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482)
제 483화
가볍게 손짓하자 유제하가 잭에게 다가갔다.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유제하에게 있어서, 사실 신의가 무엇을 했건 관심 없었다. 막말로 하후영이 죽든 말든, 저기 있는 하후돈이 미쳐 날뛰건 말건 알 바 아니었다.
유제하의 관심은 오직 하나였다.
저 남자에게 교육을 받는다는 거.
너무나도 까마득한 위치에 있는 남자가 현경에서 생사경으로 넘어갈 수 있는 그 단초를 이제부터 알려 줄 거다.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 더 강해져야 한다.
무인이니까. 그게 유제하의 유일한 관심사였고 그거 말고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제 와서 말하는 거지만 식사를 한 지 고작 10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식사를 하면서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이제 그런 기다림도 끝이다.
유제하는 아주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
* * *
[그러고 보니 그걸 물어보지 않았구나.]한천빙제 유설하는 요리를 잘한다. 특히 빙조라는 요리를 잘하는데 그 음식은 밀로스 제국의 요리사 기네스와 론의 요리를 많이 맛보았던 잭마저 감탄했을 정도다. 지금 그 빙조를 먹으며 뜬금없는 말을 내뱉는 발렌타인에게 셀이 물었다.
-무엇을요?
사실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 종도라는 곳에서 패력무제 진우라는 남자의 둘째 아들을 죽였잖아. 일이 커질 게 확실하니까 걱정이 될 만도 하지. 그런데 틀렸다.
발렌타인은 그런 게 궁금한 게 아니었다.
[그때 그 남자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 그런 걸 묻지도 않았더구나.]셀의 표정이 묘해진다. 맥락으로 보면 여기서 말하는 그때 그 남자는 검은색과 흰색이 혼합된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거구의 남자를 말하는 거다. 발렌타인이 스스로 자기와 동급이라고 했던 그 남자.
-많이 신경 쓰이시나 봐요.
[신경이라…….]닭 다리를 뜯으며 발렌타인이 슬쩍 웃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그래, 네 말이 맞다. 신경이 쓰이는구나.]이 동대륙에는 강자가 많다. 그건 이 빙궁이라는 곳에 오면서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중에서도 그 남자는 독보적이었다.
그런데, 정말 괜한 생각일 수도 있는데 과연 그 남자가 이 세상의 정점일까?
그때였다. 조용히 있던 유설하가 입을 열었다.
“말씀하시는 그 남자가 대체 누구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음.
“제가 이래 봬도 식견이 좀 넓어요. 인상착의를 말씀해주시면 특정해볼게요.”
발렌타인은 그 남자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리고, 보았던 모습 그대로 유설하에게 말해 주었다.
[머리는 검은색과 흰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으며 꽤 장발이었다. 검을 차고 있었고 그 검에 두 개의 선이 그어져 있더구나.]적어도 이 무림에서 나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유설하에게 있어서 그 정도면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검존…….”
[검존?]“검존 혁진강. 그가 분명해요.”
오호, 작게 탄성을 내뱉는 발렌타인이었다. 그 남자가 누구인지 정말 궁금했는데 이렇게 쉽게 풀리나.
[더 자세하게 말해 보거라.]“……맨입으로요?”
유설하로서는 굉장히 용기 내서 한 말이었다.
발렌타인이 부드럽게 웃는다.
[그래, 무엇을 원하느냐.]“……피부 관리법?”
[농담하지 말고.]유설하가 작게 헛기침을 한다.
“한 번만 비무를 해 주실 수 있나요?”
[비무?]“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서쪽의 황제…… 그분께 요청드리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거든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사실이지만 유설하와 유제하는 남매 사이다. 둘은 닮았다.
유제하가 강해지기를 열망하는 것처럼 유설하도 강해지기를 열망한다.
유설하가 왜 잭을 빙궁으로 초대했겠는가. 태극검제의 일과 화천대사의 일이 엮여 있긴 했어도 애초의 목적은 비무였다.
한 수 가르침을 받으려고, 월등히 강한 그에게 가르침을 받아 이 현경 너머의 벽을 깨고 싶어서 잭을 빙궁으로 초대한 거다.
잭이 유제하에게서 열망을 읽었듯 발렌타인도 마찬가지였다.
[용케, 그 말을 지금까지 참고 있었구나.]달아오른 것 같은 유설하의 모습에 대한 발렌타인의 평가였다.
천천히 일어섰다. 발렌타인을 따라 유설하도 일어섰다.
[뒤뜰로 나오거라.]chapter 3
나와 유제하는 약 10m 거리를 사이에 둔 채 서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약속이라는 건 반드시 지키라고 있는 거다. 난 약속은 지킨다.
천천히 말했다.
“검은 다듬으면 다듬을수록 단단해진다 하더라. 사실 무인도 다를 바 없어. 싸우면 싸울수록 강해지지.”
그 말에 유제하는 곧바로 질문했다.
“전에, 당왕산에 있었을 때 내게 했던 그 말과 같은 것이오?”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나는 유제하에게 이렇게 말했다. 도망칠 생각 따위는 없다고. 한 번 도망치면 두 번 도망치게 되고 두 번 도망치면 세 번 도망친다고.
무식하고 무모해 보이겠지만 그런 방식으로 나는 이 자리까지 왔다.
유제하는 그 말을 듣고는 이렇게 답했었다. 참 좋은 마음가짐이라고.
그래, 좋은 마음가짐.
그때 상황은 굉장히 진지했다. 그런 상황에서 내 말을 녀석은 ‘고작’ 좋은 마음가짐이라고 표현했다.
그냥 동떨어져 있는 ‘조언’으로 생각한 거다. 뭐라고 타박하거나 그럴 생각은 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경험이고 내가 걸어온 길이었으니까. 하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저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면, 유제하가 저런 사고방식을 고수 하는 한 그는 절대로 초월자의 벽을 뚫지 못한다는 거.
무슨 말이냐면 유제하는 지금 고정 관념에 지배당한 상태라는 거다. 이건 그때 그 대화의 연장선이다.
유제하가 질문했다.
“그렇게 멈추지 않고 계속 싸우다 죽게 되면?”
내 답은 간단했다.
“어쩔 수 없는 거지.”
“…….”
할 말을 잃은 듯한 유제하에게 나는 가벼운 어조로 물었다.
“무책임하다고 생각하지?”
“……조금 그렇소.”
분명 무책임하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난 말이야. 어릴 때 도망만 치고 살았어.”
“…….”
“지금 모습만 보면 절대 안 그럴 거 같잖아? 그런데 실제로 그랬어. 배다른 형제한테 구박받고, 핍박받고 천대받으면서 살았거든. 물론 형도 죽였고 아버지도 죽였고 계모도 죽이긴 했지만 중요한 건 내 과거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는 거야.”
그대로 천마신검을 바닥에 푹 꽂았다.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러다 은인을, 내 일생을 함께하고 싶은 스승을 만났어. 그때 내가 가장 먼저 뭘 다짐했는지 알아?”
“모르오.”
“그 무엇에든 도망치지 않겠다. 그렇게 다짐했어.”
“…….”
“서대륙에서는 초급 마스터가 9서클 마나 유저랑 싸우면 무조건 이긴다고 해. 그런데 내가 볼 땐 아니거든.”
“…….”
“격을 초월해도 결국 하나의 생명이야. 머리를 가지고 생각을 한다고.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해. 격을 초월해도 완벽할 수는 없어. 그저 많이 하느냐 적게 하느냐, 빠른가 느린가, 횟수와 속도의 차이일 뿐이지. 이게 무슨 말이냐면.”
고개를 돌려 론을 바라보았다.
“그 어느 상황에서건 이길 확률이 희박하게나마 있다는 거야. 그게 2%인지 1%인지, 혹은 소수점인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확률이 존재한다는 거, 그게 제일 중요하지.”
그대로 팔짱을 꼈다.
“상대가 인간인 이상, 적어도 생각을 하는 존재인 이상 승률은 항상 존재해. 내 경우를 예로 들면, 난 단 한 순간도 도망치거나 포기해 본 적이 없어. 팔이 날아가면 이빨로 물어뜯었고 이빨이 없어지면 손톱으로라도, 어떤 식으로든 공격했고 이겼어. 매 순간 이 악물고 싸웠지. 지금 내 모습이랑 꽤 거리가 멀어 보이겠지만 난 항상 약자였거든. 내가 살던 세상은 그런 세상이었어.”
고개를 들어 유제하를 바라보았다.
“네 나이가 올해 49세라고 했나?”
“……그렇소.”
“무공은 8살 때부터 배웠다고 했으니까, 대충 41년 배운 거네?”
“그것도 맞소.”
“내가 역천을 했는데 나이로 치면 대충 35살이야. 마나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한 건 18살부터고, 대충 17년이네.”
“…….”
“난 17년 만에 여기까지 왔어. 그게 단순히 재능 때문일까? 글쎄. 너 정도면 알잖아. 이 바닥에서 모든 걸 재능이라고 뭉뚱그려 말하는 놈들은 패배자들이라는 거. 자, 그럼 누가 옳은 걸까?”
유제하가 나를 바라본다, 론도 나를 바라본다. 모두가 나를 바라본다.
엄밀히 말하면 현재 동대륙의 상황과 내가 과거에 살았던 하프 블러드들의 세상은 굉장히 닮아 있었다. 물론 내가 살았던 쪽이 조금 더 험하긴 했지. 왜냐면 난 세상 전체를 적으로 돌렸었으니까. 중요한 건 이 동대륙의 이 상황들이 단기간에 걸쳐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거다. 수백 년, 어쩌면 수천 년.
그 긴 시간 동안 동대륙은 이런 체계를 유지했다. 그런 체계에서 유제하는 초월자의 벽을 뚫지 못했다. 그게 과연 우연일까.
고개를 돌렸다. 잠시 유제하에게 신경 끄고 깊이 생각에 잠긴 론을 바라보았다. 빙긋, 웃음이 나온다.
“그래서 내가 여기 있는 거야. 그래서 서대륙의 황제가 동대륙에 온 거라고.”
라그나로크가 아무리 신적인 존재여도, 아무리 말 같지도 않은 힘을 지닌 존재여도 생각을 하는 존재다.
전생에서 나는 항상 그런 무대에서 살았다. 하프 블러드들은 나보다 더 강했고 나보다 더 간교했으며 나보다 더 역겨운 놈들이었다. 그런 놈들을 전부 죽이고 이 자리에 섰다.
그래서.
라그나로크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나 말고 없다. 그런 나니까 놈을 죽일 수 있다는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는 거다.
손가락으로 천마신검의 검 손잡이를 툭, 쳤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판을 마련해 주는 거 말고는 없어.”
유제하가 굉장히 진지한 표정으로 내 말을 경청한다.
“지금부터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너는 벽을 깰 수도 있고 그냥 볼 수도 있고 보지 못할 수도 있어. 무슨 말인지 알지?”
유제하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대로 손을 들었다. 내 손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기류가 나와 유제하를 덮는다.
“입 열지 말고 그냥 들어. 혼기는 마나보다 상위의 기운이다. 밀도와 농도, 그냥 비교가 불가해. 당연한 소리지만 마나보다 상위의 기운이기에 그걸 받아들이는 신체도 혼기에 적응해 있어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