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563)
제 564화
당적상은 사천당가의 후손이다.
겉으로 보이는 나이는 이십 대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의 실제 나이는 거의 오십에 육박한다.
그 나이에 무려 중급 마스터다. 동대륙을 기준으로 하면 화경의 고수인 셈이다.
절대 낮은 게 아니다. 그는 분명 고수라 불릴 정도의 남자였다.
문제는.
그런 고수가 지금 눈앞의 메론이라는 신임 감찰관에게 단 한 대의 유효타도 먹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후웅-! 후웅-!
주먹과 발이 허공을 계속해서 때린다.
당적상이 바보도 아니고 허공을 노렸을 리 없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메론의 머리와 심장이 있었던 자리들이다. 혹은 메론의 주요 관절들이 있었던 자리이거나.
당적상은 버럭 외치고 말았다.
“이 쥐새끼 같은 놈! 대체 언제까지 피하기만 할 것이냐!”
그대로 당적상의 주먹이 정면으로 뻗어 나간다.
메론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후웅.
당적상의 주먹이 메론의 코앞을 스쳐 지나간다.
메론은 말했다.
일단 좀 맞자고.
그렇게 말한 것치고는 계속 피하고만 있었다. 이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메론은 굳이 말로 하지 않았다.
물끄러미 당적상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의 발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의 손이 움직일 때 그의 발은 어떤 식으로 땅을 딛고 균형을 유지하는지.
단순히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메론 두 눈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을 당적상은 모른다.
당적상이 이를 악, 물었다.
동시에 그의 발이 꽈악, 땅을 딛는다. 동시에 그의 기운이 허공으로 강하게 터져 나왔다.
그가 양손을 펼친다. 허공으로 터져 나갔던 당적상의 기운들이 하나하나의 무기가 되어 전부 내리꽂혔다.
분명하게 말하는데 그것은, 메론의 목숨을 노린 최고의 한 수였다.
수백 개의, 어쩌면 수천 개가 넘어갈 것 같은 비수가 일시에 내리꽂히는 것.
이것은 사천당가라는 가문의 비기이자 당가를 대표하는 무공이다.
그것은 세간에 이렇게 불린다.
콰아아아앙-!!
굉음이 울려 퍼지고 땅이 뒤집어진다. 먼지도 치솟아 올랐다.
간단했다.
지금 반경 수 킬로미터가 전부 초토화되었다.
당적상은 숨을 몰아쉬며 정면을 응시했다.
먼지로 뒤덮였지만 메론이 보인다.
그는 자신의 오른손을 펼쳐 든 뒤 물끄러미, 그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머지않아 당적상이 손을 휘저었다. 먼지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제서야 당적상은 볼 수 있었다.
메론이 왜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지.
메론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 있던 게 맞았다. 왜 바라보았을까. 그곳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싸우기 시작한 이후,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던 메론이 처음으로 웃었다.
그는, 정말 기분이 좋다는 듯 웃었다.
“만천화우, 책으로만 봐서 몰랐는데 이게 이런 느낌이었군요.”
“……어찌, 멀쩡한 것이냐.”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방금 당적상은 단순히 만천화우를 펼친 것이 아니다.
만천화우를 펼친 뒤 ‘중심’이 되는 강기들은 한곳으로 모아 메론을 향해 쏘아 보냈다.
간단했다.
주변을 초토화시킨 것은 ‘일부’의 힘이고 메론의 목을 노린 것은 ‘나머지 대부분’의 힘이다.
거의 전력이라고 봐도 좋았다.
그런데.
그런 전력을 막고도 손에 고작 피 한 방울 흘린다.
메론이 손을 휘저었다. 허공에 핏물 한 방울이 떨어진다.
방금 당적상은 물었다. 어찌 멀쩡한 거냐고.
별거 없다.
“궁금해서 한번 ‘맨손’으로 막아 봤습니다. 만천화우, 확실히 괜찮은 것 같습니다. 잘 만들었어요.”
당적상의 미간이 와락 구겨졌다.
지금, 눈앞의 저 새끼는 감히 당가의 무공을 ‘평가’하고 있었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가.
감히 당가의 무공을.
“네놈이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무공이다. 역사가 깃든 무공이란 뜻이다. 감히 그런 무공을 네놈이 평가하는 것이냐.”
“그러면 안 됩니까?”
“……뭐라?”
“과거에 생긴 무공이든, 한때 정말 대단했던 무공이든, 평가하면 안 됩니까?”
당적상은 잠시 움찔했다.
메론이 말을 잇는다.
“시대는 변합니다. 모든 것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변합니다. 후세의 사람은 그것을 평가합니다. 또한 그것을 평가함에 있어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저.”
“그저?”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지, 그에 대한 자격을 갖추는 게 중요하겠지요.”
맞는 말이다.
과거의 일을 평가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격이다.
그리고 메론은, 그 자격이 충분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메론이 그대로 손을 펼쳐 들었다.
그의 몸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허공을 수놓는다.
그것들은 방금 전 당적상의 그것처럼 하나하나 작은 비수가 되었다.
당적상의 눈이 크게 떠진다.
만천화우다.
그것도 더 수준이 높은.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털썩.
정확히는 그 자리에 주저앉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만천화우, 좋은 걸 배웠습니다.”
“배웠다……고?”
“예.”
메론이 손을 휘저었다. 허공에 떠 있던 비수들이 바닥에 내리꽂힌다.
머지않아.
콰아아아아앙-!!!
한 번 초토화되었던 땅들이 더, 초토화되었다.
반경 수 킬로 이상이 전부 터져 버린 것이다.
메론과 당적상 두 사람이 있던 자리를 제외하고 다른 곳이 전부 사라졌다.
마치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진 것 같은, 그런 흔적이다.
메론은 길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제 볼 건 다 봤다. 그럼, 하나만 남는다.
메론의 다리가 휘둘러졌다.
뻐어어어억-!!
주저앉아 있던 당적상의 얼굴에서 피가 튀긴다. 허공으로 날아가는 것은 당적상의 이빨이었다. 왼쪽 아래 어금니와 위쪽 어금니. 그리고 그 주변의 이빨.
정확히 다섯 개였다.
바닥에 쓰러진 당적상은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 하지만 하지 못했다.
그의 두 눈에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메론의 뒷발이, 그대로 내려찍혔다.
콰아아아앙-!!!
그대로 당적상은 기절했다.
* * *
박무기는 귀한 손님을 마주하고 있었다.
큰 덩치에 장포를 입고 있는 그는 적어도 동대륙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외모는, 동대륙 사람의 그것이 아니었다.
박무기가 말했다.
“신임 감찰관, 메론이라는 놈에 대해서 조사해 보셨소?”
건너편의 남자가 답했다.
“해 봤지.”
그 말에 박무기는 인상을 구긴다거나, 기분이 나쁘다거나 하는 그런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박무기는 이곳 천하성 사천의 당주다.
박무기에게 감히 말을 놓는 이들은 적어도 사천에는 없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사천에 건물이 있지만 소속은 천하성 소속이 아닌 사람.
눈앞의 남자가 그런 사람이었다.
레이먼드 베크.
밀로스 제국 천하성 감찰청의 청장인 그는 사천뿐만이 아니라 천하성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에게 말을 놓을 수 있는 남자다.
그의 개인 무력이 초월자에 버금간다거나 하는 그런 것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소속.
그게 베크에게 있어서 가장 큰 무기다.
물론 박무기와는 다르게 베크에게 말을 놓는 이들도 있고 베크가 말을 높이는 이들도 있다.
동대륙의 특성이 그렇다.
강자존.
힘이 강하면 모든 걸 갖는다. 제국 소속이든 제국에서 파견을 나온 이들이건 간에 힘이 없으면 무시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박무기가 말했다.
“대체 놈에게 ‘명령’을 내렸다는 그자가 누구요?”
베크는 깔끔하게 답했다.
“모른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소?”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지. 어찌 안다고 하겠나.”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지 새끼야.
그 말이 목 끝까지 올라온 박무기였지만 하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의 나름 좋은 관계를 깨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이어지는 베크의 말에 빙긋 웃고 말았다.
“그런데, 놈의 말이 허세일 확률은 높아.”
“근거가 있는 거요? 방금은 모른다고 하더니.”
“나름 윗선에 물어도 봤고 동기들한테도 물어봤는데 동대륙의 ‘움직임’에 대해 조사를 나선 이들은 없다고 하더군.”
박무기는 어이가 없었다.
“그럼 그게 허세라는 증거 아니오?”
“이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
“무엇이 말이오?”
“아니라면 아닌 거긴 한데, 상황을 봐. 이상하잖아. 놈이 뒷배가 없으면 그렇게까지 막 나갈까?”
“정말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그럴 일은 없을 거요.”
메론은 아카데미 수석이다.
아무리 미친 짓을 하고 있긴 해도 정말로 미쳤을 리 없다.
개나 소나 수석을 할 리는 없으니까.
머리가 제대로 박혀있고 이치에 밝다.
아카데미에서 수석을 하려면 그게 ‘기본’이다.
메론이 저렇게 나가는 이유는 믿고 있는 게 따로 있으니까.
분명 굳게 믿고 있을 만한 게 있으니까 저렇게 막 나가는 거다.
“도관처럼 정말 높은 쪽에는 물어보지 못했어. 놈의 말이 사실이라면 놈은, 지금 도관과 연결이 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도관이라면, 조만간 다 줄초상 치르는 거 아니오?”
베크는 답하지 않았다.
맞는 말이니까.
도관이 괜히 도관인가.
서대륙의 전부를 도청하고 감시하는 게 그들의 역할이다.
동대륙은 황제의 명령이 있어서 모든 도관의 인물들이 철수하긴 했으나 그들은 언제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만 하면 동대륙으로 쳐들어올 인물들이다.
“일단 지켜볼 생각이다. 놈이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는지 지켜보다 보면 알게 되겠지.”
거기까지 들은 박무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빙궁에, 한번 연락을 해보는 게 어떻소?”
“빙궁에?”
“그렇소. 빙궁주 유설하, 그의 남편이 밀로스 제국 도관의 관주 출신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소.”
“그래서?”
“그를 만나서 한번 좋게 이야기해 보는 게…….”
“청탁을 넣으라는 말인가?”
“청탁은 말이 조금 그렇고, 친분을 다지자 이 말이오.”
베크는 한숨을 터트렸다. 이건 그 자체로 거절의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베크 같은 인물이 어찌 ‘감히’, 도관의 관주 출신인 남자에게 청탁을 넣는단 말인가. 애초에 청탁이 아니더라도 뇌물 수수는 해도 될 인물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인물이 있다. ‘그’는 이 두 가지 경우에 속하지 않았다.
그는 그냥, 뇌물 수수고 나발이고 그냥 친해지고자 선물을 하는 등, 이딴 것을 애초에 시도조차 해서는 안 되는 남자다.
물론 빙궁주 유설하의 남편인 그는 도관의 관주 출신이긴 하지만 그 관주의 자리에 오래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잠시나마 관주를 맡았다는 게 중요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거다. 청탁을 넣는 순간 도관에서 조사단이 올 것이 확실했다.
그리고 그 조사단은 살면서 보면 안 되는 ‘대전사’들로 꾸려진 조사단일 확률이 높다. 그럼 그날로 줄초상 치르는 거다.
그때였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큰일…… 큰일 났습니다.”
박무기와 베크는 독대를 하고 있었다. 비록 술집이긴 하나 단둘만 있었고 단둘이서 비밀스러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게 독대가 아니라면 뭐가 독대란 말인가.
그 시간을 방해받았지만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큰일이라는 게 정말 큰일이라면.
“당적상이…… 메론 감찰관을 공격했습니다.”
동시에 두 남자의 미간이 와락 구겨졌다.
모두가 알다시피 동대륙에는 밀로스 제국의 감찰청이 단 한 개만 존재한다.
그 한 개의 지역에서는 지역과의 화합을 위해 일반 직원은 동대륙 인물들로 채우라고 권고했는데 그 자리에 아무나 넣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무려 화경에 달하는 무인을 넣었다.
그 무인이 지금 신임 감찰관을 공격했다고 한다.
욕이 절로 나왔다.
베크는 골이 아파 왔다. 당적상이 공격을 했다면 아카데미를 갓 졸업한 메론이라는 애송이는 뒤지게 쳐 맞았을 것이다.
반죽음 상태가 되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죽었을 수도 있다.
오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메론과 당적상이 어떤 말싸움을 했는지 전부 알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고 박무기의 생각도 베크의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전부 전해 들었다. 눈앞의 베크에게서.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메론이 당적상에게 뒤지게 얻어맞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분명히 말하는데 지금 이 두 남자는 메론에 대해서 모른다.
모르고 있었기에 이어지는 남자의 말에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당적상이 지금 반폐인이 되었습니다.”
“……뭐?”
“사지가 박살 나고 치아가 무려 열 개가 날아갔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급히 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메론이 동대륙에 온 지 고작 이틀째다.
이틀 만에, 천하성 감찰청은 제대로 뒤집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