 초월자의 경지에 이른 이들을 나는 세 단계로 구분한다. 첫 번째 단계는 나한테 죽은 드래곤 로드들.
걔네가 1단계, 그리고 그다음 단계는 이스칸다르. 굳이 단계를 붙이자면 2단계가 되겠지. 그리고 다음.
3단계는 나와 스승님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지금 스승님보다 강하다. 3단계에서 끝물에 위치해 있다고 해야 할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이상의 경지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상식상 이게 끝처럼 느껴지거든.
여하튼 해수면 아래는 그런 세상이었다. 1단계 초월자들도 운이 따르지 않고서야 죽는 그런 세상.
나와 론은 아래로 내려갔다.
론은 신기한 듯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어떤 감정인지 알 것 같았다.
내가 봐도 신기했거든.
뭐라고 해야 하나.
되게 아름답다고 해야 할까.
해수면 아래에서 펼쳐진 소용돌이의 향연은 아이러니하게도 대자연의 위대함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소용돌이가 발생되는 지점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마치 구역이 나눠져 있듯 그 아래에 주인을 알 수 없는 영혼의 기운을 계속해서 발생시키는, 그런 상황.
일단 신경 쓰지 않았다.
계속 내려갔다. 그리고 보인다. 거대한 돌덩어리.
해수면 아래의 정중앙에 위치한 지름 500m가량의 둥근 형태의 그것은 나와 론의 눈에 제대로 박혀들었다.
위화감의 근원은 저곳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어디로 들어가야 하는가.
부술 생각도 잠깐 하긴 했다. 정말 생각만 했다.
론을 바라보자 론이 수신호를 보냈거든.
대충 해석하면 ‘도련님, 여기입니다’.
론을 따라 그곳으로 가자 입구처럼 보이는 기이한 석벽이 보였다.
왜 입구라고 했냐면 어떤 광석 같은 것으로 만들어져 있었거든.
그리고 그걸 보자마자 놀랐다.
나와 론은 자연스럽게 내 허리춤에 걸려 있는 천마신검을 바라보았다.
흑색으로 물들어 있는 그 검의 재질과 저 문의 재질이 묘하게 비슷하다.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툭, 눌러 보았다.
그냥 누른 게 아니라 혼기로 물든 손으로 누른 거다.
단단했다. 정말…… 단단했다.
‘……이것 봐라.’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나는 지금까지 이 천마신검은 다른 차원에서 온 물건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었다. 그럴 만도 한 게 이건 서대륙 그 어디에서도 나지 않는 광석이거든.
이름도 없다. 정확히는 없었다.
전생에서 드워프들한테 한번 보라고 건네준 적이 있었는데 걔네도 놀라더라. 이건 말도 안 되는 광석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