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ntel life of the returning champion RAW novel - Chapter 221
귀환 용사의 인방 생활 220화
프레야 스트리밍 연말 시상식을 총괄하는 B&M 1팀의 회의실.
“…….”
“…….”
“…….”
회의실에 둘러앉은 모든 이들이 침묵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이 미처 생각하지도 않았던 커다란 변수가 등장해 버렸으니까.
“……팀장님. 이거 큰일 난 것 같은데요.”
“아니, 뭔 세계 최초 기록을 한 해에 두 개나 만들어…….”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전. B&M 1팀은 회의에서 디지가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음에도 시상식 대상 후보로 노미네이트했다.
대상 수상 가능성은 없지만 이슈 몰이를 위한 떡밥으로는 아주 훌륭했던 디지를 바이럴 마케팅 소스로 쓰기 위해서.
“분명 좋은 계획이었는데…….”
디지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은 효과적으로 먹혀서 연말 시상식이란 키워드에 대한 대중의 주목도가 높아졌다.
때문에 B&M 1팀의 모두는 그들의 결정에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세계 최초로 이터널 러브의 서브 루트를 개척하고 클리어하신 걸 축하드립니다!]디지가 이터널 러브에서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팀장님. 디지 님에 대한 주목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팀장은 의견에 대한 근거로 부하 직원이 제시한 커뮤니티 글들을 읽었다.
[미이이이치이이이인! 이터널 러브 새 루트 떴다!]-게임사 피셜은 없었어도 사실상 루시 이안 루트가 전부였는데 이걸?!
-??? 누가 찾은 거임? 방송 보러 갈래 좌표 좀
└디지라는 신입 스트리머가 찾았다든데.
└엥 걔 피지컬로 유명해진 애 아님? 뭔 로맨스 게임에서 새 루트를 찾아?
└ㅋㅋㅋㅋ그니까ㅋㅋㅋ 걍 무친놈임ㅋㅋㅋㅋㅋ
[이터널 러브 속 디지 야부리 모음집.ZIP]-다들 봤냐? 여자친구 사귀려면 입터는 실력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페널티 때문에 말투 강제로 고풍스럽게 하는데 하나도 안 어색한 거 보소.
└그러게 사극톤으로 하면서 어색함이 없네. 어디서 연기라도 배웠나?
-그나저나 입 잘 털긴 한다ㅋㅋㅋㅋ 로맨틱한 건 아닌데 걍 말빨 고단수 같음
└ㄴㄴㄴ그거 모음집 후반부 보셈. 너무 달아서 이가 썩을 지경이니까
[충격 속보 -> 제4의 벽 거부반응 깨졌다!]-이건 또 뭔소리임? 스피드웨건 나와봐.
-정보) 디지라는 스트리머가 이터널 러브에서 서브 히로인 루트 개척 및 클리어 과정에서 히로인의 제4의 벽 거부반응을 초월시킴으로써 엔딩에 도달했다.
└? 실화? 이터널 러브 새 루트보다 이게 더 신기한데?
-루트 개척이야 관제 AI 빈틈 찌르면 어떻게든 된다고 해도, 거부 반응은 아예 시스템적으로 막혀 있을 텐데?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봄……
이게 문제였다. NPC의 제4의 벽 거부 반응 타파.
게임 스트리머는 어쩔 수 없이 플레이하는 게임에 의해 최대 시청자 수가 좌우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A게임을 하는 유저가 좋아하지도 않는 B게임을 보게 만들기란 상당히 힘든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제4의 벽 거부반응 타파는 그러한 한계를 벗어나는 일이었다.
어떤 게임을 하건 유저들은 재미삼아 한 번씩 NPC가 제4의 벽을 벗어나게 하려는 시도를 해보곤 하기 때문.
말인즉, 디지를 중심으로 엄청난 이슈 폭풍이 몰아칠 거란 뜻이다.
팀장이 혀를 내둘렀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일 줄이야.”
부하 직원들 역시 이에 동조했다.
“말 그대로, 말도 안 되는 짓이죠.”
“시스템적으로 제약을 걸어놓은 걸 대체 어떻게?”
“아무리 모든 NPC들이 시뮬레이션 학습 기술로 학습된 강인공지능이어도 그렇지…….”
“이론상 가능하긴 해요. 디지털 월드의 핵심 기반 기술은 이미지네이션이니까요. 디지 님은 FGF에서 선보인 바 있듯이 엄청난 이미지네이션 컨트롤 능력의 소유자고요.”
하지만 이 자리에서 이론상 가능하다는 말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단 소리란 걸 모르는 이는 없었다.
“이대로 가면 진짜 자칫하다가…….”
“데뷔 년도에 신인상이랑 대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스트리머가 나타날 수도 있겠는데요?”
“신인이 대상까지 탈 수 있는 시상식? 권위가 퇴색될 것 같은데 어떡하죠…….”
“그 이전에 대상 후보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사람이 대상을 타버리면 공정성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짝! 팀장이 박수를 쳐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자자. 이렇게 떠들어서 우리가 뭘 할 수 있는데.”
“…….”
“…….”
이미 디지는 대상 후보로 노미네이트가 되었고, 수상자 선정은 AI가 전담한다.
말 그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게다가 난 오히려 좋다고 보는데.”
“어째서입니까 팀장님?”
“괜히 부정적 건수 만들었다고 위에서 질책이 내려올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봅니다.”
“아니지, 아니지.”
프레야는 언제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온 기업이었다.
그렇기에 한국이라는 척박한 창업 토양에서 전 세계를 호령하는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었다.
팀장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이미 일은 벌어졌어. 그것도 스트리머가 우리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활약을 보여서 생긴 일이지. 그렇다면, 역으로 이용하면 돼.”
프레야의 계열사 중에는 인플루언서의 매니징을 담당하는 에이전시도 있었다.
데뷔 연도에 신인상은 물론 대상까지 수상한 스트리머를 프레야의 소속으로 만든다면?
“과연. 디지 님은 현재 개인 매니저를 고용한 무소속 크리에이터시죠.”
“규모가 커진 만큼 메이저 방송 업계에도 진출하셔야 할 텐데, 그러려면 매니지먼트가 필요하긴 하죠.”
“안 된다면 계획대로인 거고 된다면 오히려 좋은 거지.”
“팀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모든 팀원들의 동조를 받아낸 팀장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럼 디지 님께 줄 선물부터 준비하자고. 이터널 러브 게임사에 연락해.”
* * *
방송 규모가 급격히 성장한 스트리머라면 하나 같이 맞이하는 현상이 있다.
그것은 바로 광고 폭탄.
[카우아이 비어스 마케팅 부서입니다. 디지 님과의 협업을…….] [(주)프레야에서 연락드립니다. 디지 님의 향후…….]…
…
…
…
메일 창을 가득 채운 광고 문의 메일들.
디지와 소연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침묵했다.
“…….”
“…….”
먼저 입을 연 건 디지였다.
“소연아, 여기서 진행할 광고만 분류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
“……조건 협의하고 뭐 하고 하면 최소 일주일은 걸릴 것 같은데.”
광고 제의가 들어올 때마다 뛸 듯이 기뻐하며 컨셉을 제안하곤 하던 소연이었지만.
지금만큼은 압도적인 숫자에 질린 기색이었다.
디지가 간단히 결정했다.
“하지 말자.”
“뭐?!”
소연이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저거 다 합치면 최소 10억은 될 텐데 무슨 소리야! 내 3억!”
어느새 디지를 월등히 뛰어넘는 자낳괴가 된 소연이었다.
“아예 안 한다는 게 아니야. 잠시 미뤄두자는 거지.”
“왜?”
“조금 있으면 연말 시상식이잖아.”
척 하면 착. 소연이 디지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오오, 우리 사장님. 대상 탈 자신이 있으신가 봐요?”
디지가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두말하면 잔소리지.”
솔직히 말해 얼마 전까지는 받으면 좋고 아님 말고란 마인드였지만.
바로 어제 이터널 러브를 클리어한 뒤로는 생각이 바뀌었다.
이제는 확실하게 대상 수상의 가시권에 있달까?
디지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일단, 방송하고 나서 다시 얘기하자.”
“넵!”
디지는 곧바로 방송을 켰다.
-디하!
-오늘 왤케 늦게 왔어어어어!
-지하! 지하!
-와 ㄷㄷㄷㄷ 시청자 수 올라가는 속도 보소ㄷㄷㄷㄷ
순식간에 치솟는 시청자 수.
[스트리머 DG 님의 방송(3,948명)] [스트리머 DG 님의 방송(11,245명)] [스트리머 DG 님의 방송(34,238명)] [스트리머 DG 님의 방송(49,240명)]-미친 벌써 4.9만 명?
-이터널 러브 파급력이 엄청 크긴 컸구나 하루 만에 방송 규모가 두 배는 커진 것 같은데?
-그럴 수밖에 없지ㅋㅋㅋㅋㅋㅋㅋ
매력적인 이성을 공략하는 컨셉의 로맨스 게임인 이터널 러브.
이터널 러브는 놀랍게도 여성 유저가 더 많은 게임이었다.
애초에 로맨스란 장르 자체가 여성의 선호도가 더 높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반면, 디지가 그간 해온 게임들은 대부분 피지컬적인 요소를 중시하는 남성향적인 냄새가 짙은 장르들이었다.
즉, 얼굴을 보고 유입된 소수를 제외하면 과반수의 시청자들이 남자였단 뜻.
뿐만 아니었다.
-와튜브 보고 왔습니다!
-방장아 신입 받아라!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제4의 벽 뿌셔뿌셔한 스트리머의 방인가요!?
-ㅋㅋㅋㅋ뉴비들 진짜 많이 늘었네.
[스트리머 DG 님의 방송(53,190명)]마침내 마의 5만 명을 넘어선 시청자 수.
이 정도로 급격하게 규모가 커질 수 있었던 원동력의 50% 이상은 아리아나가 제4의 벽을 초월한 덕택이었다.
‘아리아나…….’
아련한 마음이 들었다. 아리아나로서의 짧은 재회. 그녀가 환생하여 다시 앞에 나타나기까지는 꽤나 긴 시간이 걸릴 것이었으므로.
‘뭐, 견디고 인내하는 건 익숙하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다 보면,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시청자들을 향해 멘트를 던졌다.
“다들 환영합니다.”
간단히 한마디를 했을 뿐인데 후원 메시지가 날아왔다.
[L.L 님이 100,000원을 후원합니다.] [이터널 러브 뉴 엔딩 클리어 축하! 다시 보기로 보고 울었잖아ㅠㅠㅠㅠ]처음 보는 닉네임인데 다짜고짜 6자리 후원?
심지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어제도 클리어하자마자 후원이 소나기처럼 쏟아졌었는데, 오늘도 만만치 않았다.
계속해서 울리는 후원 메시지 알림들.
디지의 두뇌가 재빠르게 총액을 계산했다.
‘오늘만 벌써 100이 넘었네. 어제까지 합하면…….’
미션금 포함 게임 하나로 무려 1,000만 원 이상을 벌었다.
이래서 다들 인플루언서를 하려고 드는 건가?
규모가 커지니까 수익 단위가 차원이 달라졌다.
“자자, 조용. 오늘 할 컨텐츠는 이미 정해놨어요.”
-그려? 뭔디?
-새 게임 할 거면 마피아 시티 어떰!!
-오프라인으로 켠 거 보면 게임할 생각은 아닌 듯?
“마지막 분 정답. 오늘 할 컨텐츠는 바로.”
디지가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서 홀로그램 창을 띄웠다.
[연말 시상식 대상 후보 노미네이트 기념 굿즈 제작]-아아아아아.
-그러고 보니까 디지 대상 후보로 선정됐었지.
-ㅋㅋㅋㅋ원래대로면 시상식 전까지 채팅창 불태울 떡밥인데 다들 까먹고 있었엌ㅋㅋㅋㅋ
-아리아나 임팩트가 너무 컸다…….
-ㄹㅇㅋㅋㅋㅋㅋㅋ 그런 거 보고 어케 대상 후보 따위에 신경을 쓰겠냐고~~~
“이제 다음 주면 시상식이잖아요. 대상 후보로까지 꼽혔는데 최소한의 모양새는 만들어야 할 것 같아서요.”
시상식에 가는데 굿즈를 만드는 이유는 간단했다.
프레야의 연말 시상식은 초청받은 스트리머만 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수만 명의 관객을 시상식장에 들이고 인플루언서와 팬이 함께 즐기는 축제였으니까.
즉, 혹시나 시상식장에 올 디지의 팬들을 위한 무언가가 필요하단 뜻이었다.
-안 그래도 슬슬 굿즈 만들 때가 됐긴 했지.
-디지 팬으로 시상식장 가려고 했는데 아무것도 없어서 좀 허전하긴 했어.
-굿즈는 뭘로 만들게?
“그건 지금부터 같이 얘기해 봐야죠.”
응원 봉, 티셔츠, 엑세서리 등등등.
무엇을 굿즈로 하는 게 좋을까?
“님들 의견 전적으로 수용할 생각이니까 편하게 의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