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50)
제 51화
디트리히와 마법사는 한 주점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조용한 주점.
주변에 있는 탁자들에는 빈자리만 즐비했다.
아무리 대낮이라지만 텅 비어 있는 주점은 위화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지만, 그게 묘하게 마음에 드는 디트리히였다.
그가 고개를 돌린다.
바텐더 한 명과 그 앞에 앉아 있는 남자.
디트리히와 마법사는 직감했다.
저 남자가 펜타닐 길드의 마스터, 벤타몬이구나.
알아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기세나 이런 걸 파악한 게 아니다.
디트리히는 알라베스 모험가의 중개소를 통해 의뢰를 넣었고, 그들이 이곳에서 만남을 주선해 주기로 했으니, 당연히 이곳에 있는 저 남자는 펜타닐 암살단의 마스터일 수밖에 없다.
디트리히는 그의 옆자리를 향해 걸음을 옮겼고,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물었다.
“오늘 중으로 확실히 처리할 수 있는 것이냐?”
반말이고, 안하무인이었지만 디트리히에게는 이게 당연한 일이었다.
서클 유저니 뭐니 해도 고작해야 평민이 아닌가.
그런 디트리히를 벤타몬도 익히 알고 있는 듯 별다른 표정 변화를 보여 주지 않았다.
“물었지 않느냐. 오늘 안에 처리할 수 있는…….”
“펜타닐 길드는.”
잠깐 말을 멈춘 벤타몬은 잔에 들어 있는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마저 말을 이었다.
“단 한 번도 암살에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오늘 중으로 잭 발란티에의 목을 가져다드리죠.”
더없이 믿음직한 모습에 디트리히가 만족한 듯 고개를 두어 번 주억인다.
“그래, 그래야지. 무려 50만 골드를 청부금으로 지급했는데.”
구체적인 청부금 액수가 나오자, 벤타몬이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그 시선을 마주하며 디트리히가 말했다.
“네놈은 돈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야.”
벤타몬이 조용히 웃었다.
50만 골드는 절대 적은 돈이 아니다.
거의 자작가의 1년 예산, 아니 그 이상이다.
본래 디트리히는 헤르만 영지에서 돈을 아주 펑펑 써 댔었다.
아카데미가 있는 곳으로 오고 나서는 나름 자제하는 편이긴 했지만 이렇게 뚜껑이 열리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디트리히가 유통할 수 있는 최대한도의 돈은 20만.
하지만 이 20만 골드는 헤르만 후작가의 소가주로서 융통할 수 있는 돈이다.
디트리히는 따로 마약 사업으로 벌어 둔 돈이 무려 30만 골드 가까이 있었고, 결국 전 재산을 긁어모아 50만 골드를 만들었다.
무려 50만 골드를 선수금 착수금 불문하고 그냥 일괄 지급한 디트리히였기에 이렇게 9서클의 마나 유저를 불러올 수 있었던 것.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던 디트리히가 깜빡했다는 듯 손으로 탁자를 한 번 툭 쳤다.
“그리고, 놈의 목을 가져오기보다는 나는 그 목이 썰리는 걸 직접 보고 싶은데?”
“현장에 동행하기를 원하신다?”
“그렇지.”
벤타몬이 피식 웃는다.
“그렇게 하시죠. 일은 오늘 밤 시작할 겁니다. 시작하기 20분 전에 아이를 하나 보내 드릴 테니 그 아이와 함께 동행하십시오.”
만족스럽다는 웃음을 짓던 디트리히가 고개를 살짝 갸웃한다.
“그런데, 설마 바텐더와 길드 마스터. 이게 전부는 아니겠지?”
벤타몬이 고개를 젓는다.
“하나둘씩 어센블로 집합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혹여 공작가의 기사단이 출동할 경우 그들을 막을 정도의 인원이 모일 겁니다. 오늘 중으로.”
일단 수도에서 어센블까지의 거리는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
수도에 있던 벤타몬과 그의 곁을 지키던 정예 5명.
지금 어센블에 와 있는 펜타닐 길드의 암살단은 총 6명이다.
그리고 오늘이 지나기 전, 이 숫자는 최소 30에서 40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건 잭 발란티에가 머무는 저택이 바로 어센블 공작가의 집이었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던 것.
“흐…… 흐흐흐.”
디트리히는 조용히 웃었다.
이거다.
이거면 충분하다.
그 개자식은, 오늘 무조건 죽는다.
* * *
“헤엑…… 헤엑.”
허리를 굽히고 손으로 무릎을 짚은 샬롯이 숨을 헐떡인다.
온몸에 묻어 있는 먼지와 땀들로 인해 평소 귀엽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지만 그럼에도 샬롯의 표정은 밝았다.
“보스! 저 진짜 마나 유저 된 거예요?”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말 그대로 샬롯의 심장에는 현재 1개의 서클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샬롯의 재능은 예상했던 대로 매우 뛰어났다.
마나 감응도는 말할 것도 없고 심장에 마나를 담아 두는 것도 수준급이다.
마치 오래전부터 마나를 다룬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 정도.
보자, 오전 09시 50분경에 훈련을 시작했고, 지금은 20시 15분.
약 10시간 만에 1서클을 만들었고 그 1서클 마나를 몸 안에 분배한 채 연병장을 대충 30바퀴쯤 도는 데 걸린 시간은 약 15분.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그럼 오늘은 이쯤에서 끝낼까?”
샬롯이 해맑게 웃는다.
“네, 보스!”
그러고는 연병장 한쪽에 위치한 파라솔 쪽으로 걸어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마치 나랑 같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 그런 모양새다.
그러고는 피곤했는지 꾸벅꾸벅 졸더니 결국 고개를 떨어뜨린다.
그 모습에 픽 웃고 말았다.
슬쩍 고개를 들자 벌써 해는 저물었고 조금씩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맘때쯤에는 묘하게 밤이 빨랐던 것 같다.
[말해 주지 않으려는 것이냐?]스승님의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10시간 만에 서클 유저로 도약한다…… 말은 쉽지. 보통 처음 입문하는 마나 유저는 서클을 만드는 데 이틀에서 삼 일 정도 걸리기 마련. 너는, 정말 알 수 없는 녀석이구나.]만약, 누군가 지금 샬롯이 서클을 만드는 과정을 보았다면 입을 떡하고 벌렸을 것이다.
아마 마탑주인 벨라미의 경우라면 그 자리에서 샬롯에게 제발 제자가 되어 달라고 무릎 꿇고 빌었을지도 모른다.
10시간.
이건 사실 나처럼 회귀를 한 게 아닌 이상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샬롯이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아마 최소 하루 이상은 걸렸을 거다.
그 시간을 급격하게 단축시킨 것은 당연히 내 덕이기도 했다.
슬며시 내 앞에 그려져 있는 작은 마법진을 발로 흩트렸다.
이름은 없는 마법진인데,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마나 집약 마법진이라고 부르는 게 나을 듯싶다.
효능은 이름 그대로다.
허공의 마나를 이 주변으로 끌어 모아 주는 효과를 가진 마법진.
이 전체적인 과정을 짧게 설명하면 나는 내가 컨트롤할 마나로 벽을 만들었고, 마법진에 의해 몰려오는 정순한 마나들을 최대한 내 손을 타지 않게 만든 뒤 샬롯에게 밀어 주었다.
이게 말은 쉽지, 실제로 이렇게 행동하는 게 쉬웠다면 마나 이식 수술이라는 건 탄생하지도 않았을 거다.
여하튼, 지금 샬롯의 심장에는 아주 정순한 서클 한 개가 맹렬하게 회전하고 있다.
그 결과로 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긴 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배려심이 깊구나. 자기 사람에게는 아낌없이 베푸는 대신 바라는 것도 없다…… 재미있구나. 너는 정말, 재미있는 아이야.]말없이 그냥 조용히 웃었다.
스승님의 말대로 나는 굳이 샬롯에게 내가 도움을 줬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처음 서클을 만든 꼬맹이는 자리에서 방방 뛰며 내게 안기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꼬맹이한테 ‘사실 네가 서클을 만든 건 내가 계속 도와줬기 때문이야’라고, 어떻게 말하겠는가.
혼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그 자신감은 어린애뿐만이 아니라 나이 많은 이들에게도 중요한 법.
나는 의자에 누워 잠에 빠져드는 샬롯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옆으로 시선을 옮겼다.
타노스.
녀석이 보인다.
휘두르던 검은 그대로 늘어트린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녀석의 모습에서 당황, 허탈함. 그리고 그런 것들은 넘어 허무함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가볍게 혀를 차고 말았다.
걸음을 옮겨 타노스의 곁으로 다가갔다.
내가 다가갔음에도 타노스는 깊은 생각에 빠진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음.
설마 우는 건가.
슬쩍 고개를 숙이고 보자 울고 있지는 않았다.
그러다 녀석의 눈동자가 움직이더니 나를 바라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선다.
“아…… 언제 오셨습니까?”
“방금.”
“…….”
타노스가 침묵한다.
하지만 그 복잡한 모습을 보아하니, 침묵해도 무슨 심정인지는 알 것 같다.
“벽이 느껴지냐?”
“……예.”
“그래서?”
“예?”
“포기하려고?”
잠깐 망설이던 타노스가 결국 힘없이 고개를 젓는다.
그런데 왜 내가 보기에는 거의 반 이상 포기한 것처럼 보일까.
“대륙 최강의 검사가 쉬울 줄 알았어?”
“……아니요.”
“강자와 약자는 현실을 도피하느냐, 혹은 맞서느냐에 따라 갈리는 법이지. 너는 고작 10시간 만에 1서클을 이룬 꼬맹이에게 열등감을 느꼈고,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거야. 아, 저 아이가 제발 검에는 소질이 없기를…… 맞지?”
무슨 독심술이나 그런 건 아니다.
그냥 느낌이 그랬다.
타노스는 분명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결국 타노스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 사실이 타노스는 절망적이었던 걸까.
녀석이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리더니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코끼리 같은 그 손가락 사이로 물기가 묻어 나오는 걸 보니, 이놈, 덩치와 걸맞지 않게 감수성이 풍부한 놈인가 보다.
“저도 이런 제가 싫습니다.”
그러고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샬롯은 이 상황을 모른 채 자고 있었고, 내 어깨에 앉은 스승님은 무감각한 표정으로 타노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웃고 있었고.
“그러니까, 포기하려고?”
“……예?”
“대륙 최강의 검사가 되겠다는 놈이 고작 경쟁자 하나 나타났다고 포기하는 거야?”
손을 치운 타노스가 눈물을 훔쳐 내며 내게 묻는다.
“제가, 정말로 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어.”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 곧바로 대답하자 타노스가 눈을 크게 뜬다.
그런 타노스에게 나는 슬쩍 손을 내밀어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넌 대륙 최강의 검사가 될 수 있어. 당연히 그냥 되는 건 아니고. 지금처럼 물에 빠진 생쥐 꼴은 집어치우고, 평소 하던 것처럼 쭉 노력해야지.”
“아…….”
말에 진심을 담는 것.
쉽지는 않지만 어렵지도 않은 일이다.
스스로에게 당당한 이들이라면, 의도하지 않아도 말에 진심을 담게 되는데, 지금 내 경우가 그랬다.
내 진심을 느낀 타노스.
녀석의 눈에서 또다시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러고는 양손으로 양쪽 눈가를 슥슥 훔쳐 내더니 내게 물었다.
“정말 절 믿어 주시는 겁니까?”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타노스가 말을 잇는다.
“대륙 최강의 검사가 되겠다는 제 꿈을 그 누구도 진지하게 받아들여 주지 않았습니다. 전부 제게 개소리하지 말라고, 헛소리하지 말라고 했었죠.”
“그래서?”
“……고맙습니다. 절 믿어 주셔서.”
생각보다 더 귀여운 녀석이었네.
“그래. 열심히 해 봐. 포기하지 말고. 내 경험상 노력은 배신하지 않더라고.”
타노스가 힘이 생긴 듯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지금 대륙 최강의 검사는 나다.
현재 툴칸 제국의 하인케스 베커만이 대륙 최강의 검사이자 대륙 최강의 마나 유저라고 불리기는 하나, 어차피 놈은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
음…… 그리고.
아니.
솔직히 이렇게 말이 나왔으니 하는 건데, 내가 대륙 최강이니 뭐니 하는 거에 끼기에는 급이 너무 다르잖아.
어차피 인간들만의 기준인데.
나는 그냥 규격 외의 이레귤러.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논할 때는 대륙이 아니라, 세상이라는 단어를 써야 한다.
여하튼, 이 순진한 덩치 큰 꼬맹이가 묘하게 눈에 밟힌다.
녀석에게 힘이 돼 줄 말이 또 뭐가 있을까.
나름 고민을 시작하려던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