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596)
제 597화
천하성의 순찰사들은 멍한 표정으로 손에 들린 종이를 바라보았다.
보면 볼수록 당황스러웠다.
순찰사 용성운이 물었다.
“이게…… 대체 뭡니까?”
메론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잡아 와야 할 범죄자들 리스트입니다.”
“……한둘이 아닌데요?”
“정확히 188명입니다.”
용성운을 비롯해 모든 순찰사들이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메론을 바라보았다. 그런 시선에도 메론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당당했다.
메론이 물었다.
“뭐 문제 있습니까?”
“…….”
메론의 질문에 모두가 답하지 않았지만, 누가 보아도 문제가 많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메론의 명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메론이 뒤쪽으로 손짓했다.
그러자 그곳에서 매우 단아한 모습의 여인이 천천히 걸어왔다.
그녀의 모습을 본 이들 모두가 크게 놀랐다.
단순히 아름다워서 놀란 게 아니다. 무림에 미인들은 많다. 워낙 인구수가 압도적이라 미인이 없는 게 더 이상하다.
순찰사 정도 되는 이들이면, 그런 미인들을 서너 명 정도는 볼 기회가 생긴다.
천하성에 방문한 손님들을 경호할 때, 그 역할을 순찰사들이 맡기에 그건 당연한 거다.
그런데, 저 정도의 미인은 이야기가 다르다.
동대륙에 저런 미모의 미인이 존재했던가.
이름조차 모른다. 대체 어디에 있다가 저렇게 튀어나온 걸까.
경지도 꽤 높은 것 같다.
거의 초급 마스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동대륙으로 따지면 초절정의 고수를 뜻했다.
초절정의 무인으로서 저 정도의 외모를 지니고 있다?
의아한 게 당연했다.
순찰사들의 앞에 선 그녀가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반가워요. 앞으로 천하성 동대륙 감찰청의 기획조정부 직무 대리, 수사지휘과장과 수사지원과장 직무 대리를 맡게 된 영월이라고 해요.”
잘못 들었나 싶었다.
아니다. 잘못 들은 게 맞을 거다.
그래서 용성운은 되묻고 말았다.
“……예?”
영월이 부드럽게 웃으며 답했다.
“기획조정부 직무 대리, 수사지휘과장, 수사지원과장의 직무 대리를 맡게 되었어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감찰청에서 가장 중요한 직위는 일단 청장이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기획조정부다.
기획조정부는 감찰청의 예산을 비롯한 업무 계획, 그리고 경영 전략을 비롯해 내부 감사 등.
감찰청의 핵심 부서다.
이 부서는 수사지휘과와 수사지원과에 압도적인 영향을 끼치는데, 이 모든 자리의 직무 대리를 한다고?
어이가 없었다.
분명 감찰청법상으로.
“……감찰관인 사람만이 그 직책을 맡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서대륙의 모든 감찰청을 돌아보았을 때, 저 자리에 앉아 있는 이들은 전부 감찰관이다.
하지만 이곳 동대륙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존에는 청장이었던 레이먼드 베크가 그 모든 일들을 맡고 있었다.
그 정도로 동대륙의 감찰청은 유명무실한 단체였고 동대륙에서는, 레이먼드 베크가 왕이었다.
메론도 마찬가지다.
다만 메론은 그 자리를 다른 이에게 맡길 생각이었고 그게 영월이었다.
영월은, 엄밀히 말하면 감찰관은 아니지만 상관없다.
일반 직원으로 채용한 뒤에 ‘직무 대리’를 청장 권한으로 맡긴 거니까.
용성운을 비롯한 순찰사들은 대충 여기까지는 납득했다. 납득했지만, 그 부분만 문제가 있던 건 아니다.
“이 리스트를 보면, 이들은 동대륙 전체에 퍼져 있습니다.”
“그래서요?”
“……임시 청장님도 아시겠지만, 저희는 천하성의 순찰사입니다. 저희 관할 지역에서 매우 벗어나 있기에 이걸 저희가 잡으러 가기가…… 조금, 그렇습니다.”
메론이 부드럽게 웃었다.
“아까 물었는데, 그래서 문제 있냐고.”
“……예?”
“조금 그렇다? 이상한 소리를 하시네. 여러분들은 순찰사로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니라 감찰청의 일을 돕기 위해 있는 겁니다.”
메론이 이러는 이유는 총 두 가지였다.
하나는, 옥석을 골라내기 위해서다.
메론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감찰청에 속해 있는 한, 여러분은 천하성의 성주인 류진과 제 명령이 상반될 경우, 제 명령을 따르셔야 합니다.”
“…….”
“그게 싫으신 분들은 지금 이 자리에서 떠나시면 됩니다. 앞으로도 저는 여러분들이 ‘순찰사’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니라 감찰청의 직원으로서, 아니, 제 수하로서 해야 할 일을 시킬 테니까요. 지금 가시는 분들은 막지 않겠습니다. 시간은, 하루를 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마음 정하시고 이 자리에서 봅시다.”
거기까지 말한 메론이 걸음을 옮겼다. 그런 메론의 뒤를 영월이 뒤따른다.
용성운을 비롯한 순찰사들은 멍한 표정으로 그런 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 *
임시 감찰청 안으로 들어온 나는 자리에서 멈춰 선 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뒤따라오던 영월과 눈이 마주쳤다.
영월도 자리에서 멈춰 선다.
앞서 말한 대로 나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저런 행동을 했다.
하나는 옥석을 가리기 위해서.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게 가장 중요한 건데.
나만의 길을 걷기 위해서다.
영월이 내게 물었다.
“……이게 교주님이 가시려는 길인가요?”
조금 맥락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건 조금 깊게 봐야 한다.
“……회천교 내부에서 교주님을 조사했을 때, 교주님이 최대한으로 올라갈 수 있는 자리는 천하성의 성주라고 판단했습니다.”
전에 영월과 만났을 때.
아마 두 번째 만남이었을 거다. 절벽 위에서 만났던 그때, 그녀는 내게 저렇게 말했었다.
“그런데, 그런 게 아니었네요. 전에 교주님은 교주님보다 위에 있는 자들과 손 따위는 잡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손을 잡는 경우는 오직 하나, 상대가 머리를 숙이고 들어올 때. 그리고 그것을 보고 보통 우리는 ‘자비’를 베푼다고 표현을 하죠.”
영월은 매우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를 이렇게 전면에 내세운다면, 아마 천하성은 물론이고 서대륙까지 꽤 시끄러워지겠죠. 제 뒤를 조사할 거고 제가 어디 출신인지, 어디에서 활동했었는지 전부 알려지게 될 거예요. 그럼.”
“그럼?”
“적이 늘어나겠죠.”
맞다.
적이 늘어난다. 나는 영월을 전면에 내세웠다.
모르는 이들이 보았을 때 영월은 굉장히 신비로운 여인일 거다. 아름다운 것은 둘째 치고 어디에서 튀어나왔기에 현재 동대륙 감찰청의 주요 요직을 직무 대리하고 있는가.
말은 안 했지만 지금 서대륙과 동대륙 모든 곳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
내 행보 하나하나를 그들은 머릿속에 담고 있을 것이며, 내가 향후 움직이는 걸음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판단하고 그에 따라 자신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길을 택할 것이다.
지금 나는, 폭탄을 던졌다.
즉.
“교주님은 천하성에 선전 포고를 하신 거군요.”
“선전 포고라기보다는 선언이라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일 것 같군.”
“……선언이요?”
“독자 노선을 가겠다는 선언.”
“독자 노선……. 네, 맞는 것 같네요. 독자 노선.”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감찰청의 임시 거처는 매우 조촐했지만 그래도 있을 건 다 있었다.
나는 그대로 창가 쪽에 있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너도 알겠지만 나는 감찰관으로서 임기를 채울 생각이다.”
후에 나는 감찰관들을 적대하게 될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
심지어 손에 피를 묻히게 될 수도 있고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내가 패도의 길을 가건, 막장 인생을 살건, 인생은 알 수 없는 거다.
나는, 다른 것들은 몰라도 밀로스 아카데미를 졸업한 상위 50명이 국가 기관에서 임기를 마쳐야 하는 아카데미의 규칙을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킬 생각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들어낸 밀로스 아카데미의 법칙을 깨고 싶지는 않았다.
두 분이 걸어온 길이 어떤 길이었는지 아니까.
존중이라고 봐도 좋았다. 고집이라고 봐도 좋고.
“5년 후에 파면을 당하더라도, 유의미한 성과를 남기고 싶은데 이 일에 나는 천하성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천하성은 말만 국가가 아니지, 실제로는 국가처럼 행동하고 있어요. 교주님도 아시겠지만 대표적으로 밀무역이 있죠. 절대로, 천하성은 깨끗한 조직이 아니에요.”
맞다.
저거 절대로 틀린 말이 아니다.
천하성은 깨끗함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 동대륙에 자율권을 보장해 주기 시작한 이후 새롭게 급부상한 천하성은 무림 그 자체가 되었고 천하성의 법이 동대륙의 법이 될 정도로 천하성은 거대해졌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천하성은 서대륙의 눈치를 보고 있다. 특히 감찰관인 내 눈치를 보고 있지. 이 부분에 대해서 짐작 가는 게 있나?”
“……짐작 가는 게 있는 건 아닌데, 아무래도 뒤가 구린 천하성이니까, 교주님이 그 뒤를 봐주기를 원하는 거 아닐까요?”
영월이 고개를 저었다. 모른다는 뜻이었다.
솔직히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다.
아무리 회천교여도 많은 것을 알 수는 없으니까.
중요한 건 현재다.
“나는 천하성에 굽힐 생각이 없다.”
나는 천하성에 선택지를 준 거다.
독자 노선을 걸을 것이고 이 일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지 마라.
내가 바라는 것을 너희가 준다면 너희가 하는 일도 눈감아 줄 수 있다, 그런 선언이다.
나는 절대로 착한 사람이 아니다.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정의로운 성격도 아니다.
도가 지나친 일이 아니라면 눈감아 줄 정도의 융통성 정도는 가지고 있다.
“그걸 천하성의 류진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문제겠네요.”
“직접 만나 본 적은 없지만 바보가 아니니 내가 어떤 뜻을 전한 건지는 충분히 알아들을 거다.”
“……하지만 교주님은 지금 회천교를 흡수하셨어요. 정확히는, 천마신교를 재건하려 하고 있죠. 현 동대륙의 지배자인 천하성이 그 사실을 확실하게 알게 된다면.”
“알게 된다면?”
“……전쟁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빙긋 웃었다.
“벌어지면 결국 최종적으로는 누가 웃을 것 같나?”
“……서대륙의 황제가 웃지 않을까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내게 영월이 말을 잇는다.
“그리고 교주님이 웃으시겠죠.”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혈통 같은 것은 둘째 치고, 결국 수장 대 수장의 싸움으로 모든 것이 결정될 것 같은데 그런 거라면 저는 교주님이 우세할 거라고 생각해요.”
툭 던지듯 내뱉었다.
“사람 비위를 잘 맞추는군.”
“처세술의 기본이죠. 그리고 비위만 잘 맞추는 게 아니랍니다.”
영월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혓바닥으로 올라갈 수 있는 자리는 한계가 있는 법이잖아요. 저는 제 능력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범죄율의 소수점, 제가 한번 해 볼게요.”
“실패하면?”
“목숨을 내놓을 거고요.”
나는 입가에, 웃음이 새겨지는 것을 도저히 막지 못했다.
영월은 분명히 능력이 있다.
그리고 눈치도 빠르다.
“천마신공은 일반적인 무공이 아니에요. 그걸 배우는 데 시간이 걸릴 거고 교주님은, 나중에 천하성을 집어삼키든 천하성의 새로운 성주가 되든, 결국 어떤 식으로든 천하성과 마찰을 빚게 될 거예요. 하지만.”
“하지만?”
“현재 천하성의 성주인 류진은 자연경의 괴물이에요. 교주님이 아무리 재능이 있고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현재로서는, 류진에게 이기기 힘들어요. 천하성에 한 선전 포고는 아마 류진이 먼저 굽히고 들어오게 될 거고 교주님은 시간을 버시게 되겠죠.”
예언까지 하는 영월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 말이 맞을지 모르겠는데, 준비를 할게요.”
“무슨 준비?”
영월은 매우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
“개국 준비요.”
앞서도 이야기했듯 영월은 분명 능력이 있다.
아니, 눈치가 빠르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내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영월은 아는 것이다.
단순히 천마신교를 만들고 천마신교의 교주가 되는 것, 이게 내 최종 목적일 리 없다.
나는, 밀로스 제국을 물려받을 생각이다.
그 자격을 증명하는 데 가장 빠른 방법이 무엇일까.
하나밖에 없다.
동대륙이라는, 이 거대한 땅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
동대륙의 왕이 되는 것.
동대륙에서 나만의 왕국을, 그리고 나만의 백성을 만드는 것.
나는 왕도의 길을 걸을 생각이 없다.
나는 패도를 걸을 것이다.
이곳에 처음 올 때도 말했지만 동대륙,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나만의 역사를 써 내려갈 것이다.
웃으며 영월에게 말했다.
“믿어 보지. 한번 해 봐.”
“……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