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rd want to play RAW novel - Chapter 232
232화
“여왕 폐하의 명령이시다! 모든 왕도 주민들은 성문과 성벽 보강 공사에 참여하라!”
“식량과 철, 소금 등 전쟁과 관련된 물자를 공출하고, 사적으로 비축하는 이들을 처벌한다!”
“왕도 부근의 포구를 불태우고 우물은 모조리 메워라!”
아멜리아의 명으로 다음과 같은 조치들이 반포되자, 왕도와 인근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치솟아 올랐다.
“망할 반역자 놈들! 전쟁을 할 거면 왕도 밖으로 나가서 하던가!”
“그러게, 괜히 잘 지내는 백성들을 못살게 괴롭히기나 하고.”
이렇게 투덜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대놓고 저항하는 이들도 있었다.
“카를 폐하는 우릴 잘 살게 해주려고 땅을 나눠 주셨지! 근데 늙다리 공주는 뭘 해줬다고 다 빼앗아 가겠다고 난리야?”
“이놈, 감히 여왕 폐하를 모독하는 게냐!”
“어디 죽일 테면 죽여 봐! 우릴 다 죽이고 잘난 너희 귀족 놈들이 직접 농사지어 보던가!”
특히 왕도 인근 지역 농민들의 저항이 드셌다.
새로운 토지 제도인 양전제의 혜택을 제일 먼저 받았던 만큼, 카를에 대한 지지나 충성심이 두터웠다.
이에 그들은 식량을 공출당하지 않도록 파묻어 숨기거나, 아예 공주파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불태워 버리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마을에선 낫이나 도리깨 등의 농기구를 들고 맞서 싸우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보고받은 아멜리아 공주는 눈살을 찌푸렸다.
“주민들의 반발이 상상 이상이군요. 왕도를 접수할 때만 해도 이러지 않았었는데 어째서죠?”
“자기네 밥그릇을 건드린다고 여기니 민감하게 구는 듯합니다.”
아멜리아는 힐다의 주장에 동의했다.
사실 왕도를 접수할 때는 공주파의 행동이 빠르기도 했고, 주민들에게 이렇다 할 폐도 끼치지 않았다.
하지만 토벌군과의 전투를 앞두고 강압적으로 나오니 다들 반발하게 된 것 같았다.
“포구는 제대로 불태웠나요?”
“예, 다섯 군데 모두 불태우고 왔습니다. 이제 서부 놈들은 왕도에서 이틀거리 떨어진 알레스토 포구밖에 쓸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알레스토 포구에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서부군을 요격할 부대들이 이미 매복에 들어간 상태.
힐다의 보고에 아멜리아가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전령이 급보를 전했다.
“여왕 폐하! 서부군이 알레스토 포구를 지나 왕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뭐라고요?”
전령의 보고에 아멜리아와 힐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올 수는 있다.
하지만 배에서 병사들을 내리려면 포구여야 했다.
보트 같은 작은 배라면 몰라도 화물선이나 여객선 같은 큰 배를 선착장이 없는 곳에 배를 대려다간 좌초하기 십상이니까.
“혹시 우리가 모르는 포구가 있나요?”
“없습니다, 여왕 폐하.”
“그래도 혹시 모르니 요격 준비를 하세요.”
“알겠습니다.”
힐다가 직접 요격 부대를 이끌기 위해 밖으로 나가자, 아멜리아는 휘하 귀족들을 보며 말했다.
“성벽이나 성문 보강 공사는 어느 정도 진행되었죠?”
“이제 겨우 3할 정도 진행되었습니다.”
“왕도의 주민들을 모두 동원하는 한이 있더라도 서두르세요.”
“하지만 지금도 불만이 가득한 상태인데…….”
성벽과 성문 보강 공사를 담당한 귀족이 난처하다는 얼굴로 대꾸하려는 찰나, 아멜리아가 의자의 손잡이를 내리치며 고함을 질렀다.
“그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잠재워야지요! 본보기로 몇 명을 처형해서라도 보강 공사를 서두르세요!”
“아, 알겠습니다, 폐하.”
반란을 일으킨 뒤 아멜리아는 자주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곤 했다.
그 바람에 목이 날아간 이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겁에 질린 귀족이 허둥지둥 밖으로 나가자 아멜리아는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한심하군! 그저 권력을 탐하거나 사치를 부리는 것만 좋아할 뿐 능력 있는 귀족이 거의 없어.’
하지만 그런 놈들이라도 없이는 반란을 성공시킬 수 없기에 흥분을 가라앉힌 그녀는 귀족들을 향해 물었다.
“동부의 상황은 어떻죠? 지금쯤이면 한바탕했을 것 같은데요?”
왕도 아라스가 반란군에 넘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카를이 이끄는 토벌군은 그대로 동부로 진격해 들어갔다.
일단 동부의 반란군을 격파한 뒤, 회군할 생각 같았다.
“안 그래도 오늘 아침 소식이 들어왔는데, 볼자드 공작군이 회전에서 패했다고 들었습니다.”
“뭐라고요?”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귀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아멜리아는 기가 차다는 반응을 보였다.
***
오를리 포구.
왕도에서 가장 가까운 이 포구로 필리프가 이끄는 서부 토벌군을 태운 수송선단이 나타났다.
“씁, 예상대로 다 태워버렸구만.”
아직 연기가 폴폴 피어오르는 포구는 새까만 숯덩이로 변해버렸다.
이 광경을 보고 혀를 차는 필리프에게 마우가 나타나 말을 건넸다.
‘맞아.’
‘당연히 있지.’
그것도 치트급의 방법이.
씩 웃음을 지은 필리프는 프란체스카나 타마라 공주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리베르타에게 찾아갔다.
“리브, 부탁할 일이 있는데…….”
“설명할 필요 없다. 배를 통째로 육지로 올려 달라는 거 아니냐?”
이심전심.
가까워진 만큼 말을 하지 않아도 뜻이 통했다.
“혹시 어려워?”
“왕도 성벽 앞까지 떠밀어 달라는 것보단 훨씬 쉽구나.”
자신 있는 표정을 지은 리베르타는 곧장 신의 영능을 발휘했다.
좌아아아악!
리베르타의 손짓에 따라 강에서 물살이 크게 일어났다.
불어난 물살은 불타버린 포구 마을로 차올랐고, 이를 따라 수송선들이 육지로 떠밀려 올라갔다.
“헉, 배가 땅으로 가네!”
“기적이다! 배에 성녀님이 타고 계신 게 분명해!”
망연자실하게 불탄 포구를 바라보고 있던 주민들은 거대한 배들이 땅 위로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일부 신심이 두터운 자들은 그 자리에 무릎 꿇고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그때 두뇌 회전이 빠른 한 주민이 말했다.
“이럴 게 아니라 가서 도웁시다.”
“응? 돕다니?”
“보면 모르겠소? 저들은 반란을 일으킨 아멜리아 공주를 토벌하러 온 군대란 말이오.”
그 말에 모두들 배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쿠쿠쿵!
물줄기를 타고 땅 위에 오른 수송선은 뻘밭처럼 변한 땅에 고정되었다.
그러자 갑판에 있던 기사와 병사들이 그물과 밧줄을 늘어트린 뒤 차례로 배에서 내려왔다.
“선발대는 주변에 적이 있는지 정찰을 철저히 해라.”
“나머지는 주둔지를 구축하거나 하역 작업을 돕도록!”
곧장 흩어진 병사들은 개미 떼처럼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그런 그들을 주민들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도왔다.
“나리들, 반란을 일으킨 늙은 공주를 잡으러 온 거지요?”
“꼭 잡아서 목매달아 주시오. 그 빌어먹을 여자가 내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집과 배를 불태워버렸다오!”
주민들의 협조 덕분에 물자 하역이나 주둔지 구축 작업은 한결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문제는 보병 전차와 화포같이 무게가 꽤 나가는 무기들이었는데, 그건 급조한 기중기와 종군 마법사들의 도움을 받아서 해결했다.
“호호, 우리가 왕성 인근에 상륙한 걸 알면 아멜리아 공주가 화들짝 놀라겠죠?”
“그럼요. 아마도 알레스토 포구에 함정을 파 둔 것 같은데, 지금쯤 서둘러 병력을 되돌린다고 난리일 겁니다.”
왕도 인근의 포구들은 다 불탔는데, 유일하게 멀쩡했던 알레스토 포구.
필리프는 과감히 그곳을 패스했다.
일부러 함정에 빠질 생각도 없었고, 굳이 포구가 아니라도 상륙할 방법이 있었기 때문.
그렇게 시간과 거리를 단축한 필리프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하역 작업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정찰을 나간 선발대에게서 다급한 보고가 날아들었다.
“적 기사단과 기병 부대가 접근해 오고 있습니다! 규모는 대략 2,000 정도입니다!”
“그래? 그럼 그들을 마중하러 가야겠군.”
“필리프여, 나도 거들어주마.”
리베르타의 제의에 필리프는 고개를 내저었다.
“괜찮아. 저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
그리 대답한 필리프는 하선을 마친 브란델 영지군을 데리고 포구 밖으로 나갔다.
두두두두!
잠시 후, 검은 장미 문양의 망토를 걸친 한 무리의 기사들이 기병들을 이끌고 오를리 포구로 다가왔다.
선두는 힐다가 이끄는 블랙 로즈 기사단원들이었다.
“적이 온다, 전군 전투 배치!”
필리프의 외침에 총병들이 사격 대형을 갖추었다.
화포나 보병 전차 같은 중화기는 아직 하역 전이었지만, 이 정도로도 적들을 충분히 격퇴할 자신이 있었다.
“사격 준비!”
철컥! 철컥!
필리프가 손을 들어 올리자, 총병들이 일제히 총구를 전방으로 겨냥했다.
다들 긴장한 상황에서 적군이 점점 가까이 접근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소총 사거리 안에 들어오자 지체 없이 명령을 내렸다.
“발사!”
타탕! 타타타탕!
***
자신의 직속 병력을 이끌고 다급히 오를리 포구로 향하던 힐다는 땅 위에 올라온 배들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어, 어떻게 배가 땅 위에!’
혹시 브란델 백작과 한패인 물의 성녀의 소행일까.
자세한 영문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적이 상륙한 이상 막아야 한다.
이곳 오를리 포구는 왕성에서 가까워 이곳에 적을 상륙하게 내버려 두었다가는 방어 준비를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공성전에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점은 그녀의 직속 병력들은 브란델 백작이 만든 무기의 대응법을 마련한 뒤였다는 거다.
“전원 돌격하라!”
그녀의 외침에 기사단과 기병대가 포구 밖에 진을 치고 있는 병력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거리가 좁혀지자 명령을 내렸다.
“산개!”
타타타타탕!
이히힝! 으아아아악!
수백 발의 총성이 터지며 연기가 뿌옇게 일어났다.
그리고 총격에 당한 말과 기사의 비명이 요란하게 울렸다.
하지만 필리프는 아직 안심하지 않았다. 쓰러진 적이 일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놈들, 사격하는 순간에 좌우 양쪽으로 흩어지며 총격을 피했어. 혹시 소총 유효 사거리를 알고 있는 건가?’
필리프의 예상대로 그들은 포로로 잡은 근위대나 중앙군에게서 소총과 관련한 정보를 습득했다.
그래서 방금 전 일제 사격에도 피해가 적었던 것이다.
“지금이다! 모두 돌격하라!”
“와아아아!”
블랙 로즈 기사단원들은 총병들이 재장전하는 틈을 타서 거세게 돌진해 왔다.
‘제법 머리를 썼다만, 이쪽은 후장식 소총으로 모두 개조했단 말씀!’
출정 전에 총병들의 무기를 모두 트랩도어 방식의 후장식 소총으로 개조를 마쳤다.
이를 위해 대장장이들과 드워프들이 날밤을 새워가며 고생했지만 말이다.
“재장전! 발포!”
탕! 타탕!
머스킷 소총이라면 아직 장전 중일 테지만, 트랩도어 소총으로 무장한 브란델 영지 총병들은 벌써 재장전을 끝내고 방아쇠를 당겼다.
허를 찌르고 돌격했다 생각했던 블랙 로즈 기사단원들은 도리어 허를 찔리고 말았다.
“으아아악!”
“커억!”
“제길! 물러서지 마라!”
총탄에 맞은 기사들과 기병들이 줄줄이 낙마했다.
하지만 큰 타격을 입은 상태에서도 블랙 로즈 기사단은 꾸역꾸역 돌진했다.
하지만 전열 앞에 다다른 그들을 맞이 한 건 총병들이 아니었다.
갑자기 총병들의 대형 뒤에서 뛰쳐나와 단단한 방진을 구축한 창병들과 좌우에서 뛰쳐나온 서부 토벌대 기사들이 마치 모루와 망치처럼 블랙 로즈 기사단과 기병들을 요격했다.
결국 블랙 로즈 기사단은 무수한 시신을 남긴 채 퇴각했다.
“적이 도주합니다, 영주님, 추격할까요?”
“아니, 지금은 하역이 급해.”
몇 안 되는 패잔병들을 처리하는 것보다 화포나 보병 전차 같은 핵심 병기들을 내리는 게 더 중요했다.
“초전에 압승을 거둔 걸로 충분하지. 아멜리아 공주 일당은 이제 어떤 반응을 보이려나?”
적의 반응을 상상해 보며 필리프는 씩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