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541
EP.540
#2-52 마법소녀 육변기 육인형 쾌락 고문(스테이지: 오크의 성 / 설정: 굴복하는 용사님) (2)
“……도착…한 것 같은데.”
사람이 자주 다니며 자연스레 만들어진 길. 그 길을 따라 숲을 나아가자, 다행히 해가 떨어지기 전에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임금님이라도 살 것처럼 커다란 성채. 그 주변으로도 넓게 펼쳐진 부지가 보인다.
담이 낮은 건 굳이 외적을 경계할 필요 없다는 자신감의 표출로도 보인다.
덕분의 안쪽에 누가 있는지, 그들의 배치가 어떻게 되는지도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었다.
‘우글우글하네.’
붉은 피부의 이족보행 돼지들.
평범한 돼지보다 조금 더 피부가 붉고, 몸집은 그 상태로 몇 배 정도 늘린 뒤 사람처럼 일어서 서게 만들면 딱 저렇지 않을까 싶은, 돼지 그 자체인 마물들.
번식능력도 돼지의 그것을 닮은 건지 하여간 숫자가 많았다.
‘마을에서도 모판으로 쓸 여자를 공물로 바치게 했다지.’
제 목숨 살자고 마을의 처녀들을 그렇게 바친 거냐. 저 돼지들에게. 떠올리니 왠지 그 마을에 화가 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편이 현명한 처사니까. 어쩔 수 없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같이 죽을 수는 없는 법이니.
‘잠입은.’
이만큼 커다란 성채니, 돌아갈 샛길 정도는 있으리라.
그리고 마을에 머무를 때, 성채의 뒷문 쪽에 샛길 비슷한 것이 있다고도 듣고 왔다.
단애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저 거대한 성채의 뒤로 돌아가듯 빙 돌아갔다.
* * *
타닥! 휙!
차악…!
성채 안에는 무사히 잠입했다.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소리를 죽이고 조심스레 복도를 나아간다.
설명만으로는 언급했던 샛길을 찾아내기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상 돌아보니 곧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아예 경비 자체가 세워져 있지 않았으니까.
문도 시원하게 열려 있어서, 환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이 돼지들은 얼마나 경계심이 없는 건지.
그냥 자만한 걸까.
…글쎄. 어느쪽이든, 일이 수월해진다면 상관 없다.
‘최단 시간으로 우두머리를 처치한다.’
그 뒤로는 머리를 잃은 오크들을 시간을 들여 차근차근 처리해나갈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런 오크가 몇 백마리나 있든, 압도적인 레벨 차이가 있으니 전부 썰어버릴 수도 있지만….
‘왜인지… 내키지가 않아.’
인 그녀라면 마땅히 해왔을 일이.
어쩐지 오늘만큼은 내키지가 않았다.
애초에 이렇게 샛길을 찾아온 것만 해도, 원래의 그녀라면 하지 않았을 일이다. 정면돌파 했을 테지.
마치 머릿속에 있는 또 다른 인격이 부정하는 느낌… 그럴 리가 없는데….
왠지 모르겠는 불안함. 그리고 초조함.
그 어딘지 모를 이상(異常)에 지나치게 집중했던 모양인지.
그만 주변에 대한 주의를 소홀히 하고 말았다.
“부훅! 여자… 누구냐!! 뭐하는 년이냐!!”
돼지가 으레 그렇듯 코를 고는 듯한 소리를 섞으며, 외쳐온다.
마침 복도에 나타난 오크가 그녀를 발견하고 만 것이다.
거리는 대략 3간(間). 이 정도라면….
“부후욱! 대답해라 인…..”
챙――
“시끄러.”
“가…커…허…!”
단 한 순간.
소란을 피우려던 돼지 사병은, 눈 깜짝할 사이에 눈 앞에 다가온 단애의 검에 목을 썩둑 잘려버렸다.
붉은 색의 더러운 피가, 머리가 사라지고 목만 남은 절단면에서 분수처럼 솟구쳐 올랐다.
역시, 별 거 아니다.
레벨 200짜리 용사가, 이런 피라미들 뿐인 장소에서 불안을 느낄 이유 따위는 하나도 없는데.
오늘은 그 뭐냐, 분명 여자의 날이라거나 그런 게 분명하다.
…이상하네.
생리는 저번 주에 끝났을 텐데….
잠깐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소란을 눈치 챈 오크 병사들이 하나하나 복도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란은 순식간에 커져가고, 단애는 손에 들린 칼을 고쳐쥐었다.
그래도 정문에서 오는 게 아니라 샛길로 온 덕분에 상대해야 할 숫자는 많이 줄었다.
소동을 눈치 챈 정문의 병사까지 몰려오기 전에――
“죄다 몰살이야.”
전부 죽여버리고, 우두머리에게 도달하자.
* * *
써걱….
푸욱! 콰직!
츄홧, 써억!
채앵― 키이이잉!
콱! 써억! 콰직! 쿠득! 촤악! 촤좌좟! 써걱! 푸욱! 촤앗! 촤아앗!
촤앗촤앗촤앗촤앗촤앗촤앗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
“진짜 엄~청 많네.”
베고, 베고, 베고, 베고베고베고베고베고, 또 베었다.
돼지들의 숫자는 쓰잘데기 없이 너무 많아서, 한없이 쓰레기처럼 많아서, 어딘가에서 몹이 무제한 리젠이라도 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았다.
그럼에도 단애의 발걸음은 조금도 멈추지 않았고, 물이 흐르는 듯이 오크들을 베어 넘겨 성채의 복도는 이미 시산혈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단애에게는 피 한 방울 묻지 않았다.
로서 가진 패시브 스킬이 날아드는 핏방울들을 막아낸 것이다.
덕분에 돼지들의 피냄새가 진동하는 가운데 단애만은 여전히 꽃 같은 향기를 피우고 있다.
“…….”
피 냄새와 돼지의 지방 냄새가 진동을 하는 복도를 철벅철벅 지나쳐, 단애는 더욱 안쪽으로.
우두두 울리는 소리가 아래쪽에 들리는 것을 보니, 또 다른 사병들이 올라오고 있는 것 같았다.
별 거 아닌 피라미들이라곤 해도, 역시 또 다시 둘러싸이는 건 성가시다. 그리고 레벨이 아무리 높아도, 지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그러고 보니 포션이 있었지.’
마침 목이 마른데, 보아하니 수통이 비어있었다. 분명 마을에서 물을 채워왔다고 생각했는데, 왜 없는 건지.
피로도 회복할 겸, 단애는 마을 촌장에게서 받았던 포션을 꺼내 쭈욱 들이켰다.
……어쩐지 머릿속에서, 그러면 안 된다고 경종을 울리는 느낌이었지만, 이제 와서는 태연히 무시했다.
오늘의 나는, 확실히 이상하다.
‘뭔가, 평소에 먹던 포션보다 달콤한 느낌인데.’
어딘지 묘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단애는 비어버린 포션병을 바닥에 던지고는 위층을 향해 뛰어 올라갔다.
이 성채의 최상층에 오크들의 우두머리가 있다. 일단 그놈을 처리하고, 남은 녀석들을 썰어버리자.
그리고 돌아가서, 폭신한 침대에 누워서 얼른 쉬고 싶다….
* * *
……도착했다.
포션을 마신 뒤로도 몇 층을 더 올라온 단애가 마침내 최상층에 도착하자, 그녀를 환영하듯 꿀꿀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까지 들려왔던 천박하고 요란스럽기만 하던 울음소리에 비해, 이 최상층에 올라오고 들린 울음소리는 조금 더 위압감 같은 것이 있었다.
어디까지나 ‘조금 더’일 뿐이라.
레벨200의 단애에게는 별 느낌 없었지만.
“부훅… 너더냐, 침입자가…!”
과연, 이 오크들의 수장이라는 걸까.
오크들의 우두머리, 스스로를 오크킹이라는 멋대가리 없는 호칭으로 칭한 돼지는, 다른 오크들보다 몸집이 1.5배는 커보였다. 그리고 배가 좀 나와있긴하지만, 팔다리며 흉부에 붙은 울끈불끈한 근육도 바위처럼 단단해보인다.
강해보이긴 하는데….
‘옷 좀 제대로 입지.’
딱히 몸을 숨길 생각은 없는 것인지, 허리에 대충 천을 감아놓긴 했지만 너덜너덜해서, 아래에 덜렁거리는 징그러운 물체가 언뜻 보이고 있었다.
단애는 눈썹을 찌푸렸다.
――징그러운 돼지 새끼가.
“……토벌하러 왔어. 얌전히 죽어라, 돼지.”
검을 손에 쥔 채 선언하는데, 뺨을 타고 또르륵 땀이 흘러내렸다.
왜인지 조금 전부터 몸이 뜨겁다. 열이 올라와서 서있기가 살짝 버겁고, 눈 앞도 흐릿하다.
몸 상태가 왜 이러지…?
어쩐지 이상해…
‘아까… 포션을 마셨을 때부터….’
분명 그때부터, 어쩐지 심장이 두근두근 떨리기 시작했다.
아래쪽도 어쩐지 근질거리고, 열이 올라온다.
――발정하고 있다.
그녀의 기억으로, 그녀는 성(性)경험 같은 건 없을텐데… 어쩐지 왠지 모르게 그 감각만은 알 것 같았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쨌든 컨디션이 조금 이상한 것 같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눈 앞의 오크킹의 추정 레벨은 60 정도. 그리고 그녀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에 거의 70레벨에 육박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여전히 100이 넘는 레벨 차가 있다. 이 정도는 컨디션의 좋고 나쁨 따위로 뒤집힐만한 격차가 아니다.
다만 단애가 달아오른 신체를 제어하느라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잽싸게 공격하려 들지 않는 바람에.
그 때문에 약간 여유가 생겨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사이, 오크킹이 허공에 대고 손짓을 했다.
『케케케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의자 뒤에서?’
평소 오크킹이 앉는 자리인지, 큼직하고 화려하게 생긴 옥좌 같은 느낌의 의자 뒤에서 무언가가 꾸물꾸물 모습을 드러냈다.
지팡이를 들고, 등이 구부정한 초록 피부의 마물.
고블린… 아니, 고블린 샤먼이라 불리는 녀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군인가 싶지만, 솔직히 저 녀석이 추가된다고 해도 곤란할 건 없었다.
니까 당연히 대마(大魔) 스킬도 가지고 있다. 최소한 100레벨은 넘거나는 주술사나 마법사여야지 그녀에게 효과가 있는 마법을 쓸 텐데, 저 고블린 샤먼은 아무리 봐도 오크킹보다도 레벨이 낮아보였다.
상관 없겠지.
목표는 바뀌지 않는다. 이대로 오크킹의 목을 단 칼에 베어버린다. 그 뒤에 고블린 샤먼 녀석도 죽인다.
아래에 남아있을 돼지 사병들도 전부 몰살시킨다.
철컥…!
단애는 심플하게 정리하며 두 손으로 칼을 고쳐쥐었다.
『….■■■■……■■』
그리고 고블린 샤먼도, 뭔가 영창을 하면서 지팡이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끝이다.
단애가 자세를 잡고 달려들려던 그 순간, 지팡이 끝에 달린 자수정 빛의 보석이 희미하게 빛났고.
그리고….
“…………………………………………히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탈그랑! 털썩!
주르르르르륵…! 뚝, 뚝…!
별안간, 단애는 검을 놓치고 그 자리에서 무릎 꿇고 주저앉고 말았다.
활동하기 좋은, 딱 달라붙는 반바지를 입고 있고 있던 하반신, 그 고간 부근에서 실금이라도 했는지 오줌이 뚝뚝 흘러내렸다.
“어, 어, 어…?”
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지 못했다. 그녀의 의지가 아니다. 갑자기, 뜬금없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그녀의 몸이 멋대로 이상해져버렸다.
고블린 샤먼이 들고 있는 지팡이의 보석.
깜빡이는 그 보석의 빛이, 자신이 메고 있는 목걸이의 자수정빛 보석과 연동하듯 함께 빛나고 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