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55
그리고 용사 에이에이. 그녀는 여자들을 다 데려다 준 모양인지 홀가분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에리나는 그녀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다친데는 없냐는 둥의 잡다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에이에이는 그런 에리나가 좋으면서도 곤란한 눈치였다. 그동안 레벨이 많이 올랐는지 그녀의 레벨은 50에 육박했다.
안그래도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정말 저 하늘의 별과 같이 높은 상대가 된듯하여 나는 속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언젠가 에이에이를 쓰러트려서 바닥에 깔려면 내가 조금 더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벨릭스 카린. 금발 웨이브에 푸른 눈을 가졌으며 큰 가슴과 매력적인 갑옷 바디라인을 자랑하는 그녀는 이 파티의 왕궁 대표 멤버였다. 나는 그녀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름: 벨릭스 카린
직업 : 왕궁 기사
레벨: 34
호감도: 45
스텟
힘: 100
민첩 : 30
지능: 60
행운 : 70
특성
심판자
도적, 해적 직업군에 대해서 2배 데미지를 가합니다.
해당 직업군에게는 받는 데미지를 절반만 받습니다.
추적자
인상착의를 알고 있는 인물에 한해서 누구보다 빠르게 위치를 추적합니다.
고문기술자
주무장(검과 방패)을 제외한 공격으로는 상대가 죽지 않습니다.
기사답지 않은 살벌한 스텟이었다. 특히 고문 기술자와 심판자 특성은 이 년이 항구로 갔을 때 이브가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아주 모범적인 특성이었다. 나는 벨릭스 카린을 조금 조심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다 오셨군요.”
왕궁의 고위 관리가 우리를 모아둔 휴게실에 나타나서 말했다. 그는 우리를 왕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주겠다고 말했다. 카린이 번개처럼 일어나서 관리의 뒤를 따랐고 그 뒤를 내가 따랐다. 후미에 에이에이와 에리나가 따랐다. 에리나는 에이에이에게 찰싹 달라붙은 채 사랑한다고 말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녀가 아기 하나 때문에 남에게 다리를 쉽게 벌리는 여자라는 걸 아는 내게는 웃긴 일일 뿐이었다. 애초에 에리나가 이 파티에 참여한 목적도 딱히 정의나 성검을 위해서가 아님은 분명했다. 에이에이가 참여할게 분명하니까 그의 얼굴을 보기 위해 온 것이리라. 나는 에리나가 여자가 된 에이에이의 손놀림에 만족할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모두 왔구나.”
왕은 매우 지치고 심각한 표정으로 우리를 맞이 했다. 대합실에 들어서자마자 왕좌에 앉은 왕을 보고 내가 느낀 첫 감상은 그러했다. 그는 매우 지치고 늙어있었다. 최근 일어난 사건들에 제대로 심신을 쉴 여유를 찾지 못한 까닭이겠지. 원작에서 왕은 퀘스트만 주고받는 존재였기에, 어떤 인상인지 몰랐는데, 이 나라가 돌아가는 모습이나 지금 자세를 볼 때 상당히 성격이 좋은 인간인 것 같았다.
그는 우리 일행이 매우 든든하고 반가운 듯 옅은 미소를 띤채 말했다.
“지난 마왕 토벌에서 에반젤린이 마왕의 부활을 획책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또한, 에반젤린이 인어들을 동원하여 교역도시 에스타를 습격하려고 했다는 사실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나는 에반젤린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에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보았다.”
왕이 시종을 가리키자 시종이 지도를 촤르륵 펼쳤다. 우리가 보기쉽게 그려진 지도는 왕궁 옆에 있는 커다란 동굴을 그려놓은 지도였다. 지도 안의 동굴은 단단한 돌벽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돌벽 앞에는 독특한 문자가 쓰여 있었는데, 이 문자를 활용하여 암호를 입력해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수도 근방에 봉인된 성검을 깨우는 것으로 에반젤린에 대한 대비의 초석을 다지고자 한다. 이 성검이 봉인된 던전은 위험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고 하며, 그 위험이 밖으로 새어나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암호로 단단히 막혀있다고 전해진다.”
물론 나는 이 암호를 알고 있었다. 게임 상에서는 왕이 퀘스트를 준 뒤 다시 한 번 물어보면 왕이 암호를 알려줬다. 암호는 [히로인 전설]을 만들었던 게임 제작사 이름인 ‘루미너스’였다.
“오랜 연구 끝에 우리 고고학자들은 던전으로 들어가는 암호를 찾아냈으며, 그 암호는 ‘루미너스’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왕국이 보낸 어떤 탐사대도 이 던전에서 돌아오지 못하였다. 나는 그대들을 이런 위험한 곳으로 보내는 것에 비통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그대들의 무운을 빌겠다.”
그렇게 우리는 왕의 개회사를 듣고 던전으로 향했다. 이럴거면 던전 앞에서 할것이지 뭐하려고 개회사까지 준비했을까. 내가 속으로 불만을 터뜨리는 사이 에이에이와 한창 달콤한 밀담을 나누던 에리나가 내게 다가왔다.
“에리나 공주님 아니신가요?”
“그대는 비늘달린 것에 성욕을 느낀다지.”
“제 결혼 생활에 대해 공주님이 왈가왈부 하실 줄은 몰랐네요.”
“닥쳐라. 더러운 놈. 엘프가 되었기로 어찌 인어와 그딴 짓을 할 수 있단 말이냐? 네 음행에 어머님께서도 경악을 금치 못하셨다. 페타 시리우스의 이름이 부끄럽지도 않느냐?”
“우리 에리나 공주님께선 공주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행동만 하셨나요?”
내 질문에 에리나는 금방 입을 다물었다. 엘리전으로 끌고가면 불리한 건 에리나 공주였다. 내 사생활은 오픈된 상태였지만, 에리나 공주의 스캔들은 아직 감추어진 상태니까. 계속 귀찮게 굴면 나도 같이 죽는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물었다.
“제게 시비를 걸려고 오신건 아닐텐데요.”
에리나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아직 에이에이에게 내가 임신했다고 알리지 않았다.”
“혼전 임신을 숨기셨군요.”
“닥쳐라. 나는 이번 던전 공략 중에 어떻게든 에이에이와 맺어질 생각이니 말이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제게 왜 하시는거죠?”
“그 때까지만 입을 다물어다오. 나는 에이에이에게 여자끼리 아이를 만들 수 있는 비술을 알아냈다고 말했으니 말이다. 오늘 에이에이와 맺어지고, 시간이 지나며 부푼 배를 보여줄 생각이다. 네 소원대로, 이 아이는 나와 에이에이의 아이가 되는게지.”
“그렇군요. 근데 여왕님은 어떻게 설득하셨나요?”
“…..네가 알바 아니다.”
내가 에리나의 엄마였다면 뒷목을 잡다못해서 거품물고 기절했을거다. 아무래도 말하는 폼을 보니 어떻게든 여왕의 허락을 받은 듯 했다. 사실 아이를 만드는 데 어떤 변명을 하든 나와 상관없는 일이었다. 에리나가 어떻게든 여자끼리 애를 만들었다고 우기려는 게 웃길 뿐이었다. 그걸 에이에이가 믿는 것도 웃길 뿐이었고.
역시 빡대가리 공주. 이래서 궁전 안에서 싸고돌면 사람이 망가지는 법이었다.
“네. 뭐, 저는 용사님과 당신의 행복을 바라니까요.”
에리나는 그 말에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역시 너는 참 이상한 놈이다.”
애인 붙잡겠다고 남의 애기 임신하는 공주가 할말은 아닌 듯 해서 나는 웃어넘겼다. 우리는 그렇게 수도를 벗어나 던전 앞에 도착했다. 던전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rpg 게임 속 던전이었다.
동굴 앞에는 가고일 동상이 두개 세워져 있었고 횃불도 불타고 있었다. 던전 앞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이 우리를 보자 대신 암호를 입력하고 문을 열어주었다. 경비병은 말했다.
“지금까지 이 문을 넘어서 다시 돌아온 사람은 없었습니다.”
게임에서도 그렇게 말했다. 다만, 이렇게 겁주는 것에 비해 지나치게 쉬운 던전인게 문제였을 뿐. 성검 던전은 게임 내에서도 정말 쉬운 이벤트에 속했다. 주인공의 솔로 플레이를 염두에 둔 탓인지 동레벨대 다른 던전에 비해 나오는 적들의 수도 적었고, 패턴도 단순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차례 게임과 현실이 약간씩은 다르다는 걸 체감한 나는 조금은 긴장감을 가지며 던전에 입장했다. 게임에서는 가디언 한마리만 등장했지만, 현실에서는 문이 열리자마자 기관총을 쏘는 로봇이 나타날수도 있는 법이니까.
그리고 문이 열리고, 우리는 아래로 쭉 펼쳐진 계단을 따라 지하 1층으로 내려왔다. 지하 1층에는 거대한 골렘이 있었다. 주변에는 뼈무더기가 잔뜩 쌓여있었다. 1층도 통과하지 못한 인원이 대다수 인듯 했다.
골렘 역시 여기저기 부서지고 망가진 것이 오랜 세월 싸워온 듯 했다. 우리는 골렘 앞에 멈춰서서 상황을 살폈다. 카린이 말했다.
“전부 강하고 묵직한 둔기에 부서졌습니다. 아무래도 이 골렘에게 당한듯 한데….. 작동 원리를 모르겠군요.”
“뭔가 요구 조건이 있는게 아닐까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는 아직 골렘에게 좀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가까이 다가가자는 말에 에리나가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내키지 않았다. 나보다 덩치가 두배는 커보이는 골렘 앞에 선다니, 현실에서도 하고싶지 않았다.
하지만 겁없는 카린과 에이에이가 먼저 앞으로 한걸음 내딛었고, 그와 동시에 골렘의 안광에 불이 들어왔다. 나는 빠르게 상태창을 열어서 골렘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름: 스톤 골렘
종족 : 스톤 골렘 (변화함)
레벨 : 32
스텟
힘 89
민첩 20
지능 0
행운 0
특성
마법내성
마법에 내성을 가집니다. 마법 데미지를 60% 덜받습니다.
물리 내성
물리 데미지에 내성을 가집니다. 물리 데미지를 60% 덜 받습니다.
“변화함?”
“네?”
에이에이가 내 중얼거림을 듣고 돌아보았다. 나는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종족에 변화함이 달려있다는 건 다소 의아한 요소였다. 하지만 그거 말고도 상태창에는 당장 신경쓸게 많았다. 일단 스톤골렘의 기본 스펙부터 좀 귀찮았다.
무난한 스텟이었지만 때려부수는 데 좀 골치아플 패시브를 둘둘 두르고 있었다. 나는 메이스를 꺼내들었고, 카린은 방패와 검을, 에리나도 활을 꺼내들었다. 에이에이는 칼을 뽑다말고 골렘을 슬쩍 쳐다보며 말했다.
“뭔가 말하고 싶은게 있나본데요?”
우리가 전부 멈춘 그 순간, 골렘이 입을 열었다.
“너희들 중, 순결한 자만이 이 문을 열수 있다.”
그 말에 내가 눈을 찌푸리고, 카린이 고개를 기울였다. 에이에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에리나! 우리 에리나라면 될거에요.”
아 씨발. 좆됐다.
“자, 잠깐만! 에이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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