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45)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45화
* * *
위즈의 쇼케이스는 앞서 같은 무대에 섰던 티오제보다 훨씬 더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프레스석 입장은 반대쪽 입구로 도와드리겠습니다! 팬분들은 여기, 금속검출기를 통과해 주세요!”
“야, 씨. 카메라 개빡세게 잡는다. 이거 통과 못 할 거 같은데….”
“어떡해? 너 이거 대리로 찍는 거라며.”
“몰라. 일단은, 카메라는 잠깐 빼놓고….”
“신분증 확인 후 입장하겠습니다! 그리고, 내부에서 좌석 간 이동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발각 시 퇴장 처리되오니, 위즈(WEZ)앱 공지 확인 부탁드려요!”
“뭐? 신분증도 꺼내라고? 내가 왜 우리 얘들 보러 와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데! 내가 뭐 범죄자야?”
소수의 방청팬들을 모집하고, 불리한 질문을 할 기자들을 걸러 내고, 무대 위에서 일말의 사고 따위는 일어나지 않게끔.
아직 아이돌 관리에 다소 서툰 AG와 달리, 이미 꽤 괜찮은 성적을 낸 몇몇 팀을 보유한 퀸스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퀸스가 이 모든 걸 해낸 이유는….
“Be your Whiz! 안녕하세요, 위즈입니다!”
위즈는, 퀸스가 아주 야심차게 준비한 아이돌이기 때문이었다.
“애들 대본 다 외우게 시켰죠?”
“네. 기자 질문도 다 정리해서 알려 줬습니다.”
“좋아요. 제이든한테는 웬만하면 마이크 주지 말라고 그래. 무슨 말 할지 모르니까.”
“넵.”
그동안 ‘꽤 괜찮은 중형 아이돌 소속사’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던 퀸스는 어느 순간부터 그 이상을 원하기 시작했다.
그냥 평범하고 아이돌 소속사 말고, 누구나 믿고 보고 들을 수 있는.
부러 사람들이 찾아서 듣게 하고, 영상 하나하나에 재미를 느끼는.
그 과정에서 오가는 돈으로 회사의 성장을 꿈꾸는.
“연우 형, 악마예요? 이걸 진짜 어떻게 먹어요! 자기가 먹는 거 아니라고 다 집어넣었죠!”
“악마? 음, 글쎄… 주영이, 넌 내가 어때 보이는데?”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악마 같아요. 어떻게 저런 사람이 우리 리더지…?”
“하하, 주영아… 그러니까 네가 그걸 먹게 되는 거야. 악마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게 아니라 지옥에서 기어올라 와.”
“제발!”
[차마 볼 수 없는 비주얼의 식사에 경악하는 주영!> [막간 지식: 지옥은 지하에 있었다?! 말이 되는 거 같기도….> [???: 이게 지난해 음원이랑 음반 대상을 탄 그룹의 식사라니, 믿을 수가 없었죠.>슬레딕스를 배출한, 그런 메이저 소속사처럼 되기 위해서.
그 과정에서 위즈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
어떤 컨셉을 할 것이고, 어떤 노래를 그들의 메인으로 가져갈 것인가. 요즘 주 소비자층으로 활동하는 팬들은 어떤 활동 방향을 좋아하는가.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어떤 멤버들로 팀을 꾸릴 것인가.
“…기사 지워졌다고? 몇 개나?”
“홍보 기사는 거의 남아 있는데… 딱 미묘하게 티오제랑 춘용 씨 언급하는 뉘앙스가 섞인 것만 지워졌어요.”
“쯧, 잘 섞어서 좀 팔아 보려고 했더니. AG가 답지 않게 빨랐네. 어쩔 수 없지.”
“근데, 문의해 보니까 저희 측이 요청했다던데요? 이거 좀 이상하지 않나요, 팀장님?”
“연예계 뉴스 회사들이 그렇지, 뭐. 누가 요청했는지도 제대로 기억 못 해. 됐어.”
애초에, 퀸스의 소속사 관계자들이 김춘용을 데뷔조에서 떨어뜨리고 AG로 보낸 것에 사사로운 감정이 있던 건 아니었다.
그저 김춘용이 정말 그들이 기획한 위즈의 컨셉에 안 맞았고, 연습생 생활을 지속하기에는 애매한 나이에 걸쳐 있어서일 뿐.
“그래서, 오늘부터 춘용이는 같이 연습하지 않을….”
“걔 얘기 별로 안 궁금해서요. 말씀 안 해 주셔도 돼요.”
“그, 그래?”
“네. …잘됐네요. 더이상 그 양아치 같은 면상 더 안 봐도 되고.”
게다가, 이미 데뷔 멤버로 점찍어 놓은 연습생들 중 몇몇이 그를 탐탁치 않게 여기기까지 했으니, 굳이 그를 붙잡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
그러니 김춘용을 AG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타겟팅 스타>와 연결시켜 준 거였다.
우리는 너와 관계를 지속할 생각이 없으니, 계약 해지 후 네가 하고 싶은 걸 알아서 하라고.
그러나.
“오늘 따로 또 기사 내면 돼. 쇼케이스 끝나고 프레스석 사람들 집 도착하기 전에, 마케팅팀한테 헤드라인 뽑아서 돌리라고 그래. 대충… ‘준비된 아이돌의 강점, 서바이벌로는 보여 줄 수 없는 특별함?’ 같은 거.”
자신들의 손을 떠난 연습생, 더 나아가서는 아이돌이 된 사람에게 그들이 더이상 따로 사정을 봐 줄 이유는 없었다.
애초에 연예계라는 게 그런 거니까.
필요할 때 찾아서 사용하고, 그게 아니면 관심도 두지 않고, 자신들보다 높은 곳에 있으면 벤치마킹해서 좋은 점을 뽑아 먹는 것.
그러니, 정말로.
퀸스도 딱히 김춘용에게 대단한 감정은 없었다.
아니, 감정이 없다기보다는 그렇게까지 챙겨 주고, 생각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이유를 못 느꼈다고 해야 할까?
“단우 씨의 타이틀곡 설명, 정말 잘 들었습니다! 이야, 보통 신인이 이렇게까지 차분하게 대답하는 경우는 잘 못 봤는데요. 인상이 깊네요, 깊어요!”
“하하, 네.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질문 받겠습니다. 네, 어….”
그러나.
“어머, 제 차례! 여기요!”
“앗, 네. 엔터… 게이트의 김가은 기자님? 질문해 주시겠어요?”
사람들의 클릭을 부르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하는 대한민국 대표 연예계 황색 언론, 엔터 게이트.
그리고, 거기서도 압도적인 실적을 자랑하는 기자, 김가은.
“으음, 저도 단우 씨께 질문드리고 싶은데요! 사전에 준비된 질문이 아니라도 괜찮을까요?”
“아, 말씀드렸을 텐데요. 질문지에 알려드린 질문이 아니면 안 되는….”
“앗, 너무 멀어서 그런가?! 잘 안 들리네요? 네, 바로 질문드릴게요! 그러니까 말이죠.”
“아니, 마이크로 얘기 중인데 뭐가 잘 안 들린다는….”
“―이번에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는 AG의 신인 아이돌 그룹, 티오제의 김춘용 씨가 원래 위즈의 데뷔조였다고 들었어요. 단우 씨께서는 이틀 전에 올라온 춘용 씨의 영상을 혹시 보셨나요?”
그녀가 막무가내로 쇼케이스 장내를 웅성이게 하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 퀸스의 관계자들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껴야만 했다.
“반응이 정말, 장난 아니에요. 진다솔 크루와 함께 춤을 춰서 올린 영상인데 말이죠, 이틀이 지났음에도 SNS 실시간 트랜드 3위, 그리고 위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4위에 올라있거든요.”
그냥 마케팅용으로 조금 이용하고, 신경 쓸 필요 없을 이름이어야 하는데.
적어도, 위즈와 비교해서 ‘왜 멤버가 되지 못 했는지 알 만하다’ 정도로 위즈의 위상을 높여야만 하는데!
“특히 춘용 씨가 코레오를 만들었다는 코러스 부분의 손동작이 워낙 독특하고 신기해서, 벌써 어제부터 댄스팀 아일릭의 최건영 씨 같은 분들이 따라해서 챌린지가 나올 정도인데요. 혹시, 함께 연습하실 때도 이런 일화가 있나요? 위즈 분들은 춘용 씨와 친하셨나요? 왜 춘용 씨는 위즈의 데뷔조에서 떨어졌을까요?”
위즈가 주인공이어야 할 쇼케이스장에서, 김춘용의 이름이 미친 듯이 흘러나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김가은의 타고난 기행과 이슈를 찾는 능력 덕분에, 퀸스 관계자석에 앉은 기획팀은 당혹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맙소사, 누가 김가은 출입시켰어? 미친 거야? 저 인간 어떤 사람인지 누가 몰라!”
“아니, 엔터 게이트에 김가은 한 명 더 있잖아요? 분명 주민등록번호가 다른 분이었는데…!”
“당연히 우리가 거를 줄 알고 그 사람 신분으로 신청했겠지! 프레스석은 신분증 확인 안 하잖아!”
“아니, 그것보다도. 무대 어떡해. 애들 대답하고 있어?”
뒤늦게 기획팀이 고개를 돌린, 지금 한창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는 무대는 정말로….
“…….”
이렇게 싸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식어 있었다.
“…아.”
여태껏 잘만 대답해 오던 한단우는 생글생글 웃던 모습은 어디로 간 건지 얼굴을 굳히고 있고, 다른 멤버들은 마이크를 잡지도 못 해 어쩔 줄 몰라하고.
그리고 이 개판에 화룡점정을 찍은 건….
“아, 진행자님. 제가 대신 대답해도 될까요?”
“어, 그, 태이 씨?”
“네, 김가은 기자님. 봤습니다! 정말 잘하던데요? 저도 어제부터 영상 계속 찾아보면서 연습해 봤거든요. 보여 드릴까요?”
“어머, 좋아요!”
도자기로 빚은 것 같은 말끔한 얼굴 위에 생글생글한 미소를 띠며, 어설프게 김춘용의 코레오를 따라하는 안태이였다.
“아, 어렵네요. 나중에 만나면 알려 달라고 해 볼까 봐요. 저는 춘용 씨를 실제로 만나 본 적이 없거든요!”
마지막까지 화려하게 무대를 뒤집어 놓는 안태이의 발언에, 수많은 사람들의 머리 위에 사이렌이 울렸다.
이래서는, 비교를 피할 수가 없었다.
…정말, 안 좋은 방향으로.
* * *
그리고 같은 시각.
안태이가 자신의 생애 첫 쇼케이스장에 어떤 폭탄을 터뜨렸는지 알지도, 알고 싶지도, 생각도 없는 김춘용은….
“…이렇게까지는 기대 안 했는데.”
자신이 퀸스에게 보낸 반격의 반응에, 새삼스럽게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김춘용도 본인이 한 일이 퀸스에게 어떤 명확한 메시지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뭐 대단한 파장을 바란 것까지는 아니었거든.
그러나, 대중은 항상 사람의 기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움직였다.
[아니 김춘용 춤 잘 춘다 잘 춘다는 들었는데 이게 맞음? 저게 인간이 쪼갤 수 있는 박자임?] [⎿오바 왜 이렇게 심함? 잘 추긴 하는데 이렇게까지 반응할 일인가…?] [⎿⎿니가 해 봐라 ㅁㅊ 손가락으로 매듭 묶고 엉엉 울면서 병원 간다에 내 손목을 건다] [춘며들다… @springdardar앞으로 춘용이한테 어떻게아이돌이름이김춘용 [ 이나 어떻게 아이돌연습생이름이김춘용 [ 사용하면 내가 죽임 누가 하나님한테 말을 그따위로 함? 김 춘자 용자 존함 꼬박꼬박 불러라
아니면 귀엽게 추뇽이♡] [⎿이분 진다솔이랑 어떻게아이돌이름이김춘용[ 영상 보고 행복해서 정신 놓으신 듯] [⎿⎿ 너 어디 사냐?] [늘봄미르 @NBML__0412
(링크)
JDS 크루와 #춘용 이가 함께 찍은 영상이 3일 만에 조회수 300만을 돌파했어요 (눈물) (눈물)
JDS 크루에서도 이런 추이는 처음이라고 하고, 진다솔님께서 직접 ‘앞으로 춘용 씨와 작업을 많이 해 보고 싶다’고 하셨으니… 기대해 봐도 될 것 같죠?!
늘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발전하는 춘용이를 응원합니다♡]
처음에는, 김춘용이 바랐던 것처럼 SNS와 커뮤니티 등지에서나 그의 영상이 이슈됐었다.
‘실력 있는 아이돌’이라는 건 언제나 수요가 있는 단어니까.
사람들의 반응이 김춘용의 예상을 벗어나기 시작한 시점은, 김춘용이 함께 영상 촬영에 참여한 진다솔 크루의 주변인들이 그의 모습을 봤을 때부터였다.
[#춘용 헐 얘 춤 잘 못 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잘 추네 ㅠㅠ 다솔 오빠 나도 같이 추게 해 줘~] [⎿춘용이가 님 친군가요? 왜 못 출 것 같다고 이름 태그를 하시는 거예요?] [ChoiKY_ (영상) 다솔형 제발 봐주세요 그 자식보다 제가 더 잘해요] [⎿REALLeehoejin_ 건영 형 인정해 형 개발렸다고…]댄서들의 아웃그램 활동은 비슷한 다른 직군과 비교해서도 아주 활발했다.
오늘은 내가 무슨 춤을 추었고, 무얼 보고 따라 췄고, 내가 그것보다 잘 췄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는 영상이 필수였으니까.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김춘용의 영상은 그와 ‘전혀’ 관계가 없던 사람들에게도 흘러 들어갔다.
예를 들어, 한국 아이돌 시장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는 해외 댄서씬이라든가.
[Who is he? He’s a K-pop idol? Why is he called ‘Chuchu’ in the vod?] [⎿No 추추 Yes 춘춘 한국말로 댓글 달아 미친놈아] [⎿I’m not sure what you’re talking about ^^ But chuchu is good He looks like Super Sonic] [⎿추추 이즈 굿 이러고 있네 너 한국인이지] [⎿No 나 재미교포]“허….”
진다솔이 업로드한 아웃그램 라이브 아래 댓글들을 확인한 김춘용은, 허탈한 웃음과 함께 천천히 휴대폰을 덮었다.
진다솔 크루 멤버가 김춘용을 향해서 부른 ‘춘춘’이라는 별명은 어느새 ‘추추’라는 희한한 발음으로 바뀌어서 널리 퍼진 후였다.
남들이 짠 안무를 따라 출 줄만 아는 아이돌 말고, 비트와 멜로디에 맞춰 몸을 제대로 움직일 줄 아는 아이돌 댄서, 추추.
“…….”
반응이 오길 바라긴 했다.
티오제를 위해서, 더 나아가서는 앞으로의 계획에 차질이 없기를 바라서.
근데 글쎄.
이 정도 반응일 줄이야.
“그래도 츄츄 같은 거 보다는 슈퍼소닉이 더 낫지 않나….”
“춘용 씨, 뭐라고요?”
“…아니에요. 그냥… 혼잣말이요!”
“하하, 긴장하셨나 봐요. 다른 멤버분들도 그러신 거 같고….”
“하하, 뭐. 그렇죠….”
김춘용은 그런 호빈의 질문에 어색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긴장되냐고 물으면, 답은 ‘그렇다’였다.
…당연히 긴장이 되지.
퀸스에게 제대로 된 반격을 하고, SNS와 커뮤니티, 아웃그램의 반응을 확인한 후, 처음으로 진행하는 스케줄이….
[ToZ 미니 1집 오프라인 팬 사인회]…다른 것도 아니고, 그 반응을 직접 남겼을 팬들을 면대면으로 제대로 된 자리에서 처음 만나는 순간이었으니까.