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449)
제 450화
빙궁은 생각보다 먼 곳에 있었다.
거리는 약 158km.
그쪽에는 설산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터를 짓고 지낸다고 하더라.
걸어서 갈까 했지만 당연히 그러지는 않았다.
우리는 배로 이동했다. 말은 안 했지만 이 배가 보통 배냐고. 내가 누나한테 받은 선물인데 이걸 버릴 순 없지.
빙궁의 인원은 생각보다 많았다. 약 60명.
당연하게도 그중 절반이 중급 마스터였고 나머지 절반이 초급 마스터였다.
“서쪽 대륙의 체계가…… 굉장히 특이하네요?”
“우리가 보기엔 이쪽이 더 특이해.”
서로가 웃었다.
“초급 마스터라고 불리는 그 경지가 우리 쪽에서는 초절정, 중급은 화경, 저나 태극검제나, 수라도제가 적색 마스터…… 그러니까 현경. 대충 이렇게 이해하면 되는 거죠?”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배를 몰던 론이 유설하에게 질문했다.
“그 천마라는 남자는 혹 만나 보셨습니까?”
뜬금없는 질문은 아니었다. 애초에 우리는 이 동대륙의 강자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 질문에 유설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납득한다. 아, 맞다. 이 사람들 다른 대륙에서 왔지. 그런 생각의 전환이 분명했다.
유설하가 웃으며 답했다.
“천마를 만났으면 아마 이 자리에 저는 없었을 거예요.”
이해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무슨 말이야 이게.
“15년 전에 천마 영정이 세상에 등장했다는 이야기, 들어 보셨죠?”
“대충 들었지. 뒤진 태극검제한테.”
“음. 그러면 원래 ‘삼존’이 15년 전에는 ‘사존’이었던 건요?”
“그건 처음 듣는데.”
유설하가 빙긋 웃는다.
“15년 전에 정파 고수들과 사파의 고수들이 마교를 멸하기 위해 힘을 합쳤던 적이 있었어요.”
“그래?”
“창존 유운제를 비롯한 전대 이왕과 전대 삼제가 500명의 화경 고수들을 이끌고 전쟁을 벌였죠. 그리고 어떻게 됐을까요.”
대충 이야기 흐름으로 보면.
“다 죽었겠네.”
“네. 다 죽었어요. 살아남은 두 명의 무인이 그러기를 영정 혼자서 수백의 무인을 썰었다 하더라고요. 그의 걸음은 마치 산과도 같았고 그 걸음에 무인들은 압사되어 명을 달리했다. 무인들은 맥을 못 추었으며 천마가 팔을 휘저으면 서너 명이 몸이 터졌다. 그 누구도 그의 움직임을 잡아낼 수 없었다…… 오직 창존 유운제만이 그와 오십 초식을 겨뤘고 결국 목이 날아갔다…… 천마 영정이 천하제일인이 되었던 순간이죠.”
배 난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냥 쉽게 말하면 장난이 아니라는 거잖아.
“창존 유운제는 생사경의 고수가 아니었어요. 그 이상이었죠.”
“그래?”
“그 위 단계는 ‘신화경神化境의 경지’인데 그는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어요. 생사경生死境을 뛰어넘었고 신화경神化境에서도 거의 끝에 다다랐다고.”
신화경神化境이라…….
“태극검제가 이 부분은 이야기해 주지 않은 모양인데, 오직 생사경의 경지에 오른 이들만이 ‘왕’의 칭호를 얻어요. 우리 쪽의 말로 생사경에 이르면 ‘격을 갖춘다’라고 말하죠. 그들은 내공이 아닌 다른 힘을 쓰거든요. 폐하도 아마 비슷하겠지요.”
가볍게 웃었다. 그건 긍정의 대답이었다.
“마저 말씀드리면 과거 왕의 칭호를 얻었던 생사경의 고수들이 모두 유운제에게 패했고 지금은 실종된 광존 원재도 창존에게 패배했어요. 여기서 ‘존’의 칭호를 얻은 이들은 생사경보다 훨씬 강한, 즉 앞서 말한 신화경神化境의 경지에 이른 이들이죠. 즉 그때의 천하제일은 창존 유운제였어요.”
힐끗 나를 바라본다.
“폐하처럼 오제를 쉽게 제압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전부 이긴 건 맞아요. 상대가 되질 않았죠. 그런 분이셨어요, 창존은.”
“그런 그가 오십 초 만에 죽었다? 그것도 15년 전에?”
“네. 그래서 천마가 천하제일인이 된 거예요. 뿐일까요. 천마 영정의 힘을 직접 겪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었어요. 꽤 많았죠. 그리고 그들 중 그 누구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어요. 아마 제가 천마를 만났더라면 저도 죽었겠죠. 세간에 알려진 천마의 성격은 간단해요. ‘먼저’ 건드리지만 않으면 가만히 있는, 그런 남자죠.”
고개를 끄덕였다. 앞서도 말했지만 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그런데 론은 다른 걸 느꼈나 보다.
“혹시, 창존 유운제라는 그 남자가 유설하 님의…….”
“네, 맞아요. 아버지예요.”
“아…….”
론이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인다.
무거운 침묵이 자리했다.
그리고 약 5분이 지나자 론이, 그 침묵을 깼다.
“그런데 배는 좀 어떠십니까? 이게 우리 쪽에서는 전열함이라 부르는 건데 그걸 좀 개조했습니다.”
“아…… 그런가요?”
“예, 이 배로 말할 거 같으면…….”
블라블라. 샬라샬라.
아무래도 내가 본 게 맞았나 보다. 우리 론에게 새로운 봄이 온 것 같다. 그런데 론의 모습을 유심히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 론이, 말만 번지르르했지 사실은 연애에는 조금 젬병이라는 거.
이래 놓고 나한테 시간이 필요하다느니 막 이야기하고 그런 거였어? 웃음을 터트렸다.
이 평화가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그렇게 우리는 이동했다. 설산에 위치한 빙궁으로.
* * *
염존 화천대사는 지배자였다.
10개가 넘는 땅을 지배하고 있었으며 또한, 정천맹의 맹주 역할도 겸하고 있었다.
별호를 넘어 그는 실제로는 거의 황제나 다름이 없었다. 화천대사의 땅에 속해 있는 머릿수가 최소 수백만이 넘었으니까.
그런 화천대사였기에 웬만한 일에는 당황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화천대사의 앞에는 두 장의 보고서가 있었다.
그중 한 장을 집어 들었다. 적힌 내용이 꽤나 흥미롭다.
“금지禁地에서 황제라 칭하는 자가 왔다…… 이름은 잭 밀로스, 본래는 34살에 역천을 하여 현재는 15살, 구슬리다 보면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됨…… 이용 가치가 있으니 조만간 데리고 정천맹으로 가겠음.”
이어서 다른 한 장을 집어 들었다.
“금지에서 온 서쪽의 황제가 태극검제 종운성을 죽였다…… 그의 친위대도 전부 죽였다…… 일반인은 건드리지 않았다…… 그리고…… 빙궁으로 떠났다.”
두 개의 보고서를 읽고 있으면 그 누가 되었건 당황했을 거다.
태극검제 종운성이 쓴 보고서가 처음 보고서였고 그다음으로 온 보고서는 종운성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곳이 동대륙이고 금지에는 서대륙이 있다…… 번개의 폭풍우가 치는 그 금지에 땅이 있었다…… 하하, 흥미롭군. 자네는 어찌 생각하는가.”
염존 화천대사의 앞에는 건장한 체격의 한 남자가 가부좌를 튼 채 앉아 있었다.
흑마창제 하후돈.
오제 중 한 명인 그가 말했다.
“내가 의견도 내야 하오?”
“안 해도 상관은 없지만 하는 게 좋지. 왜냐면 내가 물었으니까.”
하후돈은 굵은 인상의 남자였다. 덩치도 컸고 근육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는 순순히 대답했다. 다른 이들도 아닌 그 염존이니까.
“태극검제가 자기를 이용하려는 것을 눈치챘고, 그렇기에 죽였다. 내가 보기엔 이게 전부요. 이런 상황에서 정천맹이라면 조사단을 파견해 사실 조사를 해야겠지.”
“그리고?”
“사실 조사 이전에 꼭 태극검제를 죽여야 했는지, 태극검제를 죽이는 일이 정천맹을 건드리는 일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게 1순위라 생각되오.”
화천대사는 웃었다. 그래, 저거다.
저 부분이 지금 가장 중요하다.
서대륙의 황제? 밀로스라는 국가의 황제? 그건 2순위다. 지금 중요한 건 정파가, 그리고 정천맹이 공격당했다는 거다.
“태극검제가 생각 외로 음흉하긴 하지만 선은 지키는 남자지. 그런 남자를 가차 없이 죽였다…… 이건 그야말로 마魔 그 자체가 아닌가.”
“…….”
“이게 참 공교롭게도 자네가 이곳 정천맹에 와 있는데 이런 비보가 왔어. 자네에게 이 일을 맡겨도 되겠는가?”
“내가 무엇을 하기를 바라오?”
“우선 조사단을 꾸리고 그들을 데리고 빙궁으로 가시게.”
“가서?”
“그와 싸우던지, 그에게 죽임을 당하던지, 정천맹 전부가 들고 일어날 수 있게 명분을 만드시게.”
“……그리하겠소. 단.”
“단?”
“생령초는 지금 당장 받았으면 하는데.”
생령초. 영기가 가득한 산에서 수백 년을 묵은 영약을 말했다. 마치 살아 숨 쉬는 듯 움직인다 하여 그 이름이 생령초다.
“주면 당장 죽어 줄 수 있겠나?”
흑마창제는 말없이 염존을 바라보았다. 그건 긍정의 대답이었다. 정의가 모여 하늘을 이룬다, 그래서 정천맹이다. 그 정천맹의 맹주는 가장 정의로운 사람이 뽑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 정천맹의 맹주, 염존이자 정천맹주인 화천대사는 이런 사람이다. 그의 정의는 목적이 아니다.
철저하게 주관적이며 다른 이들의 생각은 배제한 오직 자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
“동생을 끔찍이 여기는 그 마음, 내 잘 알았네. 그런데 아직도 많이 아픈가?”
아프냐고? 당연히 아프다. 모르고 물어본 건 아닐 거다. 내공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희귀병, 그것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생령초가 필요하다.
세력을 거느리지도 않고 철저하게 중립을 지키며 혼자 움직이는 흑마창제는 화천대사의 입장에서는 걸림돌이었다.
품을 생각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기르려던 개 새끼가 호시탐탐 주인의 목을 노린다. 생령초가 아니었다면 이 남자는 정천맹에도 들어오지 않았을 거다. 그리고 이제는 필요가 없다. 쓸모가 사라졌고 거슬리기만 한다. 그럼 답은 하나다. 기회를 봐서 삶아 먹거나 쳐 죽이는 수밖에.
지금은 그저 때가 다가왔을 뿐이다.
뒤에서 목을 노리는 개 새끼는 이제 필요 없다.
고개를 들어 흑마창제와 눈을 맞췄다.
염존이 말했다.
“거래 조건을 수정하지. 자네가 그와 싸우는 순간 생령초는 그대의 손에 들어갈 것이야. 조사단을 꾸릴 필요는 없네. 천검대를 붙여 주지. 즉시 출발하시게.”
이건 초석이다.
탑을 쌓기 위한 초석. 단 하나뿐인 생령초이긴 하지만 아깝지는 않았다.
그리고 화천대사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흑마창제가 모를 리 없다.
흑마창제가 물었다.
“천마신교가 그리도 거슬리시오?”
화천대사의 입가에 짙은 웃음이 새겨진다. 그 웃음에는 노골적인 분노가 새겨져 있었다.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천마는 너무나도 오랜 시간 동안 정상에서 군림했다네.”
“…….”
“천하제일인이 이제는 바뀔 때가 됐지.”
화천대사는 마치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
곧 시작된다. 거대한 전쟁이.
천하제일인을 가르기 위한 진짜 전쟁이.
태극검제와 흑마창제는 그 전쟁의 초석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서쪽에서 왔다는 황제라는 놈도 마찬가지다.
전부, 손바닥에서 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