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549)
제 550화
“…….”
로만은 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이방인은 일단 두 명이었다.
남녀.
그중 여자는 나이가 10대 후반 정도로 보일 만큼 굉장히 젊었으며 그 옆에 있는 남자는, 30대 초반으로 보였다.
덩치는 남자가 더 컸다. 그냥 큰 게 아니라 거의 2배 정도는 차이가 날 정도로 거대했다.
로만은 저 두 명이 누구인지 안다.
“타노스…….”
거대한 덩치의 남자는 타노스였다. 그가 작게 웃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저 여인은, 인간이 아니었다.
이마에 나 있는 나선형의 뿔은 굉장히 독특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마스터의 경지를 진작에 뛰어넘은 로만조차도 버티기 힘들 정도의 기세였다.
그녀는 이렇게 불린다.
드래곤 로드, 셀 밀로스.
그녀가 말했다.
“죽을 준비는 끝나신 거죠?”
베커만은 보기 드문, 그런 미소를 띄웠다.
앞서도 말했지만 잭은 이렇게 말했다.
끝이라고.
그 말의 의미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건 별게 아니었다. 베커만이, ‘베커만’이라는 존재로서 성장할 수 있는 최대치를 뜻했다.
잭이 그렇게 말한 이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베커만은 경지를 높이지 못했다.
이게 한계였다.
원래 수련이라는 건 하다 보면 그 너머의 경지가 어렴풋이 보이기 마련이다. 보이지 않는다 쳐도 그 이상 넘어갈 수 있을 거란 아주 작은, 정말 티끌 같은 무언가라도 느껴진다.
그게 느껴지면 그 너머로 성장할 수 있다. 시간이 아무리 걸린다 해도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게 없었다.
전혀 없었다.
무슨 수를 쓰든, 이 이상 성장할 수가 없었다.
잭은 확실하게 본 거다.
베커만이라는 사람의 최고점.
존재로서 성장할 수 있는 최대의 극한.
그렇다면 잭은 지금까지 왜 베커만을 살려 두었을까.
그것도 간단했다.
죽일 사람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이 상황을 원했기 때문이다.
최대한 성장할 수 있는 데까지 성장시킨 뒤 목을 따는 것.
이건 셀이라는 존재에게 있어서 굉장한 의미였을 거다.
충분히 이해했다.
베커만이 물었다.
“이곳이 내가 죽을 자리인가?”
“도망가지 않고 이 자리에 계속 계셨다는 것은 스스로도 눈치채고 있었다는 뜻일 텐데, 아니신가요?”
“맞다. 나는 기다렸다.”
베커만이 천천히 검을 뽑았다.
“내 업보가 내게 들이닥치기를 나는 기다렸다.”
베커만의 몸에서 붉은빛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혈련강기血聯罡氣.
베커만이 만든, 베커만의 오리지널 기술이다.
“나를 죽일 이유가 있는 이는 이 세상에 꼬마 드래곤, 너 말고는 없을 것이다.”
꼬마 드래곤.
셀은 피식 웃고 말았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라 감회가 조금 새롭기도 했다.
셀도 검을 뽑아 들었다.
잭의 그것과 닮은 이것은 셀 스스로의 이빨과 스스로의 뼈를 갈아서 만들었다.
여담인데 이를 악물며 만들었다.
셀은 이 검에 이름을 붙였다.
의천검倚天劍.
지겨울 정도로 반복되던 악몽과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운 과거를 곱씹으며 만들었다.
이건 셀의 의지였고 이 검으로, 악몽을 끊어내겠다는 진실된 의지였다.
이 이상 입으로 하는 대화도, 속으로 내뱉은 독백도 의미 없었다.
이젠 끊어야 했다.
모든 것을.
자리를 박찼다.
* * *
청명산은 거대하다. 과장 없이 말하는 건데 동대륙에서 세 번째로 큰 산이다.
당연히 산이었으니 나무도 많았다.
지금 그 나무들이 미친 듯이 뽑혀 나가고 미친 듯이 찢겨 나가고 있었다.
셀의 의천검과 베커만의 검이 부딪친다.
콰아아앙-!!
굉음이 청명산을 울린다.
베커만의 ‘혈련강기’와 셀의 ‘흑강기’가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그건 흡사 번갯줄기처럼 보이기도 했다.
멀리서 지켜보던 로만과 타노스는 안 그래도 벌려 놨던 거리를 더 벌렸다.
거의 1킬로 이상을 벗어난 것이다.
그 정도 거리였음에도 살갗이 찌릿찌릿했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놀랐다.
셀이 이 정도였나.
초월자의 단계로 넘어선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베커만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고.
타노스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지금 저 둘은.
역사상 오직 잭과 발렌타인, 그리고 잭에게 죽임을 당했던 천마와 검존, 그리고 고대인 아수라와 라그나로크, 그들만이 올라섰던 자연경에 닿아 있다.
놀라웠다. 초급이나 중급이 아닌, 그 끝.
극에 다다른 그 경지에 타노스는 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두 사람이 서로의 목을 노리며 검을 휘두른다.
다만 노린 곳이 같았기에 두 사람의 검이 다시 한번 충돌했다.
콰아아앙-!!!
굉음이 다시 한번 터진다. 타노스는 슬쩍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이, 반으로 갈라져 있었다.
다시 한번 쾅, 이어서 쾅 콰아앙, 쾅.
굉음이 연이어 터졌다.
셀은 고개를 젖히고 옆으로 틀고, 거기다 스텝을 밟으며 몸을 옆으로 돌리면서 베커만의 모든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피하는 와중에 한 번씩 공격을 시도했다.
베커만은 무시할 수 없었다. 그 공격들 하나하나가 지나치게 매서웠으니까.
베커만이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사각, 볼에 긴 상흔이 생긴다. 허공으로 핏물이 흩어졌다. 그대로 다리에 힘을 준 뒤, 내질렀다.
그 공격만큼은, 셀도 피하지 못했다. 눈이 꿈틀한다.
그렇게 베커만의 발이 셀의 복부에 닿는다.
꽈아아앙-!!
굉음과 함께 셀은 날아갔다.
베커만은 동시에 자리를 박차려 했다. 그저, 그러지 못했을 뿐이다.
황급히 크게 몸을 옆으로 틀었다.
서걱-!!
귀가 따끔하다. 볼에 따뜻한 액체가 흐른다.
베커만은 자기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이년이.
“……제법이군.”
지금 귀가 갈렸다. 그 근원지는 뻔했다.
베커만은 슬쩍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방금 전까지 셀이 쥐고 있던 검이 땅에 깊숙이 박혀 있었다.
저걸 집어 던진 거다.
복부를 얻어맞고 멀리 날아가는 그 와중에 머리를 노리고 정확하게 집어 던지는 저 행동을, 아무나 할 수 있을 리 없다.
심지어 적중까지 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놀라웠다.
베커만이 공격을 하고 그다음 공격을 이어 나가려는 그 찰나의 순간.
그 찰나의 순간을 셀은 정확하게 노렸다.
베커만은 이어서 슬쩍 자리를 박차며 옆으로 이동했다.
박혀 있던 검이 마치 생명체처럼 그대로 뽑히며 날아간다.
베커만은 고개를 돌렸다. 눈이 살짝 커진다.
코앞에 셀이 있었다. 허공으로 날아갔던 의천검을 손에 쥔 채 그대로 내려찍었다. 베커만은 반응했다. 속도가 빨라서 놀랐을 뿐 막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검을 들어 올렸다.
콰아아앙-!!!
그 힘에 베커만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팔이 뻐근할 지경이다. 혈련강기로 온몸을 강화시킨, 자연 그 자체가 되어서 검을 휘두르는데도 뻐근하다는 건 눈앞의 셀이 ‘같은 경지’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정도쯤 되어서야 베커만은 그동안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눈앞의 셀은 누구인가.
드래곤이다.
인간이 아니라, 드래곤이다. 마나의 사랑을 받는 존재.
“하압!”
베커만이 고함을 외치며 검을 휘둘렀다.
사방으로 수水속성의 파도가 터져 나간다.
셀은 그대로 날아갔다.
하늘로 날아가던 셀은 그 자리에서 우뚝, 멈춰 섰다.
그녀의 두 눈이 가라앉는다.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정말 작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미미한 시작의 불꽃은 지상을 태우고.]”
흠칫, 베커만은 그 자리에서 멈췄다.
그의 인상이 순식간에 험악해진다.
이것도 깜빡하고 있었다.
저년의 이름은 셀이다. 성은 밀로스고.
잭 밀로스의 양녀다. 또한 잭 밀로스의 세 제자 중 한 명이기도 하고.
“[천상을 태우는 영원이 되어.]”
저건 언령이다. 잭 밀로스의 기술.
저 기술에 툴칸 제국의 병사들이 무참히 썰려 나갔다.
또한 잭 밀로스에게 도전할 때마다 그에게 계속해서 당했던 그 기술이기도 하다.
검을 고쳐 쥐었다.
혈련강기가 몰린다. 검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쩌저정, 허공이 깨져 나간다.
“[내 앞에 강림하리라.]”
셀의 의천검이 휘둘러진다. 하늘에 만들어진 불의 파도가 그대로 내려앉았다. 모든 것을 녹여 버릴, 그 정도의 파도였다.
자연 그 자체의 기운에 베커만은 대응했다.
핏빛으로 물든 검을 전력으로 휘둘렀다.
[혈련검血聯劍] [오의奧義, 혈천하일묘참血天下一渺斬]서걱-!
불로 이루어진 세상이 그대로 반으로 잘렸다. 그 너머로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셀이 보인다. 그녀를 향해 베커만은 자리를 박찼다. 베커만은 순식간에 그녀의 코앞으로 이동했다.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셀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혈련검血聯劍] [3장, 혈련무쌍血聯無雙]허공에 붉은 혈기로 이루어진 스무 개의 선이 그어진다.
순식간에 휘두른, 베커만의 검로였다.
셀의 팔과 셀의 몸에 붉은색 선이 그어진다. 그녀의 옷이 찢기고 그곳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절단은 없었다. 셀은 반응했기에.
의천검을 강하게 말아쥔 셀은 보았다.
여전히 검을 휘두르고 있는 베커만에게서 보인, 아주 작은 빈틈을.
확실히 말하는데 베커만은 지금 분노하고 있었다.
거의 세상을 집어삼킬 정도의 그런 분노.
셀은 신경 쓰지 않았다.
눈에 보인 작은 빈틈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쌔애애액-!!
허공을 뚫는다. 공기가 뒤로 밀린다. 다만 거기까지였다.
콰아앙-!!
의천검이 위로 튕겨 올랐다.
베커만이 쳐낸 것이다.
베커만은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드래곤인 년이, 왜 마법 한번 쓰지 않냐고.
왜 드래곤이, 오직 검으로만 자신을 상대하고 있냐고.
그 답을 베커만은 안다.
알기에 지금 이렇게 분노를 터트리고 있는 거다.
“건방진 년-!”
혈련강기로 이루어진 한 줄기의 섬광이 셀의 팔을 향해 날아간다.
서걱-!
결국 절단된 셀의 팔이 하늘로 솟구쳤다. 그 팔에는 의천검이 들려 있었다. 허공에 흩날리는 핏물 사이로 셀은 왼쪽 주먹을 내질렀다.
퍼걱-!
베커만의 옆얼굴에 적중했지만 그는 밀려나지 않았다. 허공을 발로 밟고,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다.
[혈련검血聯劍] [3장 혈련무쌍]이번에는 서른 개의 선이다.
셀은 뒤로 물러섰다. 허공을 밟으며 계속해서 물러섰다. 그럼에도 서걱, 서걱, 절삭음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셀의 머리카락이 잘려 나간다. 멀쩡했던 팔은 당장이라도 갈라질 것 같은 선이 그어졌으며 몸에는, 피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절단은 피해야 한다. 재생 시간이 잭의 그것처럼 빠르지 않다. 애초에 재생을 한다는 건 집중을 해야 한다는 거고 지금, 그렇게 집중해야 할 정도로 정신이 여유롭지가 않았다. 그건 베커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셀은, 그 상태에서 자리를 박찼다.
뒤쪽이 아니라, 정면이다.
베커만의 눈이 크게 떠진다. 차마 이렇게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나 보다.
셀의 머리가 베커만의 얼굴을 그대로 들이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