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595)
제 596화
천마신교.
그들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일단 강했고, 그들이 지닌 상징성 때문이다.
천마신교는 곤륜산의 정상이었으며 하늘이었다.
과거 곤륜산에는 혈마교, 백마교, 천화교, 배화교, 천마신교, 이렇게 다섯 개의 교가 있었는데, 각 단체의 수장들 중 가장 강한 자가 다섯 개의 교를 대표한다.
이런 식이다.
혈마교의 혈마가 만약 다섯 개의 교 중에서 가장 강하다면 혈마가 곤륜산의 정상이 되고 나머지 네 개의 교가 혈마교의 휘하 세력이 되는 식이다.
천마신교는 수백 년의 역사 동안 단 한 번도 그 자리를 다른 교에게 넘겨준 적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천마신교는 무림에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입지를 다지게 되었고 신교의 수장인 천마는, 자연스럽게 무림의 지존이 되었다.
이름만 지존이었던 게 아니라, 천마의 힘도 상상을 초월했다.
괜히 천외천이 천마신교를 건드리지 않았던 게 아니다.
그런 천마신교에는 대대로 천마에게만 내려오는 비급이 있는데, 그게 천마신공이다.
그 천마신공이 지금 내 손에 들어왔다.
입가에 자연스러운 미소가 그려진다.
그런 내게, 양불휘가 다가왔다.
“……진짜 천마신공이네. 야, 너 설마 그거 배울 거냐?”
나는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예. 배울 겁니다.”
“……너 미친 거 아니지?”
“왜요? 배우면 안 되는 겁니까?”
양불휘는 진심으로 당황한 듯했다.
“아니, 야 그거 천마신공이라니까? 너도 걔 아들이니까 알 거 아니야. 걔랑 싸운 애가 천마야. 천마 영정, 그 새끼가 쓰던 무공인데 그걸 배운다고?”
간단했다.
“그건 영정이 저희 아버지의 적이었을 뿐입니다. 영정이 검을 썼다고 해서 검을 사용하지 말라거나 하는 법, 있습니까?”
“……없지. 없는데 그건 너무 비약 아니냐?”
“비약 아닙니다. 같은 겁니다. 도구한테 어찌 죄를 물을 수 있겠습니까.”
“…….”
“사용하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다를 뿐, 도구는 그 자체로 그냥 도구일 뿐입니다.”
나는 확고했다.
천마신공을, 나는 배울 생각이다.
양불휘가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너, 약간 네 아빠랑 같으면서도 다른 거 같다.”
“제가요?”
“어, 네가.”
“글쎄요. 별로 다를 건 없을 텐데요.”
“그건 네 생각이고, 그보다 이건 확실히 해야지. 천마신공을 배운다는 건 네가 차세대 천마가 된다는 뜻인데 그런 천마를, 지금 동대륙이 받아들일까?”
실소가 터져 나온다.
“그걸 제가 왜 신경 써야 합니까?”
“……응?”
“받아들이건 받아들이지 않건,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양불휘는 웃고 있던 표정 그대로 굳어졌다.
“저는 남 눈치 같은 거 안 봅니다. 천마로 받아들이건 받아들이지 않건 관심 없습니다. 설령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도.”
“않는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힘으로 눌러 버리면 되니까.”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던 양불휘가 내게 말했다.
“……곤륜산으로 가라.”
“곤륜산이요?”
양불휘는, 정말 세상이 꺼질 듯한 한숨을 깊게 터트리고는 말을 이었다.
“솔직히, 한 번 요단강 건너갔던 천월 그 새끼가 생각보다 더 강했다는 건 내 예상 밖이었거든. 그런데 그 싸움이 거의 십 년 가까이 진행됐었는데 네 아빠는 여기 동대륙에 코빼기도 비치지 않은 게 난 정말 이해가 안 가. 아무리 자기 말을 지키려고 했다 해도, 천마신교 부교주인 저 새끼는 좀 아니잖아. 그리고…… 아니다, 이건 됐다.”
나는 알 수 있었다.
말을 멈춘 양불휘가 마저 하려던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
솔직히 양불휘라는 남자에 대해서 그렇게 자세하게 아는 것은 아니다. 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유모차를 끌어 줬다는 사실을 처음 들어본 것과 같다.
하지만 그가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아버지와 어떤 관계였는지는 안다.
친구.
그래, 친구 이 단어가 가장 적당할 것 같다.
아무리 동대륙의 일에 선을 그은 아버지여도 천마신교의 잔당과 관련되어 있는 일인데, 이런 일에 얼굴 한 번 비추지 않은 점은, 양불휘 입장에서 매우 섭섭할 만했다.
아니지.
섭섭한 것을 넘어서 배신감을 느꼈다고 봐도 좋았다.
즉, 양불휘가 마지막으로 하려던 말은 ‘네 아비한테 배신감을 느꼈다.’, 이거일 것이다.
화제를 돌리고 싶었다. 양불휘에게 물었다.
“곤륜산으로 가면 뭐가 있습니까?”
묘한 표정의 양불휘가, 내게 말했다.
“네가 하려는 일에 매우 도움이 되는, 무언가가 있겠지.”
미간이 찌푸려진다.
말이 뭔가 이상하다.
“그게 뭡니까?”
“글쎄, 여하튼 나중에 시간 되면 가 봐. 그리고 고마웠다.”
양불휘가 몸을 돌렸다. 사라지는 그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실 겁니까?”
“몰라, 인마. 어디든 가겠지.”
터벅터벅 걸으며, 양불휘는 사라졌다.
고개를 돌렸다.
영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바라보세요?”
확실히 해야 할 게 있었다.
전에 기루에서 보았을 때, 분명 영월은 내게 이렇게 말했었다.
“회천교 내에서 서열이 세 번째라고 했었나?”
“네.”
“회천교의 정확한 직위 체계를 알고 싶은데.”
영월은 기다렸다는 듯 막힘없이 이야기했다.
내용은 간단했다.
우선 가장 위에 교주가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 부교주가 있으며 그 아래로는 총 세 명의 ‘장로’가 있는데, 영월은 이 장로들 중 하나였다.
나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파벌이 있나?”
“……네, 있어요.”
“명단을 적으라고 하면 적을 수 있겠나?”
영월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내 말에 그녀는 질문으로 답했다.
“……저를 믿으시나요?”
“믿는 걸로 보이나?”
영월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나는 손에 들린 천마신공 비급을 그대로 들어 올렸다.
“이걸 내게 줬으니, 그 상을 주는 거다.”
“……상이요?”
“지금의 회천교를 만드는 데 너는 꽤 많은 노력을 했겠지. 내 말이 틀린가?”
영월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알기로, 회천교의 전력은 천하성과는 비교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빙궁 정도의 세력은 되겠지. 이것도 맞나?”
고개를 끄덕이며 영월이 물었다.
“회천교의 세력은 기밀입니다. 아마 천하성 내부에도 그렇게 큰 정보가 들어가지 않았을 거고요.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아마 도관도 확실하게 파악은 못 할 겁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빙궁 정도로 파악한 건지 여쭤 봐도 될까요?”
간단했다.
“빙궁 정도의 세력이면 그게 가능할 테니까.”
“……찍었다는 거네요.”
“맞췄으면 된 거지.”
“…….”
할 말을 잃은 듯한 표정의 영월에게, 나는 질문했다.
“묻지. 너는 왜 회천교에 몸을 담았지?”
“……네?”
“이걸 말 안 했군.”
영월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세상에서 세 번째로 싫어하는 게 뭔지 아나?”
“……잘 모르겠어요.”
“같은 말을 두 번 하는 거다.”
“…….”
“처음이니까 넘어가 주지. 다시 묻는다. 너는 회천교에 왜 들어온 거지?”
영월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회천교라는 세력의 장로라는 건, 그리고 전반적인 모든 일들을 알아서 도맡아서 처리했다는 건 충분한 능력이 있다는 뜻이니까.
문제는 왜.
왜 영월은 회천교에 들어왔는가. 그녀의 목적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물은 거다.
내 질문에 영월은 눈을 감고 깊은 고민에 잠겼다.
그리고 그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생각이 정리된 영월이 내 질문에 답했다.
“혈마님이 왜 감찰관님께 곤륜산으로 가라고 한 건지 아시나요?”
“모른다.”
“그곳에, 과거 신교에 몸을 담았던 교인들이 있어요.”
조용히 영월의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동대륙에서 신교의 후인이라면 사람들은 치를 떨죠. 눈에 보이면 죽이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그들의 머릿속에 박혀 있죠. 과거, 동대륙을 전부 혼란에 휩싸이게 한 게 천마신교니까, 과거에 저지른 죄니까, 이제 너희가 그 죄를 갚아라, 그런 거죠.”
“그래서?”
“그 세상을 바꾸고 싶었어요. 그들을 보호해 주고 싶었고요.”
“왜지?”
“제가, 곤륜산 출신이니까요.”
틀린 말은 아니다.
과거 천마신교와 천외천은 아버지의 적이었다. 그곳에 몸담은 이들이 꽤 오랫동안 적으로 몰렸다는 기록까지는 본 적이 있다.
지금까지도 그게 지속되고 있었구나.
영월이 말을 잇는다.
“그 모든 인식을 제가 바꿀 수는 없잖아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래서 회천교에 들어온 거예요.”
“여기서 번 돈으로 그들을 지원했나?”
“……정확히는 제 사비로 지원했어요.”
“저기 뒈져 있는 저놈은 그런 일에 관심이 없었고?”
“네.”
“그럼 그동안 번 돈으로 저놈은 대체 무엇을 했던 거지?”
“영약을 구입했어요.”
“영약?”
“혈마 양불휘는 강해요. 그런 남자를 회천교의 교주가 어찌 상대했겠어요. 안 그래도 정상이 아닌 몸인데, 회천교의 교주는 오래전부터 영약을 사 왔어요. 회천교 내부의 곳간을 전부 거덜 내서라도 영약을 사 왔죠. 온갖 영약을 먹고 저 정도로 성장한 거예요. 그리고 최근에 벌어들인 돈들도 전부 영약을 사들이는 데 쓰라고 명령을 내려 둔 상황이었고요.”
쉽게 말하면 영약 중독이라고 봐도 좋았다. 이런 약쟁이 새끼.
대충 이해했다. 일단 눈앞의 영월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았다. 모든 게 진실이다. 흥미로웠다.
수하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그녀에게 말했다.
“문득 든 생각인데, 회천교라는 이름은 좀 별로라는 생각 안 드나?”
“……네?”
“넌 몰라도 나는 별로야. 그러니 이름부터 바꾸지.”
“생각해 두신 거라도 있을까요?”
당연히 있다.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천마신교天魔神敎.”
영월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든다.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스스로의 귀를 의심하는 듯, 그녀가 되묻는다.
“천마……신교요?”
“그래, 천마신교. 너는 장로직을 유지하게 될 거고 내 측근이 될 거다. 뒤에서 내 일을 도와라. 할 수 있겠나?”
영월이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네. 하겠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네가 할 일을 알려 주지.”
“경청하겠습니다.”
“내 앞길 안 막고 내 뒤를 잘 따라올 놈들과 그 반대되는 놈들의 명단을 작성해라.”
“……숙청, 하실 건가요?”
“당연한 거 아닌가? 질 나쁜 놈들과 내 앞길 막을 놈들을 내가 왜 안고 가야 하지?”
그리고.
“회천교는 오늘 무너졌다. 겉으로는 그렇게 되어야 한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영월은 눈치가 빨랐다.
“감찰관으로서 숙청 명단에 적힌 이들을 전부 잡을 생각이시군요.”
온전히 나만의 조직으로 만들 생각이다.
동대륙에서, 나 모르게 벌어지는 일은 없게 만들 것이다.
이건 그 시작이다.
그리고.
“곤륜산의 후인들을 지원하는 일은 멈추지 마라. 돈이 필요하면 말해. 더 지원해 주지.”
영월의 표정이 환해진다.
“감…… 감사합니다.”
나는 아버지를 닮아 마음이 흑해보다 넓다.
영월에게 통보했다.
“하루 주지. 그들의 이름과 그들의 현재 위치를 전부 작성해서 가져와.”
무릎을 꿇고 있던 영월이 그대로 몸을 숙였다.
그녀의 두 팔이 땅에 닿는다. 그녀의 머리도 닿았다.
오체투지五體投地의 자세로, 그녀가 외쳤다.
“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