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461)
제 462화
론은 그대로 다가가 무인의 목을 강하게 짓밟았다.
콰직. 그렇게 두 명의 무인이 정리된다.
이게 끝은 아닐 거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론은 멀쩡한 시체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그 시체의 밑에 무언가를 적었다. 중첩했고 계속 적었다. 그리고 시체를 이용해 ‘그것’을 덮었다.
론이 주변을 둘러본다. 여기면 적당하다. 여기로 유인해야겠다.
마나를 이용해 허공을 터트렸다. 신호를 준 거다. 그리고 모습을 감췄다.
* * *
고작 1분도 지나지 않아 약 100명의 무인들이 그 자리에 도착했다.
목이 부러진 채 처참하게 죽어 있는 시체가 가장 먼저 눈에 보인다.
세상에.
“중독이구나.”
“개잡종 새끼들, 어찌 이리도 잔혹하단 말인가.”
할 말은 많았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 그나마 멀쩡한 시체 한 구가 있었다. 그에게 다가갔다.
약 20명의 무인이 그 남자의 주변을 둘러싼다. 혹시 살아 있나?
의문 가득한 표정을 한 채 한 무인이 시체에 손을 댄다. 그리고 뒤집었다. 그 순간 빛이 새어 나왔다. 눈이 멀어 버릴 듯한 빛.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연속으로 중첩된 익스플로전 마법이 한 번에 폭발했다.
* * *
20명의 무인들이 폭발에 휩싸였다. 너무 가까웠다. 심지어 내공도 끌어 올린 상황이 아니었다. 20명의 무인들 중 절반이 죽었다. 폭사한 거다.
“크윽…….”
“이……게 무슨……?”
그 자리로 다른 고수들이 달려온다.
노린 걸까.
이곳은 산속이었다. 정확히는 절벽 아래에 있는 숲.
무인들이 모인 순간 쿠궁 하며 절벽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그 거대한, 높이가 약 100미터는 돼 보일 법한 그 절벽이 무너져 내렸다. 뒤늦게라도 정신을 차린 무인들이 자리를 박찬다.
하지만 이들이 이 자리에 온 그 시간은, 론이 무언가를 준비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 즉시 또 다른 마법진이 발동했다.
반경 약 100미터 부근에 그려져 있던 두 개의 마법진.
그냥 마법진도 아니다. 흑마법 마법진이다.
8서클 흑마법 다크니스, 그리고 9서클 백마법 그래비티 리바인드.
허공으로 솟아오른 약 80명에 달하는 초절정 고수들의 감각이 순간 흐릿해진다.
그들의 눈에는 암흑밖에 보이지 않았다.
풀려고 내공을 끌어 올리려던 그때, 그들의 몸이 강제로 움직였다.
그래비티 리바인드.
중력을 역전시키는 마법인데 엄밀히 말하면 중력을 다루는 건 아니고 마나를 이용해 한정된 지역에서의 중력 방향을 바꾸는 거다.
위에서 아래가 아니라, 좌우.
그들의 몸이 이동한다. 마나에 이끌려 이동했다.
거기까지였으면 이건 서커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거다.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론이 조용히 말했다.
“[다연발, 매직 에로우.]”
엄청난 숫자의 작은 마나 덩어리가 론의 주변에 생겨난다. 즉시 그것들이 무인들을 향해 날아갔다. 엄청난 숫자였다.
다크니스에 걸려 있던 고수들은 그걸 해체하기도 전에 느껴지는 살기에 결국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시야? 필요 없다. 초절정 고수니까.
웬만한 건 감으로 다 조절이 된다.
매직 에로우가 날아오는 방향, 거기에 맞춰 각자 무기를 휘둘렀다.
하지만 그들이 착각하고 있는 게 있다. 딱 하나.
흑마법은, 절대 보통 마법이 아니라는 거.
서걱-! 서걱-!!
“끄악-!”
곳곳에서 비명이 울렸다.
초절정 고수 비향만리 당왕정은 순간 들고 있던 검을 멈췄다. 그리고 내공을 끌어 올렸다. 뭔가 이상했거든.
이질적인 내공의 조합이 깨진다. 다크니스가 깨진 거다. 그리고 보게 되었다.
죽어 있는 초절정 고수들을.
분명 80명이 넘는 숫자였지만 지금 살아 있는 것은 고작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건 너무나도 간단했다. 자기들끼리 죽인 거다.
“이 무슨…….”
“참으로 극악무도한 사술이로다…….”
이 자리에서 그 누구도 자기가 자기 손으로 동료를 죽였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저 당했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때였다. 저벅,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그곳에 있었다. 붉은 갑옷을 입은 남자.
천천히 걸어오는 그의 모습에 초절정 고수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솔직히 딱 봐도 저 붉은 갑주의 남자는 경지가 높아 봐야 절정고수, 딱 그쯤으로 보였지만 그게 끝이 아니잖아.
사술을 쓴다. 그게 보통 사술인가. 결과만 보면 지금 초절정 고수 오십 명 이상이 죽었다.
솔직히 이 정도로 기가 충돌했다면 신호가 가는 게 당연하다.
산 반대편에 있을 다른 무인들이 이곳으로 오기까지는 약 5분. 아니지. 5분도 안 걸릴 거다.
그러니 일단 기다리는 게 맞다.
경계하는 게 맞다.
그런 무인들에게 론이 말한다.
“20년 정도 됐습니다.”
“…….”
“그 기간 동안 싸우지도 않았고 마나를 수련하지도 않았죠. 솔직히 말하면 저는 누군가를 죽이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평화주의자나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한 생명을 끊어 버리는 행동 그 자체를 가능하면 안 하는 쪽을 선호한다고 해야겠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가십시오.”
“…….”
“다른 무인들을 기다리는 것 같은데, 기대 안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온다 해도 최소 10분은 걸릴 테니까요.”
론이 고개를 든다. 25명의 무인들을 바라본다.
“염존 화천대사는 강했습니다. 비록 시작은 추했지만 그 끝은 무인다웠습니다. 목을 효수한 것과 사지를 잘라 버린 것은 당연히 당했어야 하는 일입니다. 염존이 싸운 상대가 저희 폐하니까. 하지만 당신들은 아닙니다. 개죽음을 당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어떻게 포장할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이 자리에 있는 무인들과 론은 전혀 관계가 없었다. 잭과도 관계가 없었다. 정천맹을 무너뜨린 거? 무너질 만했으니까 무너진 거다.
상대를 몰라보고 깝죽거렸기에 죽은 거고 만만하게 봤기에 기어오르다 뒤진 거다. 그랬으니 이용할 생각을 했고 장기말로 삼다가 뒤진 거다.
쫓아온 것까지는 그러려니 한다. 힘의 차이를 보여 주었다. 상대의 숫자가 생각보다 많다. 전부 상대해야 하는 론의 입장에서 몇 명쯤 돌려보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럼 시도해 보는 게 맞다. 론은 말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살아날 기회를 주겠다고, 선택하라고.
“10초 드리겠습니다. 10초 안에 도망가십시오. 가면 살 수 있을 겁니다.”
이 세상 그 어느 곳에서도 약자가 강자를 배려해 주는 법은 없다. 그건 오만이고 멍청한 행동이고 자기 명을 재촉하는 최악의 수니까. 하지만 지금의 론은 달랐다.
강한 자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긴 자가 강한 거다.
사술이면 또 어떤가. 방심을 유도했고 상황을 만들었다. 그럼 그것 자체가 실력인 거다.
이곳에서, 이 동대륙에서 론은 나름의 강자였다.
이건 론의 배려였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무인들의 입장에서는 아니었다.
그들이 내공을 끌어 올린다. 그건 대답이었고 론에게는 충분했다.
그럼 어쩔 수 없다.
론이 작게 말했다.
“[애니메이티드, 데드.]”
죽었던 초절정 고수들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 * *
수라도제는 생각했다. 참으로 신묘한 사술이구나.
이곳에도 저것과 비슷한 것을 사용하는 이들이 있긴 있었다. 주로 강시를 만들거나 독을 만드는 음침한 종자들.
그들을 이곳에서는 ‘사령술사’라 부른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사령술사는 지금 없다. 왜냐면 전부 죽었으니까.
무림 공적이었기에 전부 죽는 것은 당연했다.
지금 멀쩡했던 바닥이 터지고 그곳에서 불길이 생겨나며 허공이 폭발하고 나무가 가시가 되어 쏟아져 내리는, 그 상황을 바라보며 수라도제는 사령술사를 떠올렸다.
둘이 비슷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처음 보는,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수법들이기에 떠올린 거다.
저게 서대륙이라는 곳의 기술이구나.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무인들이 고군분투하는 것을 지켜보는 수라도제는 굉장히 여유로웠다. 그런 수라도제가 못마땅했는지 풍진신개 우사가 한마디 한다.
“대체 뭘 하시는 거요?”
“나 말인가?”
“그럼 누구겠소? 대체 왜 뒤에서 구경만 하는 것이오?”
날아오는 불덩이를 작은 곤봉으로 쳐 낸 우사에게 수라도제가 말했다.
“자네가 착각하는 게 하나 있어.”
“그게 뭐요?”
“난 자네들을 따라왔을 뿐 자네들과 뜻을 함께한다고 한 적은 없었네.”
모든 무인들이 멈칫했다. 고개를 돌렸다. 이게 뭔 개소리야. 여태까지 아무 말 않고 있다가 갑자기?
“당황한 이들이 많은 것 같은데, 일단 하나는 짚고 넘어가자고. 정천맹에서 나를 치료해 주었던 것, 고맙긴 하지만 과거 내가 정천맹에 해 준 게 얼마던가. 그건 당연한 것이라네. 내가 정천맹에 속한 것은 그저 정천맹의 본부가 마궁과 가까웠기 때문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없어.”
수라도제가 팔짱을 낀다.
“그러니 나는 신경 쓰지 마시고 마저 할 일이나 하시게.”
말로는 신경 쓰지 말라고 하는데 어떻게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있을까. 우사가 물었다. 그럼.
“대체 왜 이곳으로 온 것이오?”
“글쎄. 일종의 약속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약속?”
“그냥 말 나온 김에 내 한마디 더 하지. 내 검이 그대들에게 향할 일은 없다네. 하지만 황제에게 향하지도 않아. 난 그저 방관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네.”
그게 끝이었다. 수라도제는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우사와 다른 무인들만 멍청해진 기분이다. 이가 악물린다.
또다시 앞에 있던 땅이 터졌다.
대체…… 이 말도 안 되는 사술은 뭐란 말인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마魔가 아닌가.
우사의 미간이 구겨진다.
분명 아까 신호가 왔다. 놈이 여기 있다고.
그리고 그곳에서 느껴진 기운의 충돌.
그곳에 있는 게 분명하다. 그래서 그곳으로 가는 와중이었는데 대체 이건 뭐란 말인가. 땅이, 이 산 전체가 막아 세우는 것 같았다. 언제 이렇게 준비한 거지?
이가 강하게 맞물린다.
절정고수라고 얕봤던 거? 맞다.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또한 포기도 안 한다.
우사의 눈이 이글이글 타오른다. 그건 복수를 향한 염원 때문이 아니었다.
욕망.
숨길 수 없는 욕망 때문이다.
‘정천맹의 모든 무인들에게 집결하라 했으니…… 얼추 상황이 맞는군.’
풍진신개 우사는 의인이다. 세상에 알려진 그의 이미지가 그러했다. 하지만 이미지만 그랬다.
정천맹주가 죽었다. 정천맹주를 죽인 남자는 부상을 입었고 쓰러졌다. 그를 추격해서 죽인다면.
우사가 혀로 입술을 핥는다.
‘어쩌면 정천맹주로 추대될 수도 있겠어.’
그건 분명 욕망이었다. 뒤틀린 욕망. 그 욕망에 희생되는 이들을 우사는 기억하지 않는다. 할 필요도 없다. 그게 세상이니까.
* * *
흑마법이 불길하다며 세상에서 배척받았던 이유는 하나다. 바로 죽은 자를 되살리기 때문에.
각종 저주 마법이나 잠을 못 자게 하는 마법, 그리고 감각을 혼란시키는 마법들은 사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유용했다.
그게 전부였다면 아마 흑마법은 하나의 학파로 자리 잡았을 것이며 지금도 흑마법을 배우는 이들이 있을 거다.
하지만 서대륙에서 흑마법은 거의 사라졌다.
명맥을 이어 온 곳은 있었다. 흑마법을 창시했던 발렌타인의 곁에서 발렌타인이 만들던 흑마법을 옆에서 보고 배웠던 아서 군나르. 즉 도관.
도관의 전사들은 흑마법을 배운다. 그들은 명맥을 이었다. 서대륙에서 흑마법이 제대로 된 학파로 인정받지 못한 이유인 시체를 되살리는 마법과 귀신을 만드는 마법, 그 모든 것이 전부 전승되었다. 물론 도관의 전사라고 아무나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관의 대전사’ 급들만 배울 수 있다. 그건 일종의 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