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82)
제 83화
* * *
지하실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최대한 담담해 보이려 애쓰는 타노스의 모습이 보인다.
내가 알기로 녀석이 2서클에서 정체된 시간은 약 3년.
3년 만에 2서클에서 3서클이 된 녀석은 여전히 자기감정을 절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겉보기에만 그랬고, 기뻐서 환호를 지르고 싶어 하는 그 속마음이 나한테 보이지 않을 리 없다.
그래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주었다.
이어서, 녀석이 나를 향해 고개를 깊이 숙인다.
“감사합니다. 주군.”
가볍게 어깨를 토닥여 주고는, 덤으로 녀석의 머리도 쓰다듬어 주었다.
슬쩍 고개를 돌렸다.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다섯의 시체가 시야에 한가득 들어온다.
일단 데스 나이트들한테 대충 치우라고 명령한 뒤, 포션 상자에 걸터앉았다.
다시 봐도 참 화려하다.
수많은 골드들 덕분에 어두운 창고가 금빛으로 물들 정도라고 해야 할까.
나는 타노스에게 건네받은 주머니를 슬며시 열어젖혔다.
안에 들어 있는 건 약 3골드 21실링…… 등등.
그걸 대충 골드 더미로 던져 버리고는, 천천히 심호흡했다.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건 제작이다.
이른바 아티펙트 제작.
아티펙트의 이름은 ‘아공간 주머니’.
재미있는 게, 사람들은 아공간 주머니라는 걸 생각보다 매우 흔한 아티펙트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솔직히, 지금 생각해도 조금 웃기긴 하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어서.
아공간 주머니의 종류는 총 두 가지다.
하나는 아티펙트를 일종의 통로로 사용해 지정한 어떤 공간에 있는 물건을 꺼내 오는 것.
쉽게 말하면 내가 지금 들고 있는 이 작은 주머니에 첫 번째 방식을 도입하면 내가 어디에 있건 간에 이 작은 주머니를 열어서 손을 집어넣는 것만으로 현재 이 지하실에 있는 물건을 꺼낼 수가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첫 번째 방식으로 만들어진 아공간 주머니는 조금 흔하다.
내가 알기로 약 100개가 넘으니까.
확실히 편리하긴 하지만, 당연히 단점도 있다.
지정된 공간이 이 세상 어딘가에는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에, 필수불가결적으로 도난의 여지가 존재한다는 점.
자기들만 아는 비밀 창고에 무언가를 보관하고, 주머니를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 그 어디에 있건 물건을 꺼내 들 수 있다는 편리함은, 아이러니하게도 유일한 단점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나머지 두 번째.
이게 가장 핵심인데.
바로 혼기를 사용해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아공간亞空間을 만들어 그곳에 물품을 저장하는 방법이다.
첫 번째 방법은 아공간 주머니에 설정되어 있는 ‘창고’를 털면 끝이지만 두 번째 방법은 중간에 물품을 가로챌 수가 없다.
아공간 주머니인 이 작은 주머니가 유일한 통로이자, 유일한 보관소 역할을 하니까.
그리고 이 두 번째 방식으로 만드는 아공간 주머니는 유일하게 ‘혼기’를 쓸 수 있는 초월자만이 만들 수 있다.
왜냐면, 아공간이라는 게 단순히 마나만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거든.
첫 번째 방식으로 만들어진 ‘아공간 주머니’는 내가 알기로 약 100개.
두 번째 방식으로 만들어진 아공간 주머니는 내가 알기로 단 한 개다.
물론 이제 두 개가 될 예정이지.
천천히 기운을 끌어 올렸다.
주변 공기가 멎고, 적막함이 몰려온다.
사고의 가속화.
슬며시 오른손 검지를 들어 올려 주머니를 향해 천천히 가져다 댔다.
가장 먼저 텔레포트 수식을 새기고, 변형하며, 마나로 가볍게 주변 곁가지를 치고, 혼기를 주입하고, 변형된 수식에서 차원의 구멍을 뚫고, 그 구멍의 위치를 설정하고…….
사각- 사각-
끊임없이 생각하고, 생각함과 동시에 수식을 수정했다.
순환, 통로, 넓이.
땀이 한 방울 떨어진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공간의 끝과 처음을 한 번 더 순환시키고, 입구를 설정하며 통로를 넓혔고, 자연스럽게 크기를 팽창시켰다.
공간은 조용했고, 차원의 입구는 열렸으며, 순환시킨 아공간은 내가 만들고 심어 넣은 혼의 기운과 조화를 이뤘다.
사각-
사각-
주머니에 형이상학적인 수식들이 새겨지고 만들어지고, 맞물리고, 각인된다.
사각-
그렇게 마지막 수식을 새기는 순간.
투욱-
그제야, 바닥에 땀이 떨어지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우두득 하는 소리와 함께 뼈가 맞물린다.
그런 나를 멍한 표정의 타노스가 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리며 바라보고 있었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내 어깨에 앉아 계셨던 스승님은 언제부터였는지 몰라도 어깨에서 내려와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거지?
“……괜찮으십니까?”
머리를 쓸어 올리자, 물기가 한가득 묻어 나온다.
축축한 게 장난이 아니다 싶었는데, 엄청 집중하고 있었나 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냐?”
“2시간, 지났습니다. 주군.”
“2시간?”
“예.”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
오랜만에 느껴 보는 극심한 두통과 온몸에서 느껴지는 찝찝함을 뒤로하고, 손에 들린 아공간 주머니를 바라보았다.
자연스럽게 웃음이 지어진다.
모양은 단순한 갈색 가죽 주머니였지만 그 안에 수용할 수 있는 양은 ‘무제한’에 가까우며, 단순히 열고 닫는 것만으로 물건을 집어넣고 빼올 수 있는 희대의 아티펙트.
대륙에 단 한 개…… 아니, 단 두 개밖에 없는 아이템.
뿌듯함에 주머니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던 내게 스승님이 물었다.
[제작에도 조예가 깊었더냐?]조용히 웃으며 스승님을 다시 어깨에 앉혔다.
평소처럼 내 자랑은 아니지만…… 등등의 말을 하고 싶지만, 이상하게 이번에는 그러고 싶지가 않네.
“배운 겁니다. 전생의 스승님께.”
[……그렇구나.]기억 못 하는 전생이 자꾸만 튀어나와서인지 스승님이 어색하게 웃는다.
내가 가능하면 전생에서 스승님과 함께했던 순간들을 입 밖으로 꺼내고 싶지는 않은데, 그래도 스승님한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잖아.
“그리고 이거, 스승님이 쓰는 인벤토리inventory랑 비교하면 많이 부족합니다.”
스승님이 피식 웃었다.
전에, 스승님이 내 앞에서 허공을 찢으며 검 한 자루와 가면을 꺼낸 적이 있었다.
앞서 설명한 아공간 주머니의 두 가지 종류와는 차원이 다른 보관 방법.
아공간 주머니는 ‘양도’가 가능했다면 그 마법은 양도 자체가 불가능하다.
마법의 이름은 인벤토리inventory.
인벤토리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장담하는데 지금 이 대륙에서 두 로드와 나, 그리고 스승님 말고는 없다.
상자에서 내려오며, 손에 든 주머니를 톨리소에게 던졌다.
“그 안에 골드들 다 집어넣어, 내구성도 업그레이드 시켜 놨으니까 욱여넣어도 될 거다.”
아니지, 잠깐만.
“대충 100만 골드 정도는 남겨 두고, 포션 상자는…… 아, 이거 애매하네.”
주머니의 크기는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다.
성인 남성의 주먹 세 개 정도를 합친 크기라고 해야 할까.
최대한 벌린다고 해도 상자 더미를 넣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
“포션은 일단 패스, 100만 골드 빼고 나머지 전부 집어넣어.”
(충!)
그렇게 명령만 내리고 지하실을 벗어났다.
일단 샤워라도 가볍게 하고, 어디 그늘 아래 누워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많이 피곤해 보이는구나.]“그렇게 보이십니까?”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었지만, 스승님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나 보다.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했었지. 그것도 조만간.]옆에서 들려오는 스승님의 목소리가 꽤나 진지하다.
고개를 돌리기 무섭게.
[……무리하지 말거라.]가라앉은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은 너무나도 뚜렷했다.
사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 세상에서 날 가장 잘 아는 건 스승님밖에 없다.
스승님과 의미심장한 시선을 잠시 교환하고는 피식 웃었다.
일단.
“타노스야.”
“예. 주군.”
“마법진에 한번 들어가 봐라.”
“……지금요?”
내 새끼니 챙겨는 줘야지.
“2서클과 3서클의 차이도 한번 느껴 봐야지. 충고 하나 해 줄게. 들어가자마자 모든 마나를 눈에 집중시켜. 한 박자, 두 박자 반응이 느려도 되니까. 내 말대로 해 봐.”
타노스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환상 마법진 안으로 들어갔다.
검을 쥔 채로.
* * *
마법진 안에 들어선 타노스는 가장 먼저 잭의 말을 떠올렸다.
{모든 마나를 눈에 집중시켜.}
그 말대로, 3개의 서클에서 흘러나온 모든 마나를 눈에 집중시켰다.
정면에 있던 환상이 천천히 고개를 들고, 검을 뽑고, 검이 미약하게 빛나는 그 모습을, 타노스는 바라보았다.
사고가 빨라졌다고 해야 할까.
툭-!
환상이 자리를 박찬다.
타노스는 생각했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게, 보인다고.
아.
이거구나.
후웅-!
잭의 검이 휘둘러진다.
1서클 마나 유저가 휘두르는 힘이 아니다.
그럴 만도 한 게, 모든 마나가 잭의 팔에 옮겨져 있었으니까.
1서클이되, 1서클이 아닌 마나 운용법.
검의 궤적을 알아챈 타노스는 고개를 뒤로 젖혔다.
아슬아슬하지만, 확실히 피했다.
타노스는 순간 환호했다.
드디어, 공격을 피할 수 있었으니까.
이어서, 뒤로 두세 걸음 물러선 그 순간.
환상의 팔에 몰려 있던 마나가 오른쪽 발로 옮겨진다.
농담이 아니고, 순식간에 옮겨진 것이다.
환호가 순식간에 감탄, 그리고 경외로 변했다.
‘맙소사…….’
육체파 마나 유저들은 보통 마나를 온몸에 일정한 배율로 분포시킨 채로 몸을 움직인다.
왜 그런 방식을 쓰냐면, 그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타노스도 그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사용해 왔다.
하지만 눈앞의 환상.
아니, ‘잭’은 달랐다.
공격을 할 때는 공격을 하는 부분에 모든 마나를 몰아넣고, 회피를 할 때는 회피를 해야 하는 부분에 모든 마나를 몰아넣고, 거리를 좁혀야 할 때는 모든 마나를 다리에 집중시킨다.
이런 게 가능하다고?
이렇게, 마나를 운용할 수가 있다고?
순식간에 가까워진 환상이, 아까처럼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타노스는 고민했다.
이제는 검이 보인다.
서클의 우위라고 해야 할까.
순간 타노스는 깨달았다.
코앞에 있는 잭은, 아직 미숙하다는 것을.
타노스는 생각했다.
막을까.
아니면 피할까.
고개를 저었다.
질 만큼 졌고, 죽을 만큼 죽었잖아.
그러니 이번에는 공격을 하자.
막고 공격하는 것과 피하고 공격하는 것.
뭐가 더 빠를까.
타노스는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고개를 숙이는 것과 동시에 검을 내질렀던 것.
푸욱-!
서걱-!
거의 동시에 절삭음이 들린다.
타노스는 느낄 수 있었다.
오른쪽 귀가, 잘려 나갔다는 것을.
하지만 들고 있는 검은?
잭의 목에 꽂혀 있었다.
이겼다는 희열도 잠시.
타노스는 당황했다.
잠깐만, 내가 지금 누굴 공격한 거지?
“주…… 주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