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ntel life of the returning champion RAW novel - Chapter 31
귀환 용사의 인방 생활 31화
-디지 모하냐냥!
-얼른 미션 수락해라냥~
신나서 냥냥거리고 있는 시청자들.
그의 얼굴이 썩었다.
그러니까 저런 말투를 나보고 하라고?
‘아무리 10만 원이라지만 저건 좀…….’
거절을 입에 담으려는 순간, 왕삼이 프라이빗 채팅으로 말을 걸었다.
“수락하시구려, 대형.”
“뭐? 미쳤냐?”
“방송을 생각하면 수락하는 게 이득이오.”
왕삼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해 보시오. 대형은 실력이 뛰어나니 금방 고티어에 도달할 수 있겠지.”
하지만. 스트리머에게 중요한 건 티어의 높이가 아니다.
“고티어 찍고 나서는 무슨 컨셉으로 방송을 할 생각이오?”
지금이야 뉴비가 피지컬로 전부 깨부수며수직 상승하는 것에서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끼고 있지만.
게이머가 아닌 스트리머로서는 방송의 재미 요소를 확실하게 잡아 두는 게 좋다.
“실력이 뛰어난 고티어 스트리머들은 보통 실력파를 내세우며 강의 방송을 컨텐츠로 잡지. 하지만 대형은 그럴 수 없소.”
이유는 간단했다.
디지는 피지컬 하나로 모든 걸 찍어누르는 스타일이었으니까.
다시 말해 일반적인 유저들이 배울 만한 점이 없단 뜻이다.
“이 시점에서 대형의 스트리머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게 좋소이다.”
시청자들이 게임 방송을 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보고 배우기 위해서.
두 번째. 방송 자체가 재밌어서.
“대형은 방송적 재미를 확실히 잡아야 한다는 게 이 아우의 충심 어린 조언이외다.”
“……야. 솔직히 말해봐. 사심 들어갔지?”
왕삼이 찔끔한 표정을 지었다.
“절대 처맞은 앙심으로 대형의 웃긴 모습을 보려는 게 아니오! 피지컬로 밀어붙이는 슈퍼 플레이, 와중에 간혹 섞는 광대 컨셉으로서의 망가진 모습. 두 가지를 섞어 방송의 재미를 극대화하는 게 대형이 추구해야 할 스트리머로서의 정체성이라 생각할 뿐이오. 이 아우를 믿어주시구려!”
그런 거치고는 혓바닥이 지나치게 긴데.
하지만 왕삼의 의견에서 반박할 구석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정표로 기억을 되찾으려면 시청자 수를 늘려야 해.’
그러려면 시청자들의 기대를 만족시켜주고 재미를 선사하는 게 좋다.
게다가…… 미션금 10만 원.
‘컵라면이 60개. 국밥으로 치면…….’
무려 12국밥!
그는 방송 직전에 먹었던 국밥을 떠올렸다.
대양의 진주처럼 빛나는 우윳빛 국물.
쫀득한 고기와 부드러운 소면의 식감까지.
12국밥에 방송 재미까지 얻을 수 있다면…….
수치심쯤은 접어둬도 되지 않을까.
“미션을…….”
수락하겠다 말하려던 그가 잠시 멈칫했다.
갑작스러운 현타가 몰려온 탓이다.
“대형. 방송을 생각하시구려, 방송을. 체면을 버린 대형이라면 평균 시청자 수 1만도 금방이오.”
악마의 속삭임, 아니, 왕삼의 속삭임이 이어졌다.
“대형. 스트리머는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라 불리오. 방송적인 재미에 돈까지 얻을 수 있는데 이걸 거절하는 건 스트리머로서의 자세를 갖추지 못한 거외다.”
스트리머로서의 자세.
그래. 지금의 그는 신의 사도이자 용사가 아니다.
평범한 인간으로 지구의 삶을 누리려 모든 걸 버리고 귀환까지 하지 않았던가.
필사적인 고민 끝에 그가 입을 열었다.
“미션…… 수락하겠다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풐ㅋㅋㅋㅋ돈에 무친 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디지! 인간의 존엄을 버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자본주의가 낳은 광댘ㅋㅋㅋㅋㅋ
포복절도하는 건 채팅창만이 아니었다.
“크허허허허허헠컥허허허! 참으로 잘 어울리오, 대형! 푸허하하하핰 칵, 푸하하하하!!”
현실이었다면 배를 잡고 바닥을 구를 기세로 웃음을 터뜨리는 왕삼.
디지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왕 아우. 전병에 채워 넣는 다진 고기가 되고 싶은 모양이구려.”
“푸하하핰, 컥. 크흠. 바로 게임을 돌리겠소이다.”
순식간에 웃음을 멈춘 왕삼이 게임을 돌렸다.
[게임이 매치되었습니다.] [밴할 챔피언을 선택하세요.]“록은 밴픽부터 시작되는 게임이란 말이 있지. 이 아우만 믿으시오 대형! 이기고 시작하는 게임이 뭔지 보여드리겠소이다!”
“꼭 그래야 할 거야. 다진 고기가 되고 싶지 않으면.”
만년서리처럼 싸늘한 디지의 대답.
왕삼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끼며 밴픽을 진행했다.
“적 탑은 아누비스로군! 대형께선렝가르를 픽하면 될 것 같소이다.”
검은 개대가리 인간의 아이콘이 떠오른 걸 보며 디지가 물었다.
“이유는?”
“아누비스에게는 적 챔피언의 이속, 공속을 감소시키는 영혼 억제라는 스킬이 있소. 다른 챔피언으론 킬각을 보기가 어려울 거외다.”
“아하. 렝가르는 모든 상태 이상을 해제시킬 수 있으니까.”
“맞소이다. 역시 대형께서는 영특하시오.”
“아양 떨어봤자 소용없어. 이번 게임 지면 너도 죽는 거야.”
“……윽.”
반드시 이기겠다는 필사적인 기세로, 왕삼이 다른 유저들에게 열심히 조언을 건넸다.
“정글러 형장! 혹시 마법사 계열 챔피언을 해주실 수 있소? 본인이 전사 계열을 해서 주도권을 잡은 뒤 정글러 형장의 카운터 정글을 돕겠소이다! 서포터 형장은 원딜 형장을 지킬 수 있는 픽으로 부탁하오!”
게임이 시작되고도 왕삼은 지휘를 멈추지 않았다.
“형장들, 인베를 가야 하오! 아군 탑미드의 1렙이 강력하고 서포터 형장에겐 CC스킬이 있으니 필승이오!”
인베. 인베이드(Invade)의 줄임말.
1렙에 적 정글로 쳐들어가서 이득을 보는 행위를 뜻한다.
“서포터 형장, 나이스 그랩이오!”
적 정글 구역 진입 직후 적 챔피언이 보이자마자 서포터가 CC기를 적중시켰고.
디지의 렝가르와 왕삼의 제천대성이 달려들어서 단숨에 킬을 따냈다.
[퍼스트 킬!]“대형! 킬을 드셨으니 본진으로 귀환 후 템을 사서 탑으로 가십시오!”
“알았어.”
얼떨떨한 기분으로 상점 창을 열었다.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350원짜리 검 하나가 템 창에 추가됐다.
심지어 라인전이 진행되면서도 왕삼의 입은 쉴 줄을 몰랐다.
“대형. 아누비스는 소멸의 일격으로 미니언 막타를 먹을 시 스택을 쌓아 강해지는 특성이 있소. 킬각이 서지 않더라도 미니언 먹는 걸 최대한 방해하는 게 좋소이다.”
-왕삼 거의 튜토리얼 요정인데?
-ㄹㅇ 성능 좋네ㅋㅋㅋㅋㅋ
아누비스는 1렙이 특히 약한 챔피언 중 하나였다.
이를 노려 초장부터 아누비스에게 도약했고, 템 차이를 통한 딜교 이득을 봤다.
“피가 쬐끔 남았는데 집을 안 가네.”
-패시브 스킬 믿는 거겠지.
-정보) 아누비스의 패시브 스킬인 ‘죽은 자들의 신’은 범위 내에서 적이 죽을 때마다 약간의 체력을 회복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아누비스 하는 애들이 원래 집을 잘 안 감ㅋㅋㅋ 스택 욕심을 못 버리거든.
-괜히 농사꾼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지ㅋㅋㅋ 어떻게든 버텨서 밭에 붙어 있으려고 함.
“그래요? 건방지네.”
3렙 타이밍에 맞춰 아군 미니언들을 적 포탑에 박았다.
[일반 스킬: 소멸의 일격] [죽음과 소멸의 신 아누비스가 기본 공격을 통해 적의 신체를 붕괴시킵니다.] [소멸의 일격으로 적을 처치할 경우 해당 스킬이 강화됩니다.]쿵! 쿵!
열심히 농사를 짓는 아누비스를 보다가 킬각이 보이는 순간 빠르게 달려나갔다.
“아무리 내가 아누비스를 했다지만 3렙 다이브는 선 넘지!”
다이브(Dive). 적 포탑 범위 안에서 적을 공격하는 걸 일컫는 용어.
보통은 정글러와 함께 하는 공격법이지만.
[스킬: 강화 맹수의 도약]야성 중첩이 최대인 상태에서 단숨에 거리를 좁힌다.
도약 중 한 번, 착지 직후 또 다시 한번 단검으로 아누비스를 내리찍자 적의 HP가 쭉 줄어들었으나.
동시에 적 포탑이 디지를 타깃으로 지정하고 엄청난 대미지의 포격을 쏘아댔다.
“넌 나 절대 못 죽여 이 멍청아!”
예상한 반응. 이럴 줄 알고 포식자의 이빨을 사용하지 않았다.
아누비스의 블링크로 거리가 멀어지는 것과 동시에. 블링크를 사용한 그가 평타에 이어 포식자의 이빨을 꽂아 넣었다.
스킬 사용을 통한 평타 캔슬은 영혼 억제의 공속 감소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남은 적의 HP는 11%. 그 시점에서 그는 포탑 범위 밖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속 감소한 상태에서 포탑 범위를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냐? 맞아 뒤져라!”
다이브를 포기한 거라고 생각했는지 아누비스가 조롱을 날렸지만.
[일반 스킬: 야성 폭발] [범위 내 적에게 피해를 가하고 최근 1초간 입은 피해의 절반을 회복합니다.] [강화 사용 시 피해 회복량이 75%로 증가하고 잠시간 이동 속도가 상승합니다.] [야성 중첩: 3회] [일반 스킬: 강화 야성 폭발]실낱같은 HP로 포탑 범위를 벗어난 그가 아누비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잘 가라냥~!”
그제서야 아누비스는 자신의 몸에 떠오른 스펠 이펙트를 발견했다.
[스펠: 라이트닝] [적 챔피언을 감전시켜 5초간 초당 1%의 고정 피해를 입힙니다.] [사용자의 레벨에 비례해 위력이 상승합니다.]1초.
2초.
3초.
“이런 젠…….”
[DGDG -> 협곡에서 즐기는 귀농생활] [300골드를 획득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마지막에 잘가라냥 뭐냐?
-내가 시킨 거지만 상대방 겁나 빡칠 거 같닼ㅋㅋㅋㅋㅋ
그 뒤로 탑 라인전은 끝났다.
2킬을 먹고 템 차이를 압도적으로 벌린 그는 아누비스가 미니언 경험치도 먹지 못하게 압박을 가했고, 아누비스는 감히 앞으로 나오질 못했다.
“이 정도면 스무스하게 이길 것 같네요.”
-어허. 말투!
-이기고도 미션 실패로 미션금 날아가는 수가 있어!
‘이런 젠장.’
분명 게임 흐름 좋은데 왜 비참한 심정이 들지?
“……이길 것 같다냥.”
-그렇지 그렇지.
-방장아, 너의 본분을 잊지 말거라.
-적어도 이번 판에서 디지는 고양이인거라냥. 잊지 말라냥!
“……알았다냥.”
X발.
시간이 지나고 6렙 타이밍이 왔다.
‘궁 찍자마자 다이브 한 번 더 해봐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대형. 조심하시오. 적 서포터가 보이지 않소.”
“응?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냥.”
“적 바텀이…… 푸훗.”
“디지기 싫으면 웃지 마라냥.”
“……적 바텀이 아군 바텀을 터뜨렸소. 서포터가 탑이나 미드로 영향력을 펼치러 올 거요.”
“최하단 바텀 라이너가 탑까지냥? 시간 낭비가 길 거라냥.”
“이득과 손해를 저울질해 보면 충분히 감수할 만하지. 플래에는 그게 가능한 뇌지컬의 소유자들이 꽤 있소이다.”
-ㅇㅇㅇ3이 말이 맞음.
-미니언 박아넣으면 탑에서의 갱 시도가 실패해도 손해가 별로 없거든.
-아, 탑 유저로서 PTSD오네;; 똥물이 역류하는 거 보는 기분이야.
“그럼 뒤로 빠져 있는 게 안전하겠다냥?”
-ㅇㅇㅇ 그렇지.
-굳이 당해줄 필요는 없으니까.
흠. 그러고 싶지 않은데.
스마트 모드로 움직임이 제약된 상태에서도 2 대 1을 해낸 그다.
‘지금이라면 적 정글 서폿이 동시에 와도 죽진 않을 것 같고.’
잠시 고민하다가 결심했다.
지금껏 그가 해온 방송의 본질은 결국 슈퍼 플레이다.
결정을 내린 그는 아누비스가 범위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도약했다.
“각 주면 바로 들어올 줄 알았다!”
‘거리조절을 실수한 게 아니었군?’
아누비스가 곧바로 궁극 스킬을 사용하며 그에게 달라붙었다.
[궁극 스킬: 사하라 폭풍의 수호자] [아누비스가 사막 폭풍을 전신에 둘러 스스로의 체력과 물리 방어력, 마법 방어력을 상승시킵니다.] [사막 폭풍이 부는 동안 아누비스는 붕괴의 일격 재사용 대기 시간이 감소하며 범위 내의 적에게 최대 체력에 비례하는 피해를 입힙니다.]본래라면 원콤에 아누비스를 죽일 수 있었지만 궁극 스킬 탓에 실패했다.
동시에 모습을 드러내는 적 정글러와 서포터.
“현상금 잘 먹겠습니다!”
“이래서 맵 리딩 못하는 애들은 잘 커봤자라니까!”
3명의 적에게 둘러싸인 상태.
그러나 디지는 웃었다.
“내기할 시청자 있냐냥? 난 내가 최소 두 명을 잡는다에 걸겠다냥.”
-내기 보상은?
“실패할 경우 평생 냥체 유지?”
-콜!
-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무모하게 무친놈이넼ㅋㅋㅋ
-이 맛에 디지 방송 보는 거긴 함ㅋㅋㅋㅋㅋ
우르르 적립되기 시작하는 미션금.
씨익 웃은 그가 부시를 향해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