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rd of another world is well fed RAW novel - Chapter 80
순간 지브론타는 자신이 바다 속에 들어온 것인지 아니면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늘에서부터 쏟아지는 하얀 빛이 바다 속 산호를 만나 찬란히 부서지고, 색색깔의 화려한 산호와 산호 못지 않은 원색을 뽐내는 수많은 물고기 떼들이 헤엄치는 세상.
인간 몇 명 쯤 침범한다고 해도 겁을 먹고 비산하기는 커녕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도도하게 흘러가는 바다 속 모습은 처음으로 수중의 모습을 마주한 사람에겐 압도적인 광경 그 자체였다.
‘아…!’
곧 안내원의 말을 따라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자 작은 기포들이 보르르 생기는가 싶었다. 그리곤 온 몸을 부드럽게 마사지하는 듯 감싸는 물줄기를 따라 지브론타의 몸도 따라서 부드러워졌다.
곧 바다 속 유영에 익숙해진 그.
마치 아이들 동화 속 인어가 된 것처럼 움직이는데 재미를 붙여 물고기 꼬리를 따라 이리 저리 헤엄을 치는데 저 멀리서 거대하고도 우아한 몸짓으로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여기로 오고 있다…!’
처음 물 속에 들어왔을 때처럼 다시 한 번 공포에 몸이 굳으려 했다.
하지만 이미 이런 부분까지 교육을 마친 것인지 안내원이 침착하게 유리 액자에 끼워 물 속에서도 젖지 않게 한 그림을 들여 보으며 미소를 지었다.
괜찮다는 의미가 담뿍 담긴 그 미소에 지브론타의 불안감도 서서히 가라앉았다.
– 거대한 거북이가 우리와 함께 헤엄을 치러 올 거예요.
그림이 뜻하는 바는 말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행복한 얼굴로 웃으며 헤엄을 치는 사람과 그들과 함께 천천히 지느러미를 움직이는 거북이!
‘맞아. 이건 거북이와 헤엄을 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했었지?’
아름다운 산호 바다의 모습에 잠깐 이 체험의 진짜 백미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
“…아!”
꼬로록-.
안내원이 그림을 내리자마자 어느샌가 지척에 다가온 거북을 마주한 지브론타.
비현실적인 광경에 저도 모르게 주의사항도 잊어버린 채 입을 열고 물을 잔뜩 먹고 말았다.
안내원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훨씬 더 많은 물을 먹고 거북과의 헤엄은 고사하고 그대로 수면 위로 올라갔어야 했을 것이다.
***
“거북이들은 어때?”
“생각보다 적응이 빠른데요?”
“그래? 사람을 공격하거나 하진 않고?”
“공격은요. 먹이를 더 얻어 먹겠다고 관광객을 등딱지에 매달고 수영을 하는 놈들까지 생기는 중이에요.”
“응?”
“먹이주기 체험도 같이 하는 중이거든요. 조개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살을 발라낸 것을 주면 애교를 부리더라니까요? 한 번 시범을 보이면 손님들도 너나할 것 없이 먹이 패키지를 구매해서 이것도 제법 금액 대가 되는 모양이에요.”
도미닉의 생각보다 더 빠르게 새로운 일자리에 적응한 거북이들이었다.
하인리히의 도움을 받아 거북이들과 대화 자리를 가졌을 때, 도미닉은 본능적으로 돈이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이것!
‘아름다운 바닷가를 밖에서만 구경하는 건 반도 이용을 못하는 거 아니겠어?’
얕은 바다에서는 천적을 찾기 어려운 농부거북이니 이들이 똬리를 잡고 있는다면 어지간한 수중 몬스터들은 근처에도 오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해양 스포츠 시작이라고!’
돈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거북이들은 처음 약속한대로 일을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계약서를 쓸 수도 없고.”
“약속을 했다면 지키는 건 당연합니다. 약속은 그 자체로 완전한 것인데 왜 또 계약서라는 장치를 두어야 하는지 모르겠군요. 물론 그것이 인간의 문화라면 존중합니다만.”
하인리히가 어느새 와서 끼어들었다.
이제 막 인간 사회를 배우고 있는 하인리히가 하는 말은 가끔 핵심을 찌를 때가 있었다.
언젠가 드워프도 비슷한 말을 했던 것을 보면 확실히 인간들이 좀 이상한 건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새로운 관광 사업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여부.
“카림, 관광객들 반응은 어때?”
“말 그대로 열광적입니다! 처음엔 예약률이 저조한가 싶더니 다녀온 고객님들께서 입소문을 내 주신 덕인지 지금 며칠 연속으로 예약하는 분들도 제법 많습니다.”
“좋네, 아주 좋아.”
“그 뿐 아닙니다. 거북섬 온천욕과 함께 일일 투어로 묶은 거북 서식지 관찰도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 매우 인기입니다. 특히 아이가 있는 고객님들께서는 거의 필수로 신청하시고 계십니다.”
“음.”
“시장님께서 말씀하셨던 환경보호 기금을 마지막에 안내하니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내시는 분들도 상당합니다. 그 금액대 역시 어마어마하더군요.”
“후원자 리스트는 잘 정리해 둬. 나중에 거북이들 알에서 나올 때 즈음, 일정액 이상 낸 사람들만 초대해서 후원의 밤을 열 작정이니까. 그 땐 요트도 띄워서 노을도 보고 선상 파티도 열어야지. 이 얘기도 슬쩍 슬쩍 흘리고.”
“…어쩌면 관광 매출보다 기금 쌓이는 속도가 더 높을지도 모르겠네요.”
“뭐가 됐든 좋잖아? 바다 속 정비며 거북이 관련 비용은 싹 다 그 기금으로 때울 거니까.”
“기금을 사용하신다구요?”
“거북이랑 바다 정비에 쓴다는데 뭐가 문제야?”
“…그렇긴 합니다만…”
애초에 이 세상엔 없는 종류의 기부금이니 손가락질 받을 염려도 없다.
도미닉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만족스러운 것은 도미닉 뿐만이 아니었다.
온천 섬 한 쪽 해변가에 마련된 거북 서식지.
– 인간들이 또 온다!
– 어린 인간들이 많아!
이 땅의 주인이라고 말한 인간은 거북 대장에게 충분한 먹이와 안전한 서식지를 약속했다.
그 대가는 너무나 하찮은 것이었다.
그저 하루에 두 번 씩 거북 몇 마리를 인간들 근처에서 헤엄을 치게 해 주는 것과, 서식지 주변을 오가는 인간들을 향해 가까이 와서 움직여 달라는 것 뿐.
자신들과 대화가 가능한 숲 요정 덕분에 이렇게 좋은 조건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니 역시 자신은 운이 좋았다.
“우와, 거북이다! 진짜 거북이야!”
발라당-!
“꺄하하하하! 저것 봐, 유모! 거북이가 뒤집어졌어! 꺄하하!”
“호호, 그러게요. 도련님. 이 유모도 저런 광경은 난생 처음 봅니다!”
어린 인간이 자지러지는 모습에 거북 대장이 뿌듯해졌다.
확실히 인간들의 생각은 완전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왜 배를 보여주면 저렇게 좋아하는 거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렇게 깔깔거리고 가는 인간들이 많은 날이면 어김없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커다랗고 기름진 생선들과 조개들을 선물이라며 잔뜩 주고갔기 때문에 거북 대장은 오늘도 열심히 배를 보여주는 중이었다.
거북 대장이 열심히 근무를 하고 있을 때, 한 쪽에서는 거북 청년들의 기 싸움도 한창이었다.
– 오늘은 내 차례다!
– 아니다! 내가 가고 싶다!
거북 청년들은 오후에 인간들과 헤엄을 치러 서로 나가겠다며 으르렁댔다.
– 조개를 더 먹고 싶다!
–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 너는 어제 먹었다!
– 오늘도 먹고 싶다!
요즘 따라 바닷속에서 헤엄을 치러 들어오는 인간들은 조갯살이 잔뜩 들어있는 가방을 두 세개씩 몸에 걸고 왔다.
처음엔 입맛을 다시던 거북이들이었지만 이내 그 조갯살이 모두 자신들에게 줄 선물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 때부터는 매일같이 서로 가고 싶어 안달이 난 것이다.
“오늘 오후 근무는 누가 갈 테지?”
말이 통하는 숲 요정이 왔다.
그녀를 향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열심히 기어가기 시작한 거북들이었다.
***
“평화롭구만.”
중앙광장의 찻집에서 반쯤 누운 채로 광장을 보고 있는 도미닉.
아카데미 학생들은 물론 수 배는 늘어난 관광객의 행렬로 에버그린의 중앙 광장은 이제 발 디딜 틈 없이 왁자지껄했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관광 도시지.”
도미닉은 오랜만에 홀로 자신이 만든 광경을 보며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는 중이었다.
일 걱정, 돈 걱정 없는 이 한가함!
행복에 도미닉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도 그럴 것이 돈을 쓸 준비가 되어 있는 관광객들과 그 돈을 제대로 뽑아 먹으려는 상인들의 열정이 합쳐지자 남부에서는 ‘에버그린에서는 망아지도 금화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도미닉도 모르는 새, 에버그린은 이미 풍요로운 도시로 소문이 나는 중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처음부터 도미닉과 함께 에버그린을 키워갔던 원주민들 중에는 부자 소리를 드지 않는 이들이 없을 정도였다.
개척 마을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자신들의 농지와 땅을 가지고 있었던데다가 사람이 부족해 초반 각종 사업에 직접적으로 발 벗고 나선 덕분이었다.
도미닉은 이들의 공을 잊지 않았고, 충분히 보상을 했다.
그리고 도미닉이 어떤 식으로 사업을 키워갔는지 지척에서 본 원주민들은 그를 벤치마킹해서 나름의 사업을 꾸려갔다.
중화요리 가게는 물론이고 도시 내 음식 배달 사업을 시작한 칼론 아저씨를 비롯해 마차 대여 사업, 관광 가이드 사업, 소규모 여관을 경영하거나 해가 뜰 때까지 여는 술집을 차린 주민들도 있었다.
그 외에도 아카데미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부를 하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공부찻집을 열거나 각종 서적을 대여해주는 대여 전문 책방, 아카데미와 중앙상점가를 잇는 정기 마차를 끄는 운수업에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맺어준 일자리 외에도 하루 이틀 정도 단기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인력사무소까지!
도미닉도 가끔 놀랄 정도의 사업 아이템들이 곳곳에서 터지는 중이었다.
카림이 창업 문서를 가지고 오면 도미닉은 그 때마다 기꺼워하며 허가 사인을 해주었는데, 카림이 놀란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사람으로서의 기본도 하지 않는 놈들을 수도 없이 봐 온 카림에겐 도미닉이 매우 양심적이고 정직한 상사였던 것이다.
어쨌든 본인의 근무 만족도가 높다니 다행인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도미닉의 마음을 아는지 카림은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휴우. 다 했나? 그럼 나는 이걸 시장님께 전달하고 바로 퇴근할테니 자네들도 얼른 마무리하고 가세나.”
“그러지! 아, 오늘 저녁에 새로 생긴 생선구이 집에 가려고 하는데 어떤가. 같이 가지 않겠나, 카림?”
“리조트 근처에 생긴 거기?”
“그래. 남부식 생선구이라는데 다녀온 사람들 말로는 숯불에 구운 생선 맛이 최고라더군!”
“좋네. 내일은 휴일이니 오랜만에 코가 비뚫어지게 마셔보자고!”
처음 왔을 때는 밤을 새다시피 일에 매달렸던 행정관들이었지만 아카데미에서 행정과 회계 등을 배우는 학생들이 근로장학생으로 오면서 드디어 행정관들도 일주일에 한 번은 쉴 수 있게 된 것이다.
내년에 새로운 학년이 또 입학한다면 그 때는 평일에도 저녁 있는 삶이 가능해질지도 몰랐다.
행정관들 역시 점점 더 나아지는 상황에 절로 웃음이 났다.
딸랑-.
“저… 여기가 임시 시청이 맞습니까?”
그 때, 행정관의 문이 열렸다.
그 곳엔 그리 고급스럽지 않은 로브로 온 몸을 가린 세 사람이 우물쭈물하며 서 있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아무래도 정시 퇴근은 어렵겠구나 싶은 마음에 동료들에게 씩 웃으며 ‘먼저 가서 먹고 있게나.’ 눈짓을 보낸 카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