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rd of another world is well fed RAW novel - Chapter 79
한 무리의 농부거북 떼는 지금 매우 흥분한 상태였다.
새끼를 키우고 알을 낳기 위한 장소를 찾기 위해 정찰을 나갔던 34호 거북이 그들의 주식이 되는 바다풀이 잔뜩 자라고 있는 장소를 찾았다고 음파를 보내왔기 때문이었다.
– 바다풀 매우 많음! 뜨거운 물이 나오는 바다!
거북 대장은 34호가 보내온 메시지의 장소가 자신들이 애용하던 장소 중에 하나였다는 것을 눈치챘다. 다만, 그곳에 바다풀이 잔뜩이라는 것이 조금 이상했다.
34호가 말한 뜨거운 물이 펑펑 솟아나는 섬이 있는 바다는 자신들이 딱 좋아하는 수온을 가지고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어슬렁거리기 시작한 인간들이 기껏 자신들이 열심히 옮겨다 심고 여름 내 키워놓은 바다풀을 잠깐 추위를 피하러 간 겨울 사이에 죄다 뿌리 뽑기 일쑤였다.
괘씸한 인간들이 아닐 수 없었다.
먼 바다에서부터 해안가까지 바다풀을 옮겨 심고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 인간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르는 게 분명했다!
– 정말 많음!
다시 한 번 34호의 음파가 도착했다.
왜 움직이지 않는 것이냐고 답답해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몇 번이고 농사를 지어놓은 것을 죄다 뿌리뽑힌 기억이 있는 거북 대장이었기에 34호의 신호에도 여러 가지 의심을 할 수밖에.
오랜 시간을 살아가는 동물인만큼, 생각보다 지능이 높은 거북이들이었다.
그 곳엔 작년에도 한 무더기의 바다풀을 옮겨 심어두었다.
하지만 지금쯤이면 인간들이 또 죄다 뽑아놔서 새끼를 밴 암컷들이 먹을 만한 것이 있을 리가 없을 텐데.
끼우우욱-.
꾸욱 꾸욱-.
얼른 결정을 해야 했다.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무리의 사정이 달랐다.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갔던 겨울나기 서식처에서 경쟁 거북 떼를 만났던 것이다.
아직 성체가 되지 못한 개체가 많았던 부족의 특성 탓에 결국 큰 피해를 입은 채 간신히 여기저기 떠돌며 명맥을 유지한 거북 떼.
바다풀을 옮겨 심어야 할 성체 수컷 거북들의 대다수가 부상을 입은 탓에 흉폭한 바다 몬스터가 잔뜩 있는 깊은 바다에서 암컷들의 먹이가 될 바다풀을 옮길 수가 없었다.
꾸우우욱…
– 가자!
암컷과 새끼들의 처량한 눈망울이 대장의 눈에 들어왔다.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그들을 언제까지고 배고프게 할 수는 없었다.
인간들이 파 놓은 함정일 수도 있으나 우선은 배를 채워야 했다. 그래야 다음이 있으니까!
쐐애애애액-!
한 무리의 농부거북이 에버그린 해안가를 향해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
“저깁니다!”
“흐음. 정말 거북 떼가 다시 나타났구먼.”
“그러게 말입니다. 스승님. 칼론 등의 이야기로는 앞으로 몇 년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 했는데 무슨 사정이 있었나 봅니다.”
“오호! 저들이 바다풀 농사를 짓는다던 그 거북인가요? 신기하군요!”
양식장 직원의 안내에 해안가에 도착한 도미닉과 일행들.
“양식장이 피해를 보겠어. 이런! 벌써 저 쪽 양식장 그물을 뜯어냈나보군!”
“다행히 아직은 그 규모가 적지만…”
“아이고! 노영주님! 기사님! 저 거북이들이 한 달만 머무른다고 해도 양식장의 기반이 완전히 파괴되고 말겁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울상이 된 직원과 혀를 끌끌 차는 노영주와 기사, 그리고 엘프 하인리히까지.
그런데 도미닉은 그들의 대화에 낄 수가 없었다.
“지금 다들 그게 보인다고…?”
이럴 때면 참 보통 사람이라는 게 서럽단 말이지.
아무리 눈을 부릅떠 봐도 거북이는 커녕 양식장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눈에 망원경이 장착된 것처럼 이야기하는 일행들의 모습에 기가 막힌 도미닉이었다.
“어쨌든, 진짜로 거북이들이 다시 왔다는 거지? 지금 벌써 양식장 하나에 침입까지 한 상태고?”
“예, 시장님!”
직원이 얼른 도미닉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아까 낮에 양식장에 수확을 나갔던 이들이 발견했습니다. 그 때 이미 양식장 그물을 뜯으려고 하던 중이었고요. 거북 등딱지가 보이자마자 안전 문제 때문에 바로 철수해서 피해는 없었습니다만, 돌아오는 길에 한 무리는 거북섬 해안가 쪽으로 헤엄을 치는 것도 확인했다고 합니다.”
“온천 직원들에게서 온 연락은?”
“전서구가 도착했는데 아직 온천 시설 쪽으로 접근한 놈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마 원류 쪽으로 간 게 아닐까요?”
“어쨌든 온천 관광도 스톱이군. 이런!”
온천도 조금씩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 시점이었기에 도미닉이 짜증이 배가 되었다.
그렇다고 난폭한 거북 떼가 활개를 치고 다니는 곳에 손님들을 계속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양식장에 온천까지 설마 휴업 상태로 들어가야 되는 거야? 젠장! 그래도 이 쪽은 급할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대체 이게 다 손해가 얼마지? 이번 기회에 모조리 토벌을 하는 게 낫나?
머릿속으로 열심히 주판을 튕기던 도미닉의 눈에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판옥선이 눈에 들어왔다.
해안가 근처에 지어놓은 창고에 채취한 미역을 옮겨다 주는 판옥선은 예전 어촌계에서 쓰던 고기잡이 배를 개조한 것이었다.
“…저거 타고 갔다 온 거지?”
“예, 시장님. 채취 작업 중에 타는 것이니까요.”
“근데 말이야, 저 배, 꽤 크지 않나?”
“네? 아…! …어?”
갑작스런 도미닉의 물음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답하던 직원도 이제 깨달은 모양이었다.
“왜 판옥선을 공격하지 않았지? 원래 조금만 덩치가 있다 싶은 배면 일단 공격부터 하고 봤잖아?”
“그러게요? 미역이 많아서 흥분한 거 아닐까요? 거북이들 입장에선 식탁이 차려져 있는 거나 마찬가지일테니까…”
“쯧-. 기껏 양식해서 거북이들 좋은 일을 시킨 건 아닐지 모르겠네.”
수면 아래서 쑥쑥 크는 미역들은 지구의 것과는 종자가 다른 것인지 한 달 만에도 성인 남성의 키만큼 쑥쑥 자라났다. 그 덕에 양식장의 기대 매출 역시 올해는 세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며 직원들은 성과급을 준다는 도미닉의 말에 핑크빛 미래를 기대하는 중이었는데 모두 물거품이 되게 생겼다.
“시장님.”
그 때 하인리히가 앞으로 나섰다.
“저 거북들이 문제가 되는 겁니까?”
“네, 보시다시피. 게다가 저 거북이들. 워낙 난폭해서 자신들이 머무는 일정 공간 안에 배나 사람이 들어오면 닥치는대로 공격하곤 하거든요. 큰 생선들도 죄다 쫓아내 버리기도 하고…”
“제가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요? 대화를 나눠본다면 무력을 쓰지 않더라도 서로 만족할만한 범위 내에서 합의가 되지 않겠습니까?”
“아, 물론입니다. 저희 쪽도 어느 정도는 양보를 할 의향이… 예?”
“네?”
이게 뭔 소리야?
“…거북이랑 이야기를 해 본다는 말씀입니까, 하인리히 님?”
“아, 죄송합니다. 손님으로 온 자가 에버그린을 대표하겠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
“아, 그거 말고 거북이와 대화를 나눈 것 말입니다. 그게 가능한 겁니까?”
도미닉은 물론이고 노영주까지 눈이 등잔만해졌다.
특히 노영주의 놀라움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다. 소싯적 대륙을 누비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경험을 쌓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동물과 대화를 하는 능력이라니!
“허허. 세상에나. 능력 있는 드루이드는 동물의 감정을 읽는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직접 대화가 가능한 자들이 존재할 줄이야!”
“인간들 역시 신의 음성을 직접 듣기도 하지 않습니까.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의 음성을 듣는 이들도 존재할진데 함께 대지를 공유하며 솜쉬고 살아가는 동물들과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을런지요?”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나 그대의 말이 그럴싸 하군. 허허! 그래도 그렇지 동물과 대화라니, 허허!”
노영주는 연신 헛웃음을 지으며 놀라움을 감추지를 못했다.
‘아, 그래서 육식을 자제하게 된 거야? 말이 통하니까?’
단순히 설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이야기가 숨어 있다면야 그들의 신념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동물과 말이 통한다면 그들을 어떻게 먹기 위해 도살할 수 있겠는가.
‘드워프의 손재주에도 혹시 비밀이 숨어 있는 걸까?’
아무래도 시간이 나면 알아봐야겠다.
우선은 당장 급한 불부터 끄고!
“혹시 그럼 바로 이야기를 좀 나눠 줄 수 없겠습니까? 저희 입장은…”
동물과 진지하게 협상을 논한다는 게 아직까진 완전히 머리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목 마른 자가 우물을 파야지 어쩌겠는가.
***
얼마 뒤, 리조트에는 새로운 일일투어가 대대적으로 홍보되기 시작했다.
객실 내에 팜플렛이 비치되기 시작한 것은 물론이고 리조트 내 식당에도 관련 안내문이 부착되었다.
건설업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방랑기사 지브론타는 레스토랑에서 본 광고 전단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손님, 식사 주문 하시겠습니까?”
“……”
“손님?”
“아! 미안하군. 정신이 팔려서 말이야. 추천 메뉴로 아무거나 부탁하지. 그런데 저, 이건 대체 뭔가? 거북과 헤엄을 친다니?”
“이번에 우리 도시의 어촌조합에서 개발한 새로운 관광 상품입니다. 저희 마을에 몇 년에 한 번 쯤 찾아오는 거북떼인데 이번에 아주 눌러 앉은 모양이더라구요.”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나? 광고물의 크기를 보니 제법 커보이는 것이, 수중에서 돌변하면 제법 위험할 것 같은데. 아! 물론 나같은 기사들에게는 별 다른 위협이 되지 않겠지만. 하하하!”
지브론타는 조금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허세를 부렸지만 손님들의 기분을 맞춰주는데 이골이 난 리조트 직원은 적당히 맞장구를 쳐 주었다.
“물론이지요. 용맹한 기사님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저처럼 검 한 번 제대로 잡아 본 적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제법 두려울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듣자하니 먹이와 서식지 같은 것으로 길들인 모양이더라구요. 몇 가지 주의 사항만 잘 지킨다면 문제없답니다.”
“그게 정말인가?”
“그럼요. 그러니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고 이렇게 대대적으로 홍보까지 한 것 아니겠어요?”
“…이거, 신청은 어떻게 하지?”
“신청서 작성은…”
다음 날.
방랑기사 지브론타는 온천섬으로 향하는 리조트 내 프라이빗 선착장에 멍하니 서 있었다.
‘괜한 짓이었나?’
막상 수중에 들어가 사람 크기만 한 거북이를 본다고 생각하니 온 몸이 뻣뻣하게 굳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도망칠까?
아니, 그럴 수는 없다.
사실 지브론타가 방랑기사로 돌아다닌 건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한 소심한 성정 탓이기도 했다. 큰 부를 이은 상인 집안에서 태어나 검에 대한 재능을 보여 아낌없는 지원을 받은 그.
훌륭한 스승 밑에서 교육을 받으며 가진 재능은 순식간에 꽃피웠지만 그의 진짜 실력은 연무장의 허수아비를 때릴 때나 발취되곤 했다.
눈 앞에 사람이나 몬스터가 있으면 유연하기 그지없던 몸이 딱딱하게 굳어서는 움직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는 세상을 보겠다는 핑계로 도망을 쳤고 에버그린에까지 흘러들어와 돈이나 쓰면서 지내는 한량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거북 투어는 그런 그가 나름대로 용기를 낸 결과였다.
남들이 보면 그게 무슨 용기 씩이나 필요한가 싶어도 온 몸을 가리는 갑옷 없이 거대한 괴수와 수중에서 마주한다는 사실은 그에게는 벽을 깨는 일이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지르본타 플로네어 님?”
“여기다!”
“거북 투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투어에 대한 설명과 주의점 몇 가지에 대한 설명이 쭉 이어졌고, 설명을 충분히 들었노라는 확인서에 서명까지 마쳤다.
“이걸 받으시지요. 물 속에서 숨을 쉬게 해주는 도구입니다. 20분이 한계이기 때문에 15분이 지나면 물 밖으로 자동적으로 올라올 겁니다.”
“…좋군.”
그는 속으로 ‘이런 것이 있으니 투어 가격이 이렇게 비쌌던 것이로구나.’ 하고 납득했다.
여인들의 머리장식 같은 마도구까지 착용하고 나니 정말로 물 속으로 들어갈 시간이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질 즈음,
풍덩!
온 몸을 감싸는 바닷물의 감촉에 다시 한 번 완전히 굳어버린 지브론타.
톡톡-.
투어를 진행하는 안내원이 어깨를 두드리는 감촉에 간신힌 눈을 뜨자,
“……!”
바다 안에는 별천지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