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87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우연치않게 밖에 나와있던 엘시와 로이는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녀는 매우 기분이 좋아보였다. 꼬리가 살랑살랑 움직이고 귀가 빳빳하게 서 있었다. 로이는 그 인간이 엘시를 괴롭히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한편으로는, 엘시가 이 곳에서의 생활에 만족한다는 사실이 불만스러웠다.
“어, 어떻게 지내는 지 궁금했다.”
“나는 잘 지내고 있다. 로이. 너는 어떤지 궁금하다.”
엘시가 나를 걱정해주고 있다. 로이는 그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났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두 사람은 인연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로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나는 수련하고 있다. 조만간 강해져서. 데리고 떠난다.”
“나는 여기서 나가지 않는다. 엄마 무덤도 여기있고, 사람들도 친절하다. 패배한 전사는 부족에 돌아갈 수 없다.”
“그건 고집이다. 돌아가자. 돌아가면 모두가 엘시를 환영한다.”
“나는 여기서 더 강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엘시가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무엇으로 강해진다는 말인가? 이 곳엔 제대로된 짐승들도 살지 않았고 목숨을 노리는 인간들도 없었다. 전사의 강함은 평야의 짐승들과 인간들을 사냥함으로서 정해지는 게 아니던가.
“이해할 수 없다. 엘시는 여기서 더 강해질 수 없다.”
“아니. 난 여기서 더 강해질 수 있다.”
“왜냐.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다.”
“성직자는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요즘 매일같이 마사지를 받고 있다.”
“마사지?”
엘시가 목소리를 낮추면서 전해준 비밀은 로이를 황당하게 만들 뿐이었다. 마사지라니. 대체 마사지가 뭐길래? 마사지가 뭐길래 엘시를 이렇게까지 매달리게 만드는 걸까?
엘시는 말했다.
“마사지를 받으면 몸이 강해진다. 강해진 몸으로 수련을 하면, 더욱 더 효과가 늘어난다. 나는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다고 느낀다.”
“그런 건 거짓말이다! 엘시가 그랬다! 마법사는 믿으면 안된다! 성직자는 더 믿으면 안된다!”
“성직자는 믿을만한 사람이다. 내게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엘시는 배시시 웃고 있었다. 그 표정을 보고 로이는 충격받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던 정말 아름다운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엘시가 이곳에 사는 그 감발의 인간 앞에서 저런 표정을 짓는 다는 것 자체가, 로이를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
“엘시는 바보다. 인간을 믿으면 안되는 데, 믿는다.”
“그는 다르다. 우리 엄마의 시체를 장사지내주고, 나를 받아줬다. 믿을만한 인간이다.”
“그러니까 바보라는 거다! 고작 그런 걸로 어떻게 믿는지 모르겠다! 바보다! 너무 바보다!”
“로이. 거기서 더 하면 나도 화내겠다.”
“이제 엘시같은 건 모른다!”
로이는 집으로 뛰쳐들어갔다. 하지만 로이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엘시가 남아있었다. 밤이 깊도록 로이는 엘시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 사악한 인간이 무슨 짓을 꾸미는 지도 궁금했다.
맑아진 머릿속에 자신이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로이는 저택으로 다시 한 번 걸음을 옮겼다. 엘시를 만나서 사과해야 했으니까.
저택 내부의 경비는 허술했다. 로이는 담벼락을 뛰어넘어서 엘시를 찾았다. 복도 여기저기를 돌아보았지만, 어느 곳에도 엘시가 없었다. 창밖 수영장에는 인어 한마리가 둥둥 떠다니면서 잠들어 있었고, 다른 방에서는 여자 두명이 잡담을 하고 있었다. 엘시의 방으로 추정되는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로이는 조심스럽게 복도를 거닐고 2층으로 올라갔다. 때맞춰서 순찰자가 1층으로 내려갔다. 그렇게 한 층 한층 올라간 로이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엘시의 목소리였다.
“응…으응….하앙…..”
엘시가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로이는 황급히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그 사악한 인간이 엘시를 고문하는 게 분명했다. 로이는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라가며 발톱을 세웠다. 방 너머에서 신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찰싹, 찰싹 살이 맞부딪히는 소리도 들렸다.
“너무….크다….”
로이는 흥분을 가라앉혔다. 조심스럽게, 기회를 노려야 했으니까. 로이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문 틈으로 보인 광경에 로이는 심장이 멈출것만 같았다.
그곳에는 엘시가 알몸으로 앉아있었다. 엘시는 인간 위에 올라탄채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앙…아아앙….아앙….”
“에, 엘시…..저 이제….”
“좋다…흐응…마음껏 싸줬으면….한…아응…”
“으읏!”
인간이 허리를 올려치자, 엘시가 눈을 감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로이는 저 모습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었다. 교미였다. 엘시와 인간은 교미를 하고 있었다. 인간의 몸에서 벗어난 엘시의 가랑이 사이에서 하얀 물이 흘러내렸다. 로이는 자신의 눈을 파버리고 싶었다.
엘시는 암컷의 표정을 지으며 인간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엘시. 저 쪽으로 벽을 짚고 서봐요.”
엘시는 그 말대로 벽을 짚고 엎드렸다. 엉덩이를 쑥 내민 자세덕분에 탱탱한 가슴이 아래쪽으로 늘어졌다. 그 적나라한 신체에 로이는 훙분할 수 밖에 없었다. 인간은 자신의 커다란 성기를 문지르며 다가오더니 엘시에게 사정없이 자신의 물건을 꽂아넣었다.
“아앙…!”
엘시가 허리를 떨며 다리를 무너뜨렸다. 인간은 엘시의 가슴을 주무르며 속삭였다.
“예뻐요 엘시.”
“아응…! 응..! 그런….말….부끄럽다…아응!”
로이는 깨달았다. 자신은 패배했다는 걸. 더 이상 이곳에 있더라도, 엘시가 자신을 봐줄리 없다는 걸. 로이는 약했고, 저 인간에 비하면 성기도 너무 작았다.
“아앙! 앙! 하응! 응! 으응!”
신음소리가 문틈으로 새어나왔다. 로이는 조용히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다시 담벼락을 넘어섰다. 그는 집으로 향하지 않았다. 고향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엘시를 다시 데려올만큼 강한 남자가 되기 위해서, 그런 남자가 되어 당당하게 인간에게 도전하기 위해서.
다음 날 아침. 저택에는 수인 한 명이 사라졌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농사법을 제대로 익혔는 지 확인하러 들어가자 오두막 안에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 납치나 실종 같지는 않았고 스스로 고향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루시우스는 엘시에게 물었다.
“어떻게, 다시 데려올까요?”
“상관없다.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자기 맘이다.”
루시우스는 그 매몰찬 대답에 잠깐이지만 로이를 동정했다.
수인족 로이에게 농사를 지으라고 여러가지를 지원해줬지만, 그는 밭도 경작하지 않았고 농사 책도 읽어보지 않은 듯 했다. 밭은 개간되지 않았고 호미와 넉가래에는 먼지가 쌓여있었다. 나는 다음에 누가 이주해오는 걸 대비해서 물품들은 그대로 놔두고 종자만 회수하라고 지시했다.
엘시는 로이가 사라진 것에 대해 내색하지 않았지만 내심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입으로야 가는 건 자기마음이라고 했지만, 정말로 가버리니 서운한 것이다. 로이의 이야기를 할때 갑자기 멈추는 꼬리나 살짝 늘어지는 귀를 보면 그녀의 심정을 대충 알 수 있었다. 어린 동생이 독립하는 느낌이었겠지.
하지만 그런 아쉬움도 순간일 뿐, 엘시는 다시 내 밑에 깔려 앙앙대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그녀는 로이를 이야기하는 것만큼이나 내 밑에 깔리는 걸 좋아했다. 탄력있는 근육질 몸매에 나도 중독될 것 같았다. 이브나 시에리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라고나 할까. 섹스에 익숙해진 시점에서 엘시는 조금 전투적으로 나를 밀어붙여왔다.
내가 사정할 때 마다 블레스를 걸어주니, 내가 사정하는 걸 유도하기 위해 아주 미친듯이 허리를 흔들거나 보지를 쪼여대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어느 정도 자신도 즐기는 감이 있던 이브나 시에리와는 달리 최근 엘시와의 섹스는 내가 일방적으로 쥐어짜내지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아마 엘시에게 본인도 몰랐던 사디즘 성향이 있던게 분명했다. 내가 사정하는 걸 보면서 엘시가 살짝 웃는 걸 자주 보게 되었으니까. 그건 쾌감보다는 만족감에 젖은 미소였다.
한달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집무실에 앉아있던 나에게 전령이 편지를 배달했다. 마탑에서 온 편지였다. 나는 내가 엘시와의 섹스에 몰입한 사이 용병들의 조사가 끝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누가 보낸 편지인가요?”
아이라가 물었다.
“마탑에서 편지가 왔네요. 저번에 파견 보냈던 내용을 다 마쳤나봐요.”
나는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에반젤린 같은 거물이 용병들한테 붙잡힐리도 없었고, 설령 붙잡았다고 해도 이 놈들이 편지로 그 사실을 제대로 보낼 수 있을지가 의심스러웠다. 내가 노리는 건 딱 하나. 에반젤린이 자신을 찾아온 용병들을 보고 급히 자리를 피해서, 현장에 단서가 남는 것이었다.
“그럼 그 에반젤린이라는 마녀를 잡는 건가요?”
“잡기는 힘들죠. 세상을 들쑤시고 마왕과도 친분이 있는 마녀인데. 제가 가서 다시 한 번 조사를 해야 할거에요.”
“그럼, 이번에 또 영주님은 그 쪽으로 파견가시겠네요.”
“일이니까요.”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에반젤린을 잡아야 이 세상에서 더 편하게 살 수 있었으니까. 멸망이 확정된 세상에서 사는 것 만큼 기분나쁜 일이 없다. 마왕을 재부활시키는 흉계를 꾸미는 좆같은 마녀와 같은 하늘 아래에서 숨쉬는 것만큼 빡치는 일도 없다. 이 세상에 와선 편하게 살 줄 알았는데 에반젤린이라는 생각지도 않았던 문제가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이러다 특전 DLC 보스들도 등장하는 건 아니겠지?
“그럼, 어디 무슨 내용이 왔는 지 볼까요.”
나는 아이라를 옆에 두고 편지를 뜯었다. 아이라도 무슨 내용인지 궁금한 표정으로 내 옆으로 다가와서 편지의 내용을 확인했다. 대충 마녀의 흔적을 발견했다거나, 가벼운 전투가 있었다는 식의 내용을 기대했던 나는 겉봉을 뜯고 나타난 첫문장부터 굳고 말았다.
– 마탑은 페타 루시우스 사제장이 파견한 용병 및 사제가 전원 현장에서 사망했음을 알리는 바입니다.
“씨벌?”
전원 사망이라니.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아니, 사실 어느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던 상황이기도 했다. 에반젤린의 행보를 보자면 인간을 극도로 증오하는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마탑 한가운데서 죽일 줄은 몰랐다. 거기서 이런 대량 살인을 한다고? 용병에 사제까지 포함해서 대충 헤아려도 10명은 되는 인원이었다. 전부 어중이떠중이라고 해도 장소가 마탑이었다. 정해진 장소 외에선 조금이라도 공격적인 마법을 쓰면 바로 감지가 되고, 마법으로 중무장한 경비병들이 몰려오는 마탑.
– 사건은 회색 마탑 7층의 상주 마법사. 카를린의 방에서 일어났습니다. 우리 마탑의 조사원들이 해당 사건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 중이며, 현재 실종 상태인 마법사 카를린을 추적 중에 있습니다.
“어떻게 됐나요?”
“전부 죽었다네요. 빨리 가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